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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바이러스는 우리 뇌와 마음에 어떤 흔적을 남겼는가?

『팬데믹 브레인』 정수근 저자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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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 연구를 통해 코로나바이러스에 감염된 사람들의 뇌가 손상되는 것이 확인되었습니다. 게다가 코로나19에 확진되어도 무증상이거나 약한 증상만 보이는 사람도 많은데, 증상이 심하지 않더라도 뇌 조직은 손상을 입은 사례들까지 보고되었지요. (2022.05.17)

정수근 저자 

2022년 5월, 전 국민 3명 중 1명이 코로나에 걸렸다. 이들 중 몇몇은 완치 후에도 기억력 감퇴, 피로감, 주의 집중 애로 등의 후유증을 호소한다. 그러나 뉴스, 인터넷 어디를 찾아봐도 무엇 때문에 아픈 것인지 정확한 정보를 찾기 어렵다. 이런 상황 속에서 하버드대학교에서 심리학 박사 학위를 받고 현재 충북대에서 인지심리학을 가르치고 있는 정수근 교수가 수많은 연구를 직접 찾아보고 그 결과 데이터를 정리해 『팬데믹 브레인』 을 집필했다. 역사상 유례없는 바이러스 전쟁 속에서 인류의 뇌와 인지 기능에는 어떤 변화가 생겼을까.



교수님 소개와 『팬데믹 브레인』을 집필하시게 된 계기를 알려 주세요. 

사람의 마음과 뇌가 어떻게 작동하는지를 연구하는 분야인 인지 신경 과학을 전공했고 현재는 충북대학교 심리학과 교수로 일하고 있습니다. 딸이 태어나고 얼마 후 코로나19 팬데믹이 시작되었어요. 어린이집에 가지 않고 대부분의 시간을 집에서 보내도 사회성 학습이 잘 될지, 마스크를 쓴 얼굴을 많이 봐도 말을 잘 배우고 감정 표현도 읽어 낼 수 있을지, 팬데믹으로 변화된 환경이 아기에게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궁금해서 관련된 연구를 찾아보기 시작했지요. 이렇게 찾은 논문들 중 일부를 수업에서 학생들에게 소개했는데, 코로나 관련 최신 연구 결과는 시험에 내지 않겠다고 했음에도 학생들이 많은 질문을 던지고 큰 관심을 보였습니다. 그래서 코로나가 우리 마음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궁금한 사람이 저뿐 아니라 더 많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고 그 아이디어가 이 책의 집필까지 이어졌습니다.

최근 코로나바이러스가 우리 뇌에 손상을 입힐 수 있다는 기사가 쏟아져 나오고 있는데요. 실제로 코로나바이러스가 우리 뇌에 어떤 영향을 끼치나요?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의 주요 증상이 기침, 인후통 등이어서 호흡기에만 영향을 주는 것처럼 보일 수 있어요. 하지만 여러 연구를 통해 코로나바이러스에 감염된 사람들의 뇌가 손상되는 것이 확인되었습니다. 게다가 코로나19에 확진되어도 무증상이거나 약한 증상만 보이는 사람도 많은데, 증상이 심하지 않더라도 뇌 조직은 손상을 입은 사례들까지 보고되었지요. 코로나 완치 후에도 많은 사람이 주의를 집중하기 어렵고 쉽게 피곤함을 느낀다거나 맛과 냄새를 잘 느끼지 못하는 증상을 호소합니다. 소위 롱 코비드(Long COVID)라 불리는 후유증의 정확한 원인에 대해서는 아직 더 연구가 필요하겠지만, 바이러스 감염 후의 뇌 손상이 롱 코비드의 원인 중 하나로 추정되고 있어요. 코로나바이러스가 어떻게 뇌를 망가뜨리는지, 그리고 손상된 뇌가 다시 회복되려면 얼마나 시간이 걸릴지 등에 대해 아직 명확히 알려진 바가 없어 더 많은 연구가 필요한 상황입니다. 

코로나 확진 경험이 없는 사람도 2년 넘게 팬데믹 상황을 겪으면서 크고 작은 스트레스를 받았는데, 이것도 뇌에 영향을 미칠까요?

코로나바이러스에 감염되지 않았더라도 팬데믹 시기를 살아가며 다양한 스트레스에 시달리면 우리 뇌는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습니다. 스트레스 상황에서 분비되는 호르몬은 일시적으로 각성 상태를 높여 몸과 마음이 스트레스에 대응할 수 있도록 도와주지요. 그래서 일시적인 스트레스 정도는 큰 문제를 일으키지 않아요. 하지만 스트레스가 오랜 기간 이어지면서 지속적으로 스트레스 호르몬이 분비되면 뇌세포가 손상되고 인지 기능과 정신 건강이 악화될 우려가 있습니다. 오랜 기간 사회적 거리 두기로 인해 다른 이들과 충분히 교류하지 못하고 일상생활이 단조로워진 것, 코로나 확진에 대한 불안함, 예측하고 통제할 수 없는 팬데믹 상황 등 여전히 크고 작은 스트레스가 끊임없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일상에서 과도한 스트레스를 받지 않도록 관리하는 것이 코로나바이러스에 감염되지 않도록 조심하는 것만큼 몸과 마음의 건강을 위해 필요합니다. 

팬데믹 이후 마스크 착용이 일상화되면서 부모들의 걱정이 많아졌습니다. 마스크를 쓰면 입 모양이나 표정을 파악하기 힘들잖아요. 이것 때문에 자녀들이 언어 발달이나 정서 발달에 지장이 생기지 않을까 해서요. 과연 괜찮을까요?

실험실에서 아이들을 대상으로 진행한 연구들을 보면 마스크를 쓴 사람의 정서 상태를 잘 알아보지 못하거나 말소리를 정확하게 듣지 못하는 결과가 나오곤 합니다. 이처럼 마스크 착용이 언어와 정서 학습을 일부 방해할 수는 있지만 그래도 지나치게 걱정할 필요는 없어 보여요. 어린이집이나 학교에서 마스크를 쓴 선생님과 친구들을 만나더라도 집에서는 대부분 마스크를 벗은 맨얼굴을 접하게 됩니다. 마스크를 쓰지 않은 보호자나 형제자매와 충분히 상호 작용을 한다면 언어와 정서 발달에 큰 문제는 없을 겁니다. 그러나 청각 장애 아동이나 발달 장애 아동 같은 경우에는 시각 정보를 제대로 보지 못하는 상황이 길어지면 언어나 정서 학습에 어려움을 겪을 위험이 있기 때문에 더 많은 관심이 필요할 것 같습니다.

팬데믹 기간에 태어난 코로나 베이비들의 경우 이전에 태어난 아이들보다 인지 기능 검사 점수가 낮다는 연구 결과도 있는데요. 예비 부모의 걱정을 덜어 줄 방법이 있을까요?

최근 연구들에서 팬데믹 기간에 태어난 아기들의 인지 기능 점수가 낮게 나온다는 결과가 보고되었어요. 산모나 아기가 코로나19에 확진되지 않았더라도 팬데믹 기간 동안 산모가 높은 불안과 스트레스 수준을 보였을 때 아기의 뇌 구조와 뇌 영역 간 연결성이 변화하는 것으로 나타났지요. 하지만 팬데믹 기간에 태어난 아기들의 뇌 구조와 인지 기능이 변했다고 해서 그 변화가 꼭 영구적으로 남게 된다는 뜻은 아닙니다. 아기들이 자라면서 어떤 환경에서 어떤 경험을 하는가에 따라 뇌는 유연하게 변화할 수 있으니까요. 심지어 뇌의 절반을 수술로 제거해야 했던 아기도 자라면서 정상 범위의 인지 기능을 회복한 사례가 여럿 있습니다. 아직 완전히 끝나지 않은 팬데믹 상황에서 우리 아이들이 앞으로 어떤 경험을 하는지가 더 중요할 것입니다.

사회적거리두기 해제에 이어 실외 마스크 착용 의무화도 해제되면서 일상 회복이 조금 더 가까워지고 있는 것 같습니다. 일상이 회복되는 것처럼 코로나19 팬데믹 때문에 지치거나 손상을 입은 우리 뇌와 마음도 회복될 수 있을까요?

앞서 아이들의 뇌가 발달 과정에서 유연하게 변할 수 있다는 얘기를 했는데, 아이뿐 아니라 어른의 뇌도 경험에 따라 어느 정도 변화할 수 있습니다. 다시 사람들 간의 사회적 교류가 늘어나고 일상이 회복되면서 뇌와 마음도 회복될 수 있는 거지요. 

부정적인 사건뿐 아니라 긍정적인 사건도 스트레스로 작용할 수 있음을 여러 심리학 연구가 보여 줍니다. 예를 들어 사랑하는 사람과 결혼하는 것은 기쁜 일이지만 결혼 준비 과정이나 결혼으로 인한 일상의 변화는 큰 스트레스를 주지요. 예상치 못한 팬데믹이 가져온 일상의 급격한 변화는 모두에게 스트레스로 다가왔을 거예요. 게다가 팬데믹만 끝나면 모든 게 다 좋아질 것처럼 느껴지기도 하고요. 하지만 어느덧 팬데믹 상황에 적응한 뇌에게는 코로나 이전으로 되돌아가는 변화도 어느 정도 스트레스로 다가올 수 있습니다. 뇌와 마음은 회복될 수 있겠지만 팬데믹 이전의 일상에 다시 적응하는 데에도 시간이 필요할 거예요.

예전의 일상을 회복하더라도 롱 코비드(코로나 후유증) 문제는 한동안 계속될 것 같습니다. 이 책이 어떤 도움이 될 수 있을까요?

많은 연구자가 팬데믹의 끝은 코로나바이러스가 완전히 사라지는 것이 아니라 엔데믹으로 전환되는 것이라 예상하고 있습니다. 팬데믹이 끝나도 변이 바이러스가 마치 독감처럼 주기적으로 나타날 수 있다는 거죠. 코로나19 후유증인 롱 코비드도 상당 기간 지속되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사회적 거리 두기를 끝내고 마스크를 완전히 벗게 되더라도 코로나바이러스의 여파는 상당히 오래 남아 있을 수 있습니다.

팬데믹 이후를 예측하긴 어렵지만, 이 책에서는 어떤 상황에서도 도움이 될 수 있을 만한 일반적인 뇌 건강 유지 비법도 소개하고 있어요. 뇌 건강을 지키는 비결은 비싼 건강 보조 식품을 사 먹거나 특별한 장비를 사용해서 훈련을 받는 게 아니라 운동과 숙면, 사회적 교류 등 일상에서 손쉽게 할 수 있는 일들입니다. 적절한 유산소 운동과 충분한 수면은 뇌의 구조를 변화시키고 인지 기능을 향상시키며 우울이나 불안도 감소시켜 주지요. 마치 “교과서 중심으로 예습과 복습을 철저히 했다”는 수능 만점자 인터뷰에 나올 법한 말처럼 새로울 게 없이 들릴 것 같습니다. 그러나 운동과 수면 등 기본에 충실한 것이 그동안 수많은 연구가 반복해서 효과를 확인한 뇌 건강 비법들입니다. 그 외에도 이 책에서 소개하는, 뇌와 인지 기능을 보호할 수 있는 방법들을 일상에서 한 번쯤 시도해 보시기를 추천합니다.



*정수근

연세대학교 심리학과를 졸업하고 하버드대학교에서 심리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프린스턴대학교 신경과학연구소(Princeton Neuroscience Institute)와 존스홉킨스대학교 심리뇌과학과(Johns Hopkins University Department of Psychological & Brain Sciences) 박사후 연구원을 지냈고, 한국뇌연구원 인지과학 연구그룹에서 선임 연구원 및 그룹장을 거쳐 현재 충북대학교 심리학과 교수로 재직 중이다. 대학생 때 부족한 학점을 채우기 위해 비교적 만만해 보이던 심리학 수업을 듣게 되었다. 공부를 열심히 했는데 왜 시험지만 받으면 아무 생각이 안 나는지, 왜 매년 새해 결심은 작심삼일로 끝나고 똑같은 실수를 반복하는지 궁금했는데 인지 심리학은 그 이유를 숫자와 데이터, 뇌 활동으로 설명해 주었다. 그 신묘함에 사로잡혀 심리학자의 길을 걷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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