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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혜원 “좋아하는 것들로 채우는 인생”

『달면 삼키고 쓰면 좀 뱉을게요』 김혜원 저자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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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취향이 없는 게 아니라 아직 취향을 정의하지 못했을 뿐이니까. 달면 삼키고 쓰면 좀 뱉으면서 각자의 세계를 단단하게 만들어갈 수 있다면 기쁠 거예요. (2021.06.07)


하루에도 몇 번씩 ‘아무거나’라고 습관적으로 내뱉을 때가 있다. 『달면 삼키고 쓰면 좀 뱉을게요』는 아무거나 말고 ‘내가 좋아하는 것들로 채우는 인생’의 기쁨을 알려주는 에세이다. 직장생활 8년차에 접어든 김혜원 작가는 매일, 매주 마감을 하며 정신없는 하루를 보내고 있다. 작가는 남의 눈치 보느라, 때로는 귀찮다는 이유로 ‘아무거나’라고 말해왔지만, 이제는 좋아하는 것도 좀 보며 살자며 스스로에게 잔소리를 하는 기분으로 이 책을 썼다. ‘아무 관계, 아무 일, 아무 감정, 아무 취향’이 아닌, 작지만 확실한 기쁨을 주는 ‘좋음의 리스트’를 하나씩 늘려가는 즐거움과 그 누구도 아닌 나 스스로를 잘 보는 일의 소중함을 알게 해주는 책이다. 



<대학내일>, <캐릿>의 에디터이면서 작가로 이번에 네 번째 책을 출간하셨는데요. 이번 책에 대해 간단히 소개해주시겠어요? 

‘나는 아무거나 다 괜찮아’라는 말을 입버릇처럼 하던 때가 있었어요. 진짜 ‘아무거나’여도 괜찮아서 그랬던 건 아니고, 내가 어떤 걸 좋아하고 뭘 원하는지 잘 몰랐던 것 같아요. 까탈스러워 보이고 싶지도 않았고요. 근데 가만 보니 저는 참 까탈스러운 인간인 거예요. 아무거나, 남이 골라준 무언가로는 만족하지 못하더라고요. ‘나는 취향이 없는 사람이 아닌데. 누구보다 좋고 싫음이 분명한 앤데. 이제부터라도 내 인생에는 내가 좋아하는 것들만 엄선해서 들어야겠다!’ 이런 생각으로 쓴 책이에요. 물론 살다 보면 쓴 것, 내 취향이 아닌 것을 삼켜야 하는 순간도 분명 있겠지만. 적어도 내 마음대로 할 수 있는 온전한 시간이 주어졌을 때 뭘 좋아하는지도 모르고 ‘아무거나’로 퉁 치고 싶지는 않았어요.            

그 마음을 한 문장을 요약하면 책 제목 『달면 삼키고 쓰면 좀 뱉을게요』가 되는군요! 이 말은 인간관계에도 적용될 것 같아요. 인간관계 때문에 힘들 때나 혹은 피하고 싶은 사람이 있을 때, 어떻게 하시는지 궁금합니다. 

‘미워하는 동안엔 사랑할 틈이 없다’는 꼭지에도 썼지만, 일단 인스타그램 언팔부터 합니다(웃음). 누가 너무 미우면 시야 밖으로 밀어 놓으려고 해요. 눈에서 멀어지면 자연스럽게 잊힐 미움인데 계속 마주치는 바람에 더 커다랗게 자라는 경우가 많더라고요. 적을 만들고 싶지 않아서 어떻게든 잘 지내보려고 애쓰다가 폭발하느니, 말 그대로 ‘퉤’ 하고 뱉는 거죠. 미운 마음에 잡아 먹혀서 정작 좋아하는 사람들에게 뾰족하게 굴고 나면 속상해요. 기왕이면 좋아하는 데 에너지를 몽땅 써버리고 미워하는 일은 나중으로 미루고 싶은 마음입니다. 사실 늘 다짐은 하는데 속이 좁은 인간이라 잘 안 되네요. 

‘읽고 쓰지 않을 때 먹고 마시는 사람’이라고 작가님을 소개하는 글이 인상적이었는데요. 매일 일기를 쓰고, 자기 자신을 주제로 한 백과사전을 만들고, 눈에 띄는 표현을 모아서 단어 냉장고를 채우는 등 기록에 남다른 애착을 가지고 계신 것 같아요. 작가님 인생에서 ‘쓰기’가 가져다 준 가장 큰 이점은 무엇일까요?

나를 덜 미워하게 된다는 것! 일기를 쓴 지 15년 정도 됐어요. 심심하면 예전에 썼던 일기를 다시 꺼내 읽는데요. 시간이 조금만 지나도 그 내용이 남의 일처럼 새삼스럽게 느껴지는 게 재밌어요. 나는 결과만 기억하고 과거의 나를 미워하고 있었는데 일기를 보니까 다 나름의 사정이 있는 거예요. 그걸 헤아리다 보면 스스로에게 너무 모질게 굴었구나 반성하게 되더라고요. 

나를 주제로 한 백과사전은 나쁜 선택을 반복하지 않기 위해 만들었어요. 저는 기록은 잘 하지만 기억력은 형편없거든요. 그러다 보니 경험을 통해 배운 것들을 까먹고 나쁜 선택을 반복하고 있더라고요. 만나고 나면 매번 마음이 가난해지는 모임에 계속 나가고, 입에 맞지 않았던 메뉴를 또 시키고. 나에 대한 디테일을 아무렇게나 놓쳐버리는 게 아쉬워서 기록을 하기 시작했어요. 어떤 사실은 기록되는 것만으로도 가치가 생기니까요. 메모 앱에 ‘self made 백과사전’ 폴더를 만들고 나의 속성이나 취급 법, 나를 데리고 살 때 알아두면 좋을 팁들을 적어 나가는 중입니다.    



직장생활 하다 보면, 그날이 그날 같고, 무채색 같은 날들이 이어지기도 하는데요. 무채색 같은 일상에 활력을 주는 특별한 취미가 있을까요? 책에 보면 월요병을 극복하는 여러 가지 방법이 소개되어 있더라고요! 

이상하게 우울의 원인인 월요일보다 우울을 예감한 일요일에 더 힘들더라고요. 8년 차 직장인의 빅데이터에 따르면, 일요일 오후 세 시쯤, 무언가를 시작하긴 애매한데 그렇다고 하루를 포기하긴 아까운 시간. ‘아무것도 못 하고 주말을 허비해버렸다는 자괴감’에 빠지게 되는데요. 바로 그때 외출용 원피스로 얼른 갈아입고 가능한 먼 곳으로 떠나요. ‘내일 출근 전까지만 돌아오면 된다. 어차피 계속 집에 있어봤자 우울하기만 하지. 마음이 힘든 것보단 몸이 힘든 게 낫다.’ 이런 마음이에요. 그 시간에 가평이나 춘천으로 가는 도로는 뻥뻥 뚫려 있거든요. 서울 방향 도로는 주말 나들이 끝나고 집으로 돌아가는 사람들 때문에 엄청 막히고요. 대세를 거스르는 느낌이라 묘한 해방감이 있어요. ‘작정하면 지금과는 완전히 다른 인생을 살 수도 있겠구나.’ 가능성을 열어두는 것만으로도 홀가분해져서 거의 매주 ‘일요일 오후 세 시 나들이’를 떠나나 봐요.  

나에게 잔소리하는 느낌으로 책을 쓰셨다고 했어요. 그래서인지 라이프스타일이나 루틴을 만들어가는 이야기도 많더라고요. 아무거나 말고 내가 좋아하는 것들로 인생을 채우기 위해서 작가님이 실천하고 있는 방법을 한 가지만 소개해준다면? 

비타민 챙겨 먹듯 아름다운 것도 챙겨 보기. 스스로에게 바라는 게 많은 편이라 평소에도 잔소리를 많이 하는 편인데요. 돌이켜보면 이런 잔소리는 해본 적도 들어본 적도 없더라고요. 유행하는 건 아니지만 나의 정서에 좋은 것. 업무에 도움되는 거 말고, 나중을 위해 필요한 거 말고 그냥 예뻐서, 귀여워서 좋은 단순한 기쁨들을 챙기는 시간을 비워둬요. 하루에 5분만이라도 아름다움을 챙기자는 마음으로 자기 전 루틴을 만들었는데 꽤 도움이 됐어요. 일단 악몽을 꾸는 일이 줄었습니다. 



독자들의 리뷰를 보면 ‘내 마음 같다’는 이야기가 유독 많아요. 

아무래도 저와 비슷한 결, 취향을 가진 분들이 제 글을 좋아해 주시는 것 같아요. 예전에 비슷한 질문을 받았을 때 겸손을 떠느라 ‘작가가 평범한 사람이어서 그렇다’고 말해버렸는데요. 사실 평범하다는 말로 퉁 치기엔 우리의 교집합이 꽤 귀하고 특별해요. 같은 반 친구로 만났다면 단숨에 친해질 만큼요. 며칠 전에 한 독자분이 제 책에 사인을 받아서 친구들에게 선물하고 싶다고 찾아오셨는데요. 낯을 가리는 성격이기도 하고 독자님을 직접 만나는 게 처음이라서 굉장히 긴장하고 있었는데, 막상 만나니까 비슷한 점이 너무 많아서 편하고 재밌었어요. 책을 쓰지 않았다면 평생 닿지 못했을 인연들과 이어지는 게 문득 낭만적으로 느껴지더라고요. 글을 쓰거나 읽지 않아도 살 수는 있겠지만 아마 이런 낭만을 누리진 못하겠죠. 앞으로 가능한 한 오래 그리고 열심히 글을 쓰면서, 이번 생에 가능한 낭만을 부지런히 누리고 싶어요.  

마지막으로 어떤 분들에게 이 책을 추천하고 싶으신가요? 

-내가 뭘 좋아하는지 정의하기 어려운 사람

-다른 사람 눈치 보느라 ‘아무거나 괜찮다’고 말해버리는 사람

-나를 사랑하는 법을 알고 싶은 사람

이 책에는 취향은 있지만 그걸 적재적소에 써먹을 줄 모르는 사람이, 내가 맞는 삶의 방식을 찾아가는 이야기가 담겨 있는데요. 제가 애쓰는 모습을 보면서 여러분도 나에게 맞는 라이프스타일에 대한 힌트를 얻으실 수 있었으면 좋겠어요. 우리는 취향이 없는 게 아니라 아직 취향을 정의하지 못했을 뿐이니까. 달면 삼키고 쓰면 좀 뱉으면서 각자의 세계를 단단하게 만들어갈 수 있다면 기쁠 거예요.



*김혜원

인천 출신. 바다를 메워 만든 동네에서 자라 바다를 동경하며 남의 동네 바다를 자주 기웃거린다. 2019년까지 주간지 《대학내일》에서 글을 썼다. 지은 책으로는 『어젯밤, 그 소설 읽고 좋아졌어』 『여전히 연필을 씁니다(공저)』가 있다.

이십 대 내내 스스로를 의심하며 괴로워했고, 서른이 다 되어서야 내 안에도 정원이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요즘엔 주저앉고 싶을 때면 잠깐 멈춰서 정원으로 간다. 나무에 물을 주고 시든 가지를 잘라내며 나에게 잘 해주는 시간을 보내기로 결심했다. 아직 모자란 인간이지만 읽고 쓰기를 멈추지 않은 덕분에 이렇게 밥벌이를 하며 산다. ‘저런 애도 먹고사는데……’에서 ‘저런 애’를 맡아 모두에게 힘이 되고 싶다.



달면 삼키고 쓰면 좀 뱉을게요
달면 삼키고 쓰면 좀 뱉을게요
김혜원 저
유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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