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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송희 작가 "새해에는 희망을 버려, 그리고 힘내"

『희망을 버려, 그리고 힘내』 김송희 저자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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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원하는 내가 되기 위해 버텨온 나날을 눈물 한 스푼과 웃음 두 스푼에 버무려낸 그의 글을 읽다 보면, 오늘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고 내일을 살아갈 용기가 생긴다. (2021.12.31)

김송희 저자

<빅이슈> 편집장 김송희의 카카오톡 프로필 문구는 10년째 “희망을 버려, 그리고 힘내”다. 그가 영화 <싸이보그지만 괜찮아>에 나온 이 대사에 매료된 것은, 꿈을 이루겠다는 열망이 크면 그것이 좌절되었을 때 고통도 배가 된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을 무렵이었다. 고향을 떠나 서울에 살면서 2년 한 번씩 이사하고 수 없이 이직했지만, 원하는 곳에 가닿기란 요원한 일이었다. 그는 헛된 희망을 버리기로 했다. 그 대신 현실을 직시하고, 지금 할 수 있는 일을 하기로 맘먹었다.  

<한겨레>에 ‘늘그니’라는 필명으로 1인 생활자의 삶을 유머러스하고도 거침없는 필체로 그려내 독자들로부터 사랑받았던 복면 작가 김송희. 내가 원하는 내가 되기 위해 버텨온 나날을 눈물 한 스푼과 웃음 두 스푼에 버무려낸 그의 글을 읽다 보면, 오늘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고 내일을 살아갈 용기가 생긴다. 검은 머리 파뿌리 되도록 나는 나로 살겠다고 다짐한 1인 생활자의 모험기 『희망을 버려, 그리고 힘내』의 저자 김송희를  서면으로 만났다. 



'희망을 버리고 힘내'라니, 언뜻 보면 굉장히 힘 빠지는 말인데요.(웃음) 이 문구를 카카오톡 프로필에 10년이나 걸어둔 이유가 궁금합니다.   

10년이나 됐다는 건 친구가 말해줘서 알았습니다. 아주 예전에 해놓고 잊어버리고 살았거든요. 책을 내면서 결국은 이 메시지가 제 삶의 핵심 같다는 생각을 했어요. 

저는 모든 일에 크게 기대하지 않으려고 하는 버릇이 있어요. 기대가 크면 실망이 크니까요. 영화를 보거나 책을 읽다가 줄을 치고 공감하는 대사들도 거의 그런 내용들이더라고요. 예를 들어 <스파이더맨: 노 웨이 홈>에 여자 주인공 엠제이가 MIT 입학 결과를 기다리면서도 “진짜 실망해야 할 때 덜 실망하기 위해 실망을 연습해둔다.”는 대사가 있거든요. 왠지 자꾸만 그런 말들에 저는 공감하게 돼요. 저에겐 그게 삶을 긍정하는 방법이에요. 마음을 덜 다치게 보호하면서 느리게 나아가기 위해서요. 

<한겨레>에 스스로를 먹여 살리는 1인 가구의 삶에 대해 연재해왔는데, 그중 가장 기억에 남는 글은 무엇인가요? 

제 기억에 남는 글은 ‘모르는 여자의 죽음에 통곡했다’는 제목의 글이에요. 일면식도 없고 우리 동네에 일어난 사건도 아니고 그냥 친구의 동네에서 앞 건물에 혼자 살던 40대 여자가 죽었다는 소식을 들었을 뿐인데 그게 내 이야기 같았다는 내용이었어요. 저는 혼자 사는 사람들이 안정망이나 관계의 취약함 뿐 아니라 감정을 스스로 다스려야 하는 어려움도 있다고 생각하거든요. 단순히 ‘혼자니까 편하고 자유로워!’ 그게 다는 아닌 거죠. 그리고 더 많은 사람들이 나와 비슷하거나, 혹은 나와 상관없는 사람들의 삶과 죽음에 대해 상상하고 공감할 수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자주해요.

‘이직의 왕’으로 불린다고 들었습니다. 그 배경과 원동력이 궁금합니다. 

그건 친구들이 놀리듯 장난삼아 부르는 말인데요. 제가 복지도 좋고 연봉도 높은 기업에서 원하는 직책과 직종을 찾아가며 이직을 했다면 팁을 드릴 수도 있을 텐데, 그런 능력자가 아니라 아쉽네요. 쉬면서 이직을 준비할 형편이 되지 않아서, 작은 회사에서 또 고만고만한 회사로 ‘환승’을 자주 했어요. 3일 다니거나 한 달 다닌 직장도 있어요. 직원이 적거나 열악한 회사에서는 믿을 수 없는 갑질을 당하기도 했는데 그럴 때 저는 빨리 탈출하는 편이었던 것 같아요. 책에도 나오는 내용인데, 현재 직장이 있어도 내가 원하는 곳은 여기가 아닌 다른 곳이라는 불안과 불만족이 20대를 지배했던 것 같아요. 

정확히는 ‘이직의 왕’보다는 ‘알바의 왕’이라고 하는 게 맞는 것 같아요. 여러 매체에서 프리랜서 일을 한 경험이 많아요. 퇴근 후나 주말에 다른 일을 했던 것은 돈을 벌기 위해서였지만 지금 생각해 보면 그 덕에 경험과 배포가 많이 쌓인 것 같아요. 다양한 취재를 하면서 사람들에게 배운 게 많아요. 항상 불안이나 절망이 저를 키웠다고 생각했는데, 돌이켜 보면 같이 일한 사람들, 만났던 인터뷰이의 소중한 말들이 저를 단단하게 만들어 준 것 같아요. 위로받을 때도 많았고요. 나중에는 그런 내용도 풀어서 글로 써보고 싶어요. 



‘엄마와 연락을 끊고 나서 일상이 편해졌다’ 등의 글에서 부모에 대한 양가감정을 직설적으로 드러낸 것이 인상적이었어요. 작가님만의 솔직한 글쓰기의 비결은 무엇인가요?

앞서 말씀드린 것처럼 <한겨레>에 글을 쓸 때 필명으로 썼기 때문에 좀 더 솔직하게 쓴 것도 있는 것 같아요. 하지만 필명이 아니었어도 그렇게 썼을 것 같아요. 제가 쓸 수 있는 글감은 저 자신에 대한 소재밖에 없잖아요. 친구나 주변 사람들 이야기는 허락을 받아야 하니 만만한 게 저와 부모의 이야기였어요. 엄마 아빠는 인터넷을 못하셔서, 어차피 못 읽으실 거라는 생각이 있었고요.(웃음) 근데 최근에 보니 엄마가 매일 네이버에 '김송희 편집장'을 검색하고 있더라고요. 대 충격!  

솔직하게 쓴다고 썼지만 그렇지 않은 부분도 있을 거예요. 자기 합리화하며 저에게 유리하게 쓴 부분도 있을 테고요. 근데 예쁘게 마무리하고 좋은 문장으로 포장하려는 노력은 별로 안 한 것 같아요. 저도 긍정적이거나 듣기 좋은 말을 정리된 문장으로 쓰고 싶은데 잘 안 되더라고요. 타고난 성격이 비관주의자라 내가 믿지 않는 세계에 대해서는 쓰지 못하는 것 같아요.

새해에 버리고 싶은 희망, 힘내고 싶은 것은 무엇인가요? 

저는 새해 계획을 세우지 않는 편이에요. 계획을 세워봤자 어차피 안 지킬 게 뻔한데 괜히 자괴감만 깊어지잖아요. ‘나 새끼, 또 이거 안 지켰네.’ 하면서 자신을 미워하거나 탓할 수 있는 지뢰는 최대한 만들지 않으며 살려고 하는 편이에요. 다만 힘내고 싶은 것이 있다면, 새해에는 기술을 좀 배우고 싶어요.(웃음) 잡지나 책을 만들다 보면 내가 간단한 디자인은 할 줄 알면 좋겠다 싶을 때가 있거든요. 그래서 포토샵도 배웠다가 실패했는데…자세한 내용은 책에서 확인해주세요. 

작가님은 혼자 있을 때 불안을 어떻게 견디는지 궁금해요. 불안하면 시야가 좁아져서 자기 안에 매몰되기 쉬운데, 타인의 불안을 발견하고 연결되고자 하는 시선이 멋지더라고요. 

저도 제 안에 완전히 매몰됩니다. 타인의 불안을 발견하려는 건 ‘남들도 나처럼 불안하고 힘들 거야.’라고 생각해야 버틸 수 있기 때문인지도 모르겠어요. 나만 외롭고 나만 불안하고 나만 이렇게 인생이 힘든가, 라고 생각하면 더 힘들잖아요. 

그리고 저는 한국 사람들이 정말이지, 너무 열심히 산다고 생각하거든요. 나는 좀 게으르게, 대충 살고 싶은데 주변 사람들이 다 열심히 사니까 그냥 가만히 있었을 뿐인데 자연스레 뒤쳐지게 되는 것 같아요. 미래를 생각하면 다들 불안하니까 퇴근 후에 투잡을 하거나 재테크에 몰두하는 거겠죠. 근데 정말이지 우린 왜 이렇게 불안한 걸까, 하는 생각을 자주 해요. 사회적 안정망이 좀 더 촘촘해지면, 그래서 복지 사각지대가 줄어들면 좀 괜찮아지려나 싶기도 하고요. 

고양이를 키우신다고요. 반려묘 '후추'에 대해 자랑 한 마디!

오! 안 그래도 지금 제가 이 답변을 쓰려고 앉았더니 키보드를 치는 제 왼손과 오른손 사이에 후추가 쏘옥 들어왔어요. 원래 애교가 없는데 겨울에는 추워서 그런지 제 가까이에 있으려 해요. 후추는 실물이 훨씬 예쁘고 몸집이 작은 고양이입니다. 실은 책에 후추 사진을 백 장 정도 올컬러로 싣고 싶었는데, 편집자가 흑백 인쇄라며 안 된다고 하더라고요.(웃음) 후추는 저와는 달리 겁이 많고 예민한 편인데, 그래서 저와 찰떡궁합인 고양이예요. 후추를 데려올 때의 에피소드도 책에 있으니 많이 읽어 주세요!





*김송희

필명 '늘그니'. <빅이슈> 편집장. 전 <씨네21>, <캠퍼스 씨네21> 기자. <나일론>, <한겨레>, <하이컷>, <여성 중앙>, <페이퍼>, 텐아시아, 카카오 등 온·오프라인의 수많은 매체에서 글을 써왔다. 하고 싶은 일을 하기 위해 이직도 많이 했고 먹고 살기 위해 아르바이트도 전전했지만, 여전히 일에 대해서도 자신에 대해서도 잘 모른다. 백 세쯤 되면 알 수 있으려나 싶은데, 가진 것 없이 명만 길까 봐 두렵다. 카카오톡 프로필의 상태 메시지는 10년째 ‘희망을 버려, 그리고 힘내.’다. 공저로 『미운 청년 새끼』가 있다.




희망을 버려, 그리고 힘내
희망을 버려, 그리고 힘내
김송희 저
딸세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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