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색

아이의 엉뚱한 상상을 녹인 그림책 『안녕』

『안녕』 박소정 작가 인터뷰

  • 페이스북
  • 트위터
  • 복사

이 책을 한 장 한 장 넘기다 보면, 오늘도 수많은 존재와 새로이 마주하고, 수많은 감정 사이를 오가며 조금씩 성장해가는 아이들에게 왠지 모를 애틋함과 대견함을 느끼게 된다. (2021.10.25)


『안녕』은 제목 그대로 새로 만난 존재에게 호기심을 갖고 마음을 나누고 말을 건네는 아이의 모습을 담은 그림책이다. 이제는 누군가에게 선뜻 손 내미는 것도, 의심 없이 마음을 주기도 어려운 어른들과는 확연히 대조되는 모습이다.

오랜 시간 자연을 관찰하여 그리는 ‘세밀화’ 도감 작업을 해온 박소정 작가의 내공이 돋보이는 작품이기도 하다. 세밀하게 그려 더욱 생동감 넘치는 아이의 표정과 몸짓, 실제와 가까워 감탄을 자아내는 다양한 생명체들의 모습에 눈을 떼기 어렵다. 무엇보다도 이 책을 한 장 한 장 넘기다 보면, 오늘도 수많은 존재와 새로이 마주하고, 수많은 감정 사이를 오가며 조금씩 성장해가는 아이들에게 왠지 모를 애틋함과 대견함을 느끼게 된다.



전작 그림책들은 아이가 친구들과 어울려 노는 모습을 보고 쓴 이야기라고 했는데, 이번 책 『안녕』도 아이한테서 영감을 받으신 걸까요?

전작 『풍덩 수영장』을 마치고 작업실 정리를 할 때였어요. 우연히 몇 권의 수첩을 발견했는데 아이가 지금보다 어렸을 때 소소했던 일상부터 인상 깊었던 일, 아이가 했던 말들을 적어두었더라고요. 그중 아이가 했던 말을 적어둔 메모가 제 시선을 끌었어요. “엄마 청소기 소리 때문에 내 친구들이 결혼식을 할 수 없잖아”라고 했더군요. 여기서 친구들은 어릴 적 항상 같이 지냈던 인형들을 말하는 것이고요. 내친김에 아이가 지금보다 어렸을 때 다섯, 여섯 살 때 모습이 담긴 사진첩까지 꺼내 봤어요.

 사진 속 아이 곁에는 늘 곰 인형, 토끼 인형, 소꿉놀이 도구들이 있더라고요. 그 당시 아이의 목소리가 들리는 듯했죠. 인형에게 이름도 지어주고, 자기가 먹는 밥도 나눠주고, 추울 땐 옷도 입혀주고, 잘 땐 이불도 덮어주고. 아이는 늘 인형들과 대화를 나눴어요. 그렇게 아이는 인형들, 다양한 곤충들, 눈에 보이지 않는 바람과도 교감을 나눴어요. 호기심, 반가움, 두려움, 사랑, 아픔 등 여러 감정을 느끼면서요. 어릴 때는 무엇이든 교감하고 싶잖아요. 어떠한 벽도 없이 모두에게 다가갔던 아이의 순간들을 그리고 싶었어요.

이 책은 유난히 그림 한 장 한 장 음미하며 읽게 되더라고요. 그림 속 아이 표정, 나뭇잎, 풀잎, 그림에 나오는 개체들 하나하나 가만히 들여다보게 되고요. 작업하실 때는 어떠셨는지 궁금해요. 

수첩에 메모했던 아이의 말들, 그때 찍었던 사진들이 많은 도움이 됐어요. 지금보다 더 어린 시절의 아이 모습을 떠올려 보면, 생명이 있는 존재도 없는 존재도 모두 친구처럼 생각하고 소통하고자 했던 것 같아요. 그래서 달걀에서 병아리가 나오는 걸 상상하며 인형을 품어보기도 하고, 어항 속 물고기를 뚫어지라 쳐다보며 뽀뽀도 하고 왜 어항 밖에서는 살 수 없는지 물어보기도 했죠. 또, 장미 가시 하나로 코뿔소 흉내도 내곤 했고요. 이번 책에서는 그런 아이의 모습들을 보여주고 싶었습니다. 그림은 실제 있었던 추억들이다 보니 사실적이면서도, 아이의 생각과 상상들이 표현되어야 했기에 몽환적인 분위기도 나요. 그래도 그냥 떠오르는 대로 그리는 것이 아니라 도감을 통해 실제 동물들, 식물들의 생김새를 철저히 확인하거나 자료를 찾으며 그렸어요. 그림 한 점 그릴 때마다 한 달 정도 걸렸습니다.

세밀화 도감 작업을 오랫동안 해 오셨고, 또 최근에는 그림책 작업을 꾸준히 하고 계시는데, 이번 그림책이 그동안 해 온 작업의 결정체라는 느낌이 들어요. 세밀화 작업의 특성과 그림책의 구성과 표현이 정말 최고로 잘 살아난 거 같거든요. 앞으로도 이런 식의 작업을 이어 가실 계획이신가요? 

『민물고기 세밀화 도감』을 7년 정도 그렸지요. 오랫동안 작업해서 그러한지 세밀하게 그리는 것이 시간은 많이 걸리지만 익숙해요. 특히, 세밀화 도감 작업을 하면서 취재하고 기록하는 습관이 생겼어요. 생각해보면 그런 습관 덕에 아이에 대한 기록도 꾸준히 할 수 있었네요. 그렇게 취재하고 자료 모르고, 또 그걸 토대로 세밀화를 그려왔던 작업 방식이 『안녕』에 많은 도움이 되었어요. 

앞으로는 지금까지 해보지 않았던 방식으로 그림을 그리고, 그림책도 만들고 싶어요. 하나의 방식에 국한되지 않고, 구상하고 있는 이야기에 따라 더 잘 어울리고 더 잘 맞는 그림을 그리려고요.

그림마다 아이가 만나는 자연, 생명체가 달라지는데요. 그림에 넣을 자연, 생명체들은 어떻게 선정하셨을까요. 

유아기 때는 아이에게 모든 자연물, 생명체들이 다 처음 만나는 존재인 셈이잖아요. 날마다, 계절마다 만나는 곤충도, 동물도, 꽃도 다 다르죠. 그런 느낌을 좀 담고 싶었고요. 조금 더 구체적으로 말씀드리자면, 아이가 어릴 때 마당이 있는 집에서 살았는데요. 그때 아이가 발견하고 다가갔던 곤충들, 새, 고양이 등이 떠올랐어요. 그들과 교감하고자 했던 아이의 모습도요. 하루는 달팽이가 지나가면서 물기로 모양을 남겼는데, 이를 보고 아이가 ‘달팽이가 그림을 그린다’고 말하더군요. 아이의 그런 표현을 그림에 담고 싶었어요.



‘네가 외로울 때면 따뜻하게 안아 줄게.’라는 글은 아이가 식물이 추울까 봐 천으로 감싸는 그림으로 표현하셨는데요. 정말 인상 깊었어요. 어떤 일화에서 나오게 된 장면인지 궁금하고요. 이처럼 보는 사람마다 와닿는 그림이 다 다를 것 같은데, 작가님께는 어떤 그림이 가장 마음에 남았는지 궁금해요. 

어린 나이의 조카가 있는데요. 요즘 토마토 모종 키우기에 푹 빠져 있는데, 혹시나 모종이 추울까 봐 저녁에는 자신의 옷을 덮어주고 낮에는 심심할까 봐 호두에 얼굴을 그려 모종 옆에 친구처럼 둔대요. 그 마음이 너무 예쁘고 따뜻해서 바로 그림으로 그렸고, 아이에게 보여줬더니 정말 좋아하더라고요.

한 달에 그림 한 점씩, 정말 열심히 푹 빠져서 그렸기에 모든 그림에 골고루 애착이 가긴 해요. 그래도 한 점을 꼭 꼽자면, 아이가 풀밭에 엎드려 무당벌레를 만나는 그림이요. 실제로 아이가 풀밭에 나가서 무당벌레를 관찰할 때 아끼는 인형들도 함께 데리고 나가 구경도 시켜주고 산책도 시켜줬거든요. 그런 모습을 그리면서, 저도 그 환상에 흠뻑 빠질 수 있었고요. 무엇보다 제가 좋아하는 풀꽃을 많이 그릴 수 있어서 좋았습니다.

글을 읽으면서 부모가 날마다 새 생명체와 마주하는 아이에게 전하는 응원처럼 들리기도 했어요. 또 한편으론 엄마 아빠도 아이와 함께하는 매 순간이 모두 ‘처음’이고 낯설잖아요. 모든 것을 새롭게 겪는 엄마 아빠가 아이에게 ‘조금 서툴러도 우리 잘 지내보자’고 건네는 따뜻한 인사 같기도 했어요. 작가님은 어떤 의도로 쓰신 걸까요? 

아이만의 섬세한 감정들, 새로운 친구들과 만나며 성장하는 모습을 잘 표현하고 싶었어요. 그리고 이것이 아이에 대한 격려이자 응원이라고 생각해요.  또, 이번에 『안녕』을 만들면서 저도 다시 한번 깨닫게 된 것이 있어요. 상대에게 먼저 다가가기도 하고 배려해주고 나눠주고 하면서 서로를 이해하는 시간이 필요하다는 사실요. 오히려 어른이 되어서 잊고 지냈던 것 같아요. 그런데 아이들은 매번 새로운 만남 속에서 먼저 다가가기, 배려하기, 나눠주기를 다 실천하고 있잖아요. 어른들에게는 이런 이야기를 전하고 싶었어요.

『안녕』을 읽는 독자들에게 꼭 전하고 싶은 말씀이 있다면요? 

이번에 이 책을 만들면서 동네 아이들과도 많은 대화를 나누며 알게 됐는데요. 아이들은 먼저 손 내밀 줄 알고, 상대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일 줄도 아는 정말 배려 깊은 존재라는 사실요. 동네 아이들이 지금보다 더 어릴 적 자신들의 이야기를 정말 신나고 재밌게 들려주었어요. 독자분들도 이 책을 통해 아이들의 그런 풍부하고 따뜻한 감정을 잘 느끼실 수 있다면 좋겠습니다.




*박소정


1976년에 태어나 대학에서 서양화를 공부했습니다. 오랫동안 자연과 생명체에 관심을 가지고 생태 세밀화를 그려 왔어요.
그린 책으로 《보리 어린이 첫 도감 민물고기》《세밀화로 그린 보리 어린이 민물고기 도감》 《세밀화로 그린 보리 큰 도감 민물고기 도감》《온 산에 참꽃이다!》 《내가 좋아하는 바다생물》 《알고 보면 더 재미있는 물고기 이야기》 가 있고, 쓰고 그린 그림책으로는 《나 혼자 놀 거야》《나도 꼭 잡을 거야》가 있습니다. 딸아이를 키우면서 아이들이 동무들과 어울려 노는 모습을 보고는 이야기를 쓰게 되었어요. 



안녕
안녕
박소정 글그림
보리



추천기사



 


‘대한민국 No.1 문화웹진’ 예스24 채널예스
이 기사가 마음에 드셨다면 아래 SNS 버튼을 눌러 추천해주세요.

독자 리뷰

(0개)

  • 독자 의견 이벤트

채널예스 독자 리뷰 혜택 안내

닫기

부분 인원 혜택 (YES포인트)
댓글왕 1 30,000원
우수 댓글상 11 10,000원
노력상 12 5,000원
 등록
더보기

글ㆍ사진 | 출판사 제공

출판사에서 제공한 자료로 작성한 기사입니다. <채널예스>에만 보내주시는 자료를 토대로 합니다.

안녕

<박소정> 글그림13,500원(10% + 5%)

《안녕》은 세상과 마주한 아이의 마음속 상상을 담은 그림책입니다. 처음으로 누군가와 친구가 되기 위해 다정하게 말을 건네는 아이의 모습이 장면마다 펼쳐집니다. ‘너’로 불리는 이 친구는 작은 풀벌레일 수도 있고, 커다란 나무일 수도 있고, 눈에 보이지 않는 바람일 수도 있습니다. 그게 누구든, 무엇이든, 아이는 ..

  • 카트
  • 리스트
  • 바로구매

오늘의 책

오늘의 우리를 증언하는 소설들

한국 문학을 대표하는 작가들이 단단하게 쌓아 올린 여섯 개의 세계를 만난다. 이번 작품집에는 편혜영 작가의 대상작 「포도밭 묘지」를 비롯해, 김연수, 김애란, 정한아, 문지혁, 백수린 작가의 수상작을 실었다. 훗날 무엇보다 선명하게 오늘의 우리를 증언하게 될 소설들이다.

소설가 이기호의 연작 짧은 소설집

『눈감지 마라』에서 작가는 돈은 없고 빚은 많은, 갓 대학을 졸업한 두 청년의 삶을 조명한다. ‘눈감지 마라’ 하는 제목 아래에 모인 소설은 눈감고 싶은 현실을 고스란히 드러낸다. 작품 곳곳 이기호식 유머가 살아나는 순간 이야기는 생동하고, 피어나는 웃음은 외려 쓰다.

목소리를 내는 작은 용기

올해 1학년이 된 소담이는 학교에만 가면 수업시간은 물론, 친구들 앞에서조차 도통 목소리가 나오질 않습니다. 친구들의 시선에 온몸이 따끔따끔, 가슴은 쿵쾅쿵쾅. 누구나 한 번쯤은 겪어봤을 법한 이야기로, 목소리 작은 전국의 소담이들에게 따뜻한 응원을 전합니다.

인생 내공이 담긴 책

MBC 공채 개그맨에서 '골목 장사의 고수'로 경제적 자유를 이룬 고명환 저자의 이야기를 담았다. 죽음의 문턱에서 시작한 '책 읽기'를 계기로 시작된 독서 습관과 독서를 통해 깨달은 생각, 장사 이야기 등 오랜 기간 꾸준히 실천해온 성공 노하우를 진솔하게 들려준다.

.

주목! 투데이 포커스


문화지원프로젝트
PYCHYESWEB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