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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읽아웃] 소설가의 방사형 그래프 (G. 장류진 소설가)

한국문학번역원 창립 25주년 특집 책읽아웃 공개방송 2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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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가, 작가의 방사형 그래프는 굉장히 찌그러져 있고 불균형하지만, 그래도 고유성 항목이 만점이거나 때로는 뚫고 나가 있을 정도로 점수가 높기 때문에, 불균형하고 찌그러진 상태지만 그런대로 잘 살아가고 있습니다. (2021.05.27)


<특집 공개방송 인터뷰- 장류진 소설가 편>

김하나 : 안녕하세요, 김하나입니다. <책읽아웃 – 김하나의 측면돌파> 2부가 시작되었습니다. 오늘도 장류진 작가님과 함께합니다. 저희는 한국문학번역원의 특별전시 <역 譯, 驛>의 전시장에서 특집 공개방송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오늘은 소설가로서 작가님의 일상에 대해서 여쭤보려고 하는데요. 작가님의 하루 일과의 시작이 다름 아닌 글쓰기라는 소식을 들었습니다. 그야말로 듣고도 믿기 힘든 그런 이야기인데요. 보통은 ‘워밍업을 하다가 한나절을 보내버렸다’ 이런 이야기를 들으면서 안도감을 얻고는 하는데, 하루의 시작을 글쓰기로 시작하실 수 있는... 대단한데요?

장류진 : 그런가요. 사실 저는 그‘게 그렇게 믿기 힘든 이야기인가? 놀랄만한 이야기인가?’ 하고 제가 놀랐어요.

김하나 : 하루 이틀은 그럴 수 있어요. 그런데 장편 소설을 그렇게 계속해서 매일 매일 써나간다는 거는 너무 대단하게 느껴졌습니다.

장류진 : 아, 그렇구나... 저는 그게 사실 대단하다고 이상하다고 생각을 전혀 안 하고 있었어서... 네, 그렇게 하고 있습니다. (웃음)

김하나 : 그러면 눈 떴을 때 ‘오늘은 정말 하기 싫다’ 그런 날도 분명히 있죠?

장류진 : 네, 있죠.

김하나 : 그런데 ‘그래도 해야 하니까 한다’라고 생각하시나요?

장류진 : 그런 날은 안 하죠. (웃음) 그렇게 자주 안 하진 않지만. 

김하나 : 편한데요? (웃음)

장류진 : 그렇게 대단한 게 아니라니까요. (웃음) 디폴트가 그렇다는 거고 하지만 언제나 옵션을 끌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김하나 : 아, 그렇군요. 그래도 하루 정도 옵션을 끄고 나면은 다음날이 되면 ‘이게 내가 하는 일이니까, 매일 출근을 했던 것처럼 어제는 좀 안 썼으니까 반성하고 오늘은 쓴다’고 생각하시나요?

장류진 : 반성도 안 해요. (웃음) 그냥 오늘은 또 오늘의 시작이니까. 

김하나 : 지난번에 <측면돌파>에 나오셨을 때도 그런 얘기를 했었는데요. 『일의 기쁨과 슬픔』의 「다소 낮음」이라는 단편에 ‘장우’라는 뮤지션이 나오잖아요. 그 장우가 만든 ‘냉장고송’의 조회수라든가 좋아요수라든가 싫어요수 같은 걸 정말 너무 그럴듯하게 잘 쓰셨다는 얘기를 제가 지난번에 했었는데, 이번에 『달까지 가자』를 쓰실 때도 약간 그러셨을 것 같아요. ‘오늘 이더리움 차트의 가격은 얼마이고, 그러면 다해를 얼마를 사게 할까’ 이런 식으로 계산을 해가면서 쓰셨겠네요.



장류진 : 네, 당연히 그랬죠. 사실 다해가 제2금융권 대출까지 받게 된 건, 마지막에 차를 사게 해주고 싶은데 시드가 워낙에 많지는 않으니까, 그렇다고 그래프를 제가 바꾸기는 싫고 있는 대로 쓰고 싶으니까,  그래서 어떻게든 돈을 끌어 모아서 하게 된 거죠. 사실 마지막에는 다해도 벤츠를 사게 해주고 싶었거든요.

김하나 : 아, 그런데 제2금융권까지 끌었지만 안 되더라?

장류진 : 살 수는 있겠죠. 할부로 사면 되니까. 그거는 조금 오바인 것 같아서 국산차로 뽑았습니다. 

김하나 : 원래는 벤츠를 사주고 싶었다...

장류진 : 네. 세 명한테 다.

김하나 : 은상 언니는 벤츠를 사는 데 성공하고 지송이와 다해는 국산 새로 나온 SUV를 사서 셋이 같이 차를 몰고 쫙 질주하잖아요. 저는 그 장면 이미 본 것 같아요.

장류진 : 아, 정말요? (웃음)

김하나 : 네. 그리고 이 소설은 장면 장면들이 눈앞에 그려지는 게 많아서 나중에 틀림없이 영화화가 되거나 드라마화가 되거나 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장류진 : 지금 도사님 같으신데요. 하나 도사님. (웃음)

김하나 : 마지막에 셋이 차를 타고 달리는 장면은, 셋이 한 차를 탄 게 아니라 ‘각자의 핸들 각자의 엑셀을 밟는다’라고 하는 부분이 있었잖아요. 세 명이 새로운 가능성을 달고 질주하는 것인데, 이 장면을 마지막으로 해야겠다고 처음부터 생각하셨어요?

장류진 : 네. 사실상 이 장면을 향해서 달려온 거예요.

김하나 : 아, 너무 좋다. 그거를 밀어붙이신 거잖아요.

장류진 : 네, 그렇죠.

김하나 : 다시 작가님 일상으로 돌아가자면, 작가도 창작 노동을 하는 엄연한 노동자이지 않습니까.

장류진 : 네. 그렇죠.

김하나 : 그렇기는 하지만 예전에 직장인으로서 월급을 받으면서 했던 노동과는 조금 다른 점이 있지 않을까, 그 부분이 좀 궁금해요.

장류진 : 본질적으로는 같다고 생각을 하는데요. 좀 다른 점이 있다면, 책을 만들 때는 아니지만 어쨌든 소설을 쓰는 작업만 생각을 하면, 오롯이 나 혼자 하는 작업이라는 것이 다르죠. 직장에서 하는 일은 내가 아니어도 다른 누군가가 그 자리에 있었어도 비슷하거나 어쩔 때는 완전히 똑같은 결과가 나올 수도 있는데, 사실 이거는 다른 누가 아니라 바로 다름 아닌 내가 작업을 했기 때문에 이런 작업 결과물이 나온 거잖아요. 소설은. 그런 고유성이 가장 다른 점인 것 같고, 그게 사실 대체로는 좋지만 때로는 그게 또 힘들기도 하고, 그래서 다 장단점이 있는 것 같아요.

김하나 : 말씀하신 것처럼 내가 하고 싶은 대로 써버리면 되니까, 분명 전권을 손에 쥐고 있으니까 좋기도 하겠지만, 그것이 바로 뒷면이 있잖아요. 내가 모든 것의 책임을 혼자 다 져야 된다는 것.

장류진 : 맞아요. 

김하나 : 어느 날 아침에 눈 떴을 때는 덜컥 ‘이걸 끝까지 쓸 수 있을까?’ 이런 불안감이 든 적은 없으세요?

장류진 : 그런 불안감은 항상 드는 것 같아요. 단편을 쓸 때도 그렇고 장편을 쓸 때도 그렇고, 특히 앞부분을 쓸 때. 갈 길은 먼데 아직 얼마 가지 않았을 때는. 사실 그런 생각은 항상 하는 것 같아요.

김하나 : 한 절반 정도 가면 ‘아, 이거 끝낼 수는 있겠다’ 이런 감이...

장류진 : 네, 그렇죠.

김하나 : 그런 거죠. 도보 여행할 때 한참 걸어갔다가 지도를 보면 ‘내가 이거 끝까지 갈 수 있을까?’ 싶은데 중간쯤 와서 뒤를 돌아보면 너무나 많이 걸어왔기 때문에 앞으로도 갈 수 있겠다는 느낌이 드는. 그것은 자기 스스로에게 매일 매일 조금씩 쌓아 나가면서 주는 거겠네요. 하지만 계속해서 익숙해지지는 않고, 매번 공포감은 찾아올 테고.

장류진 : 네.

김하나 : 작가님이 계산을 잘못하셔가지고 이 책 나오고 나서 아주 바쁜 와중에 계속 마감을 하셔야 된다는 소문을 들었습니다.

장류진 : 아, 네. (웃음)

김하나 : 그건 계속 공포감을 느끼면서 하고 계신가요?

장류진 : 네, 그렇죠. 그건 계속 어쩔 수 없이 가져가야 되는 것 같아요.

김하나 : 그러면 궁금한 게, 글감은 많이 쌓여 있을까요?

장류진 : 사실 저는 그때그때 그날의 마감을 할 뿐이기 때문에 (웃음), 쌓아놓고 ‘이번에는 이걸 꺼내봐야지’ 이렇게 하는 게 아니라, 약간 그때그때 차오르는 걸 빼준다는 느낌인 것 같아요.

김하나 : 일단 닥치고 나서 ‘어떡하지? 뭘 쓰지?’ 하다가 떠오르는 것들을...

장류진 : 그렇죠. 그때 있는 거. ‘어? 여기 있다!’ 하고. (웃음)

김하나 : (웃음) 눈에 이더리움이 보이면 이더리움을 쓸 것이요.

장류진 : 네. (웃음) 손에 잡히는 거. 

김하나 : 작가님께서는 예전에도 메모를 그렇게 많이 하는 편도 아니라고 하셨고, 지금도 뭔가를 쌓아놓는 편은 아니라고 말씀을 하셨는데, 그렇다면 그때그때 뭔가를 잘 집어내기 위해서라도 하는 활동 같은 게 따로 있을까요?

장류진 : 미래를 많이 생각을 안 하는 것 같아요. ‘어떻게든 되겠지, 오늘 하루 열심히 살자’라는 스타일이라서. 대신 책을 많이 읽어야겠죠. 그건 당연히. 책을 많이 읽는 것, 그게 답변이 될 수 있을 것 같아요.

김하나 : 작가님은 멍 때리기 잘하세요?

장류진 : 네. (웃음)

김하나 : (웃음) 그러면 대개 혼자 있으실 때 뭔가를 틀어놓거나 뭔가 눈앞에 왔다 갔다 하지 않아도 가만히 있는 시간을 잘 보내는 타입이세요?

장류진 : 네, 혼자 생각을 되게 많이 하는 것 같아요. 말씀하신 것처럼. 꼬리에 꼬리를 무는 생각들이 많고 그게 소설이 되기도 하고. 그런데 운동을 하면 좋은 게, 사실 그런 생각이 너무 많아도 피곤해요. 운동을 할 때는 정말 그 순간만큼은 그런 게 싹 사라져요. 진짜 몸에만 집중을 하게 돼서, 그래서 운동이 더 재밌나 하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김하나 : 불면은 어떻게 되어 가고 있나요?

장류진 : 제가 평생을 불면이 무슨 감정인지 잘 모를 정도로 잠을 잘 자는 타입이었는데 작가가 되고 나서 불면이 생겼어요. 아주 자주는 아니지만 일주일에 두어 번 정도는 잠을 잘 못 자가지고 극복을 하려고 노력을 하고 있습니다. 

김하나 : 생각을 끄는 것도 연습이 필요하더라고요.

장류진 : 맞아요. 

김하나 : 생각이 계속해서 꼬리에 꼬리를 물고, 또 ‘이건 기발한 생각 같은데?’라는 생각이 들면 그걸 좀 더 파보게 되고 그러잖아요. 그런데 그게 끝이 나지는 않으니까 사실은 정신적으로 엄청난 운동을 하고 있는 것이기도 해서...

장류진 : 맞아요. 그런 것 같아요.

김하나 : 그러면, 이제는 전업 작가가 되셨는데 전업 작가라는 상태의 인생 가성비는 어떠신 것 같나요? 어떤 점이 이득이고 어떤 점이 아쉬우신지, 나중에 이 말씀은 얼마든지 바뀔 수 있으니까 딱 현재 시점에서 느끼는 것들을 말씀을 해주시면 좋겠습니다.

장류진 : 사실 이 질문을 받고 ‘인생 가성비’라는 게 사실 뭔지 잘 모르겠더라고요. 왜냐면 가성비라는 건 뭔가 결과가 나와야, 내가 죽어야 알 수 있는 게 아닌가, 인생이 끝나야 가성비가 어땠는지 알 수 있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어가지고 잘 모르겠고. 그냥 그 어감만 가지고 어울리는 대답을 해보면, 은행에서 대출이 잘 안 돼요. 

김하나 : 아, 맞습니다.

장류진 : 회사 다닐 때랑 비교해 보면 금융기관에서 저를 잘 믿어주지 않더라고요. 그 전에 비해. 한마디로 신용이 안 좋아졌다는 거죠. 그런 단점이 있고. 그런 걸 포함해서 장단점을 말해보면, 제가 그런 질문을 굉장히 많이 받는데, 항상 방사형 그래프 얘기를 해요. 장점을 찍은 방사형 그래프를 보면 직장인의 방사형 그래프는 훨씬 더 균형 잡히고 예쁘고 전체 면적도 더 넓지만, 소설가·작가의 방사형 그래프는 굉장히 찌그러져 있고 불균형하지만 그래도 어떤 하나의 항목-아까 제가 말씀드렸던 그 고유성 항목이 만점이거나 때로는 뚫고 나가 있을 정도로 점수가 높기 때문에 불균형하고 찌그러진 상태지만 그런대로 잘 살아가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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