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텅 빈 마음을 어루만지는 글쓰기의 힘

『쓸수록 나는 내가 된다』 손화신 작가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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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들에게 단지 쓰고 싶다는 생각에 머물게 하는 책이 아니라, ‘쓰는 삶을 살아야겠다’라는 생각이 들게 하는 책이 되길 바라요. (2021.05.28)


쓰지 않고는 못 배길 때가 있다. 살면서 어쩔 수 없이 문제에 부딪히거나 잡다한 일상에 지쳐 내가 진정 무엇을 원하는지 잘 보이지 않을 때가 그렇다. 내 안과 밖의 일로 속 시끄러울 때, 글쓰기만큼 유용한 행위는 없다. 차분히 자리에 앉아 어지러운 생각을 정리하다 보면 무거웠던 마음이 홀가분해진다. 이 책 『쓸수록 나는 내가 된다』의 작가 손화신 기자의 글쓰기도 이렇게 시작되었다. 취업을 준비하면서 그리고 직장생활을 해나가며 몸과 마음이 고갈되었다고 느낄 때마다 “미친 듯이” 노트를 채웠다. 작가의 고백처럼, 일종의 “소생의 시간”이었다(35쪽). 기자가 직업인 만큼 매일 글을 쓰면서도, 자기 안에서 울리는 목소리를 표현하려는 욕구가 강해지면서 온라인 글쓰기 플랫폼을 시작하고 결국 책을 쓰기에 이르렀다.

이 책은 글쓰기를 시작하고 지속가능하게 하는 힘과 방법을, 자기 자신이 되고자 하는 간절한 욕구에서 발견했던 작가의 내밀한 경험담을 담았다. 나만의 에세이를 써보고는 싶은데 어떻게 해야 할지 몰라서 시작하지 못하는 사람, 혹은 가끔 글을 쓰면서 이런저런 문제에 부딪힌 사람들에게 글 쓰고픈 욕구가 마구 샘솟고, 정체하게 만든 고민을 시원하게 해결해주어 다시 글쓰기 여정에 나설 수 있게 용기를 주는 책이다.



10년째 기자로, 또 작가로서 쓰는 일을 말 그대로 ‘업(業)’으로 하시는데요, 드디어 쓰기에 관한 책을 내셨습니다. 제목이 꽤 인상적인데요. 신간 『쓸수록 나는 내가 된다』는 다른 글쓰기 책과 어떻게 다른지 간단히 소개해주시겠어요? 

일단 써야, 어떻게 쓸지에 관해서도 이야기할 수 있다고 생각해요. 이 책은 글쓰기에 관한 방법론적인 안내에 중점을 두기보다는, 쓰기 이전에 꼭 필요한, 글을 쓰고 싶게 만드는 동기부여에 집중하고 있어요. 특히 나를 알기 위해서 써야 한다는 메시지를 담았습니다. 쓰기의 본질은 자아 확립 과정에 있다고 생각하니까요. 

또한, 글쓰기가 삶과 공명하는 지점에 관해 이야기한다는 점에서 다른 글쓰기 책들과 다르다고 볼 수 있어요. 글쓰기와 삶이 똑 닮았다는 점을 짚음으로써 ‘어떻게 써야 할까?’라는 질문을 ‘어떻게 살아야 할까?’라는 질문으로 자연스럽게 확장하지요. 독자들에게 단지 쓰고 싶다는 생각에 머물게 하는 책이 아니라, ‘쓰는 삶을 살아야겠다’라는 생각이 들게 하는 책이 되길 바라요. 삶 속의 글, 글 속의 삶을 유도하면서요.

글을 쓸수록 가벼워지는 기분이 들면서도 삶의 무게중심이 제대로 잡히는 경험을 하셨다고 쓰셨어요. 글을 통한 치유의 힘을 언제 가장 크게 느끼셨나요?

혼자만의 세계에 갇혀 있다는 느낌을 받았을 때 글을 썼고, 혼자인데도 혼자가 아닌 것처럼 느껴졌어요. 그때 가장 큰 글의 위로를 느꼈던 것 같아요. 누군가와 깊이 이야기를 나눈 후 같은, 뭔가 찐한 기분이었어요. 구체적으로 말하자면 공황장애를 심하게 겪었던 때에 본격적으로 글을 쓰기 시작했는데, 그때 답답하고 죽을 것 같은 몇 번의 고비를 글을 쓰며 가까스로 넘겼어요. 글쓰기가 단지 나를 표현하거나, 마음을 북돋우는 활동에 그치는 게 아니라 그 이상의 행위라는 걸 그때 절감했습니다. 사람을 살리는 치유의 힘이 글쓰기에 깃들어 있다는 것도 그때 알게 됐고요. 

글을 쓰려는 사람은 늘어나고 SNS 등에서 일반인의 글쓰기에 대한 관심도 높아지고 있어요. 이런 글쓰기 혹은 책 쓰기 열풍을 어떻게 보시나요?

바람처럼 지나가 버리는 열풍이 아니길 바랄 뿐이에요. 이 세상에 글 쓰는 사람이 많아질수록 세상은 더 나은 곳으로 변화한다고 믿어요. 글을 쓰는 사람은 자신을 성찰하게 되니까요. 자신을 돌아보게 되면 타인에게도 함부로 하지 않게 되고, 이렇듯 자신에게서 번져나가는 사랑으로 시작해 서로에게 더 진실하고 다정해지는 결과로 나아가지 않을까 생각해요. 그러니 더 많은 사람이 글을 쓰고 책을 썼으면 좋겠어요. 그리고 서로에게 글쓰기와 책 쓰기를 적극적으로 권하는 사회가 되길 바라요. 글쓰기는 우리가 바라는 이상적 세계로 진입하는 데 결정적인 도구가 되어줄 거라 믿습니다.  

다만 스펙이나 이력을 위해서가 아니라, 자신의 성장을 위해 쓰기를 바라요. 자신의 내면을 향하지 않은 글쓰기는 대부분 채워지지 않는 허기와 피로를 줄 뿐이니까요. 

자기 자신을 더 깊이 알기 위한 글쓰기를 하면서 작가님의 삶에도 많은 변화가 생겼다고 하셨는데요, 그렇게 변화된 부분과 앞으로 더 변하고 싶은 점은 무엇인가요?

일기라고 할까, 나만의 아포리즘 모음 혹은 스크랩과도 같은 형식 없는 글을 쓸 때는 내가 바라는 내 모습에 관해 가장 많이 썼어요. 겉으로 보이는 모습이나 환경보다는 내면의 태도 같은 것들을 주로 썼는데, 되돌아보면 노트에 썼던 대로 어느 정도 다 이루어진 것 같아요. 변화를 이끌어낸다는 게 정말 큰 글의 힘이라는 걸 느꼈습니다. 

앞으로 또 글을 통해 변화하고 싶은 건, 자기 객관화를 잘하는 사람이 되는 일이에요. 글쓰기는 자신과의 거리두기여서 쓸수록 자신을 타인의 시선으로 바라볼 수 있는 힘이 생긴다고 믿어요. 나에 관해 탐구하는 글을 더 자주 써나가고 싶어요. 그럼으로써 나 자신에 매몰되기보다는 삼자를 바라보듯 담담하게 나를 바라볼 수 있는 더 성숙한 사람이 되어가길 바라요.     


가장 힘들었던 때 저는 글쓰기를 본격 시작했어요. 그때의 노트입니다.

요즘 글을 쓰려는 사람은 많지만 정작 꾸준하고 의미 있게 써나가는 사람은 드물어요. 글쓰기를 계속하기 위한 작가님만의 습관이나 원칙을 살짝 알려주시겠어요?

다행히도 직업이 기자여서 습관이나 원칙 없이도, 생업이기 때문에 매일 써요. 사실, 아무 의무감도 없이 글을 쓰는 게 저도 쉽진 않아요. 책을 집필하면서는 원고 마감이라는 의무를 얻게 되고, 생업에 종사하면서는 기사 마감이란 의무를 얻게 돼요. 그런 의무가 제게는 참 감사하지요. 그런 식으로 쓰기의 의무를 환영하고, 그에 맞춰 부지런히 써나가려 해요.

글쓰기를 계속해나간다는 것에 관한 원칙은 그다지 특별하게 들리지는 않을 수 있는데, 바로 끝까지 쓰는 거예요. 이걸 작가의 ‘의무’라고 여겨요. 글을 쓰다 보면 중간에 막힐 때가 종종 있는데 그럴 때 계속 쓸 것인지, 멈추고 다음 기회를 노릴 것인지 갈림길에 서게 돼요. 저는 잘 안 써져도 일단 끝까지 쓰는 걸 나름의 원칙으로 하고 있는데, 그 이유는 글이 잘 안 써지는 괴로움도 글을 쓰는 과정의 일부라고 여기기 때문이에요. 이 과정을 온전히 겪어낼 때 얻는 것이 분명히 있다고 믿어요.  

누구든 자신을 잃어간다는 생각이 들 때마다 펜을 들라고 말씀하셨는데, 왜 자신을 성찰하고 치유하고 성장시키는 글쓰기를 하시나요?

저는 성장을 향한 욕구가 정말 큰 사람인 것 같아요. 나 자신을 '만들어 가는' 것에 대한 흥미가 크다고 할까요. 사람이란 게 백지상태로 태어나서 각자 다른 경험과 생각을 하면서 자신이라는 캐릭터를 점점 만들어나가잖아요. 나를 멋있게 잘 만들고 싶어요. 진화라고 불릴 수 있을 정도로요. 잘 진화된 사람이 되고 싶은 것 같아요. 그러기 위해 다양한 방법이 있겠지만 저에겐 글쓰기가 가장 잘 맞는 방법이었어요. 앞서 이야기했지만 '어떻게 살아야겠다', '어떤 사람이 되어야겠다'라고 생각하는 것들에 대해 쓰는 것만으로도 그렇게 될 확률이 몇 배는 더 높아지는 걸 경험했어요. 간단하게 예를 들어 '담대해지고 싶다'라는 글을 쓰고 나면, 차차 그렇게 쓴 대로 맞춰가는 나를 발견하게 되어요. 결국, 내가 원하는 멋진 내가 되고 싶어서 글을 써요. 저의 진화의 방법이에요.

또한 나를 이해하고 더 사랑하기 위해서예요. 글을 쓰면서 자신을 성찰하고 치유하는 행위는 ‘나를 이해하고 더 사랑함’이라는 최종 목적지로 가기 위한 가장 확실한 길이에요. 글을 쓰면 자신을 더 잘 알게 되고 더 잘 알게 되면 이해하기도 쉬워져요. 이해하면 사랑하기도 쉬워져요. 글쓰기라는 길을 걷고 걸어서 도착하는 종착지는 자기 자신이에요. 글쓰기는 결국 자신에게로의 회귀라고 할 수 있어요.


언스플래쉬

마지막으로, 오늘도 글을 쓰려는 사람들과 글을 쓰고 싶어 이 책을 읽을 독자분들께 전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요? 

글 쓰는 일만큼 폼 나는 일이 또 있을까 싶어요. 스스로가 멋있다고 생각하면서 계속 '제멋대로' 개성 있게 자기 글을 써나갔으면 좋겠어요. 분명 글을 쓰기 전보다 안팎으로 더 멋진 사람이 될 거예요. 장담해요.

그리고 글을 쓰고자 하는 자신만의 이유를 찾았으면 좋겠어요. 글쓰기를 갈망한다면, 자신만의 내적 동기가 분명 있을 거예요. 사실 이러한 동기를 선명히 품지 않고서 자발적으로 꾸준히 글을 쓴다는 건 힘든 일이지요. 취미로서든 치유를 위해서든 그 이유를 찾을 때, 당신의 글쓰기는 뜨겁게 불붙을 거예요. 도스토옙스키나 조앤 롤링 같은 작가들도 글을 쓰는 자신만의 절박한 이유가 있었어요. 그런 분명한 이유 속에서 씀으로써 자신을 극복했던 작가들처럼, 여러분도 그럴 수 있기를 빌게요.




*손화신

감각 있는 글을 쓰는 대중문화 기자.
한양대학교 국문학과 졸업 후 기자로 일하며 대중문화계 명사 인터뷰, 작품 리뷰 등을 쓰고 있다. 말과 글로써 세상에 조금이나마 기여할 수 있는 사람이길, 특히 영감, 위안, 용기를 주는 말과 글을 만드는 사람이 되길 소망한다. 글을 쓸수록 삶의 무게중심이 잡혔던 본인의 경험을 바탕으로, 이 책에서는 씀으로써 더욱 나다워지고 자신을 한뼘 더 사랑할 수 있게 됐던 시간들을 이야기한다. 『아이라는 근사한 태도로』 『나를 지키는 말 88』을 썼다.



쓸수록 나는 내가 된다
쓸수록 나는 내가 된다
손화신 저
다산초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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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ㆍ사진 | 출판사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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