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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모교육 전문가 임영주 “감정, 통제 못하는 게 아니라 안 하는 것”

『부모와 아이 중 한 사람은 어른이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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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담하다 보면 어릴 때 받은 상처를 이야기하는 부모님이 많은데요. 들어보면 대부분 부모님이 어른답지 않게 행동했을 때 받은 거예요. 어른이라면 내 말, 행동이 불러올 영향을 생각해야 하잖아요. 그런데 유독 자녀한테 생각 없이 말하고 행동해요. 왜냐하면 그래도 되는 존재라고 생각하거든요. (2021.05.11)


‘내가 지금 어린 애랑 뭐 하는 거지?’ 아이와 감정의 줄다리기를 하다 보면 부모는 자괴감에 빠진다. 책에서 배운 대로 가르치고 싶지만, 훈육으로 시작했다 화풀이로 끝나기 일쑤. 끓어오르는 감정을 주체하지 못하고 화내고 돌아서면 남는 건 후회와 자책뿐, 훈육은커녕 부모와 아이 모두 불편한 감정을 풀지 못한 채로 어영부영 상황은 종료된다. 

화풀이는 아이를 통제하기 위해 부모가 하는 가장 쉬운 선택이다. 부모 교육 전문가 임영주는 “화풀이는 아이보다 유리한 위치에 있는 부모가 아이에게 내 마음을 알아달라고 요구하는 것”이라고 말한다. 아이에게는 아이의 역할이, 어른에게는 어른의 역할이 있는 법. 충동적으로 감정을 표현하는 사람은 아이 하나로 충분하다. 어른이라면 스스로 감정을 조절하고 통제할 수 있어야 한다. 화내고 돌아서서 후회하는 부모들에게 임영주 저자가 추천하는 방법은 ‘감정의 발화점’ 찾기. 내 감정을 알아야 아이 감정도 알 수 있기 때문이다.  





감정을 어쩌지 못해 힘들어하는 부모들

‘아이를 잘 키우기 위해서가 아닌 내가 편해지기 위해서 이 책을 읽는다’는 후기를 봤어요. 

정확하게 읽으신 것 같아요. 저자의 의도를 꿰뚫은 후기네요. 그간 낸 책이 ‘어떻게 아이를 변화시킬까’라는 질문을 중심으로 솔루션을 제시하는 책이라면 이 책은 부모를 위한 책이에요. 물론 육아 잘하는 법을 소개하는 책도 궁극적으로 부모를 위한 책이지만 목적이 달라요. 

말씀하신 대로 아이가 아닌 부모의 감정에 집중한 책인데요. 어떻게 쓰게 됐나요? 

지난 몇 년간 부모님들을 대상으로 무료 전화 상담을 했는데요. 상담한 내용을 쭉 모아보니 모든 사연의 핵심이 부모의 감정에 있더라고요. 감정을 어떻게 하지 못해서 힘들어하는 부모님들이 많았어요. 아이를 제대로 훈육하지 못해서 후회하고 죄책감을 느끼는 거예요. 자기도 모르게 아이한테 모진 말을 하게 된다고 말하기도 하고요. 

제목이 인상적이었어요. 엄마인 지인한테 책 제목이 흥미롭다고 소개했더니 ‘나 무슨 말인지 알 것 같아’ 하더라고요. ‘내가 지금 아이랑 뭐 하는 거지?’라는 생각에 자괴감 들 때가 있다면서요.

엄마들이 자주 하는 말이 있어요. 엄마가 되기 전까지는 내가 이렇지 않았는데 아이 키우면서 ‘내가 이런 사람이었나’ 싶을 때가 많다는 거예요. 엄마인 내가 아이 같고, 어떨 때는 아이만도 못하다고요. 그만큼 육아가 힘들어요. 그런데 그렇다고 계속 위로만 할 수는 없잖아요. 이 책에는 위로도 있고 쓴소리도 있어요. 

쓴소리가 있다고 했는데 그 쓴소리를 압축한 게 제목이 아닐까 싶어요. 어떤 뜻인가요?

제가 ‘부모는 어른이다’라는 말을 좋아해요. 이 말의 연장선에 있는 내용인데요. 부모님들 상담하다 보면 어릴 때 받은 상처를 많이 이야기하거든요. 들어보면 대부분 부모님이 어른답지 않게 행동했을 때 받은 상처예요. 어른이라면 내 말, 행동이 불러올 영향을 생각해야 하잖아요. 그런데 유독 자녀한테 생각 없이 말하고 행동해요. 왜냐하면 그래도 되는 존재라고 생각하거든요. 

부모는 모든 면에서 아이보다 유리한 위치에 있다(24쪽), ‘아이에게 부모는 자신의 생존권을 쥔 절대적인 존재라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한다’라는 말과 연결되는 말이네요.  

부모는 아이한테 절대적인 존재예요. 부모도 이걸 알아요. 무의식 깊은 곳에 이런 생각을 가지고 휴화산처럼 있다가 어느 날 화를 분출하는데 그 이면에는 ‘내가 너한테 이렇게 해도 네가 어떻게 할 거야?’ 하는 마음이 있는 거예요. 내 아이가 아니라 상사나 상사의 아이라고 생각해 보세요. 화난다고 마음대로 화낼 수 있나요? 그러니까 사실 감정을 통제 못 하는 게 아니라 안 하는 거죠. 

무의식은 나도 모르게 생기잖아요. 그래서 더 무섭구나 싶었어요. 그 사실을 인지하는 게 중요하겠다는 생각도 했고요. 

맞아요. 그것만 인지해도 괜찮은 어른, 부모 아닌가 싶어요. 좋은 질문 하나가 사람을 변화시킨다고 하잖아요. 제가 그런 질문을 드리는 거예요. 이 책에 답은 없어요. 다만 부모인 나는 어떤 사람이고, 무얼 원하는지를 찾아보라고 질문하는 거죠. 

육아법만큼이나 부모인 자신을 아는 게 중요한 것 같아요.

육아를 흔히 전쟁에 비유하잖아요. 전쟁 이야기할 때 가장 많이 쓰는 말이 뭐죠? ‘지피지기면 백전백승’이에요. 나를 알고 아이를 알아야 육아 전쟁을 할 수 있는데 많은 부모님이 아이도 모르고 자기도 몰라요. 그런데 아이는 바꾸고 싶으니까 힘든 거죠. 쓴소리를 안 할 수는 없어요. 원래 자기를 대면하는 일이 어렵잖아요. 나를 알아가는 과정은 써요.



내 감정 알아야 아이 감정을 알 수 있어요

부모에게 감정을 물어보면 대부분 감정이 아닌 상황을 설명한다고요. 내 감정을 알아차리고 표현하는 게 그만큼 서툴다는 이야기인데요. 부모가 왜 자기감정을 잘 살펴야 하냐고 묻는다면요? 

내 감정을 알아야 다른 사람의 감정도 알 수 있거든요. 많은 부모가 다 안다고 생각해요. 그런데 내가 어떨 때 화가 나는지, 어떨 때 기쁜지 그리고 이 감정을 어떻게 표현하는지 제대로 아는 분이 많지 않아요. 본인 감정에 대해 잘 모르니까 아이들한테 물어볼 때도 뭉뚱그려서 물어보고요. 아이가 울면 무조건 ”슬프구나?” 하는 식이죠. 그런데 사람이 꼭 슬플 때만 우는 건 아니잖아요. 억울해서 우는 아이도 있고, 신발이 안 신겨져서 우는 아이도 있고요. 

그래서 감정을 세분화하고 ‘감정의 발화점’과 ‘초감정’을 알아차리는 게 중요하다고도 했어요. 

초감정이라는 건 내 감정을 알아차리는 거거든요. 내가 왜 이런 감정을 느끼는지 아는 건데 아이들은 몰라요. 아이들은 초인지, 초감정이 약하거든요. 그런데 어른은 내가 지금 남편이랑 다퉈서 화가 나는 건지, 아이 행동이 마음에 안 들어서 그런지 ‘감정의 발화점’을 알 수 있어요. 그런데 이걸 잘 모르니까 평소에는 그냥 넘어갈 일을 남편 때문에 스트레스를 받은 날에는 아이를 혼내는 거예요. 감정을 정확히 알아야 화도 정확하게 낼 수 있거든요.

그러면 어떻게 정확하고 건강하게 낼 수 있을까요?

일단 내가 무엇 또는 누구 때문에 화났는지 대상을 명확히 알아야 하고요. 만약 아이가 잘못해서 화났을 때는 분명하게 “그건 안 되는 행동이야”라고 해야 해요. 그럴 때 “아이들이 엄마 화났어요?”라고 물어볼 수 있는데요. 그러면 “응, 엄마 화났어. 왜냐하면 네가 잘못된 행동 해서 화났어”라고 하는 거죠.

화난 이유를 정확히 설명해 줘야 하는 거네요? 

그럼요. 그래야 아이가 알잖아요. “엄마 지금 소리 지르고 너 많이 혼내고 싶은데 참고 있는 거야”, “이렇게 말해도 네가 알아들을 거로 생각해” 이렇게 말 할 수 있어요. 아이한테 보여주는 거예요. ‘엄마도 소리 지르고 싶은데 참는구나’ 하고. 누구에게나 감정은 있지만, 그 감정을 저렇게 표현할 수 있구나 싶게요. 

훈육과 화풀이의 가장 큰 차이로 ‘대안’을 꼽았어요.

그래야 아이가 잘못을 반복하지 않으니까요. 대안을 제시하지 않고 화풀이만 하면 아이는 또 말 안 들어요. 배운 게 없잖아요. 선생님이 계속 화내면서 가르쳐준다고 생각해 보세요. ‘어떻게 하라는 거지?’ 싶잖아요. 훈육은 굉장한 인내가 필요한 일이에요. 그런데 그렇게 힘든 걸 부모가 안 하면 누가 우리 아이한테 해주겠어요.

훈육으로 시작했다가 화풀이로 끝날 때가 많은 것 같아요. 그만큼 훈육이 어렵다는 뜻이겠죠. 

사실 그게 사랑이거든요. 부모니까 화가 나는 거예요. 내 아이가 아니면 그렇게 속상하지도 않죠. 그런데 그 사랑이 아이한테는 너무 뜨거워요. 화상 입는 거죠. 우리의 사랑이 그래요. 사랑을 사랑으로 느끼해 해줘야 하는 쉽지 않죠. 제가 고등학생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했는데요. 한 고등학생이 좋은 부모를 묻는 말에 ‘자녀가 사랑을 느끼게 해주는 부모’라 썼더라고요. 깜짝 놀랐어요. 

그만큼 사랑을 정확하게 전달하는 일이 중요하고 어렵다는 말인 것 같네요.

맞아요. 이런 말을 고등학생이 하다니 싶어서 놀랐어요. 자식 사랑하지 않는 부모가 어디 있겠어요. 제대로 표현하지 못할 뿐이죠. 모든 관계는 배워야 하잖아요. 부모와 아이 관계도 마찬가지예요. 사랑을 정확하게 전달하는 방법은 누구나 배워야 해요. 



아이가 왜 어른스러워야 하죠?

‘어른스럽다’, ‘의젓하다’는 표현은 칭찬이 아니라고(43쪽)요. ‘부모화된 아이’가 될 수 있다고 했어요.

부모가 말하는 ‘어른스럽다’가 무엇인지 생각해 볼 필요가 있어요. 어떤 상황에서 아이한테 ‘어른스럽다’라고 하나요? 어른스럽다는 말은 수십 년 전부터 사용된 말인데요. 예전에는 아이들이 노동력이었잖아요. 그래서 빨리 자라기를 바랐어요. 어른이 할 일을 아이가 나눠서 해야 했던 시절이었죠. 실제로 학교 다녀와서 소 꼴 베고, 첫째가 막내 업어 키우고 했잖아요. 아이들이 어른스러워야 했어요. 

정말 그러네요. 

그런 시대에 생긴 말들이 지금까지 쓰이는 거예요. 이제 시대가 바뀌었잖아요. 어른과 아이의 분업화가 이뤄졌어요. 아이는 발달 단계에 맞게 커야 하고, 그 시절에 누려야 할 것을 누려야 해요. 그런데 ‘어른스럽다’는 칭찬은 아이가 자기 욕구를 감춘 채로 양보하고 희생하면서 아이가 할 수 있는 것을 능가하는 행동을 하게 만들어요. 굴레를 씌우는 말이거든요. 아이가 아이로서 마땅히 누려야 할 시절을 누리지 못하게 하고, 아이를 억압해서 ‘어른아이’로 만드는 거죠. 

그러면 ‘어른스럽다’는 말을 어떤 표현으로 대체하는 게 좋을까요? 

구체적인 상황을 표현하는 말이 좋아요. ‘상황 중계 칭찬’이라는 말이 있거든요. 성과나 결과로 칭찬하지 말고 과정을 칭찬하라는 말 있잖아요. 예를 들어 간식을 들고 방에 갔는데 아이가 공부를 열심히 하고 있어요. 그럼 엄마가 ‘오 우리 아들 공부하네?’라고만 해도 충분해요. 이게 인정해 주는 거거든요. 아이가 칭찬받을 만한 일을 할 때 그 행위를 편하고 거부감 없이 인정해 주면 돼요. 

아이 앞에서 습관적으로 돈타령하는 행위에 대해 부모는 ‘돈을 아껴 쓰라는 말이었다’라고 변명하지만 아이에게는 ‘네게 돈을 쓰는 게 아깝다’라는 말로 들린다(70쪽)고 해서 놀랐어요. 부모는 그냥 푸념하는 거겠지만, 아이 입장에서 이렇게 들릴 수 있겠구나 싶어서요. 

물론 부모는 그럴 의도가 없죠. 그런데 아이 앞에서 푸념하면 아이로서는 ‘내가 엄마, 아빠한테 폐 끼치나?’, ‘내가 자발적으로 안 해야 하는 건가?’ 생각할 수 있어요. 아이 앞에서 경제적인 이야기를 전혀 하지 말라는 건 아니에요. 우리 상황이 어떤지 알려줄 수는 있죠. 그런데 그걸 한숨을 섞어서 푸념처럼 하는 것과는 달라요. 하지 말라는 게 아니라 그런 말도 아이 앞에서는 조심해야 한다는 거예요. 

태도, 감정을 표현하는 방식이 관건이네요. 

맞아요. 어투, 눈빛, 한숨 이게 다 태도예요. 엄마는 아무 생각 없이 행동해도 아이들은 큰 영향을 받는 거죠. 특히 예민한 기질을 가진 아이들은 크게 상처받을 수 있어요. ‘나한테 돈을 쓰는 게 아깝나?’라는 생각을 넘어서 ‘내가 태어나지 말았어야 했나?’하고 생각하는 아이도 있어요. 

아이한테 물어보는 게 중요한데 잘 물어봐야 한다는 말도 좋았어요.

아이 문제를 이야기할 때 정작 당사자인 아이는 배제하고 어른들끼리 할 때가 많아요. 아이들이 아무것도 모르는 애라고 생각하는데 절대 그렇지 않거든요. 다섯 살짜리 아이도 질문하면서 스스로 알 수 있어요. 그러니 궁금하면 아이한테 먼저 물어봐야죠.

어떻게 해주면 좋을지를요?

네. 예를 들어 왜 장난감을 던졌는지, 그럴 때 어떻게 하면 좋을지 물어보는 거예요. 요즘 부모님들은 아이한테 질문해야 한다는 건 알아요. 예를 들면 “화난다고 장난감 던지면 될까?”라고 물어야 한다는 건 아는 거죠. 그런데 사실 이 질문은 아이가 왜 그랬는지 진심으로 궁금해서 물어보는 게 아니잖아요. 답을 알려주려고 형식적으로 질문하는 거예요. 그런데 어른들도 형식적인 질문, 의도가 있는 질문 받으면 답하기 싫지 않나요? 아이들도 마찬가지예요. 이 사람이 진짜 내가 왜 그랬는지 궁금해서 물어보는 건지 답 정해놓고 알려주려고 하는 건지 다 알거든요. 

생각해보니 아이 마음을 진심으로 궁금해한 적은 별로 없었던 것 같아요. 다 안다고 생각하니까 해석해 주려고 하거나, 빨리 답을 주려고만 하고요. 그런데 물어봐도 아이들이 대답을 안 하면요?

실제로 “물어봐도 말을 안 해요”라고 하는 분들이 많은데요. 엄마가 원하는 게 뭔지 아니까 아이가 말 안 하는 거예요. 아이가 마음을 열 수 있게 물어봐야 하는데 부모는 가르쳐주려고 하는 의도를 가지고 ‘답정너’로 물어보니까요. ‘엄마는 네 마음이 진짜 궁금해’라는 마음으로 “왜?”라고 해야 하는데 대체로 그렇지 않죠. 그리고 “왜”라는 질문이 아주 위험한 질문이에요. 

위험하다고요? 왜요? (웃음) 

똑같은 ‘왜’라는 질문도 어떤 톤이나 억양으로 하느냐에 따라 다르잖아요. 방금 저한테 물어보신 건 진짜 궁금해서 한 “왜”인데 그게 아니라 ‘너 왜 그랬어?’라는 느낌의 ‘왜’도 있어요. 그래서 저는 아이한테 “왜”라고 물어볼 때 잘해야 한다고 강조해요. 궁금해서 물어보는 ‘왜’인가, 다그침을 위해서 물어보는 ‘왜’인가 알아야 한다는 거죠. 아이들의 대답을 듣는 건 시간을 많이 필요로 해요. 그런데 어떤 사람이 우리 아이한테 시간 내서 아이 말에 귀 기울이겠어요. 부모밖에 없거든요. 그런데 부모가 아이 말을 더 안 들어요. 



아이한테 ‘내 마음 알아달라’는 거예요

아이한테 사과할 때도 아이 감정을 통제하려고 하는 부모가 많다고요. 

요즘은 엄마들이 교육을 받아서 아이한테 사과하는 것까지는 하세요. 그런데 엄마가 어렵게 아이한테 사과했는데 아이가 안 받아주는 거예요. (웃음) 그러면 엄마도 기분 상하잖아요. 그러니까 거기서 ‘내가 사과했는데 왜 안 받아주냐’면서 아이를 2차 통제해요. 이게 사실은 엄마가 아이한테 자기 마음을 알아달라는 거거든요. 아이는 아직 준비가 안 됐을 수 있잖아요. 그런데 엄마 혼자 ‘내가 어른답게 사과해야지’ 해놓고 안 알아준다고 하는 거죠. 이렇게 사과할 바에야 안 하는 게 나아요.

결국 아이 감정을 먼저 살피는 게 핵심이 아닌가 싶은데요. 그러기 위해 끓어오르는 내 감정을 먼저 살펴야 하잖아요. 팁이 있을까요?

예를 들어 자기도 모르게 아이한테 큰소리 냈으면 바로 “미안, 엄마가 큰 소리를 냈네. 이따 이야기하자”고 브레이크 걸 수 있어요. 아니면 “엄마가 지금 실수할 것 같거든? 이따 이야기하자” 또는 “잠깐 물 좀 마시고 올게” 하는 거예요. 내 차 브레이크는 내가 잡아야 하잖아요. 자기만의 방법이 있어야 해요. 이렇게 할 때 아이들이 느낄 거에요. ‘우리 엄마 어른답다’고요.

그걸 아이가 그대로 배우는 거고요?

그렇죠. 사례가 있는데요. 어떤 어머니가 강연을 듣고 변해야겠다 싶어서 화났을 때 “엄마 지금 마음이 안 좋으니까 이따 말하자” 했더니 초등학생 아이가 “엄마 평소대로 해”하더래요. 

간신히 잠재운 화가 다시 끓어오르겠는데요. (웃음) 

얼마나 당황했겠어요. 그래서 또 한 번 화가 났는데…(웃음) 진정하고 물었대요. “엄마가 옛날처럼 말했으면 좋겠어?”라고요. 아이가 아무 말 없이 생각하더래요. 아이는 어색했던 거예요. 엄마가 안 하던 행동을 하니까. 그런데 나중에 남편하고 언쟁하고 있는데 아이가 슬그머니 와서 엄마 손을 만지더니 “엄마 아빠랑 조금 이따가 이야기하면 안 돼?”하더라는 거예요. 보고 배우기도 했겠지만, 무엇보다 아이는 예전에 그렇게 했던 엄마 모습이 좋았던 거죠. 

분노에 브레이크를 거는 장치로 녹음을 추천했어요. 자기를 객관화해보라는 거죠? 

네. 휴대전화로 촬영하는 것도 자주 권해요. 몸도 말을 하잖아요. 아이 앞에서 걷는 거, 말하는 거 다 보는 거예요. 혹시 손가락질하지 않는지, 아이를 무시하는 눈빛을 보내지는 않는지 알 수 있어요. 

비슷한 방법으로 이두자검(以豆自檢, 콩으로 자신을 점검한다)을 소개하기도 했어요. 분노의 습관화를 막으려는 노력을 가시화하라는 말인데요. 

검은콩, 하얀 콩 준비해 놓고 좋은 말 했을 때 또는 어른답게 했을 때마다 하얀 콩을 옮기는 거예요. 반대일 때는 검은콩을 놓고요. 앞치마 주머니에 넣어 놓고 밤에 꺼내 보면 좋아요. 아이들한테 주는 ‘칭찬 스티커’랑 비슷한 거죠. 

이야기 나누다 보니 좋은 부모가 되기 위해서 하려는 노력과 부모가 아이한테 가르치는 게 비슷하다는 생각이 들어요. 칭찬 스티커처럼요. 

맞아요. 부모가 어른으로서 아이에게 원하는 것을 먼저 하면 돼요. 부모는 아이한테 좋은 것만 요구하잖아요. 엄선된 것만 요구하거든요. 그걸 부모 자신한테 적용하면 돼요. 그런데 엄마는 필라테스 6개월 끊어 놓고 한 달도 안 다니면서 애가 학원 한 달 다니면 사생결단을 내잖아요. (웃음)

실제로 자녀들이 “엄마도 못 하면서 왜 나한테 하라 그래?”라는 말을 할 때가 있잖아요. 무척 당황스러울 것 같은데 이럴 때 어떻게 반응하는 게 좋을까요?

그럴 때 “뭐? 엄마가 뭘 못해?” 이렇게 하면 아이 수준으로 반응하는 거예요. 마음이 쓰라려도 아이 말에 귀 기울여야죠. “그랬어? 엄마가 그렇게 못했나?”라고 물어보세요. 그러고 나서 “그렇구나 엄마가 못하는 게 많네. 그래도 해줘. 엄마도 할게” 정도로 반응하는 거예요. 물론 이렇게 하고 돌아서서는 ‘저게 벌써 컸다고…,,’ 하겠죠. (웃음) 그런데 아이 키울 때 비장하면 안 돼요. 아이가 ‘팩트 폭행’ 하면 그대로 맞지 말고 방패 써야죠. 공이 오면 튕겨내지 말고 한 번 흡수한 다음에 다시 아이한테 주는 거예요. 어른이니까 여유 있고, 유머 있게요.




*임영주

대한민국 최고 부모교육 전문가이자 소통 강사로, 학부모들이 가장 만나고 싶어 하는 멘토, 자녀를 잘 키우기 위한 부모의 역할을 이야기하는 부모교육전문가다. ‘부모가 행복해야 아이가 행복하다’는 모토 아래 부모가 정서적으로 아이들한테서 독립하여 건강한 미래를 설계하도록 돕고 있다. EBS [부모], KBS [아침마당] 등을 통해 훈육을 힘들어 하는 부모들에게 현실적 대안을 제시하여 큰 공감을 얻은 바 있으며, 네이버 오디오클립과 네이버 TV, 유튜브를 기반으로 다양한 부모교육 콘텐츠를 공유하며 독자들과 소통하고 있다.



부모와 아이 중 한 사람은 어른이어야 한다
부모와 아이 중 한 사람은 어른이어야 한다
임영주 저
앤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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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최진영

'이야기하면 견딜 수 있다'는 말을 좋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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