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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지혜 “파마 하러 미용실에 갔다가 탄생한 그림책”

『파마를 했는데』 박지혜 저자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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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로서의 시간이 눈물 나리만큼 행복하면서도 때때로 엄마가 아닌 오롯이 나이고 싶을 때, 알록달록한 색연필을 끄적이며 숨을 쉬곤 했어요. 그 무렵부터 틈틈이 색연필, 마카, 연필을 이용한 간단한 그림을 그려나가기 시작했어요. (2021.03.25)


아이가 성장하며 거쳐 가는 많은 일 중에 초등학교 입학은 아이와 부모 모두 평생 기억에 남을 첫 경험이다. 그림책 『파마를 했는데』는 반에서 맨 앞에 서게 될 아이를 위해 조금이라도 키가 커 보이게 하고 싶은 엄마의 귀여운 바람과 따스한 마음을 담아 어린이뿐 아니라 학부모에게도 큰 공감을 얻고 있다. 실화를 바탕으로 한 재미있는 이야기와 아기자기한 그림으로 입학의 설렘과 풋풋함을 담은 『파마를 했는데』를 쓰고 그린 박지혜 작가와 이야기를 나눴다.



작가님의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안녕하세요. 저는 부산에서 11살 헌이, 8살 원이, 두 아들을 키우고 있는 엄마입니다. 그리고 올해로 14년 차 초등학교 교사이기도 하고요. 저는 일상 속에서 반짝이는 순간들을 포착하는 것을 좋아해요. 뾰족뾰족 올라오는 새순, 주황과 보라가 뒤섞인 노을 지는 풍경, 나뭇잎이 겹쳐져 서로 다른 무늬를 만들어내는 아름드리나무, 아이들이 쫑알거리는 말도 안 되지만 되게 웃긴 말들…… 이런 것들이 저를 무척 행복하게 해요. 

『파마를 했는데』가 작가님의 첫 그림책이라고 들었습니다. 그림책을 쓰고 그리게 된 계기가 궁금합니다.

아이들이 어릴 때, 좋은 그림책을 찾아보고 같이 읽으면서 그림책의 매력에 풍덩 빠져들었어요. 좋은 그림책을 만날 때마다 가슴이 벅차고, ‘그림책을 쓰고 그려보고 싶다’라는 생각이 자연스럽게 든 것 같아요. 좋아하는 일러스트레이터들의 그림을 보며 색연필을 들기 시작한 게 2015년 1월이니, 둘째의 돌 무렵이었던 것 같아요. 그때는 모든 엄마가 그러하듯이 ‘엄마로서의 나’만 존재하고 ‘나 자신’은 도저히 찾을 수 없었지요. 엄마로서의 시간이 눈물 나리만큼 행복하면서도 때때로 엄마가 아닌 오롯이 나이고 싶을 때, 알록달록한 색연필을 끄적이며 숨을 쉬곤 했어요. 그 무렵부터 틈틈이 색연필, 마카, 연필을 이용한 간단한 그림을 그려나가기 시작했어요. 

그러면서 본격적으로 그림책 만드는 법을 배울 만한 곳을 알아보다 집 근처 ‘그림책방 디얼’이라는 곳에서 ‘그림책 만들기 과정’을 개설한다는 소식을 접했어요. 그곳에서 ‘파마를 했는데’라는 제목으로 20페이지 더미북을 만들었고, 독립 출판도 해 보았어요. 그 후 여러 그림책 출판사에 투고 원고를 보냈고, 감사하게도 씨드북에서 정식으로 출판해 보자고 해 주셔서 지금의 『파마를 했는데』가 세상에 나오게 됐답니다.



이 책이 실화를 바탕으로 한 생활밀착형 그림책이라고 하는데, 어떤 실화를 바탕으로 했는지 궁금합니다. 실제 모델도 정말 존재하나요?

우선, 실제 모델은 바로 저와 저의 첫째 아들 헌이임을 밝힙니다. 헌이는 12월생이라 또래에 비해 작고 약했어요. 제가 초등학교 교사임에도 불구하고, 아이를 초등학교에 입학시키려고 보니 걱정이 한둘이 아니더라고요. 그러다 이웃 엄마들과 나누던 이야기가 떠올랐어요. 키대로 줄을 세울 때 파마를 하면 조금이라도 뒤에 갈 수 있다고 하던 바로 그 이야기요! 

그래서 헌이를 데리고 파마를 하러 미용실에 갔답니다. 물론 헌이 동생 원이도 함께 갔답니다. 둘이 난생처음 파마를 하는데, 아이들의 생생한 표현과 처음 보는 표정들이 너무 재미있어서 그날 사진을 200장도 넘게 찍었을 거예요! 

대망의 입학식 날. 선생님께서 강당에 가기 위해 키대로 줄을 세우시는데, 헌이가 진짜로 맨 앞에 서게 되었어요! 입학식을 마치고 강당에서 나오는데, 맨 앞에 서 있던 헌이가 선생님의 손을 잡고 해맑게 웃으며 나오더라고요. 함박웃음을 지으며 선생님 손을 꼭 잡고 나오던 장면이 지금까지도 생생하게 기억에 남는 것은, 그 모습에 마음이 턱 놓였기 때문일 거예요. 그리고 파마의 효과인지 아닌지 모르겠지만, 입학식 다음 날 다시 키 순서대로 줄을 섰을 때 헌이는 3번이 되었답니다.

『파마를 했는데』는 학부모님들 사이에서도 큰 공감을 얻었다고 해요. 아이와 어른의 마음을 모두 사로잡은 비결이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나요?

아무래도 실제 있었던 일을 바탕으로 했기 때문 아닐까요? 이 책에는 특히 엄마만 알 수 있는 포인트들이 제법 있어서 독자들이 많이 공감해 주시는 것 같아요. 아이들은 파마하는 과정에서의 지루함과 생경함에 많은 공감을 하는 것 같아요. 엄마들은 입학 준비할 때의 걱정과 미용실에서 지루해하는 아이를 사탕과 TV로 달래는 장면에 큰 공감을 하는 것 같고요. 그리고 아이들과 엄마들 모두 공감하는 장면은 “인터넷으로 사 줄게. 그게 더 싸.” 이 부분이 아닐까요? 최저가를 검색하는 엄마와 지금 당장 내 손에 장난감을 넣고 싶은 아이들의 줄다리기가 저희 집에서만 있는 것은 아닌가 보더라고요.



『파마를 했는데』에는 상황을 재미있게 표현한 장면들이 참 많은데요. 혹시 어떤 부분에 중점을 두고 그림을 그리셨는지 궁금합니다. 

아무래도 그림책이다 보니, 그림과 글이 서로 보완될 수 있게 장면을 구성하는 것에 중점을 두었어요. 삽화적 성격만을 가진 그림이 되지 않도록 고민을 많이 했는데요, 더 많은 이야기를 품을 수 있는 그림을 그려내는 것은 앞으로 제게 남은 과제인 것 같아요.

헌이 엄마가 입학 준비물 체크를 하는 장면에는 자세히 보면 깨알 글씨들로 많은 정보가 숨어 있고요, 걱정을 늘어놓는 장면은 엄마의 머릿속 엉킨 실을 따라가면서 고민들이 이어지고 마침내 전구의 필라멘트가 반짝이는 것처럼 표현해 봤어요. 아무래도 미용실에서의 장면이 많은 부분을 차지하기 때문에 비슷한 구성이 계속해서 반복되면 지루할 것 같아 다양한 시점의 화면 구성을 해 보고자 했습니다. 그리고 가장 어려우면서도 중요하게 생각했던 부분은 파마하면서 점점 달라지는 헌이의 표정이었습니다. 이때 미용실에서 찍었던 사진들이 많은 도움이 되었어요. 

『파마를 했는데』에 실린 작가의 말에는 어른들에게 해 주고 싶은 메시지가 담겨 있어요. 작가님께서 올해 입학한 아이들에게 건네고 싶은 말이 있을까요?

작가의 말은 저 자신에게 하는 말에 더 가깝다고 볼 수 있어요. 아이를 존중해 주고 싶고, 믿고 싶지만 매 순간 다른 아이들과 제 아이를 비교하기도 하고, 아이와 저의 속도가 달라서 다그칠 때도 있거든요. 그래서 ‘공언하기’처럼 스스로 다짐하기 위해서 쓴 글인데, 많은 분께서 공감하시는 것 같아요.

첫째인 헌이가 입학했을 때 쓰기 시작한 그림책이 세상에 나온 올해에 둘째인 원이도 입학을 하게 되었어요. 작년의 신입생들도, 올해 입학한 1학년들도 코로나로 인해 예전과는 다른 시작을 맞이하게 되었지요. 비록 마스크와 가림막으로 답답한 학교생활을 하고 있겠지만, “온 우주가 너희를 응원하고 있으니 씩씩하고 당당하게 나아가라!”라고 물개박수 치며 말해 주고 싶어요.



작가님의 향후 작업 계획이 궁금합니다.

두 번째 그림책은 반드시 작업해야 할 것 같아요. 첫 번째 그림책의 주인공이 첫째 헌이다보니 둘째 원이가 내심 서운해하더라고요. 그래서 두 번째 그림책은 원이의 시점에서 이야기를 펼쳐 보려고 해요. 제 메모장에 저장되어 있는 소재들 중에서 재미있는 이야기를 꺼내어 다듬어 보고 있습니다.

언젠가 꼭 작업해 보고 싶은 이야기는 저의 이야기예요. 저는 상상력이 풍부하다기보다는 저와 제 주변의 이야기를 매만지는 것이 더 익숙하거든요. 작가의 말에 썼듯이 저는 어렸을 때 무척 소심하고 여린 아이였는데 지금은 이렇게 인터뷰도 하고 있잖아요. 예전의 저라면 상상도 할 수 없는 모습일 거예요. 첫 번째 그림책을 사랑해 주셔서 진심으로 감사드리고, 언제 나오게 될지 모르겠지만 두 번째, 세 번째 그림책도 기대해 주세요.



*박지혜

14년 차 초등학교 교사이자 두 아들의 엄마입니다. 아이들과 함께 울고 웃으며 그림책을 읽다가, 그림책의 세계에 푹 빠져들었습니다. 큰아이의 초등학교 입학을 준비하며 설레기도 하고 걱정되기도 했던 시간들을 떠올리며 그리고 썼습니다. 첫째에게는 모든 것이 처음인 엄마가, 그림책마저 처음으로 만들어 건넵니다. 첫걸음을 내딛는 이들과 묵묵히 지켜보는 이들을 응원하는 마음을 담아 보았습니다. 




파마를 했는데
파마를 했는데
박지혜 글그림
씨드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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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ㆍ사진 | 출판사 제공

출판사에서 제공한 자료로 작성한 기사입니다. <채널예스>에만 보내주시는 자료를 토대로 합니다.

파마를 했는데

<박지혜> 글,그림10,800원(10% + 5%)

입학식은 처음이지? 사랑스러운 엄마의 깜짝 입학 준비물을 공개합니다! 나는 내일부터 초등학생이다. 유치원 다니는 동생에게 까불지 말라고 놀릴 생각만 해도 너무 너무 신난다. 엄마는 여러 가지 준비물을 챙기면서 걱정이 많아 보인다. 그런데 오늘 갑자기 엄마가 나한테 파마를 하러 가자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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