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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아노를 치며 생각한 것들』 오재형 작가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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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동안 영화 찍고 상영하는 작업을 주로 했어요. 그 무렵에 혼자 제주 여행을 떠났어요. 겨울 바다를 보는데 영 따분하더라고요. (2021.07.19)


그림 그려서 개인전만 네 번을 개최했고, 단편영화를 출품해 칸 영화제에 다녀왔고, 조성진과 손열음이 올랐다는 더 하우스 콘서트 무대에 올랐다. 도대체 종잡을 수 없는 그의 이력. 언젠가 GV에서 만난 관객은 이런 질문을 던지고야 만다. “이런 질문을 해도 될지는 모르겠지만, 감독님은… 그러니까 감독님은 도대체 뭐…하시는 분이에요?” 여기에 더해 두 번째 책 『피아노를 치며 생각한 것들』을 펴낸 에세이스트이기도 한, 스스로를 ‘예술 잡상인’이라고 칭하는 오재형 작가를 만났다.




‘예술 잡상인’이라는 말이 독특하네요. 이 질문은 안 드리려 했는데, 별다른 도리가 없네요. 대체 뭐 하는 분이세요?

그림 그리는 화가였고, 영화 찍는 영화감독이고, 피아노 치는 피아니스트입니다. ‘예술 잡상인’이라는 말은 김목인의 『직업으로서의 음악가』라는 책에서 가져왔어요. 예술가 모두 자신을 1인 가게라고 생각하고 입간판을 걸어 보자는 제안에 생각난 단어에요. 요즘에는 직접 찍은 단편 영화를 상영하며 동시에 피아노를 연주하는 예술 작업을 하고 있어요. 

이번에 『피아노를 치며 생각한 것들』이라는 에세이를 출간했어요. 피아노는 언제 처음 배웠나요?

사실 피아노를 처음 배운 건 아홉 살 무렵이에요. 특별한 관심 없이도 어린이라면 누구나 피아노 학원 문을 두드리던 시절이었죠. 근데 정말, 진짜, 너무 노잼인 거예요. 한 달 동안 엄마 앞에서 뗑깡을 부려 그만둘 수 있었죠. 

피아노를 다시 배운 건 성인이 되어서였어요. 고등학생 시절 입시를 앞두고 있던 때, 누나가 연주하던 이루마의 <Maybe>나 <캐논 변주곡>이 그렇게 달콤하게 들리더라고요. 중요한 일 앞두고는 뭔가 다 재밌어 보이잖아요? 그래서 미대 입학 후 바로 피아노 학원에 나가기 시작했어요. 당시에는 성인 피아노 학원이 없어서 어린이들 사이에서 ‘도-레-도-레’부터 연습했어요. 그런 제가 피아노 연주로 공연을 한다는 게 스스로도 참 신기해요.

당시에는 정말 피아노가 너무 좋았고, 너무 좋았고, 너무 좋았어요. ‘뭐 하나에 미쳐 봤어!’라고 당당히 말할 수 있다면 이 시기의 피아노에요. 미대보다는 음대에 더 자주 출몰해 도둑 연습을 일삼던 내게 이듬해 피아노과 신입생이 복도에서 90도 인사를 했을 정도였으니까요. 그럴 때면 “그래, 대학 왔다고 너무 놀지는 말고.”라며 덕담을 건네곤 했지요. 바이엘 악보 옆구리에 끼고서요.(웃음)

그럼 스무 살 때부터 피아노에 정진하여 피아니스트가 된 건가요?

그럼 재미없겠죠?(웃음) 신기하게 전역하고 나니 피아노에 흥미가 떨어졌어요. 군대에서는 피아노 꿈을 꿀 정도로 열성이었는데…. 전역 후 복학하고 작가가 되겠다는 일념으로 그림 작업에 매진했어요. 취미였던 피아노는 아무 생각 없이 즐기기만 하면 되었지만, 전공인 그림은 사정이 달랐지요. 뭘 그려야 할까? 잘 그린 그림과 좋은 그림의 차이는 뭘까? 그림으로 뭘 추구하고 어떤 메시지를 전달해야 할까? 따위의 근본적인 질문들을 고민했어요.

졸업하자마자 외부 단체전을 하게 되었는데, 오프닝 날 가보니 제 그림에 빨간 딱지가 붙어 있는 거예요. 빨간 딱지라면 재산이 가압류당하거나 화가의 그림이 팔릴 때, 이렇게 두 경우밖에 없는데, 세상에! 갓 졸업한 새내기의 그림이 팔린 거예요. 갤러리를 운영하고 있던 구매자에게 개인전을 열어 달라고 뻔뻔히 들이댔어요. 

그렇게 개인전도 세 차례나 열었고 제 그림을 구매하는 사람도 꽤 있었고, 화가로서의 경력을 차곡차곡 쌓아 갔어요. 그땐 그림 그리는 게 정말 좋았어요. 인생에서 화가 이외의 삶은 한 번도 상상해 본 적이 없었죠. 적어도 그때까지는.

그러다가 은퇴전을 개최하고 화가로서 절필을 선언하는데요. 그렇게 좋아하던 그림을 그만둔 계기가 있나요?

2015년 즈음에 강정마을에 다녀왔어요. 수년간 해군기지 문제로 몸살을 앓고 있는 곳이지요. 그곳에서 김성은 감독을 만나 영상을 배웠어요. 6분짜리 단편 영화 <강정 오이군>을 시작으로 몇몇 영화를 만들었는데, 반응이 꽤 괜찮았어요. 제가 술 마시면 봉준호랑 동급인 감독이라고 이야기하는데요, 칸 영화제에 다녀온 경험이 있어요. 증거도 있어요. 보실래요?(//omn.kr/nerv) 칸에 입성한 일화가 궁금하다면 책을 읽어 보세요.(웃음) 칸 외에도 포루투갈씨네에코환경영화제, 제천국제음악영화제, 서울국제뉴미디어페스티벌, 서울독립영화제, 미쟝센단편영화제 등 다양한 영화제에 초청된 경력도 있고요. 

그렇게 갤러리보다는 스크린 앞에 서는 일이 잦아졌고, 그림 작업을 거의 하지 않는 제 모습을 발견했죠. 그림 그리기는 너무 진지하게 생각해 왔던 일이었기에 열정이 흐지부지 사라지는 모습을 지켜보기가 싫었어요. 마침 전시 제안이 왔고, 애정하는 대상에게 ‘끝’이라는 이벤트를 열어 주기로 한 거예요. 그렇게 은퇴전 <안녕>을 개최했습니다.



피아노는 언제 다시 치나요? 그림 그리고 영화만 찍다가 인터뷰 끝나겠는데요.(웃음)

한동안 영화 찍고 상영하는 작업을 주로 했어요. 그 무렵에 혼자 제주 여행을 떠났어요. 겨울 바다를 보는데 영 따분하더라고요. 올레길 걷다가 지겨워지면 버스에 올라탔죠. 저녁에는 재미없는 책 뒤적이다가 잠들었고요. 돌아오기 전날, 연고도 없는 제주도에서 대출받아 치킨집을 연 친구를 만나 술을 마셨어요. 친구와 작별하고 공항 근처 게스트하우스 4인실에 들어갔죠. 삐거덕거리는 도미토리 침대에 누워 있는데 불현듯 피아노 생각이 나는 거예요. 그렇게 2층 침대에서 주무시는 분의 요란한 코골이를 들으며 불현듯 다짐했어요. ‘아무래도 나는 피아니스트가 되어야겠어.’라고. 당시 서른두 살이었어요.

그즈음 서울시 등촌동에 ‘일년만 미슬관’이라는 공간이 생겼어요. 전시 기회를 얻기 힘든 젊은 작가 일곱 명이 모여 철거 예정이던 공간의 건물주를 설득하여 임대료 없이 딱 1년 동안 쓸 수 있게 되었고, 그곳을 전시 공간으로 만든 거예요. 그곳에서 처음으로 영화 상영과 피아노 연주를 결합한 공연을 시도했습니다. 재밌더라고요. 관객도 흥미를 보이고요. 아, 이거다! 이렇게 하면 되겠다 싶었어요.

드디어 피아니스트 오재형의 이야기를 듣게 되었네요! 공연하는 작품에 대해서도 설명 부탁드립니다.

국가폭력을 작품에 담고 있어요. 대표작 <블라인드 필름>에는 강정마을, 세월호, 밀양, 옥바라지 골목을 담았습니다. 이탈로 칼비노의 『보이지 않는 도시들』을 읽고 만든 동명의 작품 <보이지 않는 도시들>에도 사회에 대한 고민을 담고자 노력했어요. 작업실에서 피아노 학원을 가려면 광화문 광장을 걸어서 가로질러야 하는데, 사람들이 시위하는 그곳을 매일 지나다 보면 이 풍경이야말로 ‘보이지 않는 도시’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거든요.

첫 단편 <강정 오이군>을 찍을 때는 투쟁 현장을 동경하는 마음이 있었어요. 하지만 매번 현장에 나가는 건 저와 맞지 않더라고요. 저는 제 방식대로, 작업을 통해 사회 문제를 이야기하고 있어요. 관객분들이 제 작품과 공연을 보고 한 번쯤 그 사안에 대해 고민하면 더할 나위 없이 좋겠습니다. 캐비넷 싱얼롱즈의 <여기까지 가져온 노래뿐>이라는 노래가 있는데요, 저 역시 ‘여기까지 가져온 피아노뿐’이겠지만, 제가 잘할 수 있는 방법으로 메시지를 전달하고 있습니다.



빤한 질문이지만 『피아노를 치며 생각한 것들』, 어떤 분들이 읽으면 좋을 것 같나요?

‘오래된 마음이 숨을 쉬네.’ 제가 게스트하우스 삐걱거리는 침대에서 피아니스트가 되어야겠다고 다짐했을 때 떠오른 장기하와 얼굴들의 노래 가사에요. 마음 속 깊숙한 곳에 고이 간직해 둔 무언가가 있는 분들이 제 책을 읽어 주시면 좋겠어요.

돌아보면 제가 20대에 그린 청사진 중 실현된 건 하나도 없어요. 정규 코스를 밟은 건 은퇴한 미술뿐이죠. 등단한 적 없지만 벌써 두 번째 책을 냈고, 전공하지 않았음에도 영화를 찍고 피아노를 연주해 관객을 만나고 있어요. 미대생 오재형은 상상도 못 했던 일이죠.

좋아하는 일을 묵묵히 좇다 보면 누군가는 꼭 손을 잡아 줄 거예요. 이 책의 마지막 장을 덮을 무렵이면, 독자분의 ‘오래된 마음’이 다시 숨 쉬고 있을 겁니다. 그게 피아노라면 정말 좋고요!(웃음)



*오재형

화가(였)고, 영화감독이고, 최근에는 피아니스트다. 비록 그림은 절필했고, 사람들이 흔히 떠올리는 ‘그런’ 영화감독, ‘그런’ 피아니스트는 아니지만, 이 모든 호칭으로 불리며 살고 있다. 화가 은퇴전 <안녕>을 비롯해 개인전을 여럿 치렀고 <강정 오이군>, <덩어리>, <봄날> 등 단편영화를 다수 연출했으며 공황장애 경험을 담은 에세이 《넌, 생생한 거짓말이야》를 썼다. 이렇게 소개하면 “종합 예술인이시네요!”라는 말을 들을까 봐 예술 잡상인’이라고 스스로 소개하고 다닌다. 게스트하우스 침대에서 코 고는 소리 듣다가 불현듯 취미로 해 오던 피아노 연주를 본격적으로 해야겠다고 마음먹었다. 2016년 ‘일년만 미슬관’에서 <블라인드 필름>이라는 제목 아래 영상 상영과 피아노 연주를 결합한 공연을 처음 시도했다. 이 방식에 자신감을 얻어 <더 하우스 콘서트: 오재형의 비디오 리사이틀> 무대에 올랐고, 개인전 <피아노 프리즘: 보이지 않는 도시들>을 개최했다. //www.thelump.net Instagram @owogud



피아노를 치며 생각한 것들
피아노를 치며 생각한 것들
오재형 저
원더박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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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ㆍ사진 | 출판사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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