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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승택 기자, 소리를 잃고 나서 알게 된 것들

『다시 말해 줄래요?』 황승택 저자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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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당사자라는 새로운 정체성을 받아 들이고 제가 청력을 읽고 나서야 비로서 느꼈던 우리 사회의 차별의 경험을 독자들과 나누고 조금이라도 변화를 만들고자 하는 마음에 에세이를 쓰게 됐습니다. (2022.04.25)

황승택 저자

어느 날 갑자기 찾아온 급성중이염으로 인한 청각 상실 경험과 그러한 경험을 통해 알게 된 비장애인 중심 사회의 면면들을 생생하게 기록한 황승택 기자의 에세이 『다시 말해 줄래요?』가 출간되었다. 들리지 않는다는 이유만으로 겪는 불편함은 전혀 예상하지 못한 곳에서, 너무나 자주 등장한다. 그때마다 황 기자는 전에는 듣지 못했고, 들리지 않았던 차별의 소리를 듣는다. 황 기자가 들었고, 우리가 듣게 될 소리는 비장애인 중심으로 설계된 사회에서 어떠한 조건의 차별 없이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함께 하는 사회로 건너가는 다리가 되어줄 것이다.



백혈병 투병기를 썼던 『저는, 암병동 특파원입니다』에 이은 두 번째 에세이입니다. 몸과 마음이 모두 고된 투병 중에서도 꾸준히 글을 쓸 수 있던 이유와 두 번째 에세이를 출간하기까지의 과정이 궁금합니다.

암 투병 후 감격의 복직을 한 지 1년 만에 다시 환자가 되고 급성중이염 수술 이후 평생 처음 겪었던 소리 없는 시간을 견디는 게 쉽지는 않았습니다. 암 투병이 ‘생과 사’를 넘나드는 전쟁이었다면 소리를 들을 수 없었던 기간은 제가 사회에서 배제되었다는 ‘고립감’과의 싸움이었습니다. 그럼에도 그 과정에서 느낀 감정과 소회를 글로 적어가며 제 자신을 다독일 수 있었고 지나친 비관에 빠지지 않을 수 있었습니다. 장애당사자라는 새로운 정체성을 받아 들이고 제가 청력을 읽고 나서야 비로서 느꼈던 우리 사회의 차별의 경험을 독자들과 나누고 조금이라도 변화를 만들고자 하는 마음에 두번째 에세이를 쓰게 됐습니다.

소리가 들리지 않아 세상과 단절되었다는 고립감 때문에 어떤 면에서는 항암 치료보다 화농성 중이염으로 인한 고통이 더욱 힘들었다고 하셨어요. 엄청난 이명 탓에 과거 오랜 입원 치료를 견디게 해 준 책이나 음악 중 그 어떤 것도 보거나 읽을 수 없었다고도 하셨는데요. 가장 괴로웠을 이 시기를 어떻게 지나오셨나요?

수술 직후에는 책은 고사하고 TV화면도 1분 이상 보기 힘들 정도로 어지럼증이 심했습니다. 제가 할 수 있는 건 좌절과 무기력감에 휩쓸리지 않고 기다리는 것밖에 없었습니다. 이명과 어지럼증으로 며칠 째 잠을 이루지 못하는 불면의 고통에서 암 투병 때 도저히 감내할 수 없는 이 순간의 고통도 결국에는 지나갈거야라고 마음을 먹었던 기억을 되살려서 버텨냈습니다. 다행히 이 방법이 잘 통했고 책 표지에 나와있는 우주인처럼 복도에서 조금씩 걸어가며 최대한 체력을 회복하려는 운동으로 흔들리는 마음과 신체를 다잡으며 길었던 어둠의 터널을 서서히 빠져나올 수 있었습니다.

비장애인들은 장애로 인해 겪는 장애인이 겪는 불편함이 어디서부터 어디까지인지 가늠하는 것조차 어려운 것 같아요. 직접 겪어야지만 알 수 있는 것들도 많을 테고요. 그래도 기자님이 즐겨보신 웹툰 『나는 귀머거리다』처럼 장애인의 삶을 조금이나마 알 수 있는 이야기가 있다면 말씀해 주세요.

네. 제가 본가에 있는 안마의자를 렌탈하려고 스마트폰으로 계약을 다 끝냈는데, 마지막 계약 최종 절차가 안내원이 읽어주는 약관을 듣고 녹취하는 과정이었습니다. 결국 스피커폰을 켜고 어머니가 듣고 글자로 써주시면 제가 대답을 하는 3자 통화를 20분간 해야 했습니다. 그리고 금융거래에서 마지막 본인 확인 절차가 ARS로 안내되는 번호를 눌러야 했던 일, 신문 구독 일시 정지는 오직 전화상담으로만 가능해서 다른 사람의 도움을 받아야 했던 경우 등등 우리 사회는 비장애인들은 인식하지 못하지만 청력을 기본값으로 설계되어 있다는 걸 온몸으로 느낄 수 있었습니다.

패럴림픽이 열릴 때마다 ‘장애 극복’ 프레임을 씌운 언론들의 차별적인 보도를 마주하게 됩니다. 장애를 극복해야 할 대상, 넘어야 할 한계로 규정하는 보도는 지난 베이징 동계패럴림픽에서도 찾아볼 수 있었습니다. 적어도 차별적 표현이 무엇인지는 인지하고 있는 사회가 되긴 했지만 여전히 노력해야 할 부분이 많다고 생각됩니다. 언론인으로서 장애나 질병에 관한 차별적 표현에 대해 고민하는 바가 더 크실 것 같아요.

네, 다행히 요즘 스포츠 기자들 사이에서도 패럴림픽 등을 무조건 인간 승리나 장애 극복 프레임 대신 비장애인 스포츠 선수들과 똑같은 시선으로 보자는 움직임도 일어나고 있습니다. 하지만 아직까지 관행적이고 관심을 끌기에 좋다는 이유만으로  장애를 다름이 아닌 교정이나 극복의 대상이라는 점을 담은 표현을 제가 속한 언론계에서 여전히 사용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표현은 기자들의 인식 변화뿐만 아니라 언론구독자분들도 변화를 요구하는 목소리를 내주신다면 더욱 빨라 개선될 수 있을 거라고 기대합니다.

장애인이 겪는 불편함을 일시적으로나마 해소할 수 있는 기술이 여럿 개발되고 또 실생활에 적용되고 있습니다. 기자님께서도 음성언어를 문자로 변환하는 애플리케이션을 사용하기도 하셨는데요. 아직은 없지만 가까운 시일에 꼭 구현되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하는 기술이 있을까요?  

소리를 눈으로 보기만하면 해석해주는 스마트글래스가 나왔으면 합니다. 저는 지금 인공와우라는 장치를 통해 예전 청력의 80% 정도를 회복했는데요. 하지만 주변의 소음이 큰 곳에서는 아직 소리를 식별하는데 어려움이 있습니다. 그래서 제가 스마트글래스를 쓰고 소리를 나는 곳을 바라보면 그 소리를 문자나 이미지 등을 통해 실시간으로 변환해줄 수 있다면 아주 요긴할 거 같습니다.



‘아픈 게 아픈 사람의 잘못은 아니잖아’라는 큰 딸의 말이 오래 남습니다. 너무나 당연한 말인데도 모두가 잊고 있는 말이라고 생각합니다. 특히 질병과 장애의 모든 책임을 당사자에게 전가하려는 우리 사회에 꼭 필요한 말이라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이에 더해 기자님께서도 사회에 전하고 싶은 말이 있을까요?

한국 사회에서는 개인 질병의 원인을 자기 관리 실패라고 생각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하지만 우리가 잘아는 최고의 효율을 추구하는 메이저리그의 류현진 선수도 부상으로 재활의 시간을 보낼 때 구단이 선수에게 자기 관리를 하지 못했다고 비판하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구단은 부상 선수에게 충분한 시간을 주고 치료를 지원해줬고 류 선수는 구단의 든든한 지원을 바탕으로 이듬해 훌륭하게 복귀했습니다.

개인이 질병이나 장애를 입었을 경우에도 메이저리그구단만큼은 아니더라도 직장,사회, 공동체가 그 사람이 충분히 휴식하고 치료하고 복귀할 수 있는 사회적 안전망을 제공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이러한 제도는 아픈 당사자만을 위한 것이 아니라 사회 구성원 가운데 누구도 내가 아프더라도 도움을 받을 수 있다는 정서적, 심리적 안전망을 제공해서 총론적으로는 더 안전하고 행복한 사회를 만들 수 있습니다.

투병 생활 이후 기자님께 있던 가장 큰 변화는 무엇이었나요? 그리고 이 책을 통해 독자분들이 얻을 변화가 어떤 모습이길 바라는지도 궁금합니다.    

본인 혹은 가족이 질병이나 장애 당사자가 아니면 환자들의 요구나 장애인의 주장에 쉽게 동의하기 어렵습니다. 저 역시 제가 직접 투병을 하고 청각장애를 경험하고 나서야 제대로 이해하게 된 부분이 많습니다. 그래서 저는 우리 사회가 질병이나 장애를 다름이 아닌 차별로 만드는  부분에 대해서는 제가 할 수 있는 범위 내에서 최대한 직접 노력하기로 마음 먹었습니다. 실제로 카카오톡 대화방에서 한 지인이 “오늘 너무 힘들어서 암 걸리는 줄 알았어요’라는 메시지를 보냈을 때 “이 방에는 암을 경험한 저도 있습니다. 가급적 질병을 이용한 표현은 삼가해주세요”라고 답을 했습니다.

모든 독자분들이 저처럼 ‘갑분싸’를 감수하고 행동해주시기를 바라지는 않습니다. 제 책을 읽으시고 동의되는 부분이 있으시다면 그 범위 안에서 질병과 장애가 차별이나 혐오가 되지 않는 데 힘을 보태주셨으면 합니다.



*황승택

1978년 전북 익산에서 태어났다. 고등학교는 춘천에서 졸업하고 고려대학교에서 식품자원경제학을 전공했다. 새로운 도전을 인생 목표로 삼고 2004년 MBN 공채로 기자 생활을 시작해 2011년 채널A 개국과 함께 이직했다. 2013년에는 신문기자로 변신, 1년 동안 동아일보 정치부 소속 기자로 활동했으며 이후 방송기자로 복귀했다. 2015년 10월 첫 백혈병 진단에 이어 2016년 2차, 2018년 3차 발병을 긍정에너지로 이겨내며 일상으로의 복귀를 위해 재활에 매진하고 있다. 평화로운 생활도 잠시, 2020년 급성중이염으로 청력을 잃는 경험을 하며 또다시 아픈 몸과 함께하는 시간이 이어졌다. 하지만 힘든 상황 가운데에서도 이를 상실의 사건으로만 받아들이기보다 장애를 중심으로 한 새로운 정체성을 얻게 된 계기로 받아들이고자 한다.



다시 말해 줄래요?
다시 말해 줄래요?
황승택 저
민음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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