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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가 박서련 “이래서 일기를 써야 하는 거지”

『오늘은 예쁜 걸 먹어야겠어요』 박서련 소설가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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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가 박서련의 일기이자 다소 뒤늦은 자립기, 세상 유일한 ‘내 편’이 되어줄 어제의 기억과 오늘의 기록들 (2021.12.23)

박서련 소설가 (ⓒ 임지수)

2018년 제23회 한겨레문학상을, 2021년 제12회 젊은작가상을 수상하고 『마르타의 일』『더 셜리 클럽』 등을 발표하며 활발히 활동해온 소설가 박서련의 첫 산문집 『오늘은 예쁜 걸 먹어야겠어요』 가 출간되었다. 2015년부터 현재에 이르기까지, 등단 이후 작가로서 본격적인 행보를 걷는 동안의 일기들을 엮은 이 책은 누구에게도 말할 수 없는 마음을 담은 ‘매우 사적인 글’이자, ‘다소 뒤늦은 자립기’이며, “일기만이 내 편”라고 말하는 작가의 분신과도 같은 소중한 기록들이다.



『오늘은 예쁜 걸 먹어야겠어요』는 박서련 작가님의 첫 산문집입니다. 그동안 소설로만 독자를 만나오셨는데요. 산문집으로 독자들을 만나는 소감이 궁금해요. 

산문집 첫 부분에도 썼지만 저는 제가 쓴 글 중에서 일기가 제일 재미있다고 생각해요. 소설가인 이상은 소설이 더 재미있어야 좋을 테지만... 제가 가장 저인 채로 쓴 글이다 보니. 독자님들이 어떻게 읽으실지 설레고 떨리는 마음이 커요. 소설을 낼 때도 비슷한 마음이기는 하지만, 이번 책에는 지어낸 얘기가 없어서 더 그런 것 같습니다. 소설 속 등장인물들의 행동이 공감 또는 지탄을 받을 때는 그렇지 그렇지, 그럴 수 있지 하는 정도지만, 이번 책에 나오는 사람들은 전부 실존 인물이어서, 되도록이면 미움받는 일이 없었으면 좋겠다는 마음이랄지요. 물론 어느 장면에나 빠짐없이 나오는 저 자신에 대해 가장 그렇고요.

이 책은 일기이면서도, 세부 구성은 ‘일기-여행기-월기’로 이뤄져 있어 독특하더라고요! 책꼴이 탄생하기까지 어떤 작업을 하셨는지, 책이 어떻게 만들어졌는지 궁금합니다.

당연하다면 당연하지만, 제가 그동안 쓴 일기를 전부 넣지는 않았어요. 이 정도면 보여줘도 괜찮겠다 싶은 것만 추려 모은 게 책에 실린 분량입니다. 그랬더니 일기만으로는 책을 만들기 어렵겠더라고요. 여행기도 실은 미공개 일기에 있었지만 제게는 테마나 색채가 조금 다르게 느껴져서 제외해두었던 원고인데 편집자님과 상의해서 보탰고, 분량도 분량이지만 좀더 ‘최신 박서련’이 드러나는 글도 있으면 좋겠다는 편집자님 말씀에 “월간 안전가옥” 프로젝트로 썼던 월기까지 더했어요. 그러니까 제 생각에는 제가 보내드린 원고의 순서대로 자연스럽게 책꼴이 구성된 것인데, 신기하게도 마지막 챕터가 된 월기 끝부분에서 ‘언젠가 내게도 이제는 말해도 좋을 것 같다는 확신이 생길까?’라는 자문이 나와서, 결과적으로는 묘한 수미상관이 이루어지게 된 것 같습니다. 이 책이 나온 것 자체가 그 물음에 대한 답이니까요. 아무래도 제 의도보다는 편집자님이 그리신 큰 그림이 아닐까 싶습니다.

『오늘은 예쁜 걸 먹어야겠어요』를 읽다 보면 때론 우울해하기도 하고 슬퍼하기도 하다가도,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가 제일이야!'라는 식의 자신만만함과 당당함을 느낄 수 있었는데요. 실제로도 그렇게 생각하시는지, 아니면 그렇게 생각하지 않아서 더 그렇게 말씀하시는 건지(?) 궁금합니다.

스스로 평가하기에 저는 자존감이 엉망으로 형성되어 있는 것 같아요. 아예 없는 것은 아니고 대략 꼴도 갖추고 있지만, 자세히 보면 바닥을 괴어야 할 자재가 천장을 이루고 있다든지 하는 식의 엉망이요. 제 또래의 많은 한국 여성이 그럴 것이라고 짐작합니다. 정서적인 성장이 거의 끝난 다음에야 희박한 자존감을 깨닫고 후천적으로 노력을 통해 자존감을 습득하는 것. 

제 경우에는 자기비하와 자기검열이 무척 심한 편이에요. 평균을 이루려면 스스로 생각했을 때 잘했다, 괜찮았다 싶은 것을 인정할 필요가 있겠더라고요. 굳이 평균을 이뤄야 하는 이유는, 그러지 않고는 계속 살 수 없다는 판단이 들어서였고요. ’나는 ~한 사람이다’라는 자기선언을 통해서나마 계속 스스로가 믿는 대로의 사람이 되려는 노력을 합니다. 아직까지는 심한 자기비하와 나르시시즘이 공존하는 위태로운 상태를 벗어나지 못한 것 같고요. 


박서련 소설가 (ⓒ Littor) 

‘작가로서의 박서련’과 ‘인간 박서련’은 얼마나 다르고, 또 얼마나 같은가요?

고백하기 무척 쑥스럽습니다만 저는 평소에도 제가 소설가라는 사실을 엄청나게 의식하는 편이에요. 이건 소설을 쓰지 않는 동안의 스스로에게서는 별 가치를 느끼지 못한다는 말도 됩니다. 요새는 그러면 안 된다는 사실도 함께 생각하고 있어요. 

한편 저는 ‘작가로서’ 공적 발화를 할 때는 말을 제법 막힘없이 하는 편인데 사석에서는 낯가림이 심하기도 해요. 그래서 처음 뵙는 독자분들이 많은 작가와의 만남 같은 자리에서도 행사 시작 전후에는 말을 거의 하지 않습니다. 어떤 작가님이 한마디로 “서련씨는 스몰 토크 못하고 빅 토크 잘한다”고 하신 적이 있는데, 이 말이 거의 정확하게 평상시 박서련과 작가 박서련을 구획해주지 않나 싶습니다. 

『오늘은 예쁜 걸 먹어야겠어요』를 읽다 보면 술을 마시며 게임을 하고 싶다는 생각이 드는데요, 최근에 즐기시는 다른 취미가 있으신지 궁금합니다.

보드게임은 참 좋은 취미지요, 게임 세트를 마련하는 초기비용 외에는 부담이 거의 없다는 점에서 대단히 경제적이며... 라고 생각했으나 팬데믹 시대가 오면서 보드게임을 하는 데에는 자원 중의 자원, 인적 자원이 필수라는 점을 뼈아프게 깨달았습니다. 맥주 한 잔씩 하면서 다인원 보드게임을 할 수 있는 날이 돌아오기를 손꼽아 기다리고 있어요. 

최근에는 <스트릿 우먼 파이터>를 신나게 보고 출연진들의 이후 커리어들을 지켜보는 낙으로 지냅니다. 보드게임을 못해서 원통한 마음은 솔로 플레이로 즐길 수 있는 턴제 로그라이트 게임과 퍼즐 게임을 하면서 풀고요. 그건 그렇고 취미 얘기를 할 때는 늘 제 원고를 기다리고 계신 편집자님들을 떠올리게 됩니다. 

보고... 계신가요? 게임은 많이... 하지 않습니다.

박서련이 추천하는 박서련의 책! 작가님의 첫 번째 책을 읽을 독자에게 추천하는 책이 있다면요?

저마다의 이유로 첫 번째로 볼 만한 이유가 있긴 하다고 생각하는데, 그런 만큼 더욱 딱 한 권만 꼽기가 난처해요. 그래서 신간을 추천하곤 합니다. 첫째로는 그게 ‘최신 박서련’(이 말이 또 나왔네요)이어서고, 둘째로는 세일즈 포인트를 빨리 올리고 싶어서입니다. 

그런 이유에서 추천하는 『오늘은 예쁜 걸 먹어야겠어요』는 저의 첫 산문집입니다. 이 책을 읽고 제가 쓴 글들이 궁금해지셨으면 좋겠어요. 

작가님에게 ‘일기’란 어떤 의미를 갖는지, 한 문장으로 표현해주실 수 있을까요?

책에도 쓴 표현을 가져와서 ‘나는 일기가 아니지만, 일기는 나니까’라고 고백해봅니다. 일기 밖의 저는 유동하고, 일기에 문장으로 묶어둔 순간들로부터 이미 멀리 와 있는 상태지만, 일기에는 어떤 순간의 틀림없는 ‘나’가 있어요. 쓴 사람으로서도 신기하게 생각할 수밖에 없는 일입니다.





*박서련(소설가) 

음력 칠석에 태어났다. 소개를 쓸 때마다 철원 태생임을 반드시 밝힌다. 시상식 때 입을 한복을 맞추려고 적금을 붓는다. 커피를 마시지 않는다. 게임을 좋아하지만 승률은 높지 않다. 가위바위보조차도 잘 못 이긴다. 지은 책으로 장편소설 『체공녀 강주룡』, 『마르타의 일』, 『더 셜리 클럽』, 소설집 『호르몬이 그랬어』 등이 있다. 테마소설집 『서로의 나라에서』, 『그래서 우리는 사랑을 하지』 등에 참여했다. 한겨레문학상과 젊은작가상을 받았다. 지금 무슨 생각해? 라는 말을 자주 듣는다.




 
        오늘은 예쁜 걸 먹어야겠어요     
      
오늘은 예쁜 걸 먹어야겠어요
        
박서련 저
        
작가정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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