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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가디슈> 왜 소말리아로 가야 했나

류승완 감독의 4년 만의 신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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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가디슈>는 장르와 액션의 볼거리를 넘어 함께 사는 세상에 대한 가능성 유무를 한신성과 강대진과 림용수와 태준기 등의 사람을 경유하여 제시한다. (2021.07.29)

영화 <모가디슈>의 한 장면

한국 영화의 진화는 새로운 이미지를 동반한다. <군함도>(2017) 이후 4년 만에 선보이는 류승완 감독의 신작 <모가디슈>는 한국 영화가 당도한 전에 없던 풍경의 세계다. 모로코에서 100% 올로케이션으로 진행된 <모가디슈>는 1991년 모가디슈에서 벌어진 소말리아 내전 하에서 탈출을 모색하는 남한과 북한 대사관 직원들의 악전고투에 관한 실제 사연이다. 

1988년 서울 올림픽을 성공적으로 마친 한국 정부는 세계 속의 한국을 공식적으로 인정받으려 UN 가입을 서두른다. 표가 몰려 있는 아프리카 대륙의 UN 가입국 정부를 설득하기 위해 한신성(김윤석)은 소말리아에 대사로 파견된다. 한국 대사관 직원은 서기관과 사무원과 대사 부인을 포함해 겨우 다섯 명. 여기에 안기부 출신의 강대진(조인성)이 참사관 자격으로 합류한다. 

한신성이 몇 년을 공들였음에도 불구하고 소말리아 내의 정치적 불안정과 북한 대사 림용수(허준호)의 방해로 소말리아 정부의 협조를 끌어내는 일이 쉽지 않다. 특히 양국 대사관의 참사관 강대진과 태준기(구교환)가 감정적으로 대립하면서 충돌 직전까지 이른다. 그때 독재정권에 반대하는 소말리아 시민들의 시위가 발생하고 일부가 폭도로 돌변하면서 남북 대사관 직원들은 모가디슈 탈출을 위해 손을 잡아야 하는 처지가 된다. 

장르와 액션 연출에 능하다는 평가답게 류승완 감독은 <모가디슈>를 탈출극으로 진행한다. 이탈리아 대사의 도움으로 이집트행 비행기를 얻어 타기 위한 주인공들의 결말부 카체이싱이 압권이다. 수십 권의 책으로 방패를 두른 네 대의 자동차에 나눠 탄 남북 대사관의 직원과 가족들이 모가디슈 시가지를 장악한 반군의 공격을 뚫고 질주하는 이미지는 압도적이다. 볼거리의 기능을 넘어 인물들이 느꼈을 절체절명의 감정이 그대로 전달되어서다. 

<모가디슈>에서 재현되는 1991년의 모가디슈는 관객에게 낯선 만큼이나 극 중 인물들에게도 익숙하지 않아 고립감과 두려운 감정을 불러일으키는 장소다. 제작진이 여행 금지 국가로 지정된 소말리아 대신 모로코에서 세트를 통해 모가디슈 시내를 최대한 사실적으로 구현해야 했던 결정적인 이유이었다. 그처럼 류승완은 관심을 끄는 인물을 설명하기 위해 공간을 필요로 하는 연출자다. 

류승완의 영화는 주로 인물로 기억된다. 초기 연출작을 대표하는 캐릭터 ‘다찌마와 리’(임원희)를 비롯하여 <부당거래>(2010)의 ‘광수대’ 최철기(황정민)와 스폰서 검사 주양(류승범), <베테랑>의 행동파 형사 서도철(황정민)과 막무가내 재벌 3세 조태오(유아인) 등이 그렇다. 이들을 기능적으로 소비하는 대신 캐릭터를 중심에 두고 각자가 속한 직업 이면에서 돌출하는 상황이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를 장르와 액션으로 제시해서 가능한 결과다. 

그중 액션에 눈이 가는 건 살기 위한 몸부림의 정체성을 갖기 때문이다. <모가디슈>의 한신성과 강대진, 림용수와 태준기는 각각 남북의 체제와 이념을 신념으로 받들어 먼 이국 땅에서 맡은 바 임무를 수행하는 기능인에 가깝다. 류승완의 영화에서 신념은 부차적인 개념이라는 의미다. 실제로 <모가디슈>는 물론 류승완의 영화 속 캐릭터는 대부분 자기가 속한 세계에 신념을 가지고 복무하다 살려는 본능으로 전향하는 경우가 많았다. 


영화 <모가디슈> 공식 포스터

<모가디슈> 이전 해외 프로덕션과 촬영을 경험했던 <베를린>을 두고 개봉 당시 류승완 감독은 어느 인터뷰에서 삶의 철학을 밝혔다. “이 영화를 만들면서 사람은 신념을 가지고 사는 게 아니라 사람과 함께 살아가는 것이다, 라는 생각을 했다.” 그의 반영처럼 <베를린>에는 류승완의 영화에서 좀처럼 경험하기 힘들었던 사랑의 감정이 북한 비밀 요원 표종성(하정우)과 련정희(전지현)의 사이를 연결해줬다. 그렇다면 <모가디슈>에서는?

이국에서도 이념과 체제의 선을 긋고 서로를 감시하고 방해하던 남북의 대사와 참사관이 손을 잡는 건 죽음에 맞선 삶에 대한 존중과 사람의 의무 때문이다. 아이러니하게도 남북의 ‘작은 통일’은 한반도가 아니었기에 가능했던 사건이다. <모가디슈>가 왜 한국 영화가 가본 적 없는 소말리아의 생소하고 낯선 풍경을 담아야 했는지가 주제로 드러난다. 

실화를 바탕으로 했기에 탈출 여부를 알고 있는 상황에서 <모가디슈>는 현재의 남북 관계를 다시금 바라보게 한다. 영화가 제시하는 새로운 풍경을 넘어 현실에서도 많은 이가 바라는 남북의 하나 되는 이미지는 가능할 것인가. 이의 질문을 여운의 형태로 남기는 <모가디슈>는 장르와 액션의 볼거리를 넘어 함께 사는 세상에 대한 가능성 유무를 한신성과 강대진과 림용수와 태준기 등의 사람을 경유하여 제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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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허남웅(영화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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