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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읽아웃] 그림 친구들이 다시 그렸으면 하는 마음으로 (G. 유튜버 이연)

책읽아웃 - 오은의 옹기종기 (184회) 『겁내지 않고 그림 그리는 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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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제 옆에 “그림보다 삶이 흥미롭다”고 말하는, 최근 첫 책 『겁내지 않고 그림 그리는 법』을 출간한 그림 유튜버 이연 작가님 나오셨습니다. (2021.04.22)


당신이 일단 그림을 시작했으면 좋겠다. 왜냐하면 진심으로 그림이 세상에서 가장 멋진 일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혹자는 내 자식에게는 미술을 절대 시키지 않는다고 말한다. 나는 반대다. 아직 자식은 없지만 미래에 자녀가 미술을 하고 싶다고 말한다면 기꺼이 응원해 주고 싶다. ‘그래, 너도 화가가 되어 세상을 살아간다면, 더 많은 것을 보고 느끼며 사랑할 수 있을 거야’라고 말해줄 것이다. 자. 지금부터 아무에게도 묻지 않고 스스로가 비밀스럽게 자신을 허락할 시간이 왔다. 그림을 그려도 될까? 대답이 준비되었다면 페이지를 넘기자. 

안녕하세요. <오은의 옹기종기> 오은입니다. 그림 유튜버 이연의 첫 책 『겁내지 않고 그림 그리는 법』에서 한 부분을 읽어드렸습니다. 이연 작가님은 2018년 시작한 유튜브의 구독자를 2년 반 만에 54만 명으로 만든 놀라운 스토리텔러예요. 그리고 자신의 첫 책에서 “당신이 일단 그림을 시작했으면 좋겠다”고 말합니다. 그림을 그린다는 멋진 일. 그 일의 커다란 가능성을 이연 작가님은 알기 때문일 거예요. 오늘 <책읽아웃 - 오은의 옹기종기>에 이연 작가님을 모시고 이야기 나눠보겠습니다. 많은 기대 부탁드려요. 


<인터뷰 – 이연 편>

오은: 첫 책은 모든 작가들이 평생 한 번만 가질 수 있는 책이잖아요. 감회가 남다를 것 같은데, 어떤가요? 

이연: 사실 이 질문을 받을 때마다 ‘진짜 책이 나오긴 나왔나 보다’ 해요. 언제 적응이 될지 모르겠어요. 아마도 두 번째 책이 나와야 적응이 되지 않을까 싶어요. 

오은: 2019년 10월에 책을 계약했다고 들었습니다. 그러면 출간까지 제법 시간이 걸린 셈인데요. 오래 걸린 이유가 있을까요?

이연: 돌이켜 보니까 그때 너무 많은 일들을 하고 있었더라고요. 유튜브를 하면서 회사에 다니고 있었고요. 그 둘만 해도 바쁜데 책 작업을 해야 했던 거죠. 보통 제일 소중한 것들이 뒤로 밀리게 되잖아요. 그런 것들이 저는 주로 창작이라고 생각하는데요. 유튜브나 회사 일은 보는 사람들이 많아서 당장 아웃풋을 내야 하지만 책은 누군가 강제하지 않는 이상 계속 미루게 되는 영역이어서 늦어졌던 것 같아요. 그래서 한 번은 편집자 님이 한 달 정도 유튜브 채널을 쉬고, 집필에 집중을 해보는 게 어떻겠냐고 제안을 하셨거든요. 실제로 한 달을 쉬었는데요. 게임을 엄청 열심히 했어요.(웃음)

오은: 한 달을 쉬면 구독자 수가 줄거나 하지는 않나요?

이연: 놀라운 게 이연 채널은 구독자 수가 줄지 않습니다.(웃음)

오은: 예전에 추천을 받아 작가님의 ‘세바시’ 영상을 본 적이 있어요. 추천해주신 분이 “야, 네 이름 나와”라고 알려주셨거든요.(웃음) 소개된 에피소드를 살짝 설명해 드리면요. 제가 십 몇 년 차에 시를 쓰고 있는데, 낑낑대면서 쓰고 있었던 모양이에요. 그러니까 어머니께서 “너는 시를 십 년 넘게 썼는데 아직도 그게 그렇게 힘드냐”라고 물으신 거죠. 거기에 저도 모르게 “엄마, 지금 쓰는 시는 처음 쓰는 시잖아”라고 답변한 적이 있어요. 제가 강연 중에 그 이야기를 했고, 이연 작가님이 그 이야기를 강연에서는 물론 책에도 녹여주셨죠. 덕분에 그 에피소드가 다시 생명력을 가진 것 같아 참 기분이 좋았습니다.

이연: 제가 더 감사해요. 

오은: 이제 이연 작가님 소개를 해드릴게요. “유튜버, 작가, 강연자. 모두가 각자의 예술을 하며 살고 있다고 생각하는 생활예술인. 여름에 태어났다. 그래선지 여름이면 사랑에 빠지곤 했던, 여름을 늘 좋아했던 이연. 언니와 종이를 가운데 두고 함께 그림을 그린 것이 최초의 기억이다. 장래 희망을 적는 칸에는 화가나 만화가 대신 번번이 피아니스트라고 적곤 했다. 화가라는 말이 너무 크고 두려웠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다들 화가를 하는 게 어떻겠냐고 할 정도로 그림을 잘 그렸다. 만화 동아리 소속이던 중학교 2학년 때, 이연은 축제에서 하나에 500원 하는 애니메이션 열쇠고리를 만들어 팔았다. 결과는 완판. 다해서 무려 14만원을 벌었다. 공부보다는 그림이 승산 있겠다고 생각했다. 적은 노력을 들여 더 잘 될, 그림으로 진로를 결정했다.

미대에 진학한 이연은 넥타이까지 매고 다닌 패기 넘치는 신입생이었고, 지독하게 모범생이었다. 심지어 술도 안 마셨다. 수업 시간에는 맨 앞자리에 앉아 수업을 들었다. 애제자의 삶이었다. 그러다 대학교 2학년 때, 우연히 당첨된 <대학내일> 상담 이벤트에서 충격을 받고 말 잘 듣는 모범생 생활을 청산하게 된다. 이후 재미있게 사는 생활에 비로소 눈을 떴다. 그림을 전혀 그리지 못하는 회사생활을 하면서도 이연은 매일 그렸다. 그림일기를 그릴 때면 '그림을 그릴 줄 아는 인간'이라는 것을 잊지 않을 수 있었다. 3년쯤 되었을 때, 다니던 회사를 그만 둔 이연은 취향 찾기에 집중한다. 머리를 숏컷으로 자르고, 예술영화를 아주 많이 보고, 시집을 많이 모았다. 슬플 때는 성북천을 오래 걸었다. 그 시절, <김영하의 책 읽는 시간>과 <이동진의 빨간책방>을 자주 들었다. 당시 이연은 유튜브도 많이 봤는데 어느 날 문득 나도 해볼까, 싶어졌다. 그렇게 유튜브를 시작했다. 2018년 11월 11일이었다. 

수영과 달리기, 자전거를 문구점과 화방 구경을 논리적이고 실용적이고, 분명한 것들을 좋아한다. 무엇보다 사람 관찰을 아주 좋아한다. 파란색을 좋아해서 별명은 ‘이연스머프’다. 이름에 들어간 ‘연’ 자는 펼 연. 꿈을 펼치며 살라고 할아버지가 지어주신 이름이다. 지금처럼 앞으로도 이름과 같이 사는 삶을 꿈꾼다.” 혹시 수정이 필요한 부분이 있을까요? 

이연: 너무 멋진 청년 같아서 수정하고 싶지 않네요. 이런 사람 소개 받고 싶은데요.(웃음) 

오은: 열쇠고리 팔았던 에피소드가 책에 등장하기도 하는데요. 14만 원이면 굉장히 큰 돈이잖아요. 성공적인 건데, 당시 성취감도 있었지만 뭔가 걸리는 것도 있었다고 얘기했어요. 

이연: 굉장히 그림을 잘 그리는 친구가 있었거든요. 그 친구는 창작 캐릭터를 그렸고 저는 기존에 있는 기성 만화 캐릭터를 그렸어요. 저는 그때도 디자이너적인 생각이 있었던 것 같아요. 사람들이 좋아하는 것을 고민하는 태도인데요. 저와 달리 친구는 순수미술 같이 접근을 한 거죠. 그런데 많은 사람들은 내가 알고 있던 것에 손을 더 쉽게 뻗잖아요. 저도 그렇게 못 그리지 않았기 때문에(웃음) 제가 만든 열쇠고리가 잘 팔렸지만요. 그림 실력으로 친구를 이긴 건 아니라는 걸 그때도 알았어요. ‘차라리 정정당당하게 붙어 봤으면’ 하고 생각도 했던 것 같아요. 

오은: 그 친구는 지금 뭐 하는지 혹시 알고 계세요? 

이연: 안타까웠던 게 그 친구는 그림을 전공하지 않은 걸로 알고 있어요. 그래서 유튜브를 시작한 것도 있어요. 왜냐하면 그렇게 그림 잘 그리는 친구들이 어릴 때는 많았거든요. 그런데 커서 보니까 제 주변에 같이 그렸던 그림 친구들이 다 없어진 거죠. 어딘가에 있을 그림 친구들이 다시 시작했으면 좋겠다는 마음으로 유튜브를 시작한 이유도 있었던 것 같아요. 

오은: 작가님께서 『겁내지 않고 그림 그리는 법』에 대해서 직접 소개해 주시는 시간을 갖도록 하겠습니다.

이연: 책 소개는 할 때마다 부끄럽지만 수줍은 마음을 간직하고 잘 해볼게요. 제가 겁을 내면서 그림을 그렸던 시간이 되게 많았어요. 그때의 저를 생각하면서 썼는데요. 좋아하는 책에서 이런 문장이 있었어요. “네가 읽고 싶은 책을 써라.” 제가 겁이 많은 걸 알고 있고, 언제든 겁에 질려서 창작을 멀리할 시기가 온다는 걸 알고 있었기 때문에 그때의 제가 읽었으면 좋겠다고 생각을 했고요. 동시에 살아가는 것도 되게 두려운 일인데요. 그런 사람들도 자신의 처지에 빗대서 읽어볼 수 있는 작은 용기 같은 책을 상상하면서 썼습니다. 

오은: 작가님은 사람을 많이 그리시잖아요. 그 사람들이 거의 다 무표정을 짓고 있어요. 무표정한 사람들을 많이 그리시는 이유도 듣고 싶었어요. 

이연: 최근 알게 된 게 사람마다 추구하는 멋이 굉장히 다르다는 거예요. 그 추구하는 멋에서 자기만의 철학 같은 게 드러난다고 생각하는데요. 제가 추구하는 멋은 자연스러움이에요. 제가 그리는 사람의 무표정은 딱딱한 표정이 아니라 힘을 주지 않은 표정이라고 생각하거든요. 가공하지 않은 인간의 느낌인 거죠. 어떤 감정도 들어 있지 않은 그 사람 본연의 기본값 같은 표정이 좋아서 힘을 뺀 듯한 포즈와 무표정을 많이 그리는 것 같아요. 

오은: 책과 비슷한 제목의 유튜브 영상이죠. ‘겁내지 않고 그림 그리는 10가지 방법’을 업로드하신 이후에 채널이 급부상했다고 들었어요. 그런데 그것도 영감이 떠올라서 밤에 급히 찍은 영상이라고 하더라고요. 그때 얘기 좀 들려주세요. 1-2개도 아니고 10개가 동시에 떠오르기 쉽지 않잖아요. 그날은 뭐가 돼도 될 날이었나요?(웃음) 

이연: 뭐가 안 될 날이었던 게, 목이 안 좋았거든요. 영상 들어보시면 목소리에 티가 나요. 오히려 구독자가 적으니까 이런 거 올려도 별로 안 보겠지, 했던 거예요. 어떤 분이 남긴 ‘그림 그릴 때 너무 겁이 나요’라는 댓글을 보고 화답 영상을 찍은 거였거든요. 사실은 한 분을 위한 영상이었기 때문에 목소리보다 진심과 내용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을 했었어요. 또 10가지를 뽑은 것도 별 뜻이 없었어요. 유튜브에서 으레 ‘10가지’ 하면 좋아 보이잖아요.(웃음) 그래서 열 개는 뽑아야겠다, 했던 거죠. 

오은: 유튜브 영상이 스케치하는 화면 위에 작가님 말씀을 덧입히는 패턴이잖아요. 그게 너무 신기했어요. 물론 그 사이에 그림이 바뀌기도 하지만 시간을 딱 맞춰서 말하면서 그리는 건 쉬운 일이 아닐 텐데요. 어떻게 하시는지 궁금했어요. 

이연: 전에는 정말로 말하면서 그림을 그렸어요. 그게 안 되지는 않거든요. 다만 그러다 보니 그림과 말이 약간씩 처지더라고요. 그래서 따로 찍고 합치는 게 좋겠다고 생각했고요. 제가 유튜브 운영에 중요하게 생각하는 게 지속성인데요. 이를 위해서는 지속 가능한 노력의 양을 알아야 된다고 생각해요. 저는 그게 스크립트를 짜는 건 아니었어요. 그건 품이 너무 많이 들어서 키워드를 적어 놓고 말을 한 다음 덜어내는 형식으로 하고 있어요. 

오은: 유튜브가 잘 될 수 있었던 이유 하나를 꼽자면 어떤 걸까요? 

이연: ‘전체 이용가’라고 생각해요. 나이뿐 아니라 그림을 안 그리는 사람도 볼 수 있는 채널을 의미하는 건데요. 사실 그림 그리는 사람들만 보는 채널이었으면 50만 되기는 어려웠을 것 같아요. 저는 그림 외에 다른 것에도 관심이 많고, 실제로 다른 분야의 친구들도 많아서요. 그냥 나의 친구 같은 사람들이 공감할 수 있는 이야기였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그렇게 많은 분들을 염두에 두고 하다 보니까 이렇게 사랑받기 쉽지 않았을까 생각하죠. 

오은: 말하기와 그리기가 기본적으로 표현하는 일이잖아요. 최근 관심이 가는 새로운 영역이 있는지도 궁금해요. 

이연: 저는 그게 이런 라디오예요. 저는 목소리를 굉장히 흥미롭다고 느끼는데요. 목소리는 일단 겉모습이 안 보이잖아요. 숨길 수 있는 부분이 되게 별로 없으면서도 되게 많은 걸 숨기고 있고요. 그래서 목소리가 영혼 같은 걸 보여주는 게 아닐까 생각도 해요. 

오은: <오은의 옹기종기> 공식 질문을 드릴게요. <책읽아웃> 청취자에게 영업하고 싶은 단 한 권의 책이 있다면 무엇인가요? 

이연: 『훔쳐라, 아티스트처럼』이라는 책을 추천하고 싶어요. 되게 작고 네모난 책인데요. ‘무명을 즐겨라’라는 말도 이 책에서 나온 말이에요. 저는 그림을 보고 그리는 게 너무 죄책감이 있었는데요. 그렇게 해도 된다고 용기를 준 책이기도 해요. 그래서 제가 유튜브에서 “되게 좋은 책인데 절판됐으니 도서관에서 보세요”라고 소개를 했었거든요. 그 영상이 나간 후에 문의가 쇄도해서 저 때문에 책이 다시 나왔어요. 저는 그게 정말 좋았어요. 나에게 영감을 준 사람의 책이 너무 좋다는 것을 말할 수 있는 사람이 됐다는 것, 그 책을 다시 사람들이 읽을 수 있게 됐다는 것이 모두 좋았고요. 책이 내게 준 용기를 다시 누군가에게 나눠준 느낌이라서 다시 한 번 추천하고 싶습니다. 



* 책읽아웃 오디오클립 바로 듣기 



겁내지 않고 그림 그리는 법
겁내지 않고 그림 그리는 법
이연 저
미술문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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