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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읽아웃] 왠지 달리고 싶어지는 책

책읽아웃 - 오은의 옹기종기 (209회) 『가로미와 늘메 이야기』, 『먼길로 돌아갈까?』, 『휠체어 탄 소녀를 위한 동화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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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임’감을 가지고 ‘어떤 책’을 소개하는 시간이죠. ‘어떤,책임’ 시간입니다. (2021.10.14)


프랑소와 엄 : 10월 첫날, <채널예스> 공식 인스타그램과 트위터에 황정은 작가님이 <책읽아웃> 새로운 진행자라는 소식을 발표했는데요. 알리자마자 반응이 정말 뜨거웠잖아요. 언젠가 두 진행자 분과 함께 청취자 분들과 만나는 자리도 꼭 만들고 싶습니다. 

불현듯(오은) : 오늘 주제를 ‘왠지 달리고 싶어지는 책’ 로 했는데요. 제가 중의적인 것을 좋아해요. ‘달린다’는 말에 뛴다는 말도 있고, 힘이 달린다고 할 때도 쓸 수 있는 말이라서 재미있겠다고 생각했어요. 


불현듯(오은)이 추천하는 책

『가로미와 늘메 이야기』 

허수경 저 | 난다



허수경 시인의 장편 동화입니다. 개정판이고요. 1990년 대에 허수경 시인이 독일에서 유학을 하면서 출간한 적이 있는 작품이라고 합니다. 하지만 그 책의 흔적을 찾기는 힘든 상황이에요. 뭉클한 것은 허수경 시인이 투병 생활 직전까지 개작을 했던 작품이기도 하다는 거예요. 마지막까지 왜 시가 아니라 동화를 고쳐 썼을까를 생각하면 이 책에 대한 각별한 애정 같은 것도 느껴져요. 1994년에 쓴 작가의 말을 제가 일부 읽어드릴게요.


저는 학생으로서 독일에서 공부를 하게 된 지 1년 반이 되어 갑니다. 1년 반 동안 독일이라는 이방의 언어가 제가 가진 삶의 조건이 되면서 언어에 대한 생각, 언어로 쓰인 이야기에 대한 생각을 많이 했어요. 그 생각을 가만히 정리해 보면 결국 저의 몸과 마음, 머리 끝에서 발 끝까지 우리나라 산천이 키워준 나에 대한 생각일 거예요. 서양인이 가득 타고 있는 버스 안, 독일 학생들만 앉아 있는 강의실, 옆 방에 외국인이 살고 있는 기숙사. 그런 시간들 속에서 우리나라 식품을 팔러 오는 트럭을 애타게 기다리던 저는, 지금 여기 독일이라는 곳에서 사는 저는 사람으로서 사는 것이 아니라 허깨비로서 사는 셈이었지요.


매년 난다 출판사에서는 허수경 시인의 기일에 맞춰서 책을 한 권씩 내고 있어요. 1주기 때는 『가기 전에 쓰는 글들』이 나왔었고, 2주기 때는 『오늘의 착각』이 나왔죠. 이번 3주기에 이 책이 개정판으로 출간이 되었습니다. 김민정 시인이 이런 말씀을 하시더라고요. 아마도 이게 마지막 책이 아닐까, 라고요. 억지로 책을 만들어 낼 수가 없잖아요. 그래서 책을 보자마자 읽기 시작했는데요. 두 가지 의미로 달리게 됐어요. 일단 이야기가 재미있기 때문에 푹 빠져들어서 읽느라 달리게 됐고요. 한편으로는 이것이 마지막일 수도 있는데 이렇게 달려도 되나, 하는 생각이 들어 갑자기 멈칫하게 되는 거죠. 빨리, 하지만 천천히 읽었던 책이기도 했습니다. 

여기에는 ‘가로미’와 ‘늘메’라는 두 명의 어린이가 등장을 해요. 이들은 남매인데요. 교통사고로 부모님이 돌아가셔서 큰 상처를 받은 인물들입니다. 특히 가로미는 마음의 병이 고쳐지지 않아서 걸을 수가 없게 돼요. 가로미가 오빠고 늘매가 여동생인데요. 한편 늘메는 산에서 자라게 됩니다. 늘메를 구한 것은 매예요. 매가 사람 아이를 키우게 되는 거예요. 가로미는 삼촌과 할아버지와 함께 살게 되고요. 이 동화는 아마도 어린이 혼자 읽기는 조금 어려울 것 같고요. 어른과 어린이가 함께 읽을 때 시너지가 가장 잘 발휘될 동화예요. 부모님들이 아이와 함께 가로미와 늘메의 이야기를 함께 읽으셨으면 정말 좋겠습니다. 



프랑소와 엄이 추천하는 책

『먼길로 돌아갈까?』 

게일 콜드웰 저 / 이승민 역 | 문학동네



이 책은 미국의 문학 평론가인 게일 콜드웰이 지은 에세이입니다. 책이 쓰여진 시기가 2010년이고, 한국에는 2013년에 처음 번역이 됐는데요. 올해 9월에 개정판이 나왔습니다. 출판사가 달라졌고, 번역은 같은 분이 하셨어요. 그리고 제목이 조금 달라졌는데요. 2013년 판에는 물음표가 없었죠. 아시겠지만 캐럴라인 냅은 42살이라는 이른 나이에 폐암으로 세상을 떠났는데요. 그가 세상을 떠난 시기가 2002년이었고, 이 책이 처음 미국에서 나온 게 2010년이니까 캐럴라인 냅의 사후 약 8년 정도 있다가 출간된 책이에요. 

저자는 캐럴라인 냅에 대해 이렇게 말을 하고 있어요. “캐럴라인을 만난 건 마치 가상의 친구를 찾는 구인 광고를 냈는데 상상했던 것보다 더 재미있고 멋진 사람이 우리 집 문 앞에 나타난 상황과 비슷했다.” 또 이런 말도 있어요. 따로 있을 때 두 사람은 겁에 질린 술꾼이자 야심찬 작가이고 애견인이었는데 서로를 만나서 작은 공동체를 이뤘다고요. 이 말에서 알 수 있듯 책에서 굉장히 중요한 소재가 바로 개입니다. 두 사람이 만나게 된 계기가 바로 개였어요. 사실 저자와 캐럴라인은 어느 문인 모임에서 우연히 만난 이후 별다른 에피소드가 없었는데요. 저자의 개 훈련사인 캐시가 저자에게 이런 말을 한 거죠. 당신 캐럴라인 냅 아느냐고요. 두 사람을 볼 때마다 서로가 떠오르는데 한 번 만나보는 게 어떠냐고 말해요. 얼마 후 어느 연못가에서 두 사람이 우연히 만납니다. 두 사람은 공원에서 만난 초보 엄마들처럼 개에 대한 수다를 떨면서 친해지죠.

오랜 친구 하나가 나를 사교적 은둔자라 칭하는 데에는 다 이유가 있었다. 나는 자연스러운 관계가 주는 따스함과 홀로 남겨지는 자유로움 둘 다를 원했다. 그런 나의 내면에 캐럴라인이 다가와 공손히 문을 두드리고 기다렸다가 다시 문을 두드렸다. 그녀는 쉽게 포기하지 않았다. 다정하면서도 똑똑한 사람 같았다. 게다가 본인이 말하길 사람과 개 사이의 정서적 유대에 관한 책을 쓰고 있다지 않은가. 이런 사람 때문이라면 수도사 같은 내 생활 방식의 균열을 내더라도 괜찮을 것 같았다.

요즘 책을 끝까지 읽기 어려운 시기를 보내고 있는데요. 저와 같은 분들도 계실 거잖아요. 뭔가 끌리는 책이 없고, 끝까지 달리는 책이 없었다 싶으면 이 책을 추천해요. 정말 이 책 읽고서 지루했다고 얘기할 사람은 한 명도 없을 거라고 자신합니다. 그런 책을 오랜만에 만났어요.



캘리가 추천하는 책

『휠체어 탄 소녀를 위한 동화는 없다』 

어맨다 레덕 저 / 김소정 역 | 을유문화사



이 책은 동화에서부터 디즈니 만화 그리고 슈퍼히어로 영화와 최신 드라마까지 콘텐츠, 이야기 속에 담긴 장애에 대한 편견을 분석한 책이에요. 저자가 뇌성마비로 다리를 약간 저는 장애인이기도 하고요. 소설을 쓰는 소설가이기도 해요. 저자가 어느 날 소설을 쓰다가 힘들어서 숲길을 산책하는데요. 숲길은 비장애인에게도 조심스러운 공간이잖아요. 발을 잘못 딛으면 넘어질 수도 있고, 조심해야 하니까요. 저자 역시 지팡이를 짚고 숲길을 걷다가 무심코 이런 생각을 하는 거죠. ‘휠체어를 탄 공주는 숲에서 블랙베리 같은 거 못 하겠구나’ 라고요. 그러다 그런 생각을 한 자신이 웃겨서 곧바로 생각해요. ‘뭐야. 휠체어를 탄 공주라니. 그런 공주가 세상에 어디있어.’라고요. 그리고 이 생각이 떠나지 않아 책을 쓰기 시작했다고 합니다.

사실 저자는 어렸을 때부터 동화를 좋아했어요. 보고 또 보면서도 당시에는 당연히 의식하지 못했는데요. 돌이켜 생각해 보니 자신 같은 공주는 없었던 거예요. 이를테면 동화 속 공주들은 누구도 나처럼 다리를 절지 않았고, 물리치료를 정기적으로 받아야 되는 공주도 없었죠. 공주들은 하나같이 완벽하게 균형 잡힌 외모와 몸, 우아한 몸짓을 하고요. 꿈결 같은 춤을 추잖아요. 뿐만 아니라 이야기로 들어가면 자기의 소외감을 더 강화시키는 것들이 많았어요. 동화 속 인물들은 항상 어딘가로 떠나고, 어려움을 맞이하고, 그 어려움을 극복해야만 다시 당당하게 자기 삶으로 돌아온다는 공식이 있는데요. 문제는 주인공들이 어려움을 극복하는 과정이 사회가 만든 틀에 맞게 아름다워져야 하고, 이전보다도 훨씬 더 사회에 어울리는 사람으로 변해야 된다는 교훈을 내포하고 있다는 점이죠. 

왜 이렇게 동화를 문제 삼느냐고 반발할 수 있어요. 이에 대해 저자는 이렇게 말해요. “동화는 당연히 진짜 이야기가 아니다. 하지만 동화는 결코 이야기로만 그치지 않는다”고요.

나는 바다로 뛰어들어야 하는 결말을 원하지는 않지만 모든 어려움이 사라지고 모든 것이 완벽해지는 결말도 원하지 않는다 그 누구도 그런 결말을 원할 수는 없다 내가 원하는 이야기는 왕자가 사실은 그 누구라도 목소리를 잃은 여자와 소통하는 방법을 찾는 이야기다. 우리가 서로 이해하고 서로의 손을 잡으며 함께 인생의 열린 운명에 맞서는 이야기를 원한다.

모든 어려움과 장애가 싹 사라지고 그들은 영원히 행복하게 살았습니다, 가 아니라 그 장애를 가지고서 우리가 어떻게 같이 살아갈 수 있는지에 대한 이야기를 하는 콘텐츠가 많았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고요. 그런 모습들이 국내 콘텐츠에도 더 많이 나오면 얼마나 좋을까 생각합니다. 이 책을 읽는데 저자랑 손을 잡고 달려가고 싶어졌어요.



* 책읽아웃 오디오클립 바로 듣기


가로미와 늘메 이야기
가로미와 늘메 이야기
허수경 글 | 박성수 그림
난다
먼길로 돌아갈까?
먼길로 돌아갈까?
게일 콜드웰 저 | 이승민 역
문학동네
휠체어 탄 소녀를 위한 동화는 없다
휠체어 탄 소녀를 위한 동화는 없다
어맨다 레덕 저 | 김소정 역
을유문화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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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신연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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