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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크라이나 특집] 우크라이나 사태가 경제에 미치는 영향 - 정민현 KIEP 부연구위원

우크라이나 특집 3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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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확실성의 시대다. 우리 경제는 코로나19의 상처가 아직 아물지 않은 채 우크라이나 사태라는 새로운 도전에 직면했다. (2022.04.13)


채널예스에서 분쟁 사태로 어려움을 겪는 우크라이나의 실정을 알리기 위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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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크라이나 위기가 우리 경제에 미치는 단기적 영향은 제한적이다. 적어도 교역과 투자 면에서는 그렇다. 러시아와의 교역액과 러시아에 대한 직접 투자액이 전체 교역액과 투자액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높지 않기 때문이다. 그러나 고강도의 대(對)러시아 제재가 장기화하면 우리 경제도 큰 충격을 받을 수 있다. 제재 장기화에 대한 선제적 대비책 마련이 필요한 이유다.

특히, 에너지 가격 상승에 의한 인플레이션이 문제다. 러시아산 화석연료 공급 감소가 발생하면 우리 기업의 생산 비용상승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생산성마저 악화할 수 있다. 우리 경제가 화석원료 전량을 거의 수입에 의존한다는 점, 생산 비용에서 화석연료가 차지하는 중요성이 상대적으로 높은 제조업 부문의 생산·수출 비중이 높다는 점을 고려하면 이번 사태는 우리 실물 경제의 구조적인 문제를 초래할 수 있다. 화석연료 수급 차질로 인한 생산성 악화 문제는 대외충격에 상대적으로 더 취약한 중소기업에 비대칭적으로 더 크게 작용할 수 있으므로 수출 중심 제조업 중소기업에 대한 장기적 차원의 선별적 대응책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

수출 통제, 금융 제재 등의 고강도 대러 제재가 길어지면 러시아 실물 경제가 위축될 것은 불 보듯 뻔하다. 그렇게 되면 대러시아 교역과 투자는 현저하게 줄어들 수밖에 없다. 교역과 투자는 제재로 인한 러시아 실물 경제 위축이라는 직접적 영향뿐 아니라 불확실성 확대, 광범위한 금융제재로 인한 거래비용 증가에도 영향받는다. 러시아에 진출한 우리 기업은 수출보다는 현지 내수 판매에 주력하는데, 대러 제재 심화로 러시아 실물 경제에 타격이 예상되므로 내수 위축으로 인한 수익성 악화가 예상된다. 

불확실성 심화 및 기대수익 악화로 신규 투자가 위축될 수 있으며 이러한 투자 위축 요인은 중소기업에 더욱 크게 작용할 전망이다. 현재 EU는 러시아 경제가 오랫동안 목표한 산업다각화에 차질을 초래하고자 AI, 빅데이터, 5G, 양자컴퓨팅 등 디지털 첨단 기술 교류를 제한하는 새로운 경제 제재를 준비하고 있다. IT 소프트웨어 부문에서의 민간 협력은 중소기업의 역할이 상대적으로 강조된다. 협력 전망이 밝은 디지털 등의 고부가가치 산업에서 투자 위축 문제에 대한 대비책이 필요한 이유다. 

글로벌 무역환경 변화에도 주목해야 한다. 대외의존도가 높은 우리나라는 러시아 실물 경제 위축, 수출 통제로 인한 국가별·지역별 교역구조 변동, 세계 무역 위축 가능성 등 글로벌 통상 환경의 구조적 변화에 대응해야 한다. EU와 러시아의 경제협력이 위축되는 한편, 러-중, 러-중앙아, 러-이란의 경제협력이 활발해지면서 지역 블록화가 가속될 것으로 보인다. 중기적 관점에서 글로벌 무역 위축으로 인한 경제회복 둔화 가능성도 염두에 둘 필요가 있다.

장기적인 시계에서 봤을 때 이번 금융제재로 달러 주도의 일극통화체제가 부분적으로 도전받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러시아는 2014년 서방의 제재에 대응하는 차원에서 거래 및 자산·부채 보유에서 탈달러화를 추진하고 러시아 중앙은행 주도의 새로운 금융결제망(SPFS)을 도입했다. 러시아는 SPFS를 중국의 금융결제망인 CIPS에 연계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2019년부터 인도, 이란, 유라시아경제연합(EAEU) 회원국의 금융결제망 통합을 추진 중이다. 특히, 러-중, 러-EAEU 경제협력에서 탈(脫)달러화 추세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이른바 지역 블록화에 조응하는 ‘통화 블록화’다.

이번 우크라이나 사태가 세계 경제에 미치는 영향도 크게 다르지 않다. 당장 러시아산 원유와 천연가스에 대한 의존도가 높은 유럽이 문제다. 에너지 가격 상승은 강력한 물가 상승 압력으로 작용한다. 탈탄소화를 통한 친환경 경제로의 전환을 추진하고 있는 EU의 야심 찬 계획이 적어도 단기적으로 도전받을 가능성이 커졌다. 

소득 수준이 비교적 낮고 밀, 옥수수를 주식으로 하는 나라에서는 곡물 가격 상승도 큰 문제가 된다. 러시아와 우크라이나는 세계적인 곡창지대다. 밀과 옥수수 수확 시기까지 갈등이 길어지면 곡물 공급 차질이 불가피하다. 특히 예멘, 리비아, 이집트와 같은 나라는 우크라이나산 밀에 대한 의존도가 매우 높다. 그렇지 않아도 높은 인플레이션으로 신음하는 상황에서 곡물 가격이 더 올라가면 정치적 혼란까지 발생할 수 있다. 2010년 아랍의 봄 사태도 결국 주식인 밀 가격 급등이 주요 원인 중 하나였다. 

바야흐로 불확실성의 시대다. 우리 경제는 코로나19의 상처가 아직 아물지 않은 채 우크라이나 사태라는 새로운 도전에 직면했다. 단기적으로는 위기에 한발 앞서 능동적으로 대응하는 한편, 장기적으로는 새로운 기회를 과감하게 구상할 수 있는 전략적 담대함이 필요한 시점이다. 위기와 기회는 동전 앞뒷면과 같다. 위기는 곧 기회다.


*우크라이나 어린이 돕기 캠페인 바로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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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정민현 (대외경제정책연구원(KIEP) 부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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