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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카> 차별과 혐오 대신 사랑과 우정으로 충만한 세상을 꿈꾸며

픽사가 그리는 무지갯빛 세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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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탈리아 출신의 엔리코 카사로사가 이탈리아 배경으로 만든 <루카>는 이탈리아의 정체성을 넘어 다르고 이질적인 것이 손을 잡을 때 펼쳐지는 무지갯빛 세상의 풍경을 펼쳐 보인다. (2021.06.16)

영화 <루카>의 한 장면

픽사는 워낙 획기적인 애니메이션을 자주 선보였다. <토이 스토리>(1995)로 컴퓨터 애니메이션의 신세계를 열었고 <인사이드 아웃>(2015)으로 머릿속에 들어가 감정에 캐릭터를 부여했으며 <소울>(2021)로 재미와 감동을 넘어 영혼까지 충만하게 했다. 영화 팬들은 픽사의 신작 소식이 들리면 기대감을 높였고, 픽사의 애니메이션은 거의 매번 높아진 관객의 기대치에 부응했다. <루카>는 픽사의 24번째 장편 애니메이션이다. 

뱃사공이 부르는 ‘오 솔레 미오’가 울려 퍼지는 듯한 이탈리아 북부의 한적한 해변 마을. 영화는 가깝게 인접한 바닷속에서 출발한다. 루카(제이콥 트렘블레이 목소리 출연)는 파란 피부를 하고 아가미 형태의 헤어스타일을 가진 ‘인어’다. 엄마와 아빠는 바다 밖은 위험하다며 수면 가까이는 절대 가지 말라고 어르기도, 호통을 치기도 한다. 그러거나 말거나 루카는 바깥세상이 궁금하기만 하다. 

호기심은 충만해도 용기는 아직 부족한 루카를 인간 세상으로 이끄는 건 알베르토(잭 딜런 그레이저)이다. 알베르토는 인적 뜸한 장소에 턴테이블과 같은 인간의 물품을 갖춰두고 샹송과 칸초네를 들으면서 지평선과 맞닿은 해를 감상하는 등의 낭만과 여유를 즐긴다. 거기에 혹한 루카는 알베르토와 함께 이참에 해변 마을에 들어가 사람과 섞이기로 한다. 

루카와 알베르토는 물이 닿지 않으면 보통의 인간과 외양적으로 다르지 않다. 이들에게 호의적인 줄리아(엠마 버만)를 만나 사랑의 감정을 경험하기도, 파란 피부를 한 바다 괴물이 나타났다며 적의를 드러내는 마을 사람들 때문에 마음을 졸이기도 한다. 루카는 몸에 물이 닿지 않도록 조심하지만, 바다를 헤엄치고 나와 파스타를 다 먹어 치운 후 자전거를 타고 해안 마을을 달려야 하는 일종의 철인 3종 경기에 출전하면서 정체가 탄로 날 위기에 처한다. 

<루카>는 겉으로 성장 영화이면서 다른 것에 거부감을 드러내는 인간 세상에서의 혹독한 적응기를 서브 텍스트로 삼아 차별 없는 사회를 향한 메시지를 전달한다. 이탈리아 바닷가 마을의 아름다움과 달리 위험을 무릅써야 하는 주인공들의 여정을 한마디로 표현하면 ‘모험’이다. 작품을 연출한 엔리코 카사로사 감독은 “루카를 크게 변화시키는 잊지 못할 여름날의 모험을 담았다.” <루카>의 의도를 설명했다. 


영화 <루카> 공식 포스터

소년소녀의 성장은 부모의 보호를 벗어나 발을 디딘 세상에서 시련과 실패를 두루 겪은 후에 당도하는 키 큰 마음의 정도를 의미한다. 온갖 사람들이 헤쳐 모여 어깨동무를 하기도, 서로 등을 돌리기도 하는 회색빛 세상은 엄마아빠의 하얀 품과는 달라서 전혀 경험하지 못했던 검은 감정이 루카와 같은 이들에게 성장통으로 작용한다. 마치 자신만 소외된 것 같고 차별받는 것 같고 놀림당하는 것 같은 기분에 외톨이의 심정을 느낄 때가 많다. 

엔리코 카사로사는 그와 같은 청소년기의 기억을 <루카>에 반영했다. “어디를 가든 항상 아웃사이더처럼 느껴진다는 것은 어린 시절의 한 단면이다. 나와 친구는 밖에 나가면 항상 우리가 다른 이들보다 못나다고 느꼈다. 바다 괴물이라는 설정이 ‘남과 다르다는 것’을 잘 나타내주는 상징이라고 생각한다.” 다른 존재를 괴물로 인식하는 배경은 동질감을 핵심으로 한 집단에 이질감이 위협으로 간주된다는 사실을 반영한다. 

루카와 알베르토가 자신들을 괴물로 지칭하며 포획하거나 살상하려는 인간 세계에 미련을 버리지 못하고 정체성을 숨긴 채 일원이 되려는 이유가 있다. 위험을 감수할 정도로 마음을 움직이게 하는 아름다운 것들로 가득해서다. 비릿한 바다 냄새가 난다며 놀리는 이들에 맞서 루카와 알베르토에게 손을 내미는 친구들의 우정, 빨간 스쿠터를 타고 여행을 가자며 약속한 줄리아와의 사랑은 물 밖으로 나오지 않으면 온전하게 경험할 수 없는 귀한 가치이다. 

기쁠 때나 슬플 때나 특별할 때나 평상시에나 마음 맞는 사람이 있다는 것은 큰 힘이 된다. 엔리코 카사로사의 말이다. “알베르토와의 우정은 루카에게 긍정적인 영향을 끼친다. 자신감이 커져서 날개를 펼치고 새로운 도전을 하게 만들기 때문이다.” 인간 세상에 나온 루카와 알베르토가 자전거를 만들어 함께 탄다는 설정은 한데 섞여 어우러져 산다는 의미가 두 바퀴로 전진하는 자전거의 운동과 맞닿아 있어서다. 

디즈니의 <모아나>(2016) <뮬란>(2020) <라야와 마지막 드래곤>(2021)의 경우처럼 픽사도 타문화를 향한 관심과 존중을 작품 내적으로 이식하면서 다양성을 확장하고 있다. 이탈리아 출신의 엔리코 카사로사가 이탈리아 배경으로 만든 <루카>는 이탈리아의 정체성을 넘어 다르고 이질적인 것이 손을 잡을 때 펼쳐지는 무지갯빛 세상의 풍경을 펼쳐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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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허남웅(영화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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