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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읽아웃] 동심은 곧 원심인 것 같아요 (G. 이현 작가)

책읽아웃 - 오은의 옹기종기 (235회) 『호수의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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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제 옆에 발레하는 비건 페미니스트, 동화와 청소년 소설을 쓰며 그들의 마음을 형상화 해내는 이현 작가님 나오셨습니다. (2022.03.03)


어떤 기억은 너무나 강렬해서 결코 그 이전의 시간으로 되돌아갈 수가 없다. 어쩌면 그렇게 환히 웃었지, 너는. 이제 와 그 웃음을 생각하면 가슴이 미어진다. 미안해진다. 화가 난다.  나에게? 너에게? 그 무엇보다 은기가 보고 싶다. 

안녕하세요. <오은의 옹기종기> 오은입니다. 이현 작가님의 장편소설 『호수의 일』에서 한 대목을 읽어드렸습니다. 열일곱 살 ‘호정’은 누구에게도 말하지 못한 아픔을 품고 있죠. 그리고 자신처럼 말하지 못하는 아픔을 품은 ‘은기’를 알아봅니다. 그렇게 이들은 어떤 계절을 지나고, 눈부신 성장을 하는데요. 오늘 <책읽아웃 – 오은의 옹기종기>에 이현 작가님을 모십니다. 많은 동화와 청소년 소설을 써온 작가님과 함께 이 넓고 깊은 문학 세계의 자장 안에서 표현되지 못했던 감정들을 언어화 하는 일에 대해 이야기 나누겠습니다. 



<인터뷰 - 이현 편> 

오은 : 오랜만에 청소년소설을 출간하셨어요. 동화와 청소년소설은 내가 지나온 시기를 집중해서 쓴다는 점에서 공통점이 있지만 아무래도 작업할 때의 마음가짐이나 몸가짐이 좀 달라질 것 같아요. 두 가지 작업은 어떻게 다른가요?

이현 : 좀 많이 다른 것 같아요. 소설은 디테일한 것들을 그려내면서 세계를 만들어간다면 동화는 그런 것들을 생략해 나가면서 세계를 만들어가는 것 같아요. 소설은 현실을 더 미시적으로 들여다보고 그려 나간다면 동화는 그것들을 단순화시켜서 압축적으로 보여주는 작업이라 각각 다른 종류의 어려움이 있는데요. 제가 느끼기로는 동화 쪽이 더 어려운 것 같아요. 공정이 하나 더 들어간다고 해야 될까요. 어린이 독자가 공감할 수 있는 부분에서 성인과 큰 차이가 있다고 생각하지는 않고요. 어쨌든 문장 독해력이나 세계에 대해 갖고 있는 배경 지식은 다소 차이가 있으니까요. 그렇기 때문에 같이 소통하기 위해 다시 한 번 공정을 더 넣는 느낌이에요. 『호수의 일』은 되게 오랜만에 청소년소설을 쓴 건데 그래서 어려움도 있었지만 한편으로는 홀가분한 느낌이 들기도 했어요. 

오은 : 이제 작가님 소개를 해드리겠습니다. “감동적인 것을 얘기해주고 싶은 마음이 이야기가 된다고 말하는, ‘동사형’ 작가. 신도시의 아파트 아이로 성장했다. 책 읽는 걸 좋아하는 단짝 친구와 모종의 독서 경쟁을 하던 초등학교 5학년 때를 각별히 기억하고 있다. 그 시절 처음으로, 어른이 되면 작가가 되고 싶다고 생각했다. 가방에 교과서는 없어도 순정만화는 꼭 챙기던 중학생 시절, 『베르사이유의 장미』로 프랑스혁명을 떼고, 『올훼스의 창』으로 러시아혁명을 떼고, 『불의 검』으로 철기문명의 도입을 뗐다. 불만이 많던 고등학생 때는 시와 소설을 탐닉하며 수업시간에는 몰래 연애소설을 썼다. 

국문학과에 진학했고, 대학 졸업 후에는 광고회사 직원으로, 방송국 구성작가로, 학원 강사로, 서점 주인으로, 활동가로 직업을 바꾸다 자신이 언제나 책을 좋아했다는 사실을 깨닫고는 무턱대고 글을 쓰기 시작했다. 뒤늦게 글을 쓰면서 남보다 십 년 뒤처졌다는 생각에 조급함이 컸다. 한편으로는 신이 나서 정신없이 썼는데 주변에는 누구에게도 쓴다는 얘기를 하지 않아 수상을 했을 때는 서운하다는 말까지 들었다. 

2005년, ‘전태일 문학상’ 소설 부문에 당선되며 작품 활동을 시작했고, 2006년, 『짜장면 불어요!』로 창비 '좋은 어린이책' 공모 대상을 수상하며 동화작가로 등단했다. 안 된다고 하면 더 하고 싶어지는 성격의 소유자. 새로운 것을 좋아한다. 비건인이자 빵순이, 롯데 자이언츠의 팬이고, 노래 부르는 것을 무척 좋아한다. 작가 이현에게는 두 가지 꿈이 있다. TV를 볼 틈도 없이 빠져들어 읽을 수 있는 책을 쓰는 것, 그리고 어린이가 성인이 되어 '어렸을 때 읽은 책'으로 가장 먼저 생각나는 책을 쓰는 것이다.” 동사형 작가라고 소개를 해드렸는데요. 이 말은 움직이는 작가를 뜻하는 걸까요? 

이현 : 네, 어떤 평론가님께서 저를 그렇게 정의해 주셨던 걸로 기억해요. 무척 공감이 가는 말씀이었고, 제가 지향하는 바를 잘 읽어주셨다고 생각했었어요. 저는 그런 이야기를 쓰고 싶어 하는 것 같아요. 어렸을 때 좋아했던 동화들을 생각해 보면 내가 갈 수 없는 곳을 달려가는 이야기들이었거든요. 그래서 작가가 되고 나서 처음 『짜장면 불어요!』라는 단편집을 낼 때도 「지구는 잘 있지」라는 SF 동화를 더 쓴 기억이 있어요. 사실은 그것을 쓰지 않아도 충분히 한 권 분량이 됐거든요. 그런데 써 놓은 걸 보니까 동사가 없는 이야기들 같은 느낌이 들더라고요. 내가 어렸을 때 좋아한 건 이런 얘기가 아니었는데, 싶어서 고민을 하다가 우주선을 타고 나가는 이야기를 더 쓴 거죠. 이후로도 그런 이야기들을 지향하면서 쓰고 있어요.

오은 : 처음에 소설로 데뷔하셨잖아요. 그런 다음 다시 어린이 문학을 쓰셨죠. 어떤 마음이었는지도 궁금해요. 

이현 : 처음 글을 쓰려고 마음먹었을 때는, 소설을 좋아하니까 당연히 소설이라고 생각하고 썼고 당선이 됐죠. 그 당시 지인 중에 어린이 책 편집하시는 분이 있었거든요. 그 분이 저한테 동화를 써보면 어떻겠냐고 얘기를 하신 거예요. 그러면서 좋은 어린이 책들을 골라서 한번 읽어보라고 권해주셨어요. 거기 좋은 어린이 책은 다 있었어요. 그걸 읽다 보니까 내가 이걸 잘 할 수 있을까 걱정이 될 만큼 좋았고요. 소설을 쓰려고 고민했을 때보다 동화를 읽으면서 해보고 싶은 이야기가 많이 떠올랐어요. 그래서 동화를 쓰기 시작했죠. 제 인생에서 가장 잘한 방향 전환 중 하나라고 생각합니다. 

오은 : 이제 『호수의 일』이 어떤 책인지 작가님께서 직접 소개해 주는 시간을 갖도록 하겠습니다.

이현 : 무척 오랜만에 쓴 청소년 소설이에요. 이름 붙일 수 없는, 또는 이름 붙이고 싶지 않은 감정들을 마음의 호수에 꽁꽁 얼려 둔 열일곱 살 고등학교 1학년 ‘정호정’이 전학생 ‘강은기’를 만나고요. 따뜻해지고 싶지 않다고 생각했던 이들이 따뜻해졌을 때 일어나는 일을 담은 이야기입니다. 

오은 : 호수예요. ‘내 마음은 호수요 / 그대 노 저어 오오’라는 구절도 떠오르는데요. 연못도 아니고, 저수지도 아니고, 강도 아니고, 바다도 아닌 호수에 주목한 이유에 대해서도 듣고 싶었습니다. 

이현 : 저 그 시 좋아해요. 교과서에 나온 작품들은 오히려 평가 절하되는 측면이 있는 것 같은데 그 시는 그때도 좋았던 것 같아요. 아마 그런 심상이 저한테 기본적으로 남아 있었던 것 같고요. 작년 겨울은 여러 가지로 마음이 어둡던 때였는데 어느 날 아침에 일기를 쓰다가 문득 첫 문장이 떠올랐어요. 이 문장을 1챕터로 하는 글을 써야겠다고 생각했던 거죠. 그래서 가까운 친구랑 둘이서 차를 몰고 산정호수로 갔어요. 그날은 책에 나오는 것처럼 한파주의보가 내려서 굉장히 추운 날이었는데요. 마침 초등학교 2-3학년쯤 되는 여자 어린이랑 보호자들이 와서 썰매를 타고 있었어요. 그때 이야기의 전반적인 느낌을 가지고 왔던 것 같아요. 

오은 : ‘작가의 말’에도 슬픈 시절에 썼다고 밝히셨잖아요. 

이현 : 작년 지난 겨울에 시작한 건데요. 그 직전 가을 기억나시죠? 갑자기 코로나19 확진자가 폭증하면서 그 겨울이 굉장히 심란했던 것 같아요. 이전까지는 막연히 내년에는 끝나겠지, 이런 느낌이었다면 그 겨울에는 과연 끝날까, 여기까지 심리적으로 몰렸던 것 같아요. 전반적으로 그런 우울감도 있었고요. 그러면서 혼자 있는 시간이 많았잖아요. 저는 사실 이런 얘기를 하는 것도 쉽지는 않은데, 호정이 같은 사람이에요. 마음에 있는 것을 잘 말하지 못하고요. 어떨 때는 제가 쓴 일기에도 참 거짓말을 잘한다는 생각이 들 때가 있거든요. 그런 복합적인 상황들이 이 소설을 쓰게 만들었던 것 같아요. 

오은 : 저는 이 책을 다 읽고 나니까 궁금해졌어요. 작가님 생각하는 성장이란 무엇일까, 하고요. 성장이란 뭘까요? 

이현 : ‘동심’이라는 말을 많이 하잖아요. 저는 그 단어가 달리 말하면 ‘원심’, 원형의 마음 같은 거라는 생각이 들거든요. 어린이들은 여전히 믿음과 희망을 가지고 있어요. 성인들은 어떻게 생각하면 그냥 인정해 버리는 게 있는데 어린이들은 아직 당연한 의문을 가지는 거예요. 그렇게 원래 그래야 되는 것이 그러하지 못하다는 걸 알아가면서, 그렇지만 그 속에서 또 자기만의 답을 찾아가기도 하는 것이 성장이 아닌가 생각해요. 

오은 : <오은의 옹기종기> 공식 질문 드리도록 할게요. 청취자분들에게 추천하고 싶은 단 한 권의 책은 무엇인가요? 

이현 : 단 한 권의 책이라면 『호수의 일』인데요.(웃음) 어린이 책은 관련되지 않은 분들한테 소개해드릴 기회가 사실 많지 않아서요. 좋은 어린이 문학을 한 권 소개해야겠다고 생각했어요. 『꼬마 너구리 요요』라는 이반디 작가님의 단편 동화집을 추천하고 싶어요. 이번에 2권이 나왔는데요. 저는 이반디 작가님은 한국 아동문학 중, 특히 유년동화에 있어서 가장 독보적인 감동을 선사하는 작가님이라고 생각해요. 그 중에서도 이 작품은 작가님의 정수가 아닌가 생각합니다. 




*이현

단편소설 「기차, 언제나 빛을 향해 경적을 울리다」로 제13회 전태일문학상 소설 부문에 당선하며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우리들의 스캔들』 『1945, 철원』 『그 여름의 서울』 『푸른 사자 와니니』 등을 썼다. 동화집 『짜장면 불어요!』로 제10회 창비 좋은 어린이책 원고 공모 대상, 장편동화 『로봇의 별』로 제2회 창원아동문학상을 수상했으며, 2022 한스 크리스티안 안데르센상 한국 후보로 선정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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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수의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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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신연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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