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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읽아웃] 긴장을 놓을 수 없는 북유럽 스릴러

책읽아웃 - 김하나의 측면돌파 (195회) 『피오르의 유령』 『저는 삼풍 생존자입니다』 『음악의 언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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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작은 책이었으나 끝은 어디로 갈지 모르는 코너, 삼천포책방입니다. (2021.07.08)


긴장을 놓을 수 없는 북유럽 스릴러 『피오르의 유령』, 자신만의 행복을 찾아가는 사유의 궤적 『숲속의 자본주의자』, 만들어진 진실에 대한 서늘한 경고 『죽이고 싶은 아이』를 준비했습니다.


단호박의 선택 

『피오르의 유령』

이르사 시구르다르도티르 저/김진아 역 | 문학동네



노르딕 누아르라는 장르가 있죠. 북유럽의 누아르나 스릴러 장르를 통칭하는 게 거의 장르로 굳어진 것 같은데요. 대표적인 게 스티그 라르손의 밀레니엄 시리즈가 있는 것 같아요. 이 장르의 공통점은 약간 고립된 지역에서 뭔가가 벌어진다거나 날씨가 춥고 음산하고 햇빛이 잘 안 들어요. 약간 차가운 느낌이 들죠. 

이르사 시구르다르도티르 저자는 ‘아이슬란드 크라임 퀸’이라는 별명을 가지고 있대요. 독특한 이력이라고 한다면 대학교에서 토목공학을 전공을 했고요. 1998년에 어린이 책 작가로 데뷔를 했어요. 이 분이 쓴 책 중에는 엔지니어가 주인공으로 나오는 토라 시리즈가 제일 유명하다고 하는데요. 오늘 가지고 온 『피오르의 유령』은 이 시리즈에 해당하는 작품은 아니고 개별 작품이라고 합니다. 

책은 장으로 나뉘어져 있는데요. 각 장은 두 개의 이야기들이 번갈아가면서 진행이 돼요. 한 장에서는 외딴 섬의 거의 버려진 오두막 같은 걸 구입해서 게스트 하우스로 만들려는 친구들이 섬에 들어가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다루고 있고요. 다른 한 장에서는 아들이 어린 나이에 실종이 된 정신과 의사 이야기를 배경으로 이야기가 전개됩니다. 나중에 두 이야기가 맞물려지면서 이야기는 점점 종결을 향해 다가가고요. 

1장에 바람이 심한 어느 날이 배경으로 나옵니다. 이 친구들은 선장이 이끄는 배를 타고 외딴 섬으로 가요. 선장은 되게 찝찝하게 굴어요. ‘아, 그 집...’ 그러고 무슨 말인가 덧붙이려다가 그만둡니다. 그리고 계속해서 찝찝함이 있죠. 주인공 중에 한 명이 카트린인데 “가르다르와 리프는 아무것도 눈치 채지 못한 듯 했지만 카트린은 이곳에 있는 것이 그들만이 아니라는 느낌을 떨치지 못했다”고 말합니다.

2장에서는 전혀 다른 이야기가 나오고 있어요. 프레이르라는 정신과 의사가 자기 일을 하고 있는데요. 어떤 교실이 난장판이 된 사건이 벌어져요. 그리고 여기에는 여자 형사가 등장하는데요. 한 아이가 이 정신과 의사한테 계속 눈길을 보내는 거예요. 마치 약간 증오하는 듯한 눈빛이고 뭔가 중얼거리고 가요. 마지막 문장은 “잘 알아듣지는 못했지만 그 아이가 한 말은 분명 ‘더러워’였다”입니다.

장르에서 흔히 클리프 행어라고 불리는 게 있잖아요. 약간 시리즈별로 됐을 때 가장 마지막에 사람들한테 ‘다음이 어떻게 되지?’라고 궁금증을 느낄 만한 것들을 계속해서 배치를 하는 거죠. 그래서 그 다음 화를 읽지 않을 수 없도록 만드는 것들이 있는데, 이 소설 같은 경우는 그게 청각으로 많이 드러나는 것 같아요. 계속 주인공들의 귓가에 약간 초자연적인 목소리 같은 게 들리는 게 있어요. ‘가지 마’라든지 ‘도망쳐’라든지 이런 소리가 들리기도 하고 갑자기 쿵 소리가 나기도 하고, 그것들이 장이 끝날 때마다 있으니까 그 소리가 뭔지 궁금하잖아요. 그러면 다음 장을 봐야 되는데 그 다음 장에서는 또 다른 얘기를 하고 있는 거예요. 그 얘기를 읽고 다음 장으로 가야만 이 소리가 뭔지 알 수가 있는 거죠. 그런 식으로 계속해서 읽을 수 있게 만드는 장치들을 영리하게 만들어놨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톨콩(김하나)의 선택 

『숲속의 자본주의자』

박혜윤 저 | 다산초당


표지가 아주 평화롭습니다. 『월든』 표지에 참 많이 쓰였던 풍의, 뒤에는 산이 있고 나무들이 있고 그 앞에 오두막집이 하나 서 있는 평화로운 목가적인 풍경이 그림으로 그려져 있고요. 제목은 『숲속의 자본주의자』입니다. 조금 의외죠. 우리가 보통 자본주의 하면 도심을 생각하게 되니까 ‘어? 자본주의자인데 숲 속에 있어?’라고 하는 의문을 갖게 되죠.

저자는 박혜윤이라고 하는 한국 분입니다. 서울대학교 영어영문학과를 졸업하고 4년간 일간지 기자로 일했습니다. 그리고 미국에 가서 교육심리학 박사 학위를 받은 뒤에 가족과 함께 서울 생활을 정리하고 미국 시골에 들어갔습니다. 작은 마을의 오래된 집에서 두 아이와 남편과 사는데, 거기에서 아무도 정규직으로 일을 하지 않습니다. 이 분은 도처에 자라나는 블랙베리와 야생초를 채취하고 통밀을 갈아서 빵을 구우며 막걸리 누룩으로 된장과 간장을 만들어 먹습니다. 정기적인 임금 노동에 종사하지 않으면서 원하는 만큼만 일하고도 생존할 수 있는지 궁금해서 실험하듯 시작한 생활이 이제 7년째를 맞았습니다. 평범한 일상이자 작은 실험이기도 한 삶의 모습들을 이메일에 담아 정기 구독 서비스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이분들이 원래 치열하게 일하고 월급을 받아서 열심히 살아가던 사람들이었는데 여차저차해서 미국 시골로 가게 됐어요. 미국에서 이분들이 처음으로 샀던 땅은 부지가 아주 넓고 집은 이동식 주택이었어요. 그곳에서 유기농 농사를 지어서 인근에 있는 대도시에 가서 납품해야겠다고 생각했죠. 영화 <미나리>랑 비슷하죠. 그런데 결국은 여러 가지 이유로 유기농 농사를 포기합니다. 그리고 지천으로 잡초처럼 자라고 있는 블랙베리를 따고 싶은 만큼만 따서 저장을 해놓고, 채취인으로 살면서 빵을 굽는데요. 빵을 굽기 위해서 통밀을 바로 갈아서 사용합니다. 그것을 발효를 시키는데 이 분의 말에 따르면 통밀과 천연 발효가 빵의 최고봉의 양대 산맥이라고 합니다. 그렇다고 해서 제빵 공장을 돌리듯이 막 빵을 만드느냐, 그건 아닙니다. 이 빵에 들어가는 시간을 다 계산을 해봤죠. 어느 정도를 만들고 얼마 정도에 팔아야 수익을 내면서도 내가 그 수익에 함몰되어서 내 시간을 다 저당 잡히지 않을 수 있을까 생각해서 내린 결론은 ‘이틀만 빵집을 열고 그리고 한나절 정도 더 일을 하게 되면 딱 맞겠다, 내가 이 즐거움을 잃지 않겠다’라는 거였어요. 그래서 이 빵집은 금요일과 토요일 오전부터 한 오후 3시 정도까지 마당에서 엽니다.

(이 책은) 자기 자신이 어떻게 하면 행복해질 수 있는지 맥락을 찾아가는 사유의 궤적에 가깝습니다. 이 책의 표지를 보면 월든 같다는 생각이 드실 텐데 『월든』이 아주 많이 소개가 되어 있습니다. 저는 대학생 때 ‘이것은 내 인생을 바꿔놓을 책이다, 나는 이 책이 너무너무 좋다’라고 생각을 했었어요. 만약에 저처럼 월든을 참 인상적으로 읽었던 사람이라면 이 책을 매우 흥미진진하게 읽을 수밖에 없습니다.



그냥의 선택 

『죽이고 싶은 아이』

이꽃님 저 | 우리학교


열일곱 살 소녀 ‘서은’이 학교 공터에서 사망한 채 발견이 됩니다. 벽돌에 맞아서 사망한 것으로 추정이 돼요. 이 벽돌에는 확실히 확인되는 지문이 하나 남아 있었는데 ‘주연’의 지문이었습니다. 그래서 주연은 유력한 용의자로 경찰 수사를 받게 됩니다. 첫 장부터 이 사건에 대해 주연과 서은의 주변인이 진술을 합니다. 그 다음에는 주연이 김 변호사를 접견하는 장면이 나와요. 그 다음에는 또 두 사람에 대해 진술하는 주변의 얘기가 나오고, 이어서 주변에 주변 인물에 대한 이야기가 나오고, 그런 식으로 교차되어 있어요.

일단 주연과 서은은 친구 사이였습니다. 두 사람에 대해 진술하는 주변인 중에는 이들과 같이 학교나 학원을 다닌 친구들도 있고, 그 속에도 친했던 아이가 있고 ‘그냥 오가면서 얼굴만 봤는데, 들리는 소문이 이렇던데요’라고 말하는 잘 모르는 사람도 있어요. 두 아이를 가르치는 선생님이나, 이 아이들이 아르바이트를 했던 편의점의 사장, 아이들이 자주 들렸던 편의점의 사장 같은 사람들도 섞여 있습니다. 누군가는 둘이 굉장히 친밀했고 더없이 좋은 관계였다고 하고, 또 누군가는 ‘겉으로 볼 때는 친해 보이는데 좀 자세히 관찰해 보면 이상했어요. 서은이가 주연이 말이 꼼짝을 못 하는 거 같던데?’라고 말하고, 또 다른 누군가는 ‘그 정도가 되게 심해 보였어요’라는 말도 합니다. 

과연 진실은 무엇일지를 찾아가는 심리 미스터리 소설의 형식을 취하고 있는데요. 진실은 무엇일까라는 궁금증이 이 소설에 빠져들어서 읽게 되는 요소이긴 해요. 그런데 이꽃님 작가가 이 소설을 쓴 이유는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단순히 진실을 추적하는 재미를 주려고 쓴 소설은 아니라고 생각돼요.

어떤 사건이 벌어졌을 때 ‘이 사람 말을 들으니까 그렇대’, ‘저 사람 말을 들으니까 또 아니라던데?’ 하는 일들이 우리 주변에서 비교적 흔하게 일어나잖아요. 이 소설에서도 주변인의 진술 장면만 보면 <그것이 알고싶다>를 보는 느낌이 드는데요. ‘그알’이 탐사보도 프로그램이 대표 격이니까 얘기를 했지만, 우리가 되게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는 장면들이죠. 그런데 누구나 한 번쯤 그런 생각하지 않나요? ‘내가 세상을 떠난 뒤에 진술하는 사람들의 말만으로 나를 전혀 모르는 사람이 나를 그려낼 수 있을까?’, ‘그런 말들로 이루어진 내가 실제 나라고 할 수 있을까?’, ‘내가 발언권이 없는 상태에서 그냥 나는 그런 사람이 되고 마는 거 아닐까?’ 하는 생각들을 많은 분들이 하시지 않을까 싶은데요. 이 소설을 읽으면서 자꾸 그런 우리를 떠올리게 돼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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