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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읽아웃] 한 해를 마무리하며 읽는 단편

책읽아웃 - 황정은의 야심한 책 (220회) 『춤의 재미, 춤의 어려움』, 『나의 콜레트』, 『모든 빗방울의 이름을 알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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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해를 마무리하는 즈음에 재밌게 읽을 수 있는 단편을 소개해보고 싶다는 생각으로 이 책을 가져왔습니다. (2021.12.30)


단호박의 선택

『춤의 재미, 춤의 어려움』

허유미 저 | 에테르



제가 춤을 좋아하거든요. 항상 춤에 대한 어떤 선망 같은 게 있어요. 저와 다른 방식으로 몸을 쓰는 사람을 볼 때마다 순수한 감탄을 하게 되고는 하거든요. 때마침 이 책을 추천받아서 읽어봤는데 저한테 매우 잘 맞는 책이어서 저와 비슷한 분들이 계시다면 이 책도 분명히 좋아하시리라 생각하고 들고 왔습니다. 

이 책은 춤의 인문서입니다. 발레에 대한 얘기도 있고요. 한국 전통 춤에 대한 이야기도 있고, 세계의 움직임에 대한 것도 있고, 춤의 예술사에 대한 내용도 있습니다. 저자는 허유미 선생님이고요. 이 분은 무용과를 졸업하고 한예종 무용원을 나와서 무용수로 활동하고 춤에 대한 칼럼을 기고하시기도 하는 작가이자 무용수입니다. 

1장에서는 발레에 대한 내용이 주로 나오는데요. 발레가 근대와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이기 때문에 어떤 식으로 근대적으로 몸을 기획해 왔는지에 대해서 이론적으로 얘기를 하고요. 2장부터는 탈근대적 춤이 등장을 하게 됩니다. 탈 근대적 춤이란 무엇인가에 대해서 이야기를 하게 되고. 3장에서는 ‘우리가 무용을 봤을 때 어떤 식으로 분석해야 되느냐’ 하는 분석법을 가볍게 이야기를 하고요. 4장에서는 춤 교육 방식에 대한 이야기를 나눕니다. 서양이 주로 아카데미 같은 학원이나 학교 같은 곳에서 춤을 가르쳤다면 동양은 흔히 도제 방식이라고 하는 춤의 교육 방식을 채택했는데, 왜 이런 식으로 방식이 서로 다르게 나뉘었는지 얘기를 하고요. 5장에서는 한국의 전통 춤에 대한 갈래에 대해서 간략하게 얘기를 합니다. 궁중 춤이라든지 전문 예인들이 추는 춤이나 민중이 췄던 춤이나 혹은 사찰 같은 종교적인 춤이 어땠는지에 대해서 이야기를 나누고요. 그리고 6장에서는 ‘접촉 즉흥 운동’이라는 운동에 대해서 이야기를 나누는데 굉장히 흥미롭습니다. 그리고 7장과 8장에서는 춤의 관능성에 관한 내용과 사교춤에 대한 걸 다루는데요. 이 목차를 보시고 ‘어머, 재밌겠다!’라고 하시는 분들은 정말 정말 재밌게 읽으실 수 있습니다.



그냥의 선택

『나의 콜레트』

소피 앙리오네 글 / 마투 그림 / 이정주 역 | 시공주니어



표지를 보면 서가를 배경으로 큰 여성과 작은 여성이 각자 책을 들고 있고, 그 사이에 고양이가 한 마리 앉아 있어요. 작은 여성이 아이입니다. 표지 그림의 분위기가 경쾌하고 발랄해요. 색감도 알록달록하고 선도 단순화되어 있고 인물들도 동글동글하게 그려져 있어요. 그런데 이야기의 시작은 그렇지 않습니다. 표지의 성인 여성이 주인공이라고 할 수 있는 ‘아누크’인데, 파리에서 도서관 사서로 일하고 있어요. 늘 반복되지만 고요한 일상을 살고 있습니다. 그런데 어느 날 전화를 한 통 받았는데, 부음을 듣게 돼요. 책에는 “조에가 죽었다”라고 쓰여 있습니다.

뒤이어 조에의 장례식 장면이 나오는데, 조에는 아누크의 하나뿐인 여동생이었어요. 굉장히 오랫동안 자매가 연락을 하지 않고 지냈습니다. 아누크는 장례식장에서 처음으로 ‘콜레트’라는, 책 표지에 나와 있는 소녀를 만나게 돼요. 장례식에 참석했던 사람들이 다 돌아가고 둘만 묘지 앞에 남았을 때 콜레트가 먼저 와서 말을 겁니다. “아누크 이모?” 그래서 아누크는 “그래, 내가 네 엄마의 언니야”라고 이야기를 하게 돼요. 

그리고 또 한 사람을 만나게 되는데 ‘뤼스’라는 여성이에요. 뤼스는 아누크-조에 자매와 어렸을 때부터 굉장히 친한 관계였고, 조에와는 계속 친밀한 관계를 유지해온 것 같아요. 아누크는 뤼스를 통해서 조에가 싱글맘이었다는 사실을 알게 됩니다. 그리고 뤼스로부터 ‘콜레트가 생긴 걸 조에가 알게 됐을 때 콜레트의 아빠가 아이를 원치 않는다며 떠났고, 조에는 콜레트가 생긴 걸 너무 기뻐하면서 행복하게 아이와 살았다’라는 얘기를 듣게 돼요. 놀라운 소식이 여기에서 끝이 아니라, 조에가 죽기 전에 ‘콜레트가 혼자 남겨지면 아누크를 후견인으로 지정하겠다’라는 유언을 남겼다는 사실을 알게 돼요. 

일단은 아누크와 콜레트가 함께 지내게 됩니다. 일상을 함께 하면서 둘 사이의 관계가 생겨나기 시작하고, 그 시간들이 지난 후에 아누크는 결국 콜레트와 함께 살아가기로 합니다. 콜레트에 대한 자신의 사랑을 깨닫게 되고, 그 사랑을 유일하고 가장 큰 기준으로 자신의 삶에서 중요한 결정을 내리게 돼요. 결말을 말씀드릴 수 있는 건, 결말이 중요한 이야기가 아니기 때문이에요. 그곳까지 도달하는 과정에서 마음을 건드리는 부분들이 참 많이 있었습니다.



한자(황정은)의 선택

『모든 빗방울의 이름을 알았다』

데니스 존슨, 조이 윌리엄스, 레이먼드 카버, 이선 캐닌, 스티븐 밀하우저 저 외 12명 / 이주혜 역 | 다른



“‘문학 실험실’ 파리 리뷰가 주목한 단편들”이라는 부제가 붙어 있고요. 『자두』를 쓴 작가이기도 한 이주혜 번역가가 번역한 책입니다. 열다섯 편의 소설이 실려 있는데요. 저는 오늘 「궁전 도둑」이라는 단편을 소개하려고 합니다. 이선 캐닌이라는 작가가 쓴 소설이고요. 이렇게 시작됩니다. 

“내가 이 이야기를 하는 것은 나의 명예 때문이 아니라 명예가 거의 없기 때문이다. 경고하기 위해서도 아니다. 나 같은 직업을 가진 사람이라면 모든 경고가 헛됨을 재빨리 알게 되기 마련이다.” 

‘나 같은 직업을 가진 사람’의 직업은 고대 그리스 역사를 가르치는 교사입니다. ‘헌더트’라는 이름을 가지고 있고 세인트 베네딕트라는 학교에서 근무를 했는데요. 이야기가 시작된 시점에는 이미 그만둔 상태에요. 그리고 세인트 베네딕트라는 학교는 미국의 상류층 부모들이 대대로 아들을 보내서 교육시키는 학교인데요. 헌더트는 역사를 가르친다는 직업과 학교에 대한 자부심이 있고 또 자기가 사회적 신분이 높은 가문의 학생들을 가르치고 있다는 점, 자기가 정치계와 경제계 명사들의 선생이라는 점을 자랑스러워하기도 합니다. 

학교 내에서 일정한 위치에 오르고자 하는 야망도 있고 그것도 실제로 이루기도 해요. 교감 자리까지 올라가서 목표를 달성하기도 하는데. 이야기가 시작되는 시점은 헌더트가 은퇴하고 이미 노인이 된 때입니다. 헌터트는 과거의 어느 순간들을 계속 회고하면서 ‘그때 그러지 말았어야 했다’ ‘놀라지 말았어야 했다’ ‘예상했어야 했다’ 이런 식으로 계속 반복해서 회한에 잠기는데요. 이런 시간들이 ‘세지윅’이라는 이름을 가진 학생하고 관련이 되어 있습니다.

헌더트가 세인트 베네딕트에서 교사로 근무한 지 5년쯤 됐을 때 세지윅 벨이라는 전입생이 들어옵니다. 수업에 처음 나타난 순간부터 수업 내용을 비웃어요. 그리스 로마 역사에 관한 수업이라서 학생들이 토가를 토가랑 비슷한 걸 걸치고 토론 수업을 하고 있었는데, 수업 내용을 비웃고 학생들을 우습게 여기는 거죠. 그러면서 다른 학생들을 괴롭히고 또 학생들을 조직해서 수업을 조직적으로 방해를 하고, 그런 식으로 말썽을 계속 부리는 거예요. 헌더트 선생은 수업 중에 지적으로 망신을 주는 방식으로 세지윅의 말썽을 통제를 하는데요. 효과가 있기는 합니다. 그렇지만 이 선생은 그 전략을 현재 시점에서 회고를 하면서 후회를 하는 거죠. ‘한 소년에게 자신의 어리석음을 확인시키는 일이 독화살을 쏘는 일과 같았다’면서 ‘다르게 대했더라면’ 하고 가정하고 후회를 하는 거죠.

이 단편의 탁월함은, 일단 세지윅이라는 학생이 못 됐지만 복잡한 인물이에요. 이런 인물을 아주 생생하고 입체적으로 그리고 있어서 참 좋았고요. 헌더트 선생이 도덕적으로 완전하지 않지만 나름 갈등하고 타협하면서 선택을 한다는 것, 그 선택에 따른 도덕적 곤란이며 혼란 같은 걸 겪는 내면을 정말 생생하게 보여줍니다. 솔직하고 생생하게 보여주는 점이 대단히 탁월하다고 생각을 해서 이 책에 실린 단편 중에 제일 좋았어요. 

이 책에는 열다섯 개 단편이 실려 있는데요. 한 해를 마무리하는 즈음에 재밌게 읽을 수 있는 단편을 소개해보고 싶다는 생각으로 이 책을 가져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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춤의 재미, 춤의 어려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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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유미 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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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콜레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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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피 앙리오네 글 | 마투 그림 | 이정주 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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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빗방울의 이름을 알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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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임나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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