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색

1980년대 음악의 신호탄을 쏘아올리다, 영화 <페임>

이즘 특집

  • 페이스북
  • 트위터
  • 복사

'페임'은 대중들의 반향을 일으킴과 동시에 문화적 현상을 촉발하게 했다. "MTV"의 개국과 더불어 뮤직비디오 시대가 전개되기까지, 영화 <페임>의 사운드트랙으로 쓰인 음악은 그 전조에 다름 아니었다. (2021.09.24)


1976년 브로드웨이 뮤지컬 <코러스 라인>(A Chorus Line)의 노래 'Nothing'에 뉴욕 공연 예술고등학교(New York High School of Performing Arts)를 언급하는 대목에서 아이디어를 얻은 제작자 데이비드 드 실바(David De Silva)는 앨런 마샬(Alan Marshall)과 함께 8백 5십만 달러라는 넉넉한 제작비로 영화화에 착수했으며, 앨런 파커(Alan Parker)를 감독으로 고용했다.

파커 감독은 학생들이 겪는 고통과 실망을 강조하는 것을 선호해 이야기를 상당히 어둡게 만드는 쪽으로 대본을 수정했다. 그리고 10대의 자살, 동성애와 낙태, 문맹, 미성년자 포르노와 같이 이전에는 금기시되었던 주제를 과감히 다뤘다. 파커는 또한 42번가에서 상영되는 포르노 영화의 제목이 "Hot Lunch"라는 것을 알게 된 후 제작 과정에서 영화 제목을 "Fame"(페임)으로 개명했다. 이야기에 주어진 설정에 따라 감독은 극의 등장인물 선발을 위해 젊은 배우를 찾았다. 아이린 카라(Irene Cara)가 주인공 코코 에르난데즈(Coco Hernandez) 역에 선정되었고, 신인 리 커렌(Lee Curren), 로라 딘(Laura Dean), 안토니아 프란세시(Antonia Franceschi), 폴 맥크레인(Paul McCrane), 배리 밀러(Barry Miller) 그리고 모린 티피(Maureen Teefy)가 합류했다.



영화는 1980년대 뉴욕시를 배경으로 이야기를 전개한다. 명문인 뉴욕 공연예술학교 입학부터 졸업까지 학생들의 열망과 두려움을 탐구하고, 그들의 성공과 실패를 투영한다. 북미에서만 4천2백만 달러 이상의 티켓 판매수익을 올리며 상업적 성공을 거둔 흥행요인, 대중들의 발길을 극장으로 향하게 한데는 궁극적으로 문화적 현상이 될 만큼 핵심이 된 영화의 구성요소가 크게 한몫했다. 공연예술학교에서의 학생들의 삶을 근본으로 하는 드라마에 대한 비판이 쏟아진 한편, 비평가들의 찬사는 영화를 뮤지컬로 이끄는 영화음악에 쏟아졌다. 극명한 비평의 갈림에도 불구하고 <페임>은 4개의 아카데미상 후보에 지명되었고, 최우수 스코어(Best Original Score)와 최우수 노래(Best Original Song)를 모두 수상했다. 영화음악부문 트로피를 석권한 것이다.

앨런 감독은 애초 1978년 명화 <미드나잇 익스프레스(Midnight Express)>를 성공적으로 합작한 작곡가 조르지오 모로더(Giorgio Moroder)에게 영화의 스코어를 요청했지만 거절당했다. 그런 다음 밴드 일렉트릭 라이트 오케스트라(Electric Light Orchestra)의 리더인 제프 린(Jeff Lynne)에게 제안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도박하는 심정으로 그는 신예 작곡가인 마이클 고어(Micheal Gore)에게 음악 지휘봉을 넘겼다. 마이클 고어는 유명한 여성 팝가수 레슬리 고어(Leslie Gore)의 남동생으로 누나와 함께 곡을 쓰기는 했으나, 영화음악은 <페임>이 입문작이었다. 파커 감독은 고어가 쓴 곡들을 재녹음(dubbing)하는 대신 동시녹음(Live)으로 촬영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Out here on my own'과 'Hot lunch jam'을 누이 레슬리의 작사로 완성한 마이클은 주제가(Title song)에 맞는 가사를 찾기 위해 작사가 딘 피치포드(Dean Pitchford)와 함께 한 달 동안 고심했고, 결국 "I''m going to live forever(난 영원히 살 거야)"를 즉흥적으로 완성해냈다. "Remember! Remember! Remember!(기억해! 기억해! 기억해!)"를 반복해 노래하는 백업 보컬의 코러스 라인도 덧붙였다. 딘과 고어는 린다 클리포드(Linda Clifford)가 부른 'Red light'와 'I sing the body electric'(아이린 카라와 교우들 합창), 두 곡에도 함께 이름을 올렸다. 파커는 사운드트랙 넘버를 동시 녹음하는 한편, 영화가 가스펠(Gospel), 록(Rock), 클래식(Classic)의 세 가지 양식을 구성요소로 결합한 노래들로 채워져다 한다고 자신의 의견을 피력했다.

그리고 주제를 가진 각각의 노래들을 연기자의 배역에 맞게 사용해 장면에 조응하게 했다. 파커 감독의 주문에 따라 곡을 쓴 고어의 노고는 아카데미 시상식 역사상 처음으로 두 곡이 최우수 노래 부문 후보에 오르는 획기적 성과를 낳았다. 타이틀곡 'Fame'과 'Out here on my own'이 주제가상 후보에 지명된 것. 또한 디지털 오디오 사운드트랙을 사용한 최초의 영화 중 하나였다.

고어의 음악은 사실상 앨런 파커 감독이 연출가로서 이야기를 구성해냄에 있어서 드러낸 결점을 매끄럽게 이어줄 만큼 이야기의 맥락을 자연스럽고 조화롭게 이어주는 역할을 톡톡히 해냈다. 이야기의 부자연스러운 부분을 음악으로 보강하고, 분절된 내러티브의 맥을 음악으로 유지해줌으로써, 청중들의 동참을 유도하고, 극 중 아이들의 투쟁과 열망 그리고 승리라는 주제가 주는 생생한 쾌감에 관객들이 동화되게 했다. 영화적 감동의 8할은 마이클 고어의 음악이 빚어냈다고 해도 과언은 아니었다.



고어가 피치포드와 공작한 주제가 <페임>은 대중들의 반향을 일으킴과 동시에 문화적 현상을 촉발하게 했다. 사랑과 평화의 세상, 그리고 자유와 반전을 노래한 저항 음악이 포크와 록을 통해 시대를 대변한 1970년대를 지나, 개인주의와 소비주의 시대로 유명한 1980년부터 향후 10여 년간의 세대를 향한 일종의 신호탄과 같았다. 전자 키보드 신시사이저(전자 음향 합성기)의 등장과 춤추기 좋은 댄스뮤직(디스코, 신스팝)의 유행, 그리고 곧 1981년 "MTV"의 개국과 더불어 뮤직비디오 시대가 전개되기까지, 영화 <페임>의 사운드트랙으로 쓰인 음악은 그 전조에 다름 아니었다.

그뿐만 아니라 스코어도 존 윌리엄스(John Williams)의 <스타워즈 에피소드 Ⅴ-제국의 역습>(Empire Strikes)을 누르고 오스카상을 수상하는 놀라운 쾌거도 올렸다. 오늘날까지 영화의 타이틀곡인 노래 <Fame>은 영화 역사상 가장 위대한 노래 중 하나로 당당히 손꼽힌다. 클래식, 고전음악과 1980년대에 유행한 대중음악 양식을 뉴욕의 한 공연예술고등학교를 무대로 펼쳐지는 십대들의 이야기에 기막히게 엮어낸 음악가 고어가 아니었으면 이 영화의 영속성은 담보하지 못했을지도 모른다. 또한 주제가 <Fame>과 함께 'Out here on my own'을 열창해 오스카와 그래미를 모두 석권한 아이린 카라가 아니었으면, 이 영화가 지금의 명성을 획득하지는 못했을 것이다.





추천기사





‘대한민국 No.1 문화웹진’ 예스24 채널예스
이 기사가 마음에 드셨다면 아래 SNS 버튼을 눌러 추천해주세요.

독자 리뷰

(0개)

  • 독자 의견 이벤트

채널예스 독자 리뷰 혜택 안내

닫기

부분 인원 혜택 (YES포인트)
댓글왕 1 30,000원
우수 댓글상 11 10,000원
노력상 12 5,000원
 등록
더보기

글 | 이즘

이즘(www.izm.co.kr)은 음악 평론가 임진모를 주축으로 운영되는 대중음악 웹진이다. 2001년 8월에 오픈한 이래로 매주 가요, 팝, 영화음악에 대한 리뷰를 게재해 오고 있다. 초기에는 한국의 ‘올뮤직가이드’를 목표로 데이터베이스 구축에 힘썼으나 지금은 인터뷰와 리뷰 중심의 웹진에 비중을 두고 있다. 풍부한 자료가 구비된 음악 라이브러리와 필자 개개인의 관점이 살아 있는 비평 사이트를 동시에 추구하고 있다.

오늘의 책

수학 좋아하는 아이로 키우는 엄마표 유아수학 공부

국내 최대 유아수학 커뮤니티 '달콤수학 프로젝트'를 이끄는 꿀쌤의 첫 책! '보고 만지는 경험'과 '엄마의 발문'을 통해 체계적인 유아수학 로드맵을 제시한다. 집에서 할 수 있는 쉽고 재미있는 수학 활동을 따라하다보면 어느새 우리 아이도 '수학을 좋아하는 아이'로 자랄 것이다.

나를 바꾸는 사소함의 힘

멈추면 뒤처질 것 같고 열심히 살아도 제자리인 시대. 불안과 번아웃이 일상인 이들에게 사소한 습관으로 회복하는 21가지 방법을 담았다. 100미터 구간을 2-3분 이내로 걷는 마이크로 산책부터 하루 한 장 필사, 독서 등 간단한 습관으로 조금씩 변화하는 내 모습을 느끼시길.

지금이 바로, 경제 교육 골든타임

80만 독자들이 선택한 『돈의 속성』이 어린이들을 위한 경제 금융 동화로 돌아왔다. 돈의 기본적인 ‘쓰임’과 ‘역할’부터 책상 서랍 정리하기, 용돈 기입장 쓰기까지, 어린이들이 일상생활 속에서 쉽게 접할 수 있는 소재로 자연스럽게 올바른 경제관념을 키울 수 있다.

삶의 주인공은 내가 아니야

저마다 삶의 궤적이 조금씩 다르지만 인간은 비슷한 생애 주기를 거친다. 미숙한 유아동기와 질풍노동의 청년기를 거쳐 누군가를 열렬하게 사랑하고 늙어간다. 이를 관장하는 건 호르몬. 이 책은 시기별 중요한 호르몬을 설명하고 비만과 우울, 노화에 맞서는 법도 함께 공개한다.


문화지원프로젝트
PYCHYESWEB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