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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지훈의 리걸 마인드] ‘리걸 마인드’란 무엇인가?

<월간 채널예스> 2022년 7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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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걸 마인드란 ‘어떤 사안에 대하여 적용하는, 일반적인 방식과 구분되는 법률적 사고 방법’을 가리키는 것으로 보인다. 민법 교과서를 세 번 통독하고 나면 마음속에 생기는 어떤 심상 같은 것일까? (2022.07.01)

일러스트_키박 

이 칼럼의 이름, ‘리걸 마인드(Legal mind)’란 무엇인가? 이런 단어가 있다는 것을 처음 들은 것은 로스쿨에 입학하고 얼마 지나지 않을 무렵이었다. 이미 법학 공부를 많이 한 경험이 있는 고시생 출신 동기들이 “1학년 땐 우선 리걸 마인드를 길러야 한다.”는 식으로 줄곧 얘기했고, 교수님들도 간혹 진행된 토론식 수업에서 ‘리걸 마인드가 아직 부족하다.’라거나 ‘리걸 마인드가 중요하다.’는 식의 용법을 구사했다. 나는 당시에도 궁금했다. 도대체 리걸 마인드란 무엇인가, 민법 교과서를 세 번 통독하고 나면 마음속에 생기는 어떤 심상 같은 것인가, 리걸 마인드가 생긴 후에는 나에게도 모든 사안의 법적 해결책이 명쾌하게 보이는 것인가 따위의 상상을 해보았다.

우리에게 리걸 마인드가 있다면, 미국에는 법률적 글쓰기의 전형으로 제시되는 ‘IRAC’가 있다. 미국 로스쿨에선 법률적 글쓰기를 가르칠 때 이른바 'IRAC 기법[Issue(주제) - Rule(규정) - Analysis(분석) - Conclusion(결론)]'을 기본으로 한다고 한다. 사실 관계 중에 쟁점(주제)을 추출한 후, 그에 따른 법적 근거(규정)를 제시하고, 그 이유를 분석해 최종 결론에 이르는 방식이다.

우리 로스쿨에서 사용하는 리걸 마인드는 어떤 합의된 정의가 존재하지는 않지만, 유사 IRAC로서 ‘어떤 사안에 대하여 적용하는, 일반적인 방식과 구분되는 법률적 사고 방법’을 가리키는 것으로 보인다. 특히, 로스쿨 학생들에게는 법률 글쓰기 요소 중 이슈(주제)에 해당하는 쟁점 추출이 강조된다. 복잡한 사실 관계 속에서 어떤 것이 법률적 쟁점에 해당하는지 확인하는 것 자체가 매우 어렵기 때문인데, 현실의 법률문제를 도식화하여 평가하는 변호사 시험에서 그 일면을 확인해 보자.



[2022년도 제11회 변호사 시험(형사법)]

제1문 

(1) 갑은 따로 살고 있는 사촌형 A로부터 A가 2020.12.24. 10:00에 해외여행을 떠난다는 말을 들은 후 친구 을에게 “A가 사채업으로 돈을 벌어 귀금속을 샀다고 들었는데, A가 12.24. 10:00경 해외여행을 떠난다고 한다. 그런데 A가 조폭 출신이고 의심도 많아 내가 직접 훔치기 어려우니, 네가 나 대신 A의 집에서 귀금속을 훔쳐 달라. 귀금속을 가져다주면 충분히 사례를 하겠다.”라고 제안하였고, 을은 이를 승낙하였다.

(2) 을은 A의 집 주변을 사전 답사하면서 집 안을 엿보던 중 A가 현관문 옆 화분 아래에 비상용 열쇠를 둔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고, 경제적으로 어려움을 겪는 후배 병에게 범행을 함께할 것을 제안하여, 병의 승낙을 받고 병과 역할 분담을 공모하였는데, 갑에게는 범행을 병과 함께할 예정이라고 알리지 않았다. (이와 비슷한 사실 관계가 (3), (4), (5), (6) 지문 순으로 제시되고 있음. 이하 생략)


1. 갑, 을, 병의 죄책은?


현실에서 발생하는 사건은 위에 나온 문제보다 복잡한 경우도 많을 것이다. 예를 들면 갑의 처지에 있는 자는 을에게 ‘귀금속을 훔쳐 달라.’(법률적으로 절도의 교사에 해당)는 제안을 하지 않았다고 주장할 가능성이 높다. 특히, 을이나 병이 수사 대상으로 입건되지 않았다면 그럴 가능성은 더 높아진다. 혹시 나중에 갑, 을, 병의 범죄가 수사를 통해 모두 밝혀진다고 하더라도, 갑은 ‘A의 집에 귀금속이 있다.’는 정도로만 을에게 말했을 뿐, 범죄를 교사할 고의가 없었다고 발뺌할 확률이 매우 높다.

말하자면 애초에 사실 관계를 확정하는 것부터가 현실에서는 너무 어려운 것이고, 로스쿨 학습 단계에서 강조하는 쟁점 추출 능력보다 실무 단계에서는 ‘무엇이 사실인가?’를 찾아가는 능력이 더 문제된다고 할 수 있다. 흔히 법률가들은 매우 복잡한 법리의 공방을 통해 소송을 진행하는 것으로 여겨지지만, 실제 법원의 소송 절차에서 가장 많은 시간을 할애하는 것은, 민사 사건이든 형사 사건이든 바로 사실 관계를 확정 짓는 일이다. 앞의 문제에서는, 갑이 을에게 절도를 교사했다는 사실이 확정적으로 주어졌지만, 현실에서처럼 갑과 을이 서로 아는 사이라면 단순히 절도에 대한 얘기만을 나누는 것이 아니라 다양한 대화를 긴 시간 했을 것이고, 그 많은 대화 중 극히 일부가 절도에 관한 것이므로 교사 행위가 있었느냐를 확정하는 작은 문제에도 거쳐야 할 고민들이 적지 않다.(우리가 신문에서 보는 ‘실체적 진실’이란 사건에 가장 가까이 있는 수사관이나 변호사조차 알기 어려운 경우가 많다)

어쨌든 그렇게 복잡다단한 사실 관계에서 법률적 쟁점을 뽑아내는 사고 과정을 우리는 리걸 마인드의 한 국면으로 본다. 다시 변호사 시험 문제로 돌아가자면, 답안을 작성하기 위해서는 우선 을과 병의 공동 범행을 분리하여 갑의 단독 범행을 논해야 하는데, 지문 (1)과 (2) 안에서 갑이 을에게만 절도 범행을 교사하였음에도 을이 병을 끌어들여 범행한 것에 대하여, 이른바 ‘교사의 착오’라는 쟁점을 뽑아낼 수 있어야 한다. 이어서 갑은 을에게 ‘단순 절도’(1인 절도)를 교사하였으나 을은 결국 그 범위를 초과하여 병과 함께 ‘특수 절도’(2인 이상의 절도)를 범하였을 때 주범인 갑에게 어떤 책임을 물을 수 있는지 고민하면서 답안을 작성해야 하는 것이다.

로스쿨에서의 리걸 마인드란 사실 관계에서 법률적 쟁점을 추출해 내는 문제 풀이식 사고 방법에 한정되는 것인가라는 의문이 들 수 있지만, 현실적 용례가 그러하다. 변호사가 되기 위해 법학 전문 대학원에 입학했을 때 우리가 귀에 못이 박히도록 들었던 이유다.

한편, 우리 사회에서의 모든 사실 관계에 법률적 사고방식, 리걸 마인드가 적용될 수 있을까? 원칙적으로 법률이 적용되기 위해선 법률관계가 성립해야 한다. 민법 교과서는 인간의 생활 관계 중에서 법에 의하여 규율되는 관계를 법률관계라고 한정하며, 이와 비교되는 개념으로 호의 관계를 설명하는데, 흔히 법적으로 구속받으려는 의사 없이 행하여진 생활 관계를 지칭한다. 이를테면 A가 B를 파티에 초대하고 B가 이 초대를 받아들인 경우 성립하는 관계가 호의 관계라고 할 수 있다.*

여기서 A가 나중에 파티를 열지 않거나 B의 참석을 거절하더라도 A는 법적 책임을 지지 않는다. 호의 관계이기 때문이다. 다만, A가 개인이 아닌 파티 전문 업체였고, 파티를 여는 것에 대하여 일정한 대가를 받기로 했다면(돈을 받고 파티 참석권을 팔았다면) 법률관계로 전환되며, B는 파티를 열지 않은 A를 상대로 소송을 통해 어떤 청구를 할 수 있을 것이다.

이것을 구분하는 가장 중요한 이유는 호의 관계가 아닌 법률관계로 인정되어야만 법적 구제를 요구할 수 있는 권리, 법이 인정하는 힘이 생기기 때문이다. 즉, 일정한 생활상의 이익에 대한 법률상의 힘(권리)이 성립하려면 그 토대가 법률관계 위에 있어야 한다.

영화 〈부당거래〉에서 검사 류승범은 이렇게 말했다. “호의가 계속되면 그게 권리인 줄 안다.” 이 말을 ‘리걸 마인드’의 눈으로 읽고 해석하자면, 호의를 계속 제공하는 자가 하는 행위는 상대방에게 어떠한 책임도 지지 않기 때문에 상대방의 권리도 인정되지 않으며, 호의 관계는 여전히 호의 관계로 남을 뿐이다.

다만, 이 명대사가 나온 지 12년이 되는 요즈음, 우리는 어떤 의미에서 법률 과잉의 시대를 살고 있는 것은 아닌지 자문해 본다. 법률가가 우리 사회를 점점 더 과잉 대표하며, 그와 함께 시간이 흐를수록 호의 관계가 사라지고 법률관계가 모든 영역을 침범하는 것이 느껴지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이제는 법률가들이 독점하는 리걸 마인드라는 직업 사투리에 대해서도 그 의미와 용례를 시민의 눈으로 한 번쯤 검토해 볼 필요가 있겠다.



* 지원림, 『민법강의』, 홍문사, 2009, 3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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