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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읽아웃] 엄마와 거리두면서 공존하기 (G. 김지윤 관계전문가)

책읽아웃 - 황정은의 야심한 책 (218회) 『모녀의 세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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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하고 딸 사이에서 떼어낼 때도 편안하게, 자기가 할 수 있는 만큼, 자기가 행복한 만큼, 자기에게 내적인 만족이 오는 만큼만 하면 그냥 너무 훌륭하다고 생각해요. (2021.12.16)


“부모가 된다는 것은 이행이라기보다 탈주이자 하나의 정치적 행위다.” 

재클린 로즈가 쓴 『숭배와 혐오』에서 인용된 문장을 읽었습니다. 재클린 로즈는 현대사회 어머니들이 아이를 낳은 뒤 급격하게 고립되고 정치적 삶에서 멀어져 왜소해지는 현상을 지적하면서, 이것이 당연하지도 않고 언제나 그랬던 것도 아니라고 말합니다. 어머니들의 대화 상대가 주로 때로는 오로지 어머니 자신들로만 한정되어 있다는 점도 지적을 하는데요. 이런 분리가 어쩔 수 없는 일도 당연한 일도 아닌 정치적 사실임을 인식해야 한다, 라고도 씁니다. 이렇게 고립되고 왜소해졌지만 사회가 요구하는 엄마로서의 기능은 늘 과다하게 수행하고 있는 어머니들은 감정과 관계라는 면에서 누구와 어떻게 만나고 있고 어떤 대화를 하고 있을까요. 사랑한 만큼 상처 주고 가까운 만큼 원망스러운 모녀의 세계. 오늘은 우리가 이미 입장해 버린 이 세계를 어떻게 살아가야 할지 모색한 저자를 만나보겠습니다. <황정은의 야심한책> 시작합니다. 



<인터뷰 – 김지윤 관계전문가 편>

오늘은 모녀 사이의 갈등과 관계의 해법으로 『모녀의 세계』라는 책을 쓴 김지윤 작가님을 모셨습니다.

황정은 : 그동안 다양한 관계에 대한 이야기를 들려주셨는데요. 이번엔 모녀 관계에 대한 이야기를 쓰셨어요. “모녀 사이에 존재하는 갈등의 스케일과 서사는 부부 사이에 그것보다도 더 길고 질기다”라고도 쓰셨는데요. 처음 이 책 기획안 받으시고 심장이 내려앉을 뻔했다, 라고도 말씀을 하셨더라고요. 이유가 궁금합니다.

김지윤 : 사람마다 자기의 이야기 중에 가장 어려운 이야기가 있잖아요. 엄마라는 주제는 저한테 좀 그런 주제였었어요. 40대 초반부터 저에게 내적 성장의 여정 중에서 굉장히 큰 퍼센트를 차지했던 중요한 문제였고, 지금 돌아보면 그게 거의 코어였던 것 같아요. 저의 존재가 성장하는 데 있어서 굉장히 중요한 어떤 주제가 엄마였는데, 그걸 굉장히 힘겹게 넘어선 어느 지점에 이 책의 기획안이 왔어요. 그래서 그때 ‘뭐지? 운명인가?’ (웃음) 심장이 약간 덜컹 하더라고요. ‘아, 이제는 피할 수 없나? 이제 나도 한 번 더 정리할 때가 왔나?’ 그런 생각이 들었어요.

황정은 : 그 분은 왜 작가님에게 모녀 관계에 대한 책을 쓰자고 제안을 하셨을까요?

김지윤 : 제가 그전에 했던 강의 중에서 모녀 관계에 대한 강의가 있었어요. 제가 이미 돌아가신 엄마하고의 관계를 다시 돌아보면서 저의 인생을 다시 좀 돌아보게 된 시점에 했던 강의였거든요. 개인적으로 굉장히 힘들었던, 엄청난 폭풍이 막 시작되는 지점에 했었던 강의였는데 아마 그 강의를 보셨던 것 같아요. 또 다른 강의들 속에서 힌트를 약간 얻으신 것 같고, 그래서 제안을 주셨던 것 같더라고요.

황정은 : 이미 김지윤 작가님한테는 중요한 주제라서 말씀을 이미 하고 계셨군요.

김지윤 : 네. 근데 자유롭게 말하지는 못했었던 것 같아요. 그때 했던 강의 보면 ‘굉장히 절제했구나, 이걸 내가 그냥 얘기하면 너무나 감정이 복받쳐오를 주제였었나 보다’ 하는 생각이 들어요. 개인적으로는 그때 엄마라는 주제가 저에게 되게 어려운 시점이었지만 계속 혼자서 고민을 굉장히 많이 했던 주제 중에 하나라고 볼 수 있죠.

황정은 : 당시에는 어떤 면에서 절제를 하셨나요?

김지윤 : 정리가 되지 않으니까 ‘엄마는 어떤 분이었을까? 나에게 어떤 의미일까? 지금 나에게 어떤 영향을 미치고 있을까? 이미 돌아가신 지가 10년이 넘었는데 내가 여전히 영향을 받는 것이 맞는 것인가? 지금 내 대인관계나 아니면 내가 나를 바라보는 시선에 이게 여전히 영향을 미치는가?’ 이런 거에 대해서 잘 정리가 되어 있지 않고 굉장히 모든 게 다 물음표인 상태였기 때문에, 그런 상태에서 뭔가를 말한다는 것은 대중에 대한 예의도 아니라는 생각도 좀 들고 저 자신도 제가 감정선이 어디로 튈지 모르니까 굉장히 조심스러웠던 주제였죠. 40대 초반에.

황정은 : 책에서 이야기를 시작하면서 “나는 사람들이 일반적으로 ‘엄마’라고 부를 때 느끼는 그 감정이 무엇인지 잘 모른다”라고도 쓰셨습니다. 제가 사실은 『모녀의 세계』를 읽기도 전에 걱정을 되게 많이 했거든요. 저도 잘 몰라서, 김지윤 작가님이 말씀하시는 모녀 관계에 대한 갈등이나 이런 것들에 제가 좀 공감을 못한 채로 대화가 진행이 될까 봐 걱정을 많이 했는데, 읽으면서 순간순간 계속 놀라는 거예요. ‘나 이거 모르는 세계인데 왜 이렇게 잘 알지?’ 모르는데 아는 거예요. 근데 그 이유가 제가 직접 겪은 관계는 아니지만 제 친구들이나 동생이나 언니들을 통해서 제가 이미 목격한 세계인 거예요. 그래서 아는 세계인 거죠. 그런데 김지윤 작가님의 책에 등장하는 여성들은 제 동생이나 친구나 언니는 아니거든요. ‘다양한 삶의 조건들을 가진 사람들의 삶 모습이 어떻게 이렇게 비슷할까?’라는 생각도 들었어요.

김지윤 : 맞아요, 참 신기하죠. 그래서 어른들이 ‘사는 거 다 똑같다’ 이런 말 하셨는지 모르겠는데. (웃음) 다들 아마 사랑받고 싶은 지점도 비슷하고, 상처받는 지점도 비슷하고, 상처 주는 지점도 비슷하고, 사랑하고 싶고 사랑받고 싶고 그랬는데 못 받았고 기대했지만 실망했고 이런 지점들의 마음이 좀 비슷해서 그런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어요. 그래서 상황이나 어떤 사건들은 다 다르지만 결국에 관계에서 기대했지만 절망하고 가슴 아픈 지점들은 되게 비슷한 거니까, 그게 다양한 사례들로 바뀌는 것일 뿐이지, 그래서 아마 다들 비슷하다고 느끼시지 않으실까 싶어요.

황정은 : 또 다들 가장 밀착된 존재한테 느끼는 감정들이라서 그렇게 유사한 모습들일까, 라는 생각도 드네요.

김지윤 : 그렇죠. 엄마하고 딸은 어쨌든 간에 처음부터 그냥 함께잖아요. 몸 안에서 같이 있다가 분리돼서 나온 것 같으나, 엄마들이 딸을 그렇게 분리된 존재로 별로 여기지는 않게 되잖아요. 딸이라는 존재는 굉장히 엄마에게 거의 붙어가지고 나오고 정서적으로도 대부분은 많이 붙어 있고, 그런 독특한 관계인 것 같습니다.

황정은 : 자식과의 관계를 통해서 “나는 엄마와 다르다는 것을 확인하고 기뻤다”라고 말씀을 하셨어요. 저를 비롯해서 한국 사회에서 사는 딸들이 이런 기쁨을 경험한 적이 있을 것 같습니다. 한편으로는 또 ‘그게 왜 기쁠까?’라는 생각도 들거든요. 이런 기쁨을 느끼는 순간에도 딸들은 엄마에게 사로잡혀 있는 건 아닐까. 닮아서 싫고 달라서 기쁘다는 감정은 서로 다른 감정인 것 같지만 사실은 엄마랑 굉장히 강하게 손을 잡고 있는 감정인 거잖아요. 그래서 그냥 엄마와 내 삶의 비교 자체를 좀 그만할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라는 생각도 들었어요.

김지윤 : 이게 출발점이겠죠. ‘아, 우리는 다른 존재구나. 그러니까 이제 새롭게 시작할 수 있어’라고 생각하는 시점에는 아직 독립은 되지 않은 시점인 것이죠. 하지만 거기서부터 시작을 해서 그 세월이 흐르고 한 발짝 한 발짝 한 사건 한 사건을 겪어나가면서 비로소 심리적인 독립을 이루어 가는 과정이 거기서 출발점이니까, 그거를 느끼는 시점에는 아마 독립된 시점은 아닐 거예요. ‘이제 독립을 해야겠다, 난 다르구나’ 그 인식이 거기서부터 시작이 되는 거니까 출발점이 된다고 생각이 되고요. 그리고 현실적으로 엄마라는 존재와 우리라는 존재가 끊어지기는 불가능한 관계잖아요. 공존하면서도 분리할 것은 분리하고 공유할 거는 공유하고 이러면서 밸런스를 맞춰가는 여정이니까, 독자 분들 중에서 너무나 강박적으로 ‘엄마를 생각하지 말아야 되는데, 나와 엄마는 떨어져야 되는데’ 이렇게 스스로를 채찍질하지는 않으셔도 된다는 말씀을 드리고 싶어요. 부부가 만났다 헤어져도 죽을 때까지 서로의 잔상이 계속 남는 것인데 부모 자식 사이에 영원한 완벽한 깔끔한 분리라는 건 거의 불가능하죠. 그런데 가장 건강하게 거리를 두면서 서로를 좀 관망할 수 있는 능력 자체가 독립이니까. ‘저는 엄마에 대해서 하나도 영향을 받지 않겠어요’ 이러면 그거 자체가 또 하나의 스트레스가 되는 거죠. 저는 엄마하고 딸 사이에서 떼어낼 때도 편안하게, 자기가 할 수 있는 만큼, 자기가 행복한 만큼, 자기에게 내적인 만족이 오는 만큼만 하면 그냥 너무 훌륭하다고 생각해요. 

황정은 : 정말 필요한 얘기 같아요. 보통 모녀 관계에서 압박을 겪는 딸들은 김지윤 작가님이 방금 말씀하신 것처럼 그런 차이를 인식하기 시작하면서 내가 엄마랑 달라지는 면에 집착하는 면도 있잖아요. ‘난 엄마랑 정말 다르게 살 거야’ 이러면서. 그런데 일단은 그런 깨달음 자체가 그 여정을 시작하는데 꼭 필요한 과정이라는 말씀인 것 같아요.

김지윤 : 네, 맞습니다.




*김지윤

관계전문가. 그녀의 이름 앞에 이런 명칭이 붙게 된 것의 시작은 아마도 ‘엄마’가 아니었을까. 가장 원초적인 인간관계이자 자존감과 자기애, 행복감의 밑바탕이기도 한 엄마와의 관계에 있어 그녀의 머릿속에는 늘 물음표가 따라다녔다. 하나로 통합되지 않는, 다양한 모습으로 분열된 것만 같은 엄마를 보며 ‘도대체 엄마란 무엇인가?’, ‘엄마는 딸에게 무엇인가?’, ‘엄마란 인간에게 무엇인가?’라는 질문들을 떠올렸다. 그것에 대한 해답을 찾는 과정은 인간관계와 소통에 대한 탐구로 그리고 운명과도 같은 이 책의 탄생으로 이어졌다.

대학교에서는 문예창작학과에서 소설을 전공했고, 대학원 에서는 가족상담을 공부했다. CJ ENM 〈사피엔스 스튜디오?관계 읽어드립니다〉, 〈세상을 바꾸는 시간,1 5분〉, MBN 〈모두의 강연 가치 들어요〉, O tvN 〈어쩌다 어른〉, tvN 〈김지윤의 달콤한 19〉 등의 프로그램에서 깊은 공감과 유쾌한 웃음, 그 가운데 폐부를 찌르는 조언과 명쾌한 해결책이 버무려진 강의로 주목받았다. 그 외에도 SBS 파워FM 〈최화정의 파워타임〉에서 ‘목동연애연구소’를 진행 중이며 그녀의 SNS와 유튜브 누적 조회수는 4,000만 뷰에 달한다. 저서로 《말 하자니 일이 커지고 안 하자니 속이 터지고》, 《말하고 슬퍼하고 사랑하라》, 《직장생활도 연애처럼》, 《달콤살벌한 연애상담소》, 《고백하기 좋은 날》, 《사랑하기 좋은 날》등이 있다. 현재 USTORY & 좋은연애연구소를 운영하며 직장 안에서의 감성소통, 부부소통, 연인 간의 소통에 대해 강의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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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녀의 세계
모녀의 세계
김지윤 저
은행나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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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임나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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