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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읽아웃] 밑줄 긋느라 정신없었던 책

책읽아웃 - 오은의 옹기종기 (180회) 『그래서 우리는 사랑을 하지』, 『아무튼, 연필』, 『죽으려고 살기를 그만두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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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임’감을 가지고 ‘어떤 책’을 소개하는 시간이죠. ‘어떤,책임’ 시간입니다. (2021.03.25)


불현듯(오은): 오늘 어떤 책임 주제가 ‘밑줄 긋느라 정신없었던 책’입니다. 두 분, 책에 밑줄 잘 그으시나요? 

프랑소와 엄: 저는 완전 많이 긋죠. 밑줄뿐 아니라 동그라미도 많이 치고, 감정도 적고 그래서요. 책을 빌려주기가 어려운 책 읽기를 하고 있습니다. 

캘리: 저는 깨끗하게 보는 걸 좋아해요. 정독하고 싶은 책은 종이를 한 장 두고 같이 읽어서 엄밀히 말하면 밑줄을 친다기보다 밑줄 긋고 싶은 문장을 적어가면서 읽는 편이에요. 


캘리가 추천하는 책

『그래서 우리는 사랑을 하지』 

박서련, 김현, 이종산, 김보라, 이울, 정유한, 전삼혜, 최진영 저 / 무지개책갈피 편 | 돌베개



‘청소년 퀴어 로맨스 소설집’인데요. 돌베개 출판사에서 나온 책이라 더 눈길이 갔어요. 보니까 돌베개 출판사에서 '꿈꾸는돌'이라는 청소년문학 시리즈를 꾸준히 출간하고 있더라고요. 이 책은 27번째 책이고요. 그 목록 가운데에서도 가장 눈에 띄는 책이 아닐까, 감히 애정을 담아 주장해봅니다. 청소년 퀴어 로맨스 소설집이라고 말씀드렸잖아요. 방점은 ‘로맨스’에 찍어야 할 것 같습니다. 책 기획부터 ‘사랑하는 마음에 주목해서 작품을 써달라’고 말했다고 해요. 그래서 여기 실린 여덟 편의 단편에는 간지럽고, 설레고, 불안하고, 고민스러운 첫사랑의 모든 감정들이 고스란히 담겨 있고요. 소리지르면서 읽었어요.(웃음) 

퀴어라고 해도 그 안에는 굉장히 다양하고 무수히 다른 종류의 정체성과 사랑의 모양들이 있을 텐데요. 여기에 등장하는 청소년들도 그래요. 여성을 좋아하는 여성도 있고요. 남성을 좋아하는 남성도 있고 여성과 남성을 둘 다 좋아하는 여성도 등장을 하고요. 또는 아직 본인의 정체성이나 성적 지향을 정체하지 않은 인물도 나와요. 그 안에서 서로 마음을 확인한 커플도 등장하고, 짝사랑을 하는 인물도 나오고요. 굉장히 다양한 이야기들이 있어요. 

뜻밖에 정말 좋았던 작품은 이울 작가님의 「스틸 앤드 슛」이라는 작품이었어요. 우선 배경이 여자 중학교고요. 여기에서 농구대회가 펼쳐지거든요. 여자 학생들이 역동적으로 운동하고, 부딪히고, 싸우고, 자기 목소리를 내는 그런 작품이고요. 진짜 여자가 운동하는 얘기는 최고라고 생각합니다. 황인찬 시인님이 예전에 한 인터뷰에서 “퀴어 독자한테는 자신을 위한 글이 없다. 언제나 자신의 것이 아닌 이야기에 몸과 마음을 맞춰야 한다”고 말씀하신 적이 있어요. 그런 의미에서 이 책은 특히 청소년 퀴어 독자에게 너무나 좋은 텍스트라는 생각이 들고요. 이 책을 통해서만 느낄 수 있는 분명한 사랑의 마음이 있는데요. 거기에 귀 기울여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불현듯(오은)이 추천하는 책

『아무튼, 연필』 

김지승 저 | 제철소


이 책을 사실 두 번 읽었어요. 오늘 주제가 밑줄 긋느라 정신없었던 책이잖아요. 이미 읽었던 책이지만 밑줄을 그으며 읽어보면 조금 더 생각이 정리되지 않을까 싶기도 했고요. 마침 제목이 『아무튼, 연필』이니까 연필로 밑줄을 그어보자고 생각했던 거죠.(웃음) 책의 부제가 ‘연필이 연필이기를 그칠 때’인데요. 중의적이면서 의미심장해요. 이 말은 어쩌면 연필이 수명이 다 아는 순간만을 의미하는 게 아니라 연필이 단순히 쓰는 도구를 뛰어넘어 연대나 누군가에게 감동을 선사하는 다리 역할을 하는 순간을 의미하는 게 아닐까 생각하게 됐어요. 

특히 작가님의 필력에 반하기도 했어요. 진지한 이야기를 하다가도 불쑥 튀어나오는 유머가 있는데요. 그게 연필을 깎는 문구칼처럼 날렵하더라고요. 처음에 시작하는 문장이 참으로 멋집니다. ‘펜슬 연필의 어원은 페니스다. 나는 매일 연필을 깎는다.’ 이건 대체 어떤 의미일까 생각하게 되더라고요.(웃음) 재밌죠? 이렇듯 곱씹으면 재밌는 표현들이 참 많은 책이라는 말씀을 드리고 싶어요. 

두 분은 혹시 펜슬스커트 아세요? 저는 몰랐는데요. 검색을 해봤는데 쭉 떨어지는 옷의 양식을 이야기하더라고요. 그런데 작가님은 ‘여성’, ‘펜슬’을 검색하면 펜스 스커트가 많이 나온다는 이야기를 하면서 이렇게 씁니다. 

아이브로펜슬로 화장을 하고, 펜슬스커트를 입은 여성 비서가 연필을 들고 있는 70년대, 80년대 미국의 지면 광고는 그 세 가지를 한 장에 모두 담는다.(중략) 주로 여성이었던 비서는 연필을 들고 무언가를 임시로, 예비로 쓴다. 마지막 결정, 명령, 실행은 대부분 남성 상사의 결재로 이루어지며 공공의 의미 체계를 획득하는 결재라는 표식은 연필이 아닌 볼펜이나 만년필로 남겨졌다. 그곳은 연필의 자리가 아니다. 연필의 자리가 아니면 여성인 나의 자리도 아니기 쉬웠다. 비서가 타이핑하는 문서의 내용을 이해할 필요가 없었던 것처럼 공식적인 효과를 발휘하는 문서의 효력과 그것을 발생시키는 서명으로부터 여성은 지속적으로 소외되어 왔다.

아무리 소수자 역사를 다 지워버리려고 해도 결국 흔적은 남잖아요. 연필의 강인한 생명력은 거기서 오는 것이 아닌가 생각이 들었습니다. 여성과 소수자를 향해 있는 이 책에 참 밑줄을 많이 그었고요. 김지승 작가님의 다음 글이 무척 궁금해졌어요. 



프랑소와 엄이 추천하는 책

『죽으려고 살기를 그만두었다』 

허새로미 저 | 봄알람



이 책을 선택한 첫 번째 이유는 봄알람 출판사의 책이기 때문이에요. 많은 분들이 아시겠지만 『김지은입니다』를 펴낸 훌륭한 출판사인데요. 봄알람에서 ‘출구 총서’라는 시리즈를 이번에 시작하셨어요. ‘1번 출구’가 바로 이 책입니다. 출구 총서는 수많은 벽 앞에서 스스로 출구를 발명해가는 동시대 여성들의 삶을 펴내는 책 시리즈고요. 곧 출간 예정인 작품은 제목이 ‘결혼 탈출’이라고 합니다. 이 책도 기대가 돼요. 

오늘 주제가 ‘밑줄’이잖아요. 저는 작가님 프로필 소개에서 딱 밑줄을 그어 두었거든요. 이런 문장이 나와요. ‘혼자인 여자의 생애를 개선하는 데 진심이다. 개와 술 없이는 살 수 없다.’ 생각해보면 저는 반대인 거죠. 혼자 살지 않고, 결혼을 했고, 아이를 키우고 있고, 개를 키우지 않고, 술도 즐기는 사람이 아닌데 이 문장에 꽂혀서 읽게 됐어요. 책의 표지를 보면 강아지를 안고 있는 여성의 옆못습이 그려져 있고요. 이 책을 한 줄 카피로 말해본다면 ‘30대 중반의 원가정을 떠나서 독립하는 여성의 서사’로 표현을 할 수 있을 것 같아요. 35세에 신용카드 한 장을 들고 정말 집을 뛰쳐나와서 이후 가족과의 연을 끊고 3년 동안 살게 되는 이야기입니다. 

남자와 서사를 섞지 않아도, 눈부시게 성공하지 않더라도, 여자가 안 망하는 이야기를 앞으로 백 번이고 천 번이고 해야 한다. 철저하게 혼자가 되어야 한다. 뼛속까지 혼자가 되어야 한다. 그리고 나서 자매들을 찾아 나서야 한다.

책 속의 이야기들을 읽으면서 ‘이렇게 극단적인 가족들이 설마 많겠어’라고 생각하시는 독자가 있을 수 있지만요. 실제로 저도 책에서 보고, 주변에서 듣는 것들을 생각해보면 이런 일들은 결코 적지 않고요. 한편 가족한테 인정받는 좋은 딸, 착한 딸, 능력 있는 딸이 되고 싶어 하는 여성들의 고충도 너무 많죠. 그런 이야기들을 저도 너무 많이 봤어요. 더구나 저는 남자 형제가 없거든요. 그럼에도 이 책과 저자의 이야기에 많이 공감하면서 읽었습니다. 나에게 고통을 주는 그 원가족과 헤어져도 충분히 잘 살 수 있고, 새로운 관계 속에서도 내 삶의 더 중요한 부분을 충분히 찾을 수 있다는 용기가 생기는 책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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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우리는 사랑을 하지
그래서 우리는 사랑을 하지
박서련,김현,이종산,김보라,이울,정유한,전삼혜,최진영 공저 | 무지개책갈피 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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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튼, 연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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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지승 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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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으려고 살기를 그만두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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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새로미 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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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신연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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