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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끈한 포획 성공, 언오피셜보이와 하이프하이프의 합작 앨범

언오피셜보이 & 하이프하이프(Unofficialboyy & HAIFHAIF) <그물,덫,발사대기,포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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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실한 행보와 만족스러운 결과물로 자신을 증명하고 있다. 많은 장르 팬들을 그의 지지자로 돌린 것은 덤이다. 소기의 인정 욕구 달성, 화끈한 포획 성공이다. (2021.11.03)


방정맞은 행실 뒤 빼어난 음악성을 감추고 있었다. 물론 그가 수준급의 랩 실력을 갖췄음에 의문을 제기한 이는 없었지만 이토록 감각적인 앨범은 분명 기대 이상이다. 언오피셜보이는 <고등래퍼>에서 최초 모습을 드러내 강렬한 옷차림으로 사람들의 시선을 사로잡은 뒤 <쇼미더머니 777>에서 특유의 자신만만한 태도로 주목받았다. 단숨에 신의 화제 인물로 등극했다. 이번 앨범은 그러한 신예의 패기뿐만 아니라 수준 높은 음악적 자질까지 영민하게 눌러 담는다.

프로듀서 하이프하이프(HAIFHAIF)와의 합작 앨범이다. 1 MC, 1 프로듀서 구성이다. 그럼에도 프로덕션은 다채롭고 감성의 폭은 넓다. '트랩에 난 살고 죽어'('죽어')라며 앨범 전체를 트랩 비트로 일관하던 전작과 분명한 선을 긋는다. 힙합뿐만 아니라 팝, 일렉트로니카까지 다양하게 녹여낸다. 무엇보다 특기할만한 점은 기성 작법과 신진 문법의 조화다. 철 지난 2000년대 힙합을 매끈하게 복각하는가 하면 최신 유행의 팝 터치까지 과감하게 시도한다.

'돈내'와 '누가왔게'는 구식의 대표다. 전자가 비트박스 헬캣(beatbox hellcat)의 비트박스 리듬을 활용해 노골적으로 과거를 계승하고 후자는 어 트라이브 콜드 퀘스트 'Scenario'의 도입부를 닮은 구성진 훅으로 고갯장단을 끌어낸다. 'Mmm'과 '?X3'는 최신 팝의 영역이다. 각각 말끔한 기타와 담백한 싱잉 랩으로, 신진 해외 팝스타들이 겹쳐가는 몽글몽글한 사운드로 몽환경을 형상하며 트렌드에 한발 다가선다. 특정 장르에 국한되지 않는 스펙트럼이 넓다.

가장 많은 피쳐링 지분을 확보한 같은 D.O.G 크루 소속 래퍼 감마와의 융합도 조화롭다. 언오피셜보이는 높은 톤의 차진 랩에 오토튠을 섞어 매끄러운 소리를 들려준다. 감마는 낮게 읊조리는 나른한 목소리로 대비를 이룬다. 집중력이 여기서 살아난다. 재즈 느낌 물씬한 둔중한 베이스의 '그물,덫,발사대기,포획'의 영비 역할도 비슷하다. 플로우의 다채로움에 욕심내지 않고 단순한 리듬에 특유의 저음을 무기 삼아 곡에 두꺼운 균형감을 잡아준다. 단단하면서도 탄력이 있는 랩이다. 스승 스윙스가 들린다.

그러나 이러한 준수한 퍼포먼스에도 지드래곤과의 유사성은 간과하기 어렵다. '누가왔게'에서 직접 그 이름을 언급하는 것처럼 이수린의 랩에는 자기 시대 랩스타의 영향이 크게 깃든다. 기시감의 절정은 'Unofficialboyy pt.2'와 '대가리'다. 발성, 플로우, 발음 등에서 그가 과하게 겹친다. 다만 곡 자체의 매력에 불만을 제기하는 것은 아니다. 전자는 사나운 테크노 비트 위 중독성 강한 'Unofficialboyy가 나타나면 조심해' 훅으로 광란의 댄스 플로우를 장식하고, 후자는 우스개에 가까운 재담으로 웃음을 유발한다. 단지 새 시대의 래퍼에게 기대한 소기의 차별화가 조금 아쉬울 뿐.

자신을 과시하는 초반부를 지나 고뇌와 성찰의 정서를 담은 후반부의 자기 고백에 귀를 쫑긋 세운다. 여림을 의도한 싱잉은 완숙하지 않으나 '?X3'에서 새긴 친구를 향한 한탄의 메시지처럼 선명한 작가적 면모가 곳곳에 자리한다. 최근 <쇼미더머니 10>에 출연해 래퍼로서 인정받겠다고 밝힌 이수린이다. 그 선언이 가벼이 들리지 않을 만큼 성실한 행보와 만족스러운 결과물로 자신을 증명하고 있다. 많은 장르 팬들을 그의 지지자로 돌린 것은 덤이다. 소기의 인정 욕구 달성, 화끈한 포획 성공이다.



언오피셜보이 (unofficialboyy), 하이프하이프 (HAIFHAIF) - 그물,덫,발사대기,포획
언오피셜보이 (unofficialboyy), 하이프하이프 (HAIFHAIF) - 그물,덫,발사대기,포획
언오피셜보이, 하이프하이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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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이즘

이즘(www.izm.co.kr)은 음악 평론가 임진모를 주축으로 운영되는 대중음악 웹진이다. 2001년 8월에 오픈한 이래로 매주 가요, 팝, 영화음악에 대한 리뷰를 게재해 오고 있다. 초기에는 한국의 ‘올뮤직가이드’를 목표로 데이터베이스 구축에 힘썼으나 지금은 인터뷰와 리뷰 중심의 웹진에 비중을 두고 있다. 풍부한 자료가 구비된 음악 라이브러리와 필자 개개인의 관점이 살아 있는 비평 사이트를 동시에 추구하고 있다.

언오피셜보이 (unofficialboyy), 하이프하이프 (HAIFHAIF) - 그물,덫,발사대기,포획

<언오피셜보이>, <하이프하이프>19,300원(19% + 1%)

1년을 갈아 넣어 작업한 어지러운 drugonline 1집 발매 후 방황 중에 군입대를 핑계로 HAIFHAIF와 만든 앨범을 갈아엎고 완성한 ‘그물,덫,발사대기,포획’ drugonline을 기대한 팬들께 미리 양해를 구합니다 이 앨범은 청자들의 일상에 조금 더 쉽고 편안히 다가가려 노력 한 트랙들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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