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스플래쉬
봄입니다. 청춘(靑春)을 떠올리는 푸른 봄의 날입니다. 여러분이 생각하는 청춘의 이미지는 무엇인가요. 생각해 보면 그것은 생명력이 느껴지는 파릇함이기도 하고 예기치 못한 충돌로 얻은, 언제 생겼는지도 모를 푸르스름한 멍 같기도 합니다. 여기 다양한 청춘의 모양을 한 시와 소설이 있습니다. 그들의 모습은 우리 청춘의 풍경과는 또 얼마나 닮았을까요. 각자의 색으로 반짝이는 이 특별한 이야기들을 지금 만나보세요!
최지인 저 | 창비
최근에 청춘을 떠올린 것은 최지인 시인의 시집 『일하고 일하고 사랑을 하고』 덕입니다. 꾸밈없이 에두르지 않고 전하는 이야기들이 자연스럽게 청춘을 불러왔어요. 시인은 책에 실린 ‘시인의 말’에서 ‘그 무엇도 무너뜨릴 수 없는 것이 있다. 일하고 사랑하고 희망할 것이다.’라고 말합니다. 밖에서 보기에는 무너뜨릴 수 있다고 여길 만한 것들을 잔뜩 안고 있지만 그래도 끝내 무너지지는 않을 어떤 것, 꼬집어 말하기 어려운 곧음이 청춘의 한 면이 아닐까, 생각해 봅니다. 당신의 ‘무너뜨릴 수 없는 것’이 지금 위태롭다면 살아있음의 선언 같은 이 시들이 당신을 지탱하는 힘이 되기를 기대합니다.
우리는 죽지 말자 제발
살아 있자
(…)
요새 애들은 뭔 할 말이 그리 많으냐, 자고로 시는 함축적이어야 한다 말한 교수에게
우리는 장황하게 말할 것이다 계속
여러명의 목소리로 떠드는 걸
멈추지 않을 것이다
산과 바다, 인간이 파괴한 자연, 인간이 파괴한 인간, 우수한 여백과 무수한 여백
_『일하고 일하고 사랑을 하고』, 「제대로 살고 있음」 중에서
최진영 저 | 은행나무
『구의 증명』은 ‘청춘’이라고 했을 때 어렵지 않게 떠올린 소설이기도 하고, 한편으로는 청춘이라는 이름으로 꺼내 보기 주저하게 되는 소설이기도 합니다. 이 이야기에서 청춘을 그려내는 것이 조심스럽고요, 사실 이 연상의 이유가 스스로도 의문스럽기도 해요. 그럼에도 덮어둘 수 없는 것은, 책을 읽는 동안 불안과 비극을 느끼지만 그 모든 것들이 무척 아름답거든요. 그들의 상실과 고통까지도 이물감 없는 사랑으로 읽히는 강렬한 이야기입니다.
나는 너와 있는데, 너는 나를 느끼지 못한다. 그러니 네가 여기 없거나 내가 여기 없거나 둘 중 하나 아닐까 싶다가도, 고통스럽게 나를 뜯어먹는 너를 바라보고 있자니 있고 없음이 뭐 그리 중요한가, 그런 생각이 들었다.
_『구의 증명』 중에서
김희준 저 | 문학동네
『언니의 나라에선 누구도 시들지 않기 때문,』은 그리움으로 소개하는 청춘의 시라 하겠습니다. 종종 들여다보게 되는 김희준 시인의 첫 시집이자 유고시집이에요. 왜 어떤 사람은 잘 알지도 못하는데 그리움의 대상이 될까요? 과거의 한 시절을 기억나게 하기 때문일까요? 그의 시를 읽으면서 다른 세상을 꿈꾸고 새로운 우주를 상상했던 지난 시간을 회고합니다. 살아있는 시어가 가득한, 푸른 날들로 쭉 기억하고 싶은 시집입니다.
네가 하늘을 달린다
팽팽한 바람으로
구름은 구름이 숨쉬는 것의 지문으로 이루어진다는 것, 누워서 구름의 생김새에 대해 생각하다가 노을이 하혈하는 것을 보았다 오빠는 그 시간대 새를 좋아했다 날개가 색을 입잖아, 말하는 얼굴이 오묘한 자국을 냈다
사라지는 건 없어
밤으로 스며드는 것들이 짙어가기 때문일 뿐
_『언니의 나라에선 누구도 시들지 않기 때문,』, 「머메이드 구름을 읽어내는 방식」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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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니의 나라에선 누구도 시들지 않기 때문,
출판사 | 문학동네
언니의 나라에선 누구도 시들지 않기 때문, - 문학동네시인선 146
출판사 | 문학동네
일하고 일하고 사랑을 하고
출판사 | 창비

박형욱(도서 PD)
책을 읽고 고르고 사고 팝니다. 아직은 ‘역시’ 보다는 ‘정말?’을 많이 듣고 싶은데 이번 생에는 글렀습니다. 그것대로의 좋은 점을 찾으며 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