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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환상문학의 중흥기를 이끈 하지은 작가 인터뷰

『언제나 밤인 세계』 하지은 저자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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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나 밤인 세계』는 샴쌍둥이로 태어났지만 서로 운명이 엇갈려 버린 두 남매의 애증을 그린 판타지 스릴러 작품이다. (2022.05.27)

하지은 저자

한국 환상 문학의 중흥기를 이끈 하지은 작가의 신간 『언제나 밤인 세계』가 황금가지에서 출간됐다. 『언제나 밤인 세계』는 샴쌍둥이로 태어났지만 서로 운명이 엇갈려 버린 두 남매의 애증을 그린 판타지 스릴러 작품이다. 국내에서는 드물게 ‘판타지’와 ‘스릴러’를 결합시키긴 작품이기도 하다. ‘카인을 번제로 바쳐야 했던 세상의 모든 아벨들에게 선사하는 쓸쓸하고 다정한 공포’를 그린 하지은 작가를 서면으로 만났다.

 이 인터뷰에는 작품에 대한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얼음나무 숲』 이후 7년 만의 장편입니다. 이번 작품은 카카오페이지에서 선공개 직후 문학 분야 랭킹 1위를 기록하기도 했어요. 많은 독자분들이 기다리고 있었다는 걸 실감할 수 있었는데요, 그동안 어떻게 지내셨나요?

신작을 정말 오랫동안 내지 못했는데 아직 저를 기억하거나 제 책을 기다려 주시는 독자분들이 있어 감사함을 많이 느꼈습니다. 그동안에도 글을 쓰지 않은 건 아니었지만, 그보다는 오래도록 저를 괴롭혔던 문제, 주로 경제적인 어려움을 해결하는 데 골몰했습니다.

저는 배가 고파도 글만 쓸 수 있으면 행복한 작가는 아니라서 기본적인 의식주가 충족되어야 좀 더 자유롭게 글을 쓸 수 있겠더라고요. 다행히도 직업을 구하는 문제는 해결되었지만 글을 쓰는 일과 병행하는 건 역시 쉽지 않습니다. 지금도 둘 사이에서 균형을 이룰 수 있는 방법은 딱히 찾지 못했는데, 그렇게 시행착오를 거치다 보면 하나둘 글이 완성되겠지 하고 너그럽게 받아들이기로 했습니다.

‘에녹’과 ‘아길라’는 하반신이 하나로 붙어 있는 채로 태어난 샴쌍둥이 남매입니다. 분리 수술을 진행하며 엇갈린 운명에 놓인 에녹과 아길라가 서로에게 가지는 양가적인 감정을 표현하실 때 특히 유의하셨던 부분이 있을까요?

저는 사람이 절대악이나 절대선으로 분류되지 않고 두 개가 혼재되어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에녹과 아길라 남매는 초반에 비현실적일 만큼 선과 악으로 분명히 대비되는 모습을 보여줍니다. 그러다 후반부에 가면 악이 될 운명을 가지고 태어난 아이는 오히려 너무나 인간적으로 다정했고, 순수하게 인간으로 태어난 아이는 악마로 불려도 할 말이 없을 만큼 악한 짓을 많이 저질렀다는 게 드러납니다. 그렇게 해서 결국 운명보다는 스스로의 선택과 주변 환경에 의해 그 사람의 성향이 나타난다는 걸 표현하고 싶었습니다.

그리고 종내엔 선함이 전부인 줄 알았던 아이에게도 그렇지 않은 면이 있고, 악의 화신이었던 아이 역시 또 다른 면을 가지고 있었다는 사실 역시 엿볼 수 있습니다. ‘사연이 있는 악당’ 같은 건 이제 시시콜콜한 이야기가 되었지만, 그럼에도 한 사람에게 여러 가지 면모가 있다는 걸 드러내는 건 늘 제게 매력적으로 다가옵니다.

에녹의 조력자인 모리세이 칼마는 악마이지만 모리세이를 ‘악’을 대변한다고 볼 수는 없을 것 같아요. 아길라를 치유할 생각이 없었음에도 그녀를 속인 쉐이든, 장난을 치다가 친구의 눈을 멀게 만들 뻔한 찰스 등 오히려 인간에게서 악의 모습을 볼 수 있었는데요. ‘악’의 존재에 관한 작가님의 생각이 궁금합니다.

작중에 모리세이가 언급하는 대로, 인간의 더럽고 어두운 면모를 대신 떠안기 위한 존재로서 악마가 만들어지고 부각된 면이 없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이에 대해 모리세이가 약간 억울해(?)하는 모습도 재미있게 느껴집니다.

사실 선이나 악과 같은 개념은 인간이 만들어 낸 것이고, 그 안에 내재되어 있기에 만들 수 있었던 개념이겠죠. 최근 환경문제나 동물 학대, 강력범죄 등의 사건이 보도되면 사람들이 종종 이렇게 말하는 걸 봅니다. ‘인간이 제일 나쁘다.’고요. 어느 정도 공감합니다만 또한 그게 다가 아닐 거라 생각합니다. 학대하는 사람이 있으면 돌봐주는 사람이 있고, 파괴하는 사람이 있으면 재건하는 사람이 있습니다. 한 가지의 극단적인 성향을 보여주는 존재는 또 다른 극단적인 성향 역시 보여줄 수 있다고 믿습니다.

그렇게 생각하기에 에녹 아길라 남매 때와 마찬가지로 악마가 보여주는 인간성, 인간들이 보여주는 악마적인 성향, 이러한 혼재와 모순이 뒤섞인 이야기를 풀어낸 것 같습니다.

자신이 다리를 잃게 된 비밀을 알고 난 후 증오를 선택한 ‘아길라’와 다리를 잃게 되었음에도 복수를 택하지 않은 ‘에녹’의 모습이 인상적이었습니다. 자신의 운명을 직감하면서도 끝까지 에녹을 위한 모리세이의 선택도요. 여러 인물들의 선택 중 작가님에게 가장 인상적이었던 선택은 무엇이었나요?

사실 모리세이의 경우, 모리세이의 시선으로 장면들을 적으면서 그가 마지막에 어떤 선택을 할지에 대해 그리 어렵지 않게 짐작할 수 있었습니다. 주변의 상황이 어떻든 그를 둘러싼 인물들이 어떻게 행동하든, 그는 처음부터 그런 선택을 하고 싶었고 따라서 그대로 흘러갔기 때문이죠.

반면에 에녹은 제게 가장 낯설고 행동을 예측하기가 어려웠습니다. 어쩌면 처음에 부여한 절대선이라는 개념 자체가 제게 익숙하지 않아서였는지 모르겠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그가 후반부에 누이를 어둠 속으로 떨어뜨리는 선택을 했을 때는 저도 놀랐습니다. 글을 쓰는 사람에게 자신이 창조한 인물들이 예측할 수 없는 행동을 할 때만큼 재미가 느껴지는 부분도 없을 겁니다. 그래서 상당히 인상적이었고, 에녹의 그러한 선택이 마음에 들기도 했습니다. 괜찮은 척했지만 그동안 많이 참았구나, 네게도 결국 그런 인간적인(부정적인 의미에서) 면이 있었구나 싶어서요.

모리세이의 고향이자 이 책의 제목이기도 한 밤의 세계를 그리실 때는 어떤 부분에 가장 중점을 두었는지 궁금해요. 완전히 다른 세계를 창조할 때의 어려움이나 즐거움이 있는지도 궁금합니다.

솔직히 밤의 세계를 표현할 때 부담감을 많이 느꼈습니다. 제목 자체가 그것이고, 밤의 세계에 직접 들어가는 장면도 묘사해야 하기 때문에 독자들의 기대감이 클 것 같아서요. 너무 새롭기보다는 익숙한 듯 낯선 세계를 그리고 싶었습니다.

지옥에 대한 자료를 찾아보고 다른 작가들은 어떻게 표현했는지, 책과 그림을 찾아보기도 했습니다. 한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제가 지옥을 상상할 때마다 늘 죽은 듯한 모래가 가득 쌓여 있는 사막, 그 너머에 죽은 바다가 떠오르더라고요. 그래서 모리세이의 지옥에는 그러한 풍경을 넣었습니다.

개인적으로는 모리세이가 그걸 잔해의 바다라고 부르는 걸, 지금은 잊힌 많은 경이로운 것들이 거기서 이따금 떠오른다는 표현을 좋아합니다. 오히려 에녹이 방문할 지옥보다 모리세이의 지옥에 더 공을 들였던 기억이 납니다.

출간 전 브릿G와 카카오페이지에서 연재되었는데요. 댓글을 통해 독자분들의 반응을 직접 확인할 수 있었을 것 같아요. 그중 기억에 남는 독자의 반응이 있으셨나요?

재미있다는 말, 한번 읽기 시작하면 끝까지 멈출 수 없다는 말, 읽느라 시간이 가는 줄 몰랐다는 말 등이 작가로서는 제일 기쁩니다. 그만큼 글에 몰입했고 몰입한 만큼 현실을 잠깐이나마 잊을 수 있었다는 말이니까요.

그리고 최근 읽었던 감상 중에서 특별히 기억에 남는 어떤 분의 말이 있습니다. 저 개인적으로는 어쨌든 7년 동안이나 새 글을 내지 못하면서 많이 힘든 시간을 보냈고, 그만큼 신작을 보인다는 것에 부담감이 컸습니다. 더 이상 어떻게 할 수 없을 정도로 많은 노력을 쏟아부어 글을 완성시켰지만, 그게 독자들로부터 외면당하면 심정이 말할 수 없이 참담할 것 같았습니다.

그때 그분이 이런 감상을 써 주신 걸 발견했습니다. 생일선물로 받은 상품권이 있었는데, 의미 있는 책을 사기 위해 아끼고 아끼다가 제 책을 구입했고 거기에 후회가 없으시다고요. 뭐랄까, 저 혼자만의 생각일 수 있지만 그 말에서 제 책을 무척 소중히 여겨주신다는 게 느껴져서 보고 울컥했던 기억이 납니다.

그러한 글들이 글을 쓸 수 있는 힘을 주기 때문에, 칭찬과 격려를 해주시는 독자분들께 특별히 감사하다고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앞으로의 작품 계획도 궁금해요. 이번 작품을 통해서 독자분들께 전하고 싶었던 이야기와 앞으로 들려주실 이야기에 대해서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제가 책을 쓰면서 독자분들에게 바라는 건 글에서 어떤 의미나 깨달음을 찾는 게 아니라, 그저 읽는 동안 현실을 잊을 수 있을 만큼 재미있게 몰입했으면 좋겠다는 것입니다. 아길라와 에녹 남매의 이야기, 또 모리세이의 이야기가 조금 어둡긴 하지만 어느 정도 안쓰러운 마음으로 끝까지 지켜봐 주셨으면 좋겠습니다.

이번 신작은 상당히 긴 시간 끝에 나왔지만 다음 작품만큼은 그렇게 오래 기다리시지 않도록 성실히 쓸 예정입니다. 한 작품의 마지막을 적고 곧바로 다음 종이에 다음 작품의 처음을 적기 시작했다는 어느 작가처럼, 금세 새로운 작품으로 다시 만날 날을 고대하고 있겠습니다.

무엇보다 『언제나 밤인 세계』를 오래도록 기억해주신다면 더할 나위 없이 기쁠 겁니다. 늘 건강하시고 평안하시기를, 소소한 행복이 가득한 일상을 보내시기를 바랍니다. 감사합니다.



*하지은

1984년생. 서울시립대 전자전기컴퓨터공학부를 졸업했다. 2008년 장편소설 『얼음나무 숲』으로 데뷔하며 독자들에게 작가의 이름을 명징하게 각인시켰다. 작가 세계를 관통하는 예술적 미학과 몽환적인 분위기를 함축하고 있는 소설로 단연 손꼽히고 있다. 그밖에도 장편소설 『모래선혈』, 『보이드 씨의 기묘한 저택』, 『녹슨달』, 『오만한 자들의 황야』, 『눈사자와 여름』을 출간하였으며, 2010 경계문학 베스트컬렉션 『꿈을 걷다』에 「나를 위한 노래」, 글틴에 「밤 구름 아래 늑대 새끼 우짖는다」, 네이버 오늘의 문학에 「볼레니르에게 집착하지 마라」 등의 단편을 발표했다. 브릿G에 최신작 『언제나 밤인 세계』를 공개, 집필중이다. 옛 이야기 단편선 『야운하시곡(夜雲下豺哭)』에 「야운하시곡(夜雲下豺哭)」을 수록했다.




언제나 밤인 세계
언제나 밤인 세계
하지은 저
황금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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