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싱어송라이터의 열망이 느껴지는 강승윤의 PAGE

강승윤 <PAG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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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승윤은 첫 솔로 정규 음반에서 그룹의 굴레에 갇히지 않는 변함없는 재능을 유감없이 펼쳐 보인다. (2021.04.21)


강승윤은 첫 솔로 정규 음반에서 그룹의 굴레에 갇히지 않는 변함없는 재능을 유감없이 펼쳐 보인다. 17살의 나이에 <슈퍼스타K2>에 출연해 연배에 걸맞지 않은 성숙한 가창력으로 주목받은 그는 YG의 그룹 선발 프로그램 <WIN>을 거쳐 위너의 리더이자 작곡가로 활약해왔다. 팀 활동으로 집적해온 탄탄한 커리어는 단순 상업적 성과였을 뿐 아니라 그에게 힙합과 댄스 등 다양한 문법을 시도하는 경험이기도 했다. 첫 정규 음반 <PAGE>는 그 모든 경험치를 집약함과 동시에 과거로 회항하고, 또 어느 때보다 자신을 솔직하게 마주한다. 전곡 작사, 작곡을 도맡아 크레딧 전체에 자신의 이름을 떡하니 새겨놓은, 아티스트의 목소리와 내면에 집중한 싱어송라이터로서의 열망이 느껴지는 작품이다.

주 골격은 리얼 세션 기반의 록이다. 오디션 프로그램에서 기타를 메고 노래하던 옛 강승윤을 소환하듯 기타가 중심 악기로 배치되어있고, 이는 거칠고 터프한 그의 보이스 컬러를 효과적으로 조명하는 밑그림으로 이어진다. 예스러운 타이틀곡 '아이야'와 경쾌한 록 편곡의 '그냥 사랑 노래', 산뜻한 어쿠스틱 사운드의 '뜨거웠던가요'는 그 정서의 대표다. 여기에 힘을 보태는 건 강승윤의 가창. 튼튼한 기본기와 완숙한 목소리는 그간의 수련으로 더욱 자신감 있는 소리로 피어나고, '그냥 사랑 노래'에서 장난스러운 발칙함으로 사랑과 반항을 노래하다 이어지는 '멍'에서는 단출한 피아노 반주 위 편안하게 가라앉는 중저음을 들려주는 등 트랙마다 표정 변화를 유연하게 수행해낸다. 그의 솔로 존재 가치를 대번에 납득시키는 준수한 보컬 운용이다.

그가 밝힌 대로 작품은 아티스트의 10년의 음악 생활을 돌아보는 회고록이다. 각개 연도에 자신이 느낀 감정을 음악으로 저술한 저마다의 단면들은 가수의 성장궤도와도 닿아 있다. 뮤직비디오 속 순수하던 어린 시절과 스타가 된 현재를 경유하며 여전히 치기 어린 자신을 다독이는 '아이야'가 인간적인 속내를 따뜻하게 드러내고, 후반부에는 그 결핍의 감정이 점차 완화되는 과정을 엮어냈다. '365'에서 '죽도록 네가 미워' 울부짖다 '싹'과 '비야'에서는 슬픔을 담담하게 삼키는 의젓함을 보인다. 보통의 사랑 노래 같은 곡의 대상이 자기 자신이 되기도 하며, 줄곧 '나'에게 메시지를 던진다는 태도로 읽혀 아티스트의 감정을 스스로 해소하는 분출구처럼 보이기도 한다. 언뜻 뻔하게 다가올 수 있는 고뇌, 사랑의 내용이지만 팬 송 'Captain'이나 '비야' 등의 노랫말에서 드러나는 강승윤식 재치는 평범함 속 비범함을 만들기도 한다.

무엇보다 인상적인 건 위너의 경험을 토대로 팀의 색깔을 적절하게 배합했다는 점이다. 오랜 협업으로 끈끈한 신뢰도를 지탱하고 있는 에어플레이(AiRPLAY)와 강욱진 등 YG 소속 프로듀서들의 프로덕션은 중반부 완연한 팝 트랙으로 대중적인 접근도 꾀한다. 'Skip'의 경쾌한 비트와 래퍼 원슈타인의 귀를 잡아끄는 래핑, 사이먼 도미닉이 지원 사격한 '안 봐도'의 능글맞은 분위기가 힙합 댄스 가수의 정체성을 살리고, 팀 동료 송민호가 참여한 'Better'의 '찌질한 전 남자친구' 콘셉트도 위너의 색깔이 짙게 묻어있다. YG 특유의 이 찐득한 감성이 강승윤의 개성과 좋은 시너지를 피워내 아이돌과 솔로 뮤지션 사이의 절묘한 줄타기를 형성하는 것이다. 전체적인 멜로디 라인이 큰 낙차 대신 단순한 리듬으로 캐치함을 지향한다는 점도 회사에서의 학습이 가져온 긍정적인 결과다.

물론 이 모든 요소가 새롭거나 그만의 독특한 아이덴티티인 것은 아니다. 젊음의 속내를 털어놓는 주제나 자연스러운 록 사운드는 여타 싱어송라이터나 인디 밴드들에게도 익히 들을 수 있는 소재다. 그러나 개성을 잃지 않는 선에서 유행을 발 빠르게 포착해 록과 트렌디한 힙합을 자유로이 오가는 너른 스펙트럼, 자전적인 내용, 대부분의 곡에 뽑혀 있는 감도 높은 멜로디는 싱어송라이터에게 요구되는 거의 모든 자질이 아닌가. 상업성의 최전선에 있는 아이돌임에도 그룹 활동이 가수에게 개성을 중화시키는 억제제가 아닌 새로운 갈래를 제시하는 방향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것을, 강승윤은 본작에서 보여주고 있다. 재능 있는 뮤지션의 행보는 걱정하는 게 별 의미가 없구나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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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이즘

이즘(www.izm.co.kr)은 음악 평론가 임진모를 주축으로 운영되는 대중음악 웹진이다. 2001년 8월에 오픈한 이래로 매주 가요, 팝, 영화음악에 대한 리뷰를 게재해 오고 있다. 초기에는 한국의 ‘올뮤직가이드’를 목표로 데이터베이스 구축에 힘썼으나 지금은 인터뷰와 리뷰 중심의 웹진에 비중을 두고 있다. 풍부한 자료가 구비된 음악 라이브러리와 필자 개개인의 관점이 살아 있는 비평 사이트를 동시에 추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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