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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세이스트의 하루] 자가격리자의 변 - 한지형

에세이스트의 하루 27편 – 한지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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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은 에세이를 가장하여 우리 시어머니께 보내는 고백이다. 양육, 그 진정 어려운 것을 해낸 모든 어머니들께 존경과 겸허를 담아 발아래 엎드리는 고해성사와 같은 글이다. (2021.12.15)


예스24가 진행하는 글쓰기 공모전 ‘나도, 에세이스트’ 대상 수상자들이 에세이를 연재합니다. 에세이스트의 일상에서 발견한 빛나는 문장을 따라가 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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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가격리 6일 차다.

격리와 함께 일상이 꼬이기 전 매일 아침 첫 번째 일과는 일곱 시 삼십 분경 아이를 시어머니께 맡기는 것이었다. 그리고 일곱 시 사십 분쯤 사무실에 출근한다. 정해진 출근 시간은 아홉 시. 하지만 새벽바람을 총총 내달려 눈곱도 못 뗀 아기를 시댁에 맡기고 기어이 아무도 없는 회사로 가는 이유는 혼자만의 시간을 위해서였다. 여섯 번의 MTBI 검사에서 매번 조금씩 다른 결과가 나오지만, 내향성을 뜻하는 I 성향만은 일관되게 내놓고야 마는, 나는 절대적인 고독을 필요로 하는 부류의 인간이다. 그런데 아이는 뭘 해도 나와 함께해야 했다. 삼시 세끼 떠먹이고, 씻기고, 재우고, 하다못해 똥을 누는 것도 내 어깨를 붙들고 부들부들 힘을 주며 해냈다. 그렇게 아이와 부대끼다가 복직을 했는데. 어머나, 이게 웬걸. 줄을 선 민원인들과 쌓인 서류와 끊임없이 울리는 전화벨로 이루어진 그곳에서 나는 차라리 숨이 트였다.

그때부터였다. 아침 일찍 사무실에 나가기 시작한 것이. 처음에는 부장님 책상에 배달된 신문을 읽었다. 일 년 동안 뽀로로만 보다가 어휘력이 퇴화하지는 않았나, 걱정하면서. 그러다가 내가 읽고 쓰는 것을 너무도 사랑하는 인간이었다는 사실을 기억해 냈다. 아기 낮잠 시간에 들었던 팟캐스트에서 에세이 공모한다고 한 것을 떠올리고 글을 써 제출했다. 그게 당선이 되고 나서는 본격적으로 문학 공모전을 찾아다니며 응모했다. 멍석 깔아주면 안 한다는 말처럼, 시간이 차고 넘칠 때는 안 하던 짓을 한정된 시간 속에서 버둥거리면서 기어이 해냈다. 올 한 해를 돌이켜보니, 열 번 응모했고, 다섯 번 당선됐다. 이 50%의 당선율이 현저히 떨어지는 나의 육아 능력치를 상쇄하는 대단한 재주인 것마냥 으스댔다. 그 핑계로 주중에만 맡기던 아기를 주말에도 맡기기 시작했다. 어머니 저 글 써야 되잖아요.

그런데 시어머니가 지난주 수요일에 코로나 확진 판정을 받았다. 아이는 시어머니와 밀접접촉자라는 이유로 열흘간의 자가격리 명령이 떨어졌다. 두 돌 갓 넘긴 아기가 혼자 생활할 수 없으니, 나는 보호자로서 동반 격리에 들어간 것이고. 

아이는 처음 하루 이틀은 나가자고 맨발로 현관으로 내달리더니, 이제는 집 안에서 노는 게 익숙한지 잘 적응했다. 욕조에 물을 받아 앉혀놓으면 한 시간도 첨벙첨벙하면서 놀고 잔치국수를 해주면 바닥에 문지르는 잔치를 해대며 잘 놀았다. 

문제는 나였다. 이 생활이 얼마나 나와 안 맞았냐면, 내 입술이 피곤함에 다 부르텄으며, 패배한 권투선수의 것처럼 광범위하게 터지고 깊게 곪은 내 입술을 보는 건 처음이라는 말로 대신하겠다. 나는 뒤늦게 찾아온 육아 우울감에 허덕였다. 남편에게는 왜 네가 아니라 내가 공동격리를 하느냐며, 너는 나갔다 오니까 좋겠다며, 매일 저녁 똑같은 내용으로 새로운 라운드를 열어 싸웠다. 허리가 끊어질 것 같은데 아이가 계속 안아달라 매달리면 제발 나 좀 살려달라며 말도 못 알아먹는 아이에게 고개를 조아렸다. 아침잠이 없는 아이가 깨워서 눈을 뜨면 또 아이와 뒤엉킨 하루가 시작되는구나, 밤에 재우면서는 아이와 부대끼기만 하다가 하루가 가는구나, 주말도 휴일도 없구나, 하는 생각에 답답했다. 그리고 그 마음은 현재진행형이다. 

그 와중에 마음에 찾아드는 한줄기 고운 것이 있다면, 그것은 우리 시어머니를 향한 마음이다. 양육의 노동을 몇십 년째 이어가는 어머니를 향한 존경이다. 나는 당신보다 많이 배웠고, 나가서 돈을 벌며, 그것이 아이를 돌보는 것보다 우위에 있다는 것을 삼단논법마냥 어머니께 주입한 날들을 후회한다. 어머니 저 일하잖아요. 어머니 저 책 읽고 글 쓰잖아요. 어머니 저 평일에 출퇴근해서 주말에 쉬어야 하잖아요. 어머니, 어머니, 어머니...

어머니라고 몰랐을까. 어머니의 육아가 나의 출근보다 몸과 마음을 훨씬 더 많이 지치게 만든다는 것을. 애 보느니 밭맨다는 옛말도 있는데. 내가 회사로, 책으로, 글로 도망친 후 아이와 댕그라니 남겨진 시간 속에서 얼마나 많은 응어리와 고단함이 있었을까. 이런저런 글을 써오면서, 그 핑계로 어머니께 아이를 안겨드리면서도, 한 번도 내 글을 보여준 적이 없었지만, 이번에는 읽어드리리라. 그러니까 이 글은 에세이를 가장하여 우리 시어머니께 보내는 고백이다. 양육, 그 진정 어려운 것을 해낸 모든 어머니들께 존경과 겸허를 담아 발아래 엎드리는 고해성사와 같은 글이다. 청컨대, 자가격리씩이나 당하고 나서야 깨닫는 이 아둔한 자의 마음에서 우러나는 사랑과 존경을 받아주시기를.




*한지형

끼룩끼룩 지금은 서울에 사는 부산갈매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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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한지형(나도, 에세이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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