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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회 팩트체크 주간 공동기획] 거짓말쟁이와 함께 살기

『진실의 흑역사』 리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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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널예스는 ‘제 1회 팩트체크 주간’과 공동기획으로 우리에게 건강한 미디어 사용에 대한 인사이트를 제시하는 5권의 책을 선정하여 작가 인터뷰 및 추천 도서에 대한 리뷰를 진행합니다. (2021.04.02)


채널예스는 ‘제 1회 팩트체크 주간’(http://www.factcheckweek.com )과 공동기획으로 우리에게 건강한 미디어 사용에 대한 인사이트를 제시하는 5권의 책을 선정하여 작가 인터뷰 및 추천 도서에 대한 리뷰를 진행합니다. 시청자미디어재단이 진행하는 ‘제 1회 팩트체크 주간에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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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에 들어가기 전에 간단하게 나를 소개하자면, 나는 학교에서는 심리학과 미디어학을 전공했고, 회사에서는 주로 인문 사회 책들을 살피고 판매하며, 취미는 매일 당일의 뉴스 기사들과 SNS상의 주요 이슈들을 스크랩하고 비교 분석하는 것이다. 사건의 진위를 추적하는 프로그램들을 꼬박 챙겨보고, 진실과 거짓을 알아맞히는 문제에 있어서는 90% 이상의 정답률을 자신한다.

이 소개글의 내용은 어디부터 어디까지가 진실일까. 사실 거짓말에는 영 소질이 없는 편이라 도입부의 이 한 문단을 써내는 데에도 시간이 한참 걸렸다. 결론적으로, 위의 글에는 20%가량의 진실이 들어있다. 양심상, 혹은 거짓을 더 그럴듯하게 꾸미기 위해 진실을 조금 섞었다고 할 수 있겠다.

그런데 나를 아는 사람이 저 글을 본다면 어떨까. 서로 어떻게 얼마나 아는지에 따라 다르겠지만, 업무상 몇 번 본 사이라면 ‘아 저 사람이 심리학을 전공했구나.’, ’저런 취미가 있었어? 몰랐네.’ 정도로 가볍게 생각하고 넘어갈 수도 있을 것이다. 어느 쪽이 진실이든 그것이 그들에게 대단히 큰 문제는 아닌 것이다. 단편적으로 보면 특별한 이득이 없어 보이는 거짓말을 왜 하는 것일까. 의문이 들 수도 있으나, 이 경우에는 지금 여기에서 했다는 것이 중요하다. ‘거짓을 말하는 인간’을 다루는 책에 대해 이야기하는 지금, 나는 나를 꾸며내 독자로부터 얼마간의 신뢰를 더 얻을 수도 있을 것이고, 이것을 계기로 누군가가 내게 새로운 일을 맡길 수도 있지 않은가. 물론 모든 것이 진실이고, (혹은 거짓임을 들키지 않고,) 이 글을 끝까지 잘 마쳤을 때 말이다. 또 그것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이어져 언젠가는 내가 세계 곳곳을 다니며 강연을 하거나 집필활동을 할 수도 있지 않을까? 허황된 상상이라 여기겠지만 (말하는 스스로도 그런 생각을 지울 수 없지만) 과거의 이야기들을 보면 꼭 그렇지만도 않다.

19세기 미국 뉴욕의 「선」 지는 달나라에 사는 박쥐인간에 대한 보도로 인기를 끈다. 약 1.2미터의 키와 윤기 나는 구릿빛 털을 가졌다는 이 생명체는 당연히 실존하지 않았으나 거짓 기사를 향한 사람들의 뜨거운 지지는 쉽게 가라앉지 않았다. 아프리카의 ‘콩 산맥’은 한 탐험가의 막연한 언급에서 태어나 유능한 지도제작자에 의해 키워져 100년 가까이 주요 지도에서 살아남았고, 1823년 스코틀랜드의 사람들 수백 명은 전 재산을 처분해 신생국 ‘포야이스’로의 이주를 계획하지만, 그곳에 도착해서야 모든 것이 허구임을 알았다. 1년에 삼모작을 할 수 있는 비옥한 토양과 사금이 가득한 강, 우아한 건축물이 즐비한 국제도시는 그들의 마음속에만 존재했다.



『진실의 흑역사』는 이렇게 역사 속 희대의 거짓말쟁이들을 책 속에 불러내고, 허위정보들이 어떻게 태어나고 확산되었는지 추적하며, 여럿이 모이면 누가 시키지 않아도 자연스레 피어나는 집단 망상에 대해서도 말한다. 그들의 이야기를 보고 있자면, 그런 터무니없는 거짓에 속았다는 것을 이해할 수 없는 마음과, 나만 바보 멍청이는 아니구나 하는 안도의 마음이 동시에 드는데, 그것은 누군가와 더불어 살아가는 인간이라면 별 수 없이 받아들여야 하는 일인지도 모르겠다. 책에 따르면 ‘우리가 옳을 수 있는 경우의 수는 극히 제한되어 있지만 틀릴 수 있는 경우의 수는 무한에 가깝’기 때문이다. 불가피하게 이 와중에도 크든 작든 나를 포함한 누군가가 뿌린 거짓의 씨앗은 널리 퍼지고 우리는 또 무언가에 속고 있을 것이다. 심지어 혹자는 상대를 속이는 줄도 모르고 속일 것이다. 당신이 오늘 지인에게 전한 그 정보가 실은 오류투성이일 수도 있다. 그렇다면 이 거짓이 넘치는 세상에서 모두가 주의해서 보아야 할 부분은, 우리가 무언가 흥미로운 이야기를 듣고 전하고 공유하는 데에서 기쁨을 느낀다는 점일 수도 있겠다. 그것이 거짓이라도 말이다.

앞서 밝혔듯 길이 회자되는 역사 속 거짓말들은 생각보다 허술하고 믿을 수 없이 티가 나는 경우가 많은데, 이런 거짓말이 통했다는 것도 놀랍지만 더 재미있는 것은 그것이 한번으로 끝나지 않았다는 것이다. 다수의 거짓이 실체가 드러난 후에도 이따금 되살아나 명맥을 이어갔다. 미국의 언론인 H. L. 멘켄이 쓴 ‘미국 최초의 욕조’에 관한 칼럼은, 그 스스로가 그것이 농담이고 거짓이었음을 밝힌 다음에도, 수십 년 후 미국 대통령의 입에서 다시 부활했다. 멘켄은 후에 쓴 기고문에 이렇게 적었다고 한다.

“진실의 문제는 대체로 불편한 데다가 따분하기 일쑤라는 것이다. 인간의 심리는 뭔가 더 재미있고 위안을 주는 것을 추구한다. 욕조의 실제 역사가 어떻게 되는지 나는 알지 못한다. 그것을 파헤치는 일은 끔찍한 작업일 테고, 그렇게 고생해 봤자 나오는 건 아마 일련의 평범한 사건들일 것이다.” “내가 1917년에 지어낸 허구는 최소한 그보다는 나았다.” (119쪽)

최근 5년 간의 출간 도서 중, 제목에 ‘진실’ 혹은 ‘거짓’이라는 단어가 포함된 책은 예스24 등록 도서를 기준으로 매년 80~100종이 되는 것으로 보인다. 그 안의 내용이야 저마다 다르겠지만 책 제목 역시 당시의 유행이나 주요한 주제들을 따라갈 텐데 어떤 단어가 소폭의 등락을 보이며 꾸준히 쓰인다는 것은 그만큼 보편적으로 다수의 관심을 끌기 때문이라고 할 수도 있지 않을까. 그러니까, 우리는 우리가 사는 이 세상에 얼마나 거짓이 난무하는지 알고 있고, 적어도 알고 싶어 한다는 것이다. 특히 무언가에 속고 있다는 낌새가 느껴질 때 또는 속임수가 있을 것이라 예상되는 어떤 상황에 처했을 때는 더 그렇다. 아니면 그것조차 ‘진실을 알고 싶다.’는 심리를 이용하려는 일종의 집단 최면에 불과할까. 그럴 수도 있다. 강하게 진실을 구하는 이들에게 작정하고 진실로 잘 포장한 거짓을 내놓으면? 넘어가지 않을 도리가 없다. 우리는 정보를 원하니까.

저자는 인류가 우편망의 발달과 상인 계급의 부상, 인쇄술의 혁명과 함께 정보 폭발의 시대를 맞았다고 말한다. 그리고 인간은 필연적으로 거짓에 대한 불안에 시달리면서도 적극적으로 정보를 소비했고, 그것은 무한한 정보의 시대가 도래한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다. 물론 슬프게도 각자가 갖게 되는 정보에는 편차가 존재한다. 하지만 속고 속이는 일은 누군가가 정보의 사각지대에 있기 때문만은 아닐 것이다. 그보다는 정보를 받아들이는 방식이 중요하다. 우리는 너무나도 인간적으로 우리가 보고 싶은 것을 보고 믿고 싶은 것을 믿으려 하는데, 어쩌면, 우리가 거짓말쟁이들을 상대로 이길 수 없다면 그 패인은 여기에 있는 것이 아닐까. 보고 싶고 믿고 싶은 것일수록 한 번 더 짚어볼 필요가 있다. 말 그대로 ‘넘어가지 않을 도리가 없는’ 경우도 있겠지만 그렇다고 호락호락하게 넘어가 줄 수는 없지 않은가.

이 책은 허위사실이 굳어지고 퍼져나가는 이치로 다음 일곱 가지를 꼽는다. 진위 확인이 어려운 경우에 생기는 ‘노력 장벽’, 정보 자체가 부족한 ‘정보 공백’, 수상한 정보라도 반복되면 믿는 ‘개소리 순환고리’, 진실과 허위를 가리지 못하게 만드는 ‘진실이라 믿고 싶은 마음’, 틀렸다는 사실을 인정하기 싫은 ‘자존심의 덫’, 포기하거나 방관하는 ‘무관심’, 무궁무진한 거짓의 가능성을 깨닫지 못하는 ‘상상력 부족’.

이렇게 써놓고 보니 어떤 일에서든 진실만을 가려낸다는 것은 불가능에 가까워 보인다. 이 정도면 무적이 아닌가. 정말 거짓에 사로잡히지 않을 수 있을까. 저자는 ‘기겁하지는 말자’고 우리를 안심시킨다. 우리는 어쩔 수 없이 수많은 거짓 속에서 살아가야 하고, 할 수 있는 최선은 감시하고 견제하는 것뿐이라고 말이다. 그는 또 ‘가짜 뉴스’ 담론의 제일 우려되는 점은 사람들이 가짜 뉴스를 믿는다는 점이 아니라, 진짜 뉴스도 믿지 않게 된다는 점’이라고도 하는데, 그것이야말로 ‘가짜 뉴스’를 제작하고 퍼뜨리는 이들이 바라는 바일 것이다. 우리가 기꺼이 받아들이고 지지해야 할 생각이나 말, 행동에 대해서도 의심하고 벽을 쌓게 만드는 것, 진짜와 가짜를 가려낼 눈을 잃는 것.

다들 한 번쯤은 누군가에게 거짓말쟁이였다. (작고 하얀 거짓말이 대부분이었을 테지만.) 그러니 거짓말이나 거짓말쟁이를 마냥 두려워하거나, 모두를 지나치게 의심할 필요는 없겠다. 다만 어떤 정보를 취할 때는 ‘노력 장벽’이나 ‘정보 공백’이 존재할 수 있음을 인지하자. 괜히 믿고 싶거나 더 알아보기를 포기하고 싶은 마음이 든다면 바로 그때 한 번 더 들여다보자. 거짓말쟁이와 함께 사는 것을 피할 수 없다면 그들이 있든 말든 잘 살아버리자. 진실과 거짓을 가리는 눈이 무뎌지지 않도록 잘 벼리어 둔다면 결코 불가능한 일이 아니다.


진실의 흑역사
진실의 흑역사
톰 필립스 저 | 홍한결 역
윌북(willboo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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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박형욱(도서M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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