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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종호 판사 “비행 청소년은 버려진 존재, 아무도 관심 없어”

『내가 만난 소년에 대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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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노를 표출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사람들이 유일하게 마음 놓고 분노를 쏟아내는 대상이 비행 청소년 아닌가 싶어요. 이유가 충분해 보이거든요. (2021.04.02)


“안 돼. 안 바꿔줘. 바꿀 생각 없어. 빨리 돌아가”라는 말로 세상에 알려진 판사 천종호. 단호한 말투와 엄정한 판결로 ‘호통판사’, ‘사이다 판사’라는 별명을 얻고 주목받았지만, 그에게 ‘호통’은 눈앞에 아이와 다시는 법정에서 만나지 않기를 바라는 간절한 마음에서 비롯된 궁여지책이었다. 우리나라 판사 최초로 8년 연속 소년재판을 하며 그가 목격한 사실은 비행 청소년 범죄 이면에 어른들의 학대와 방임, 가난이 있다는 것. 천종호 판사는 “비행 청소년은 우리 사회의 약자 중의 약자”라 말한다. 

저는 자주 묻습니다. “소년범의 죄는 누구의 죄인가요?” 많은 경우, 소년의 비행은 소년의 것이 아니라 사회의 것입니다. 소년재판을 담당하면서 누구도 겪어서는 안 되는 방임과 학대의 그늘 아래 놓인 아이들을 수없이 만났습니다. 비행이라는 거푸집을 벗기고 나면 삶의 부조리와 폭력 앞에 아무런 보호막 없이 내던져진 아이들의 유약함이 고스란히 드러났습니다.(9쪽) 

소년재판을 맡은 후, 천종호 판사는 비행 청소년의 실상과 고통을 알리기 위해 꾸준히 글을 써왔다. 비행 청소년들의 이야기를 담은 새 책 『내가 만난 소년에 대하여』는 천종호 판사가 그동안 펴낸 책에서 독자들의 공감을 받은 글을 추린 특별판이다. 비행 청소년들의 이야기 외에 천종호 판사가 생각하는 법치주의와 공동체 이야기, 소년법 개정에 대한 최종 의견도 실렸다.



‘정치할 거냐’는 오해 많이 받았지만

『천종호 판사의 선, 정의, 법』 『호통판사 천종호의 변명』 등 이전에 출간한 책에서 반응이 좋았던 글을 추려 펴낸 특별판입니다. 어떻게 나오게 됐나요?

지난 10년간 비행 청소년들의 실상과 가정 해체로 고통받는 아이들의 이야기를 알리려고 책을 썼습니다. 그런데 책을 모르는 분들도 있고, 세 권을 다 읽으려면 시간이 걸리니까 독자들 반응이 가장 좋았던 글만 모아보기로 했어요. 이전에 쓴 책에는 청소년이 읽기 부적절한 내용도 담겨 있는데 그런 내용은 다 빼고 청소년들이 읽을 수 있는 내용으로 만들었고요. 얼마 전에 제 늦둥이 아이에게 책을 줬는데 금방 읽는 걸 보고 다행이다 싶었습니다. 

2010년부터 8년간 소년재판을 담당했다고요. 최장기간이라고 들었어요. 

원래 2년 단위로 재판이 바뀝니다. 소년재판 2년하고, 다른 재판 2년 하다가 다시 소년재판 맡아서 도합 6년가량 하신 분도 계세요. 저는 연속으로 8년 한 거고요. 

이례적인 경우네요. 

그렇죠. 처음에 창원에서 소년재판 3년 하고 다른 곳으로 가야 했는데 청소년회복센터(천종호 판사가 2011년 설립한 사법형 그룸홈) 운영 문제 때문에 3년 더 하고 싶다고 부탁드렸어요. 그렇게 창원에서 3년 더 소년재판 하고 나중에 부산가정법원에서 5년 더 했고요. 그때 제 인사 문제로 대법원에서 인사위원회가 열렸다고 하더라고요. 8년 연속 소년재판을 맡는 게 전례 없는 일이었으니까요. 

지금은 소년재판을 담당하지 않는다고요. 어떻게 지내나요?

2018년 2월부터 부산지방법원에서 2년간 형사 재판하다 작년부터 민사재판하고 있습니다. 일상이 달라지지 않았지만, 이전보다 소년들과의 교류는 줄었죠. 

별명 이야기를 안 할 수 없는데요. ‘호통판사’보다 ‘사이다 판사’라는 별명을 좋아하신다고요.

판사를 수식하는 말로 ‘호통’이 괜찮나 싶어서요. 실제로 판사 앞에 호통이라는 수식어가 붙는 것에 대해 거부감을 느끼는 분들도 있고, 요즘은 그렇지 않지만 제가 처음 호통칠 때만 해도 재판 과정에서 언행 때문에 징계받은 판사들이 있었거든요. 그나마 ‘사이다 판사’는 상쾌한 느낌이라도 있잖아요. 호통이지만 ‘사이다 같다’는 의미니까. (웃음) 

소년재판을 하고 ‘사이다 판사’라는 별명을 얻으면서 한 마디로 유명해졌어요. 좋은 점, 어려운 점이 있을 것 같은데 어떤가요?

소년재판 하면서 알게 된 비행 청소년들의 현실을 알리는 데 아주 큰 도움을 받았죠. 2010년 2월에 소년재판을 처음 했는데 한국은 그때 이미 OECD 회원국이었고, 경제 대국이었어요. 그런데 비행 청소년 문제에 대해서는 경제 사정이 우리보다 좋지 않은 국가보다 더 부족한 거예요. 그래서  상황을 개선해 보려고 목소리 내고 발버둥 쳤는데 아무도 안 알아줘요. (웃음) 우리 사회가 비행 청소년 문제에 관심 없지 않습니까? 이슈화하면 혐오감만 비추고요. 그런데 우연한 계기로 방송에 출연해 유명해지니까 그나마 관심을 받았죠. 

유명세 때문에 재판할 때 어려운 건 없나요? 재판받는 사람들이 알아보고 반가워한다든지요.

물론 있습니다. 저한테 표현하지는 않지만, 눈빛을 보면 알아보는 티가 나죠. 그런데 성인을 대상으로 하는 일반 재판은 대부분 정해진 절차에 의해 진행하기 때문에 괜찮습니다. 다만 바깥에서 활동할 때 불편하죠. 특히 아내가 많이 불편해합니다. (웃음) 

“정치할 거냐”는 오해도 많이 받으셨다고요. 

많이 듣죠. 실제로 기회도 있었고요. 하지만 개인적인 이유로 비행 청소년 문제를 이슈화하는 게 아니기 때문에 사양했습니다.



비행 청소년 문제에 더 분노하는 이유

‘청소년회복센터’ 이야기가 자주 등장합니다. ‘대안 가정’ 역할을 하는 청소년회복센터이 필요성을 오래전부터 이야기하셨더라고요. 

비행 청소년이 생기는 주요 원인은 ‘가정 해체’입니다. 아이들 상황을 조금만 들여다보면 알 수 있는데 관심이 없으니까 아무도 몰라요. 처음에는 지인들과 함께 비전만 가지고 시작했어요. 그런데 안정적으로 운영하기 힘들더라고요. 제도화해야겠다고 생각했어요. ‘사이다 판사’로 알려진 이후로 청소년회복센터 제도화에 올인했고요. 

어떤 게 가장 힘들었나요?

예산이죠. 한창 자라는 아이들이잖아요. 하루에 여섯 끼 먹어요. 상상을 초월합니다. (웃음) 잘 먹을 때이기도 하지만, 가정 해체를 겪은 아이들이라 정신적 허기 만큼 육체적 허기가 심하거든요. 그래서 일단 먹여야 해요. 두 달 정도 제대로 먹이면 그때부터 정신 교육이 됩니다. 그런데 지원이 전무한 상황에서 자원하신 분들의 자비로 운영하다 보니 한계가 있어요. 꼭 필요한 일인데 비용 때문에 안 할 수 없지 않습니까? 안정적인 운영을 위해 제도화가 시급하다고 본 거죠. 

밥 이야기를 들으니 생각나는데요. 이수정 교수님이 인터뷰하신 걸 본 적 있어요. 소년원에서 여러 가지 기술을 배우는데 제빵 기술을 배운 소년들의 재범률이 가장 낮다고 하더라고요. 

맞습니다. 가장 낮아요. 여러 이유가 있지만, 빵을 만들면 아이들이 자기가 만든 걸 먹지 않습니까? 그 과정에서 허기가 채워져요. 그만큼 밥을 잘 챙겨 먹는 게 중요합니다. 제가 사단법인 ‘만사 소년’을 통해서 소년원에 한 달에 두 번씩 간식을 지원하는 것도 그 때문입니다. 

조직폭력배와 청소년을 비교해 설명한 부분이 인상적이었어요. 똑같은 범죄를 저질러도 조직폭력배보다 청소년에게 더 부정적인 시선을 보낸다(130쪽)고요. 

청소년 비행을 주제로 강연을 하면 항상 물어봅니다. “조직폭력배 다섯 명이 선량한 시민을 해쳤을 때 몇 년을 선고해야 분이 풀리겠냐”고요. 평균적으로 5년에서 최대 10년 정도를 말씀하세요. 그런데 청소년이 같은 범죄를 저질렀을 때 어떻게 하겠냐고 물으면 다릅니다. ‘소년법 폐지하자’, ‘무기징역해야 한다’, ‘사형 선고하자’고 해요. 이상하지 않습니까?  

누가 하느냐에 따라 반응이 다른 상황이네요. 

소년보호재판의 취지는 처벌 이전에 보호과 재교육에 있습니다. 많은 분이 처벌에만 관심 있지, 근본적인 문제와 해결책에는 관심이 없어요. 물론 범죄에 대한 분노에 충분히 공감하지만, 원인을 파악하고 문제를 해결하지 않으면 반복될 뿐입니다. 비행 청소년에 대한 우리 사회의 시각이 왜곡된 거예요. 

말씀하신 대로 청소년 범죄가 터지면 소년법을 개정하고, 엄벌해야 한다는 여론이 들끓죠. 

분노를 표출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사람들이 유일하게 마음 놓고 분노를 쏟아내는 대상이 비행 청소년 아닌가 싶어요. 이유가 충분해 보이거든요. 일단 학교 폭력이라는 연결고리가 있어서 혐오감을 주고요. 무엇보다 비행 청소년을 보호하는 어른이 없어요. 부모는 물론이고 유권자가 아니니까 정치인들도 관심이 없습니다. 이 아이들을 위한 단체도 없고요. 

가장 약한 존재라서 쉽게 분노를 표출하고 혐오한다는 말로 들려요. 

사실입니다. 그러니까 역설적으로 조직폭력배보다 더 엄하게 처벌해야 한다는 이야기가 나오는 거고요. 비행 청소년에게 마구 분노를 쏟아부어도 거기에 제동을 걸 사람이 없어요. 요즘 이슈인 운동부 폭력만 해도 문제가 생기면 대항 세력이 생기잖아요. 그런데 비행 청소년 문제는 그렇지 않아요. 일방적이고 절대적으로 당합니다. 비행 청소년 문제는 사회 구조가 만들어 낸 산물로 봐야 해요.

 


모든 청소년 문제를 ‘학교 폭력’으로 보는 시각 없애야  

아이들이 더 폭력적으로 변한 것이 아니라 미디어에 의해 과다하게 노출된 것(131쪽)일 뿐, 실제로 청소년 범죄는 줄어들고 있다고요.  

2010년 이전에는 비행 청소년에 관한 혐오성 기사나 발언이 별로 없었어요. 그런데 2010년에 학교 폭력 문제가 터지면서 청소년 비행을 학교 폭력 관점에서 보는 분위기가 조성된 거죠. 모든 문제를 학교 폭력이라는 프레임으로 보니 내 아이와 손자도 다칠 수 있다는 전제가 깔려서 엄벌을 주장하고, 혐오가 더 심해진 겁니다. 실제로 청소년 범죄를 분석해 보면 학교 폭력이라고 할 수 있는 사건은 20%도 안 되는데 청소년은 모두 학생이라는 인식이 있어서 다 학교 폭력으로 보는 거죠. 

학교 폭력와 학교 폭력이 아닌 것은 어떻게 구분하나요? 

예를 들어 부산 여중생 폭행 사건은 사실 성적 경쟁에서 낙오된 학교 밖 아이들이 저지른 사건인데요. 피해자 아이가 당시에 학교를 60일 결석한 상태였어요. 3일만 더 결석하면 유급돼서 공식적으로 학교 밖 아이가 되는 거였죠. 그런데 3일을 앞두고 사건이 터져서 사실상 학교 밖 아이였음에도 불구하고 학생’으로 알려지고 ‘학교 폭력 사건’이 된 겁니다. 학교 폭력으로 잘못 알려져서 사람들의 공포와 혐오감이 더 커졌고요. 

비행 청소년 문제를 모두 ‘학교 폭력’으로 보지 않고, 정확히 분류해야 한다는 말이네요. 

그럼요. 정확한 지점에서 출발하지 않으니까 청소년 전체에 대해서 혐오감과 비난 발언이 쇄도하는 거예요. 폭력의 종류와 특징이 다릅니다. 원인도 다르고요. 정확히 진단하지 않고 학교 폭력으로 뭉뚱그려 놓으면 해결하기 어렵습니다. 1차로 학교 폭력과 학교 바깥에서의 비행을 구분해야 하고, 학교 폭력 내에서도 일반 사건과 운동부 폭력 사건을 구분해야 해요. 이렇게 보면 실질적으로 대부분의 사람이 염려하는 종류의 문제는 10%도 안 됩니다. 

재판에 참여한 아이와 부모에게 노래 가사를 읽게 하거나 ‘사랑한다’, ‘잘못했다’고 말하게 하는 장면이 자주 나오더라고요. 

소년재판 시작하자마자 했어요. 한 아이에게 할당되는 재판 시간이 3분밖에 안 됩니다. 그리고 누구든 법정에 오면 긴장하거든요. 앞에서 제가 말하는 게 온전히 들리겠습니까? 안 들립니다. (웃음) 그러니까 제가 잔소리하기보다 스스로 행동하게 하는 게 효과적이에요. 그래서 ‘죄송합니다’라는 말을 열 번 정도 하라고 합니다. 처음에는 아무런 반응이 없어요. 그러다 5번 정하면 99%의 아이가 울컥합니다. 

어떻게 시작하게 됐나요?

아이들이 스스로 해야 무언가를 느끼거든요. 처음에는 불평, 불만하다가도 여섯 번 정도 하면 울컥하고, 아이가 울컥하는 걸 보면 부모는 당연히 울컥합니다. 그 순간에 부모와 아이가 하나가 돼요. 물론 이후에 이걸 지속하는 게 중요하지만, 법정에서 이렇게라도 시작해 주면 조금씩 나아질 가능성이 높아지는 거죠. ‘죄송합니다’, ‘사랑합니다’라는 말로 안 되는 아이들에게는 시를 읽게 하고요. 

드라마 <시크릿 가든>에 나온 ‘그 남자’라는 노래를 개사해서 읽게 하기도 하셨죠. 

맞아요. 그게 가장 효과적입니다. 자기 이야기를 말로 표현하지 못하는 아이들이 많지 않습니까? 부모님도 마찬가지고요. 특히 재판에 오는 부모님들이 대체로 사회적으로 학식이 높거나 자기 표현력이 뛰어난 분들이 아니어서 아이한테 말하고 싶어도 잘 못 해요. 그런데 ‘그 남자’라는 노래 가사를 개사해서 읽게 하면 재판장이 눈물바다가 됩니다. ‘그 아빠가 그대를 사랑합니다. 늘 그림자처럼 그대를 따라다니며 그 아빠는 언제나 울고 있어요’. 이런 가사인데 이게 부모 마음이잖아요. 시나 노래 가사로 자기 마음을 대신 표현하게 하는 거죠. 

재판이 문학적이네요. (웃음) 

저도 배워서 실천하는 겁니다. 1년에 한 번 소년재판 담당자를 대상으로 하는 교육이 있는데 거기서 배운 거예요. 괜찮다 싶어서 바로 실천했고요. 

판사님들도 재판을 위해 따로 교육을 받으시는군요.

그럼요. 소년재판 노하우를 배워야 하니까요. 그런데 배운 걸 실천하는 사람이 드뭅니다. ‘그 남자’ 노래 가사를 활용한 사람은 저밖에 없었어요. 



학대 문제 해결하지 않으면 재발할 수밖에 없어

청소년 범죄 수는 줄어드는 데 연령은 낮아지고 있다고요. 이유가 있을까요?

2008년에 소년법을 개정했잖습니까. 촉법소년 기준을 12세에서 10세로 낮췄어요. 그러다 보니 이전에 규율 받지 않던 아이들이 규율 받기 시작한 거예요. 결정적으로 스마트폰이 발달하면서 아이들이 비행에 노출되기 쉬워졌고요. 특히 코로나 시대에 SNS를 통한 범죄가 심각하게 늘어났어요. 전북지역에 강연하러 갔는데 부모님이 이런 말을 하더라고요. 아이의 학교 친구들이 ‘000 찌질이’라는 이름의 단체방을 만들어 놓고 자기 아이를 초대해서 괴롭힌다고요. 

범죄도 진화하는 것 같아요. 새로운 유형의 범죄가 생기면 기존의 기준으로 처벌하기 어렵지 않나요?

그렇죠. 탄력성을 유지하기 위해서 기존의 처벌 기준을 개정할 필요는 있습니다. 그런데 처벌보다는 재비행 방지가 핵심이에요. 범죄 중에서도 특히 청소년 비행은 사회에서 조치하지 않으면 재발할 수밖에 없어요. 처벌이야 어떻게든 하면 되지만요. 

재비행 방지를 위해 가장 시급한 일이 있다면요?

비행 청소년 중에 학대당한 아이들이 많아요. 가정해체 과정에서 학대 피해자가 되는 겁니다. 창녕에서 부모에게 학대당하던 아이가 몰래 베란다를 통해 도망간 사건 있지 않습니까? 그런 아이들이 부모의 학대를 피해 집을 나가면 어디로 가겠습니까. 요즘 같은 핵가족시대에는 친척 집에도 못 가거든요. ‘가출팸’에 갈 수밖에 없어요. 동시에 범죄가 시작되고요. 숙식비를 마련하기 위해 남자아이들은 절도, 강도를 합니다. 여자아이들은 성매매하고요. 그런데 초등학교 6학년, 중학교 1학년 아이들이 혼자 가기 겁나니까 남자아이들하고 같이 가요. 그러면 가서 성매매하고 저녁에는 같이 간 남자아이들한테 당하고 이런 구조 속에서 살아갈 수밖에 없어요. 

청소년 범죄와 학대 문제가 깊이 연결돼 있네요. 

그렇습니다. 청소년 비행 문제가 발생하면 두 가지 방향으로 가야 합니다. 일단 처벌은 하되 처벌 이후에 아이들을 보호해서 정신적, 육체적으로 회복시켜서 사회에 적응하게 해야 해요. 대안 가정의 역할을 하는 청소년회복센터가 제도화되면서 비행 청소년 문제에 많은 도움을 주고 있지 않습니까? 이런 것처럼 학대 아동 전용 회복센터를 만들어야 해요. 

학대를 예방하는 전문적인 센터를요?

예를 들어 아동학대가 발생해서 아이를 부모로부터 떨어트릴 필요가 있다 싶으면 아이를 부모 품에서 떼어 놓지 않습니까. 그런데 떼어 놓은 이후부터 문제가 생겨요. 이 아이들을 어디로 보냅니까? 대부분 보육원으로 가는데요. 아이들은 부모가 반성하고 자기한테 잘해주길 원하지 보육원에 가는 걸 원하지 않아요. 보육원에서 적응하는 과정에서도 문제가 발생하고요. 그러니 아동과 부모를 격리했을 때 아이들을 보호할 수 있는 전용 센터가 필요합니다. 

학대 아동 전용 회복센터 제도화라는 새로운 목표가 생겼네요.

꼭 필요합니다. 그리고 지금 우리나라에 저출생문제가 있지 않습니까. 이미 태어난 아이 하나라도 소중하게 생각해야죠. 건강하고 바르게 자랄 수 있도록 사회 시스템을 갖춰야 해요. 지금은 거의 버려진 아이들입니다. 숲을 잘 가꾸려면 병든 나무를 간벌해야 하지만, 인간사회는 그렇지 않아요. 간벌이 안 됩니다. 못 생기고, 못나도 같이 가야 해요. 그럴 수밖에 없고 영원히 격리할 수도 없습니다. 

비행 청소년이 다른 비행 청소년의 이야기를 듣고 ‘좋았다’고 소감을 말하는 게 인상적이더라고요. 비슷한 상황에 있는 다른 사람 이야기를 들으면서 깨닫는 게 있구나 싶었어요. 

책 읽고 아이들이 많은 위로를 받습니다. 나만의 고통이라고 생각했는데 나와 같은 아이들이 있다는 생각에서 희망을 품고요. 

이 책을 특별히 권하고 싶은 사람이 있을까요?

책을 쉽게 쓰고, 삽화를 넣은 이유가 있습니다. 책에 등장하는 주인공과 같은 또래의 아이들이 이 책을 읽고 주인공의 삶을 이해했으면 좋겠다는 바람이 있었어요. 비행 청소년들이 어떤 상황에 있고, 그로 인해 어떤 어려움을 겪는지 알고, 다른 아이의 삶을 이해하고 간접적으로 추론해서 서로 이해하면 좋겠습니다.




*천종호

어릴 때부터 꿈이 판사였다. 극빈의 경험은 ‘세상은 기울어진 저울’이라는 진실에 일찌감치 눈뜨게 해 주었고, 기울어진 저울추를 조금이나마 평편하게 만들고자 법관의 길을 택했다. 저울추에 그려진 십자가처럼, 법의 잣대는 엄정하게 적용하되 법관이 사회적 약자에게 따듯한 시선을 지닐 때 세상이 좀 더 정의로워질 수 있다고 믿는다.



내가 만난 소년에 대하여
내가 만난 소년에 대하여
천종호 저
우리학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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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최진영

'이야기하면 견딜 수 있다'는 말을 좋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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