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카이스트 물리학도에서 스님이 되기까지
『내 마음에 글로 붙이는 반창고』 도연 스님 인터뷰
『누구나 한 번은 집을 떠난다』, 『있는 그대로 나답게』, 『잠시 멈추고 나를 챙겨주세요』, 『혼자가 되었지만 홀로 설 수 있다면』의 저자, 도연 스님의 새로운 이야기 (2022.04.13)
도연 스님
도연 스님의 신간 『내 마음에 글로 붙이는 반창고』는 마음을 돌보는 것의 중요성과 함께 나 자신을 진정으로 바라보는 것의 힘을 이야기한다. 독실한 신앙을 가진 부모 밑에서 태어나 20세가 될 때까지 신실한 종교인으로, 서른 후반인 지금 ‘카이스트 스님’으로 널리 알려진 도연의 신작 에세이. 한 잔의 따뜻한 차를 우려 내 마시듯 온기를 품고 있는 마음의 연고 같은 책이다.
스님의 새로운 저서 『내 마음에 글로 붙이는 반창고』로 독자들과 다시 만나게 되셨는데요. 오랜만에 만나는 독자들께 책 소개 부탁 드립니다.
20대 초반에 출가해 20년 가까운 세월을 수행자로 살아온 도연입니다. 현재 봉은사 명상지도법사로서 일반인을 대상으로 마음챙김명상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3년 만의 신간인 『내 마음에 글로 붙이는 반창고』에는 바쁘게 살다가 놓치게 되는 마음을 챙기는데 도움이 되는 글귀를 모았습니다.
서문에서는 ‘차 한잔에 모든 번뇌가 사라진다’는 메시지를 전하고 있습니다. 따뜻한 차를 마시면 그 향과 맛에 집중이 되면서 많은 생각과 번뇌들이 사라집니다. 차 한 잔이 주는 힘이 작지 않다는 것을 느끼는 순간입니다. 이처럼 우리에게 차와 같은 역할을 하는 존재와 장소가 있을 것입니다. 그것을 찾고 머물며 누리시기를 바라는 마음입니다. 이 책이 조금이나마 그런 역할을 해줄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도연 스님’ 하면 아무래도 카이스트 출신 스님으로 유명하세요. 명문대 물리학도에서 스님이 되기까지 그 색다른 행보가 굉장히 흥미롭게 느껴집니다. 그 때의 이야기를 한 번 들려주실 수 있으실까요?
행복은 멀리 있는 것이 아니라고 생각했지요. 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았어요. 입시 경쟁 이후에 또 다른 경쟁이 기다리고 있었죠. 그 진흙탕 싸움을 끝내기 위해서 어떻게 살아야하는지 고민을 했어요. 그 당시 저에게는 출가의 길이 바로 행복할 수 있는 길이라고 여겨졌어요. 특히, 명상을 처음 접해보면서 느꼈던 편안한 마음 상태가 참 좋았습니다.
사실 처음에는 학교로 돌아올 생각이 없었어요. 출가 후 1년 동안 휴학하고 수행하면서 이 길이 저와 잘 맞는다는 걸 알았죠. 복학을 한 것도 명상 동아리를 운영하면서 사람들에게 명상을 전하고 싶었기 때문이에요. 물론 대학에서 배우는 것들을 통해 기본 소양을 쌓을 수도 있을 거라고 생각했고 졸업하는 것도 의미 있다고 여겼어요. 하지만, 그런 것들은 부수적인 것들이었고 제가 찾은 진리와 명상을 나누는 것이 가장 중요했습니다. 불행한 삶을 사는 사람들에게 명상만큼 행복으로 바로 이르게 하는 것이 없다고 여겼기 때문이에요.
이번 작품은 특히나 스님의 따스한 위로의 말이 마음에 많이 와 닿는데요, 이번 작품을 통해 독자들에게 전달하고 싶은 메시지가 있으신가요?
살다 보면 힘든 순간들이 적지 않습니다. 그렇지만 힘들 때, ‘그래 잘 하고 있어.’ ‘지금 내 상황에서는 이게 최선이야.’ 라면서 하나씩 긍정하고 위로하기를 바랍니다. 내가 나의 편이 되어줄 때, 자신이 괜찮다고 여기는 모습을 발견 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차 한잔 할 수 있는 여유를 가지시면 좋겠어요. 바빠서 그런 시간을 만들지 못하는 것이 아닙니다. 바쁘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그런 것이에요. ‘바쁘지 말아야지’하면서 여유를 찾는 시간을 의도적으로 만들어 보세요. 처음에는 아주 잠깐이겠지만, 그 것이 쌓여서 그 밀도와 빈도가 높아집니다. 어느새 삶의 여유가 충만하게 채워져 있을 거예요.
책의 첫 장을 펼치면 “자신의 참모습을 보고 만족해야한다.”는 이야기로 시작되는데요. 사실 있는 그대로의 상태에 만족하기란 쉬운 일이 아닙니다. 스님 역시 욕심이 생기는 순간이 있으시겠지요?
인간의 마음에 욕심을 쉬이 사라지는 것이 아닙니다. 저 역시 예외일 수 없습니다. 하지만, 더 큰 욕심을 가지면 좋겠어요. 법구경에 ‘만족을 아는 자가 최상의 부자다’라는 문구가 나옵니다. 아무리 많이 가져도 만족하지 못하면 가난한 사람이 되는 것이죠. 있는 그대로 주어진 것들에 만족하고 그것을 온전히 받아들일 때, 나에게 득이 된다는 사실을 기억하면 좋겠어요.
본문 속에서 “생각이 생각에 머물고 실천으로 이어지지 않으면 그것은 그저 몽상” 이라고 하셨는데요. 스님께서는 꾸준히 실천하고자 노력하시는 게 있으신지 궁금합니다.
얼마 전까지 100일 동안 108배 수련을 했어요. 아침 6시30분부터 약 20분~25분 정도 걸리는데요. 준비하고 마무리 명상을 하는 시간까지 하면 약 1시간 정도 시간을 쓰는 것 같습니다. 혼자 하면 어느 날은 건너뛰는 경우가 생기더라고요. 그래서 유튜브를 통해 실시간으로 다른 사람들 함께 하는 방법을 썼습니다. ‘혼자 가면 빨리 가지만, 함께 가면 멀리 간다.’라는 말을 실감할 수 있었어요. 100일 정진을 마치고 요즘 며칠 안하니까 아침이 무의미하게 흘러가는 것 같아요. 다시 100일 정진을 시작 해야겠습니다.
도서 전반에 걸쳐 마음챙김을 강조하고 계신 것 같아요. 바쁜 일상 속에서 정작 나 자신을 챙기는 데에는 소홀한 현대인들에게 꼭 필요한 부분이지 않을까 생각되는데요. 마음을 챙긴다는 게 어찌 보면 조금 추상적일 수도 있을 것 같아요. 스님이 전하고 싶으신 마음챙김이란 무엇일까요?
마음이 바쁘다는 것은 ‘바쁠 망(忙)’와 ‘잊을 망’(忘)이라는 한자를 통해 알 수 있어요. ‘마음 심(心)’과 ‘없을 망(亡)’이 합해진 글자입니다. 마음을 챙기지 못하고 없어진 상태가 바로 바쁜 상태예요. 다시 말해 마음챙김을 하지 않고 '마음놓침'의 상태에 놓여있는 것이죠. 바쁘다는 것은 마음을 잊고 어떤 일과 상황에 빠져있는 거예요. 그때 우리는 지금 이 순간에 살 수 없고, 지금에 살 수 없을 때 우리는 불행할 수밖에 없습니다. 지금을 살 수 있는 자기만의 방법을 찾아서 실천 해보길 바랍니다. 찾고자 하면 찾을 수 있어요.
10년 후 스님의 모습은 어떨 것 같으신가요? 더불어 도연 스님으로서와 최현성으로서의 모습이나 마음이 동일하실 것 같은 지도 궁금합니다.
저는 매일 출가를 한다고 생각해요. 출가를 했을 때의 경험이 강렬하니 초심을 기억하며 오늘 하루를 새롭게 시작하는 마음을 갖지요. ‘초발심이 곧 보리심이다.’라는 말씀이 있어요. 처음의 마음이 곧 깨달음의 마음이라는 것이죠. 그래서 그 순수했던 마음을 떠올리며 오늘 새롭게 출가한다는 마음을 갖습니다. 10년 뒤에도 지금과 많이 달라져 있을 것 같지는 않아요. 지금의 삶에도 만족하고 있기 때문이에요. 상황은 변했어도 처음 출가했을 때의 그 마음을 간직하며 앞으로 살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도연 스님 카이스트(KAIST)에서 전자공학을 전공하다 자신의 수행적 가치를 찾아 불교에 입문한 이후 17년을 수행자로 지내고 있다. 학문적 가치와 더 깊은 종교적 성찰에 이끌려 동국대학교 '인도철학 박사과정'을 수료하고, 현재 논문 집필 중이며, 동국대학교 '불교철학 석사과정' 중이다. 2012년부터 카이스트, 한국에너지기술연구원(KIER),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 등 각종 연구소와 서울의 명상센터에서 에너지 명상과 마음챙김, 참선을 지도했다. 외교부 산하 NGO단체 〈세계시민학교〉와 서울시교육청 위탁형 대안학교 〈숲속작은학교〉에서 청소년을 위한 대안 교육과 소외계층을 위한 봉사활동을 이끌었다. 현재 봉은사에서 명상 지도법사로 있으며 청년, 직장인을 대상으로 명상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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