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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기자 이은선 ‘영화와 요리가 만났을 때’

『착해지는 기분이 들어』 이은선 저자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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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에서도 여러 차례 밝혔듯, 기억력이 좋지 않은 편이라 이것 또한 분명하게 기억나진 않네요. 다만 어릴 때부터 손으로 하는 취미들은 다 좋아했던 것 같아요. (2021.04.12)


『착해지는 기분이 들어』는 10년이 넘는 시간 동안 영화 전문기자로 일한 이은선의 첫 에세이로, 그가 오래도록 사랑해온 영화와 그 사랑에 가장 큰 연료를 보태어준 요리에 대한 이야기를 담고 있다. 좋은 영화를 보고 집으로 돌아가는 길, 사랑하는 사람들과 따뜻한 음식을 나누는 테이블 앞에서 문득 느껴지는 이 뭉클하고 따뜻한 기운은, 아끼고 사랑하는 존재 앞에 선 그의 모습과 닮았다.



첫 책 출간을 축하드립니다! 『착해지는 기분이 들어』는 어떤 책인가요?

영화와 음식 그리고 저의 삶을 느슨하게 연결하며 관찰하고 발견한 것들을 글로 옮긴 책입니다. 영화 안에 별다른 이유 없이 그냥 등장하는 건 없고, 음식도 마찬가지라고 생각합니다. 각각의 등장 이유와 연출가의 의도가 있죠. 화면 안에서 쉽게 지나쳐갔지만 결국 제 시선을 잡아끌었거나, 유독 중요하게 등장했던 영화 속 음식의 사연을 잘 읽어보고 싶었어요. 하지만 객관적 분석이라기보다 주관적 생각을 쓴 것이기에 저의 개인사가 영화나 음식보다 더 많이 다뤄지는 이야기들도 있어요. 모든 글이 특정 영화에서 출발했기에 쓸 때는 분명하게 인지하지 못했지만, 쓰고 나니 이 책은 삶을 대하는 저 스스로의 태도에 관한 이야기로 느껴지기도 합니다.

10년 넘게 영화 전문기자 생활을 하셨다고 알고 있어요. 그렇게 오랜 시간 영화에 대해 이야기할 수 있던 마음의 동력은 무엇이었나요? 

꿈꿨던 직업이지만 결코 오래 일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한 적은 없어요. 사실은, 기자 생활을 시작했을 때부터 지금까지 늘 ‘자격’에 대해 자문하고 있습니다. 영화는 대중적인 매체고 누구나 영화에 관해 이야기할 수 있잖아요. 능력이 뛰어난 동료들도 너무 많고요. 심지어 그사이 영화 전문 매체는 거의 사라지다시피 했고, 대신 훨씬 다양한 플랫폼이 대두됐죠. 이제는 직접 취재의 기회가 기자들의 전유물이라고 말하기도 어려운 시대가 됐습니다. 동영상 크리에이터들, 타 분야의 엔터테이너들이 영화를 분석하고 영화인들을 인터뷰하는 것이 마케팅 포인트가 되기도 하니까요. 자연스럽게 ‘내가 이 일을 계속해도 되나, 그럴 만한 능력이 있는 사람인가’라는 질문에 봉착하게 되어요. 프리랜서가 되면서 그 고민은 한층 깊어졌고요.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바로 그 마음 때문에 지금까지 이 일을 하는 것 같습니다. 새로운 시대의 흐름을 만났다면 그걸 잘 관찰하고 그 안에서 내가 할 수 있는 게 무엇일지 고민하려고 해요. 분명한 관점, 좀 더 쉽고 명료한 언어의 전달, 이전까지의 경험으로 터득한 노하우를 발휘하는 게 중요하겠죠. 저는 스스로를 영화평론가라고 호칭한 적이 한 번도 없습니다. 프리랜서라는 이유로 저의 의사와는 상관없이 평론가라고 부르는 건 이해하기 어렵고, 만일 그런 경우가 생기더라도 늘 정정 요청을 하곤 합니다. 작품을 해석하고 리뷰를 쓰는 것도 제게 요구되는 역할이지만, 제가 생각하는 저의 가장 중요한 역할은 ‘질문하고 전달하는 사람’이기 때문이에요. 애초에 평론가라는 직함을 쓰고 싶었다면, 질문하는 행위를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았을 것 같아요. 독자적 해석과 그를 뒷받침할 글 작업이 훨씬 중요한 분야니까요. 전문성을 갖춘 기록물에 대한 생각 역시 점점 골똘해지기에, 이 역시 앞으로의 작업에서 풀어내 보려 합니다.

이 책에는 ‘영화와 요리가 만드는 연결의 순간들’이 담겨 있죠. 작가님께서는 일상을 가꾸고 유지하는 요리의 힘을 믿고 계신 것 같아요. 처음 요리에 관심을 갖게 된 계기가 궁금합니다.   

책에서도 여러 차례 밝혔듯, 기억력이 좋지 않은 편이라 이것 또한 분명하게 기억나진 않네요. 다만 어릴 때부터 손으로 하는 취미들은 다 좋아했던 것 같아요. 글쓰기, 그림 그리기, 요리 같은 것들이요. 기분을 환기하는 가장 좋은 방법 중 하나가 맛있는 음식이기에 늘 호기심을 가졌고, 자연스럽게 만드는 데까지 관심을 갖게 된 것 같아요. 해외에 나가면 영화 책은 안 사 와도 레시피 책은 꼭 사 오곤 합니다.

『착해지는 기분이 들어』에는 총 28편의 영화 작품이 글의 주제로 다뤄집니다. 책에 실릴 영화를 선정하기도 쉽지 않으셨을 것 같은데, 어떤 기준으로 영화를 선정하셨나요? 추가적으로, 이야기하고 싶었지만 담지 못한 영화나 요리 이야기가 있으셨는지도 궁금합니다.

특정 음식이 등장했거나 주인공이 요리하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던 영화들을 수시로 생각해보고 메모해뒀어요. 본격 요리영화도 다뤘지만, 그보다 누구나 기억에 남았을 법한 영화나 혹은 정반대로 ‘그 영화에 이런 음식도 나왔어?’라고 생각할 만한 작품들을 우선으로 골랐어요. 책 안에 공감 포인트와 의외성이 함께 있었으면 했거든요. 독자들이 모두 영화와 요리를 좋아하지는 않을 거라는 점, 만일 둘 다 좋아하더라도 수록 영화를 모두 본 상태가 아닐 거라는 점도 중요하게 생각했어요. 그렇기에 치명적인 스포일러를 언급하지 않으면서 최대한 쉽고 친절하게 읽히는 글을 쓰는 게 목표였습니다. 독자들이 책을 덮으면서 여기에 언급된 영화를 보고 싶어지거나, 해당 영화와 음식에 대한 저마다의 기억을 풍성하게 떠올리면 정말 좋을 것 같다고 자주 상상했어요. 

책에 커피에 대한 챕터를 하나 따로 만들어볼까 생각했다가 포기한 기억이 있습니다. 제가 술을 전혀 마시지 못하는 사람이라서 글에서 따로 언급을 못 했다는 점도 아쉬워요. 음식과 주류를 페어링하는 재미라는 게 있을 텐데 말이죠.

책 제목에서 느껴지는 다정한 기운은 작가님에게서 온 것이 아닐까하는 예측이 드는데요. 표지 뒷면의 ‘좋은 영화를 보고 집으로 돌아가는 길, 사랑하는 사람들과 따뜻한 음식을 나누는 테이블… 그런 순간마다 문득, 착해지는 기분이 들어’ 라는 문구 또한 매우 따뜻하게 느껴졌어요. 작가님께 ‘착해지는 기분’이 드는 순간이란, 어떤 순간인가요?

사실 편집자가 지금의 제목을 지어줬을 때 엄청나게 당황했던 기억이 있습니다. 영화와 음식에 대한 단어가 제목이 될 거라고 예상했거든요. 제가 붙였던 가제에도 ‘식탁’이라는 단어가 들어갔고요. 그런데 제가 보낸 원고들을 하나하나 읽으며 느낀 감정을 문장으로 풀어내셨다는 이야기를 듣고 나니, 부끄럽긴 했지만 정말 고마워서 그대로 제목으로 쓰고 싶더라고요. 그 뒤로 이 ‘기분’에 대해 골똘히 생각하게 됐습니다. 좋은 영화를 보고 집으로 돌아올 때나 사랑하는 사람들과 맛있는 것을 나눠 먹을 때, 말로는 설명할 수 없었던 그 기분이 ‘착해지는’ 것과 비슷하다는 걸 깨달았어요. 그런 순간들은 좋은 영화를 더 잘 알아볼 수 있도록, 주변의 소중한 사람들을 더 아껴줄 수 있도록 내가 더 나은 사람이 되고 싶다는 마음을 갖게 했거든요. 아무튼 요즘은 책 제목 때문에 부담을 느껴서라도 착하게 살아야겠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다른 산업들과 마찬가지로, 2020년의 영화계 또한 매우 정체되어 있었죠. 코로나19가 가져온 영화산업 전반의 변화가 직업인 이은선에게 끼친 영향이 매우 컸을 것 같은데, 어떻게 그 시기를 지나오셨는지 궁금합니다. 또, 그 시기 이후 새롭게 다짐한 마음가짐이 있다면 알려 주세요.

2020년은 모두가 힘들었던 한 해죠. 다른 산업과 마찬가지로 영화산업 전반도 크게 휘청였습니다. 언젠가는 아무도 영화관을 찾지 않는 시대가 올지도 모르겠다는, 막연하기만 했던 불안한 상상이 눈앞의 실체로 확 다가온 것 같은 느낌이었어요. 책에 언급된 것처럼 저 역시 쉽지 않은 날들을 보냈습니다. 그러면서 오히려 제 마음과 기억을 솔직하게 들여다볼 수 있었고, 그게 책 작업에 자연스럽게 투영된 것 같아요. 영화와 영화를 만드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잘 전달하는 것이 제 임무라고 생각하고 있기 때문에, 저만의 개인적인 이야기를 글로 옮기는 게 쉽지만은 않았거든요. 오히려 힘든 시기였기에 훨씬 솔직해질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2020년은 ‘함께 한다는 것’의 의미를 훨씬 더 깊게 사유하게 됐던 한 해 같아요. 상황이 어렵다 보니 저 역시 어느 순간 저 개인만 생각하고 있더라고요. 그렇게 좁아지고 작아지는 스스로가 밉고 한심해지는 순간 역시 맞이하게 됐어요. 일을 포함해 나를 구성하는 수많은 관계 속에서 잘 살아가기 위해, 시야와 마음의 크기를 넓혀가는 노력을 지속하고 싶어요.



이 책을 통해 처음 만나게 된 독자들에게 전하고 싶은 한 마디가 있다면. 

『착해지는 기분이 들어』 의 페이지를 열어주셔서 감사합니다. 맛있고 영화로운 날들 보내세요!




*이은선

어제도 오늘도 영화에 대해 쓰고 말하고 그리는 사람. 영화전문지 [스크린], [무비위크], 중앙일보 [magazine M]의 취재 기자를 거쳐 지금은 프리랜서 영화 전문기자로 활동하고 있다. 다양한 지면과 채널에 영화에 관한 글과 인터뷰를 수록하고 극장에서는 GV로 관객과 만난다. MBC FM4U ‘FM영화음악’에서 ‘이은선의 필(름) 소 굿’ 코너를 진행하고 있다.



착해지는 기분이 들어
착해지는 기분이 들어
이은선 글그림
arte(아르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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