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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 인터뷰] 시리아의 아픔에 공감하는 독자를 기다립니다

『내 친구 압둘와합을 소개합니다』 김혜진, 압둘와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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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 그래도 이 친구가 원고를 보고 “누나, 너무 과장해서 쓴 거 아냐?” 하고 묻더라고요. 1도 과장 없고요. 전부 직접 본 대로 겪은 대로 썼습니다. (웃음) 이 책을 통해서 시리아의 아픔에 공감하는 와합의 친구가 한 명이라도 늘면 좋겠습니다. (2021.03.23)

(왼쪽부터) 김혜진 저자와 압둘와합

시리아 최고 대학 다마스쿠스 대학 법학과를 졸업하고 변호사가 된 압둘와합. 그는 전액 장학금 준다는 프랑스 소르본 대학을 뒤로하고 갑자기 방향을 틀어 한국 유학을 결정한다. 그러나 웬걸. 한국에 도착한 압둘와합은 장학금은커녕 대학원 입학조차 쉽지 않았다. 어렵사리 공부를 시작했지만, 이번에는 모국 시리아에서 전쟁이 일어난다. 가족은 IS로부터 벗어나기 위해 어쩔 수 없이 난민이 되었다. 

한국의 평범한 중학교 국어 교사 김혜진. 그는 어느 날 중학교 은사님의 전화를 받고 낯선 시리아 청년 압둘와합을 만나게 된다. 그 첫 만남 내내 경계심을 풀지 못했던 그는 압둘와합이 집앞 유프라테스강에서 노닐던 얘기에 그만 호기심이 폭발, 결국 친한 누나-동생 사이가 되고만다. 압둘와합과 가족 같은 친구가 되고 나니 서서히 한국 사회에 만연한 외국인 차별, 무슬림 차별 문제가 눈에 들어오기 시작했다. 그리고 시리아 전쟁과 난민 문제도 남 일 같지 않았다. 그렇게 한 중학교 교사가 무슬림 청년과 친구가 된 뒤 비로소 보이기 시작한 것들을 적어내려간 책 『내 친구 압둘와합을 소개합니다의 출간을 맞아, 저자 김혜진과 그 친구 압둘와합을 만났다. 

이날, 압둘와합은 화사한 한복을 입고 나타나 주변을 놀라게 했다. 



한복이 아주 예뻐요. 평소에도 한복을 즐겨 입으세요?

김혜진(이하 ‘김’) : 이 친구가 한복 입는 걸 좋아하는데, 그동안 입을 기회가 없었죠. 이번에 한국으로 귀화할 때 친구들이 선물했거든요. 그다음부터는 이렇게 기회 있을 때마다 입더라고요. (웃음) 

압둘와합(이하 ‘압’) : 제가 한복을 보고 너무 예뻐서 계속 입고 싶었어요. 그래서 맨날 친구들한테 단체로 한복 입고 놀러 가고 사진 찍고 하자고 하는데, 친구들이 다 부끄럽다고 자기들은 안 입는다고 하더라고요. 그렇다고 혼자만 입고 다닐 수는 없으니까, 문화 체험의 날이나 이럴 때를 기다렸다 입고는 했죠. 이번에 국적 취득하는 날은 특별한 날이니까 꼭 한복을 입고 참석해야겠다고 생각했는데 마침 친구들이 선물해줘서 그렇게 했어요. 저는 다른 분들도 한복 입고 올 줄 알았거든요. 그런데 저만 입고 왔더라고요. 다들 저만 쳐다보고……. (웃음) 오늘도 독자 여러분 만나는 특별한 날이라고 생각해서 한복 입고 왔습니다.


압둘와합 

이번에 한국 국적을 취득하셨군요. 축하드립니다! 

압 : 고맙습니다. 국적 취득 이야기는 달콤한 이야기이기도 하지만, 어려운 이야기이기도 합니다. 제가 한국을 너무 좋아하고 그래서 한국 국적을 취득한 것은 아주 행복한 일이지만, 한편으론 어쩔 수 없는 일이기도 했습니다. 시리아 정부가 제 서류를 전부 무효화시키고 만료시키고 해서 한국에서 살기도 어렵고 외국에 나가기도 어려웠습니다. 공항 갈 때마다 붙잡혀서 “IS냐, 테러리스트아니냐?” 하는 질문을 받고 해명하고 해야 했고요. 그래서 주변에서 한국 국적을 가지라고 많이 권해주셨습니다. 물론 한국 국적을 갖는 것 무척 자랑할 일이긴 하지만, 시리아 국적을 포기하고 싶지는 않아서 오랫동안 버텼는데, 결국 신청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되었습니다. 신청 후에도 긴 시간 노력해서 어렵게 한국 국적을 취득했습니다. 

한 달 전에 한국 주민등록증도 받았고, 덕분에 많이 안전해졌고 행복해졌습니다. 거주증 만료 때마다 한국을 떠나야 하나 걱정했는데, 이제는 여기서 계속 살 수 있으니까요. 시리아에 있는 가족이나 다른 난민들도 행복해했습니다. 그런데 저나 제 가족보다 더 기뻐한 사람들이 바로 한국 친구들입니다. 

김 : 현실적인 문제이기도 했어요. (웃음) 신분이 불안정할 때는 다 옆에서 도와줘야 하니까요. 송금도 혼자 못하고, 거주증 연장할 때도 그렇고……. 

두 분은 처음에 어떻게 서로 친구가 되신 건가요?

김 : 중학교 때 은사님과 아직 연락하고 지내는데요, 선생님께서 만나보라고 하시는 거예요. 저는 낯선 사람 만나는 걸 즐기지도 않고, 게다가 젊은 외국인 남성이기도 하고…… 그리고 아랍 사람이라는 점도 작용한 것 같고요. 그런데 선생님께서 계속 그러시니까 ‘어쩔 수 없이’(웃음) 만나게 된 거죠.

압 : 그건 저도 마찬가지였습니다. (웃음) 지도교수님 소개로 우연히 부산에 계신 선생님을 알게 되고, 그 선생님께서 서울에 있는 자기 제자를 꼭 만나보라고 계속 메시지 보내셔서…….

김 : 처음 만난 날 이 친구가 1시간이나 늦게 나왔어요. 취미로 말타기랑 아랍칼 이야기를 해서 겁이 나기도 했죠. 하지만 집 바로 앞이 유프라테스강이라는 얘기를 듣자마자 ‘메소포타미아 문명의 그 유프라테스강?’ 하면서 호기심이 생기더라고요.

압둘와합께서는 원래 한국이 아니라 프랑스로 유학을 갈 계획이었다고요?

압 : 대학을 졸업하고 변호사 일은 1년 정도 한 다음이었습니다. 지도교수님 추천서도 잘 받고 프랑스 대학에 입학 허가도 받았었는데, 프랑스 유학은 다녀온 사람이 많았거든요. 한국 유학은 아무도 없었고요. 시리아에 온 한국인 유학생들과 친해져서 한국에 가고 싶은 마음이 크던 때, 시리아에 한국이 너무 알려져 있지 않은 걸 알고는 “내가 가야겠다.” 하고 마음먹었죠. 

김 : 하지만 한국과 시리아는 국교 수교도 되어 있지 않아서, 아예 국가 장학금을 받을 수가 없었다더라고요. 저도 이런 사실을 이 친구를 통해 알게 되었습니다. 한국에 들어와서 대학원을 찾을 때도 차별을 많이 당하기도 했고요. 어떤 교수님은 대놓고 “난 이슬람이 싫으니까, 다른 교수 찾아보게.”라고 했다고 하더라고요.

압 : 그래도 혜진 누나를 비롯해서 사피윳딘 형님, 하나 누나 같은 가족 같은 친구들이 곁에 있어서 지금까지 이렇게 잘 지낼 수 있었습니다.

어렵게 한국 생활에 적응하던 때, 고향 땅 시리아가 전쟁으로 혼란에 빠지고 말았습니다.

압 : 시리아에서 혁명이 일어날 때까지만 해도 반갑고 기뻤습니다. 시리아도 독재자를 몰아내고 민주화를 이루어야 한다고 생각했으니까요. 하지만 상황이 악화되어 전쟁으로 흐르고 지인과 친척의 사망 소식을 계속 접하면서 무섭고 슬프고 화나고 그럴 수밖에 없었죠. 가만히 있을 수는 없다고 생각해서 이런저런 일들을 해봤지만, 시리아 난민에게 직접 도움이 되는 일을 찾다 보니 헬프시리아까지 오게 된 겁니다.

김 : 처음에는 이 친구가 정말로 단체를 만들 거라고 생각하진 않았어요. 난민 돕는 일을 지속적으로 하려면 단체가 필요하다는 얘기를 한 건, 단체를 만들자는 취지가 아니고 난민을 지속적으로 돕는 게 그만큼 어렵다는 뜻으로 한 얘기였는데……, 어느 날 단체를 창립한다면서 오라고 하더라고요. 그간 한 말이 있으니 일단 참석은 했는데, 활동할 사람이 없다 보니 운영위원이 되고 해서 시작했는데, 벌써 8년이 넘었네요. 그리고 2019년에는 시리아 난민촌에 학교를 세울 수 있을 정도로 직접 도움을 주기도 했고요.

압 : 초기에는 난민촌에 음식 위주로 지원을 했는데, 2017년 정도부터는 다른 요구들이 들리더라고요. 음식이나 의료품도 늘 부족하고 중요한데, 아이들을 위한 교육 부분에 대한 지원이 있었으면 좋겠다고요. 그래서 다각도로 노력해서 학교를 짓게 되었죠. 6~9개월 내에 학교를 짓기로 계약을 하고 한국으로 돌아왔는데, 3개월 만에 학교를 다 지었다고 연락이 왔어요. 아이들의 교육이 절실한 나머지 하루라도 빨리 학교를 열고 싶어 3교대로 24시간 일을 했다고 하더라고요. 그렇게 학교가 생긴 이후에는 난민촌의 분위기가 확 바뀌었다고 합니다. 지금도 고맙다고, 한국의 후원자들에게 고맙다고 하는 인사가 그치지 않습니다.


김혜진

압둘와합 님의 가족도 난민이 되어 지금 터키에 살고 있다고 들었습니다. 김혜진 선생님은 터키에서 가족분들을 직접 만나기도 하셨다고요? 난민을 직접 만나니 어떠셨나요?

김 : ‘난민과 만난 이야기’라고 하니 굉장히 어색하게 느껴지는데요, 난민을 만났다는 생각을 거의 안 했거든요. 가족분들에게 엄청난 환대를 받았어요. 시리아의 환대 문화에 대해 들어보긴 했지만, 직접 겪어 보니 또 다르더라고요. 그리고 다들 유쾌하고 재밌으시더라고요. 따뜻하고. 그래서 그냥 친구의 가족과 지내다 왔구나 하는 느낌이었어요. 그런데 중간에 사건들이 좀 있었죠. 예를 들면 선풍기를 사러 갔는데, 시리아 사람에게는 안 팔겠다는 얘기를 듣고 온 일이라든지……. 그런 일들 속에서 이들이 차별받고 있구나 하는 걸 확인할 수 있었죠. 사실 국가로부터 보호를 받고 있지 못하다는 것을 빼고는 다른 게 없는 너무 좋은 내 친구의 가족들이었던 거죠. 난민이라는 굴레만 없으면 똑같은 사람들인데…… 누구나 난민이 될 수 있는 거잖아요. 갑자기 전쟁이 나서 내가 다른 나라로 가면 같은 처지일 수 있는데, 오늘 제가 이렇게 책을 펴내고 이렇게 인터뷰를 하고 있지만, 내일 그 나라에서 어떻게 받아주냐에 따라 달라는 거잖아요. 



내 친구 압둘와합을 소개합니다』에 관해 독자 분들게 또 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나요

김 : 책 안에 ‘압둘와합이 들려주는 시리아 이야기’라는 부분이 있어요. 와합이 직접 쓴 부분인데요, 제가 좀 다듬어주기는 했지만. 시리아의 역사나 문화에 대해서 저 역시 덕분에 잘 이해하게 된 것 같아요. 특히 문화 이야기는 잔잔한 감동도 느껴지고요. 시리아인의 시각으로 시리아를 소개한다는 측면에서 이 책의 가장 독창적인 부분 아닐까 싶기도 하고요. 저는 ‘압둘와합이 들려주는 시리아 이야기’를 자랑하고 싶습니다.

압 : 저는 걱정되는 게 하나 있습니다. 이 책을 보고 압둘와합이 굉장히 훌륭한 사람이라고 생각하실 수도 있을 것 같은데요, 그런 생각을 가지고 실제 저를 만나면 크게 실망하지 않을까 하고 말이죠.

김 : 안 그래도 이 친구가 원고를 보고 “누나, 너무 과장해서 쓴 거 아냐?” 하고 묻더라고요. 1도 과장 없고요. 전부 직접 본 대로 겪은 대로 썼습니다. (웃음) 이 책을 통해서 시리아의 아픔에 공감하는 와합의 친구가 한 명이라도 늘면 좋겠습니다. 




*김혜진

시와 댄스를 사랑하는 중학교 국어 교사. 떠밀리듯 시리아 구호 인권 단체 헬프시리아의 창립 멤버가 된 이후, 8년 가까이 회원으로 활동 중이다. 행동이 느리고 에너지도 부족한 편이나, 일단 뭔가 시작하면 중단하지 않고 계속하기는 한다. 우연히 시리아에서 온 와합과 만나 친구가 되는 바람에 난민·차별·인권 문제, 그리고 세계 시민 교육에 관심을 두게 되었다. 부끄러움이 많아서 교단에서는 본인이 경험하고 생각한 이야기를 직접 나누기가 쑥스러웠다. 글을 통해서라면 이야기할 수 있을 것 같아 이 책을 썼다.



내 친구 압둘와합을 소개합니다
내 친구 압둘와합을 소개합니다
김혜진 저
원더박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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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ㆍ사진 | 출판사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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