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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바, 꺼지지 않은 시카고 힙합의 불씨

사바(Saba) <Few Good Thing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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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류의 편승을 거부하고 묵묵히 자신의 길을 걷는 사바의 자세는 꺼지지 않은 시카고 힙합의 불씨를 증명한다. (2022.05.04)


1970년대 소울 음악의 부흥에 중요한 역할을 했던 티브이쇼 <소울 트레인>의 원산지이자 블랙 가스펠의 성지인 시카고는 힙합 팬들에게도 특별한 도시다. 칸예 웨스트, 챈스 더 래퍼, 노네임 등 이 지역에서 성장한 아티스트들은 힙합의 흔한 키워드가 되어버린 폭력성과 향락을 자랑하는 대신 내면의 성찰과 사회 이슈에 관심을 두는 경향을 띤다. 시카고 힙합의 이런 흐름은 자기 과시로 점철된 일부 힙합에 지친 이들을 위한 대안으로 기능한다.

4년 만에 발매한 사바의 정규앨범 <Few Good Things>는 시카고 힙합 후기지수의 무게감을 보여준다. 힙합 크루 피벗 갱의 동료이자 사촌 동생인 존 월트의 죽음을 애도하는 가사로 평단의 찬사를 이끌어 낸 전작 <Care For Me>를 넘어설 정도는 아니지만 완성도 높은 매무새가 근사하다. 가스펠과 소울 등 지역색이 묻어나는 스타일 위에 진중한 메시지를 단단하게 결합하는 모습에서 그 성장이 돋보인다. 재즈와 힙합을 넘나드는 피아니스트 로버트 글래스퍼가 떠오르는 정제된 앙상블 편곡이 앨범 전반의 분위기를 이끈다. 유려한 멜로디와 타이트한 리듬이 교차하는 'A simpler time'과 따뜻한 분위기의 'Free sample'이 재즈힙합 팬들의 마음을 겨눈다. 네오 소울 싱어송라이터 디안젤로가 스치는 편곡의 'Fearmonger'에선 소울에 대한 사바의 애정이 묻어나며 여기에 현장감을 강조한 믹싱의 깔끔한 합주가 매력을 더한다.

촘촘한 랩과 여유로운 멜로디 연주를 자유롭게 오가는 탄탄한 기본기의 래핑이 귀에 들어온다. 잘게 쪼갠 리듬을 긴 호흡으로 풀어낸 'One way or every nigga with a budget'과 빈틈없는 집중력으로 연주한 빠듯한 변박이 도드라지는 'Still'에서 사바의 뛰어난 리듬감이 드러난다. 기술적 역량을 뽐내는 것만으로 그치지 않고 듣는 이의 감정이 쉴 수 있는 여백까지 살린 덕분이다.

가사의 메시지는 공동체로 향한다. 어린 시절에 대한 향수를 노래한 '2012', 화려한 삶을 사는 자신과 그렇지 못한 주변 사람의 대비가 일으키는 긴장을 표현한 'Survivor's guilt', 성공의 의미에 대해 반추하는 'Few good things'까지 모두 자신의 내면을 솔직하게 노출하고 그것을 렌즈 삼아 자신이 속한 사회를 바라본다. 이를 통해 개인적이면서도 동시에 사회적인 서사를 드러내고 있다.

<Few Good Things>의 모든 트랙이 참신한 건 아니지만 사바의 진솔함을 드러낼 때의 몰입도가 선명해 결과적으로 작품의 매력을 돋보이게 한다. 전작의 성취가 다소 우악스러운 증명 욕구를 불러일으킬 수 있었지만 완성도에 집중한 까닭에 그의 이야기는 한층 더 부드러워졌다. 시류의 편승을 거부하고 묵묵히 자신의 길을 걷는 사바의 자세는 꺼지지 않은 시카고 힙합의 불씨를 증명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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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이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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