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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버 스토리] 다시 센 소설로 돌아온 정유정

<월간 채널예스> 2021년 7월호 커버스토리 『완전한 행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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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동안 아무에게도 이런 얘기를 안 했어요. 이제 세월이 많이 지났으니까 얘기해도 될 것 같아요.(2021.07.02)


이야기꾼 정유정이 돌아왔다. 욕망 3부작의 첫 번째 책인 『완전한 행복』을 가지고. 『7년의 밤』『28』『종의 기원』에 매료됐던 독자들에게 더할 나위 없는 희소식이 될 만큼 이번 소설의 서스펜스는 강렬하다. 주인공 유나에게 조종당하고 이용당하는 인물들을 보며 가슴이 조여오는 긴장감을 느낄 수도 있고, 유나의 모습에서 언뜻언뜻 우리 자신의 모습을 보면서 마음이 살짝 찔릴 수도 있다. 작가 자신이 ‘읽을 만한 소설의 기준’으로 삼고 있는 것은 재미와 의미. 두 마리 토끼를 잡은 정유정 작가를 만났다. 요즘 웨이트트레이닝을 한다는 작가의 몸은 탄탄하고 웃음소리는 시원했다. 2, 3년에 한 번씩 마치 선물처럼 세상에 나오는 그의 작품들처럼.



주인공이 나르시시스트인 이유는 

주인공 유나가 나르시시스트예요. 

평소 성격 장애에 굉장히 관심이 많아요. 나르시시스트는 타고나는 것이 아니라 한 살에서 세 살 사이 자신과 타인의 경계를 배우는 시기에 그걸 제대로 배우지 못했을 경우 생기는 결함이에요. ‘DSM-5’라고, 미국정신의학협회가 발행하는 정신질환 진단 및 통계 편람 서적에 자기애성 성격장애가 있어요. 이 자기애성 성격장애가 바로 나르시시스트로 불리는 거예요. ‘DSM-5’는 성격 장애를 A군, B군, C군, 기타로 분류하는데 이 중에서 B군에 속하는 성격장애가 경계선 성격장애, 반사회적 성격장애, 자기애성 성격장애, 연극성 성격장애예요. 유독 타인에게 피해를 많이 끼치는 장애이고요. 

작가의 말에서 언급하셨는데, 2019년 대한민국을 떠들썩하게 만든 사건이 떠올랐어요. 

원래 나르시시스트에 대한 이야기를 쓰려고 준비하던 차에 그 사건을 접하고 모티프를 얻은 건 맞아요. 그는 무엇을 원해서 사람들을 없앴을까, 의문이 들었어요. 사이코패스 쪽은 아니라고 생각했어요. 결혼 생활이 가능했고, 타인과의 사랑도 가능했거든요. 프로파일러 배상훈 선생님도 찾아뵈었는데 그렇다면 사이코패스가 아니라 악성 나르시시스트였을 거라고 생각했어요. 

제목이 『완전한 행복』이에요. 나르시시스트가 완전한 행복을 추구한다는 뜻인가요? 

나르시시스트들이 추구하는 게 자기 자신의 행복이에요. 이번 소설은 주인공 유나가 자신의 완벽한 행복을 추구하는 이야기가 한 축이라고 볼 수 있어요. 그런데 ‘인생에서 완벽한 행복을 추구하는 것이 과연 완전한 행복일까’라는 질문을 하게 돼요. 행복이라는 건, 불행과 고통도 내 삶이라고 받아들일 때 비로소 가능해지는 거라 생각하거든요. 저는 고통스러운 청춘기를 지났고 또 부끄러운 청춘기도 있었어요. 그걸 견디면서 지나온 모든 것이 제 삶이에요. 지금에서야 드디어 이 모든 걸 겪은 내 자신을 받아들일 수 있겠다 생각하거든요. 저는 그렇게 생각하는데, 주인공 유나는 그런 모습을 못 받아들이는 거죠. 그래서 자기 자신을 불행하게 하는 가능성을 모두 제거해버리는 거죠. 

주인공 유나의 시점에서 이야기가 전개되지 않습니다. 딸 지유, 여동생 재인, 남편의 시선에서 서술되면서 점차 유나라는 사람의 퍼즐 조각을 맞추는 느낌이에요. 

나르시시스트로 인해 고통받는 주변 사람들의 삶을 좀 더 조명하고, 내가 타인의 행복에 책임이 있다는 걸 보여주고 싶어서 그 방식을 취했어요. 작가로서 새로운 소설을 낼 때마다 미션을 부여하는데 이번에는 그게 저의 미션이었어요. 주인공 입에 지퍼를 채우고 주변 사람들 이야기로 주인공을 만들어내는 건 어떨까? 쉽지 않을 거라 예상은 했지만 정말 어려웠어요. 주인공이 직접 말하는 것 이상으로 존재감을 부각시켜야 하니까요. 『종의 기원』 은 세 번 다시 썼는데, 이번 소설은 쓰다가 중간에 이야기를 뒤집지는 않았지만 처음부터 끝까지 그 점 때문에 힘들었어요.

다른 사람을 통해 그려지니까 유나가 더 무섭게 느껴지고 읽는 내내 긴장감이 있었어요. 

다행이에요.(웃음) 이렇게 무서운 사람들이 숨어서 우리를 가스라이팅하고 착취하고 조종하는 것이 두렵다는 걸 느끼게 하고 싶었어요. 이런 경우 있잖아요. 친구가 “나 잠깐 화장실 갈 건데 가방 좀 들어줄래?”해서 들어줬더니 어느 순간 내가 친구의 시녀가 되어 짐을 다 들고 따라가는 경우. 저는 그런 경험이 굉장히 많아요. ‘나, 지금 여기서 뭐 하는 거지?’ 그럴 때가 많았거든요. 

언제 그러셨는데요? 

어릴 때도 그랬고, 처음엔 나르시시스트인 줄 몰랐는데 관계에서 벗어난 후 ‘그런 관계였구나, 조종당했구나’라는 걸 알게 된 인간관계도 있었어요. 

엄마에게 지배당하지 않는다는 점에서 지유가 굉장히 강해요. 지유를 어떻게 그리고 싶었나요?

나르시시스트의 아이들이 보통 부모의 클론이 되거나 에코이스트라고 해서 부모의 희생물로 자라는 경우가 많아요. 특히 성인이 되어서도 타인과의 관계에서 늘 희생자가 되는 에코이스트로 자랄 확률이 높고요. 저는 나르시시스트 부모 밑에서 건강하게 크는 아이의 표본을 보여주고 싶었어요. 사실 그렇지 않을 가능성이 커요. 그런데 이 아이가 건강하게 자랐으면 하는 마음에서 굉장히 강한 아이로 그렸어요. 기어코 엄마를 이겨내잖아요. 이 아이는 평생 지배당하지 않을 거예요. 그 조력자로 이모 재인이 등장해요. 옆에서 엄마가 해줄 말을 다 하죠. 삼촌이 아니라 이모로 설정한 건, 엄마 대신 강한 아이로 자랄 수 있게 서포트할 수 있는 사람이면 좋겠다고 생각해서예요. 

대부분의 사람에게 자신을 방어할 나르시시스트적인 부분이 있을 거 같아요. 하지만 자신의 행복을 위해 다른 사람에게 해를 가 하거나 피해를 주지 않으려면 무엇이 필요할까요? 

자기 자신이 특별하다는 생각을 버려야죠. 내가 인간들 사이에서 특별하게 행동해도 되고, 특별한 대접을 받아야 하는, 특별한 존재라는 생각을 버려야 해요. 또 나에게 오는 고통, 불행을 외면하거나 부정하면 다른 방어적인 것을 가져오게 돼요. 예를 들어 내가 자꾸 시험에 떨어지는 건 실력이 부족해서가 아니라 무언가 정당하지 않은 일이 있을 거라는 의심을 품는 거죠. 사실은 그게 아닌데 그렇게 남 탓을 하는 일들이요. 그런 것들이 자기애성 결함을 만드는 거예요. 나 자신을 똑바로 봐야 건강한 자기애와 자존감이 생기는데, 자기와 전혀 다른 허상을 만들고 저 모습이 나라고 믿고, 실제 자신과의 괴리감은 부정하고 외면해요. 그런데 이걸 고치기 힘들다고 해요. 유아기 때 고착되기 때문에, 약을 먹거나 상담을 해도 엄청 어렵다고 해요. 

유아기 때 어떤 일이 극성 나르시시스트를 만드는 건가요? 

우리가 태어날 때부터 자아가 있었던 건 아니라고 해요. 아기는 자기라는 걸 인식 못 해요. 엄마도 나이고, 나도 나고, 한동안 한 덩어리로 혼동 상태인 거예요. 세 살 정도 되면 더 큰 혼란이 와요. 보호자가 내 맘대로 안 해주는 일이 생기는 거예요. 그래서 떼쓰고 뒹굴고 그러는데 보호자가 오냐, 오냐 하면 거기에서 경계선이 생기질 않는 거예요. ‘나는 엄마이고 너는 애기야’처럼 타인과의 경계 짓기를 정확하게 하지 않으면 자기애성 결함이 만들어진대요. 동시에 자기애의 가장 핵심에 있는 것이 수치심이에요. 내가 부끄러운 일을 당할까 봐 철저하게 방어하는 거거든 요. 마음속 깊이 엄청난 수치심이 도사리고 있기 때문에 그 반작용으로 뻔뻔한 얼굴을 드러내는 거거든요. 그래서 어릴 때 아이들에게 수치심을 자극하지 않는 적절한 좌절이 필요하다고 해요. 가령 아이와 시장에 갔는데 필요 없는 걸 사달라고 해요. 엄마가 안 된다고 다음에 사자고 했을 때, 거기서 떼를 쓰고 뒤집어져요. 여러 사람이 보는 앞에서 아이를 때리거나 화를 내면 아이에게 좌절과 수치심을 동시에 안기는 거잖아요. 수치심은 주지 않고 적절한 좌절감을 줘야 한다고 해요. 내가 떼를 쓴다고 모든 것이 해결되는 건 아니구나. 이 점을 깨닫게 해 주어야 한다고 해요. 나와 타인과의 관계에서 내가 원한다고 타인이 원하는 건 아니라는 걸 알게 해주는 거죠. 



정유정 작가가 히말라야에 간 진짜 이유 

작품을 쓸 때 철저하게 필기하고, 작품에 대한 이야기를 셀프 강의하는 것으로 유명하세요. 공부 잘하는 학생들의 공부법인데, 학창 시절 공부를 잘하셨을 것 같아요. 

못했어요.(웃음) 지금 하는 것처럼 공부했으면 서울대 갔을 거예요. 그런데 정말 그렇게 해요. 쓰면서 이해해요. 그러다가 이해 안 되는 부분이 있으면 혼잣말처럼 서서 강의를 해요. 이게 이렇게 해서 이렇게 된 거야. 이런 식으로 말하면서 논리적으로 이해하는 거죠. 논리가 안 맞으면 이야기의 신뢰가 떨어지거든요. 그런 식으로 해야 기억이 오래가더라고요. 

작가님의 작품 목록을 보면 굉장히 탄탄한 느낌을 받습니다. 슬럼프가 전혀 느껴지지 않아요. 

슬럼프 있었어요. 『28』을 쓰고 나서 엄청 심했어요. 과정이 너무 힘들었거든요. 공식적으로 처음 하는 얘기인데, 2012년 2월이었어요. 『7년의 밤』 끝내고 『28』을 쓰려고 준비를 했는데 유방암이라는 거예요. 당장 수술하고 방사선 치료를 받아야 한다고, 수술하고 약물 치료 받고 몇 년 동안 약도 먹어야 한대요. 하늘이 무너지는 것 같았어요. 암이고 나발이고 나는 이걸 써야 하는데. 『28』을 어느 신문에 연재하기로 했는데, 그것도 엎었죠. 아무도 모르는 곳으로 도망가서 쓰고 나올까, 별생각을 다 했어요. 남편이 설득하더라고요. 책 한 권 쓰고 그만할 거냐, 치료받고 어디 들어가서 너 혼자 있는 공간에서 책을 써라. 남편 말대로 수술을 했어요. 그리고 방사선 치료 38회차. 가슴이 새까맣게 탔어요. 2 년 동안 한 달에 한 번 주사를 맞았고요. 방사선 치료 끝나자마자 지리산 암자에 들어가서 『28』을 쓰기 시작했어요. 수술하고, 방사선 치료 끝나고 올라왔기 때문에 날마다 지리산 올레길을 걸었어요. 몸을 추스리기 위해서요. 그러면서 『28』을 썼죠. 그래서 저한테는 『28』이 아픈 손가락 같은 소설이에요. 『28』은 정말 밑바닥까지 소진하면서 쓴 거예요. 투병하면서 썼으니까요. 그래서 다 쓰고 슬럼프에 빠져버린 거예요. 30매짜리 원고도 쓸 수 없는 상태에 빠진 거죠. 그래서 히말라야를 갔어요. 

히말라야를 그런 이유로 가셨군요. 

그동안 아무에게도 이런 얘기를 안 했어요. 암팔이 한다는 얘기를 들을까 봐요. 제가 그런데 신경을 많이 쓰는 사람이거든요. 이제 세월이 많이 지났으니까 얘기해도 될 것 같아요. 한 달에 한 번씩 주사를 맞아야 하니까 주사 맞은 다음 날 김혜나 작가와 함께 히말라야로 떠났어요. 다음 달 주사 맞는 날 돌아올 수 있도록 하고요. 그해 겨울에는 2년 맞는 주사가 끝나서, 50일에 걸쳐 산 티아고를 또 갔어요. 산티아고 다녀와서 슬럼프를 깨고 쓴 소설 이 『종의 기원』이에요. 그 뒤로는 다행히 슬럼프는 없어요. 그때 히말라야와 산티아고 다녀오면서 인생에서 얻을 에너지의 상당 부분을 얻은 것 같아요. 건강에도 아무 이상 없어요. 올해 10년 차니까 완치됐고 건강하다고 주치의가 말씀하셨어요. 뼈가 20대 같대요.(웃음) 

히말라야와 산티아고 가신 것이 슬럼프 극복에 구체적으로 어떤 역할을 했는지 더 듣고 싶어요. 

제가 정신이 산란하면 몸을 혹사하는 버릇이 있거든요. 그래서 히말라야를 간 건데 정신적인 부분이 해결이 안 된 채 돌아왔어요. 몸을 혹사해 마음의 고통은 떠나보냈지만 글을 쓸 수 있는 상태는 아니었던 거예요. 조금 더 혹사시켜야 한다는 생각에 산티아고를 갔어요. 50일 동안 1000km를 걸었어요. 다녀오니까 그제서야 뭔가를 쓸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이번에도 마찬가지예요. 『완전한 행복』을 쓰고 나를 털어내야 하니까요. 저는 소설을 쓸 때 마치 빙의하듯 주인공처럼 살거든요. 유나처럼 사는 것이 어떻겠어요. 글을 쓸 때는 밖에도 잘 안 나가요. 이 기간에 나한테 생긴 독성을 털어내려고 김혜나 작가와 제주도 올레길을 걸었어요. 하루에 30km 걸을 때도 있고 두 코스씩 갔어요. 지금도 온몸이 삐그덕삐그덕해요. 배낭 메고 너무 많이 걸어서. 기분은 좋아요. 금방이라도 다음 소설을 쓸 수 있을 것 같은 스탠바이 상태예요.(웃음) 



항상 걱정이에요 

오랜 시간 등단 준비를 하셨잖아요. 계속 떨어졌다는 소식을 들을 때 자존감이 한없이 바닥 쳤을 것 같은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어떻게 계속 쓰실 수 있었나요. 

자존감이 밑바닥에 있잖아요. 그러면 누워서 생각을 해요. 그러고는 저한테 물어요. 너는 글을 쓰고 싶니, 작가가 되고 싶니? 작가가 되고 싶다는 것은 직업에 대한 것이고, 글을 쓰고 싶다는 것은 자유 의지에 대한 거거든요. 내가 인생에서 뭘 원하는가. 그것을 위해 내 삶을 던질 각오가 돼 있고, 그 결과를 받아들일 수 있는가. 내가 유명한 작가가 되지 않더라도 글쓰기를 후회하지 않을 것인가. 그러면 나오는 답이 ‘글을 쓰고 싶다’였어요. 그러면 또 일어나서 쓰는 거죠. 다시 시작하는 거죠. 어차피 300계단 꼭대기까지 올라간다고 할 때 계단 하나를 올라가지 않으면 못 가는 거예요. 네 번째 계단까지 올라가서 고꾸라졌다고 다시 안 올라가면 영원히 못 올라가는 거죠. 그러니까 하나씩 올라갈 수밖에 없는 거예요. 

꾸준하게 글쓰기, 정말 어려운 거 같아요. 

운이 많이 따라줘야 하는 거 같아요. 저는 세계청소년문학상을 받았을 때나 세계문학상을 받았을 때 운이 많이 작용했다고 생각해요. 아무리 잘 써도 심사자의 취향에 안 맞을 수 있고 작품이 시대의 흐름과 안 맞을 수도 있고요. 이런 조건들이 맞아서 제가 당선된 거예요. 그게 얼마나 큰 행운이에요. 그래서 습작생들이 저에게 물어보면 운이 따라야 한다고 말해요. 물론 자기가 준비되지 않으면 운의 등에 올라탈 순 없어요. 그래서 항상 준비는 해 놓되 운이 오기를 기다리라고 얘기하면서 가슴 아파하죠. 제가 너무 많이 떨어져 봐서요. 

『정유정, 이야기를 이야기하다』에서 독자들이 읽을 만한 소설을 쓰기 위해 온갖 짓을 다 하며 노력한다는 걸 밝히기도 하셨어요. 작가님은 읽을 만한 소설의 기준을 뭐라고 생각하나요? 

재미와 의미예요. 재미는 내가 이 소설을 썼을 때 얼마나 몰두했는가에 따라 느껴지는 것 같아요. 내가 주인공을 사랑하고 아무리 힘든 일이 있어도 기어코 뚫고 나갈 힘이 있다면 이 소설이 재미있을 거라고 생각해요. 그리고 의미가 있어야 한다고 생각하는데, 세상 사람들에게 들려줄 만한 가치가 있는가. 이야기의 주제가 확실해야 한다는 거죠. 단지 어떤 사건만을 말하기 위해 소설을 쓰는 건 정말 아니라고 봐요. 소설이 재미있다면 의미가 담겨야 하는 거죠. 세상 사람들이 들었을 때 그 의미가 하찮은 게 아니고 적어도 읽은 날 밤 이건 어떻게 생각해야 할까, 고민하게 하는 정도의 의미는 담겨 있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결혼한 여성이 글쓰기같이 집에서 일을 하고 있을 때, 당장 돈벌이가 안 된다는 이유로 우선순위에서 밀려나는 경우가 많은 거 같아요. 선생님은 어떠셨나요? 

남편이 집안일을 많이 했어요. 아침에 장 볼 것, 심부름할 것 등 리스트를 주면 남편이 퇴근하면서 다 했어요. 내가 맡은 유일한 집안일은 밥하고 반찬 만들기였고요. 주말엔 남편이 아이들을 데리고 놀러 갔어요. 제가 집에서 글을 쓸 수 있게 하루 종일 집을 비워주려고요. 그렇게 6년 뒷바라지하는데, 왜 안 지치겠어요. 그런데 그걸 한 번도 내색하지 않았어요. 내가 글을 써야 하니까 책을 사봐야 하잖아요. 혼자 외벌이하면서도 책 사보라고 한 달에 100만 원씩 꼬박꼬박 줬어요. 세계청소년문학상 상금 5000만 원, 세계문학상 상금 1억 원을 모두 남편에게 줬고, 인세도 남편이 관리해요. 이 정도면 의리를 지킨 거죠?(웃음) 



다음 책 계획이 궁금해요. 

제 소설이 사실은 사이클을 타고 있어요. 『내 심장을 쏴라』라는 성장 소설로 등단해 『7년의 밤』『28』『종의 기원』 이렇게 악의 3 부작을 썼어요. 『진이, 지니』라는 성장 소설로 돌아와서 이제 욕망 3부작을 준비하고 있는데, 그 첫 번째가 『완전한 행복』이고요. 다음 소설은 미래 디스토피아 소설인데, 소유에 대한 욕망에 대해 쓸 거 같아요. 제가 쓴 소설 중에서 가장 세계관이 크지 않을까 생각하는데, 감당할 수 있을까 걱정이에요. 2년 만에 쓰겠다고 호언장담했는데, 가능할까요? 

그럼요. 쓰실 수 있을 거예요. 

가능하지 않을 거 같아요. 무서워요. 

이런 걱정을 하신 적 있으세요? 

항상 걱정이에요. 처음 시작할 때는 내가 이걸 쓸 수 있을까, 쓰는 중간에는 내가 이걸 끝낼 수 있을까, 끝나고 나면 독자들이 이 이야기를 좋아할까, 이렇게 질척질척하고 어둡고 무서운 이야기를 좋아할까, 항상 불안하고 무서워요. 하지만 세상의 비위를 맞출 생각은 없어요. 내가 쓰고 싶은 이야기를 세상이 좋아해 주길 바라는 것이지 내가 세상이 좋아할 만한 이야기를 쫓아다니며 쓸 생각은 없거든요. 불안해도 그건 어쩔 수 없는 거 같아요. 

코로나블루라는 말이 있어요. 우울해하는 사람들에게 한마디 해주신다면요? 

코로나 때문에 저도 좀 우울했어요. 원래 방구석에 처박혀 있는 사람인데도 우울증이 오더라고요. 인류가 이렇게 망할 것 같고, 불길한 생각들을 하게 되잖아요. 운동을 많이 했어요. 하루에 두세 시간씩. 웨이트트레이닝도 많이 하고요. 육체적으로 건강해 지니까 자신감이 붙더라고요. 우울하신 분들께 혹독한 운동을 권하고 싶어요. 그리고 저는 다음 소설로 2년 후에 돌아오겠다고 약속할게요.(웃음)


장소 제공 : 소전서림 서울 강남구 영동대로138길 23 지하1층 instagram.com/sojeonseolim



*정유정  

장편소설 『내 인생의 스프링캠프』로 제1회 세계청소년문학상을, 『내 심장을 쏴라』로 제 5회 세계문학상을 수상했다. 장편소설 『7년의 밤』, 『28』, 『종의 기원』은 주요 언론과 서점에서 ‘올해의 책’으로 선정되어 큰 화제를 모았고, 영미권을 비롯해 프랑스, 독일, 핀란드, 중국, 일본, 브라질 등 해외 22개국에서 번역 출판되면서 많은 독자들의 사랑을 받고 있다. 이외에도 에세이 『정유정의 히말라야 환상방황』 『정유정, 이야기를 이야기하다』, 장편소설 『진이,지니』가 있다. 



완전한 행복
완전한 행복
정유정 저
은행나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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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김정희

독서교육을 공부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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