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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가 조광희 “인간을 뛰어넘으면 보이는 새로운 이야기”

『인간의 법정』 조광희 저자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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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F와 법률이 결합된 이야기라면 써볼 만하다고 판단했고, 제가 적임자일 수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2021.03.22)


조광희 작가의 두 번째 장편소설 『인간의 법정』은 작가가 오래도록 고민해온 “인간, 안드로이드, 동물”에 관한 이야기다. 22세기를 배경으로 하는 이 소설은 알파고 이후 현 시대에도 화두로 떠오르고 있는 안드로이드의 인간 추월과 그로 인한 ‘인간성’의 고뇌를 기반으로 하여 인간과 안드로이드로 대표되는 ‘인간 아닌 것’의 관계를 문학적 상상력으로 확장한다. 한 안드로이드가 자기를 인식하는 과정을 통해, 세상과 인류에게 사상적 전환을 시도하게 한다. 심오한 인간학적 문제를 미래 법정이라는 미지의 시공간 속에서 탐구하는 작가 조광희의 렌즈는 우리 자신이 살아가는 현재에 들이미는 현미경이기도 하다.

도스토옙스키의 『죄와 벌』 이래 던져진 살인 모티프가 AI 로봇 ‘아오’의 행동을 추동하는 화두로 제시되는 이야기는 영화 <블레이드 러너>와도 같이 ‘안드로이드와 인간의 생명’에 관한 치열한 질문과 저자의 오랜 고민인 동물권과 동물해방운동이 유려하게 뒤섞인다.『인간의 법정』“무엇이 인간인가? 의식이란? 생명이란 무엇인가?”라는 고전적 질문을 경계를 확장한 새로운 방식으로 던지고 있다.




2018년 첫 장편소설 『리셋』 이후 3년 만에 새 장편소설로 돌아오셨어요. 그동안 어떻게 글을 써오셨나요?

꾸준히 변호사 업무를 하면서 틈틈이 작품을 썼습니다. 일과 병행하고 있기 때문에 평일 저녁과 주말을 이용해서 쓰게 됩니다. 본격적으로 작업에 들어가면 원고지 분량으로 평일 동안 50매, 주말 동안 50매를 써서 매주 합계 100매를 쓰려고 노력합니다. 물론 뜻대로 잘 되지는 않습니다.

그리고 집의 방 하나를 제 공부나 작업을 위해 사용합니다. 일종의 작업실이지요. 대부분의 글을 그 작업실에서 씁니다. 다만, 집이다 보니까 산만해지거나 비효율적인 경우가 있습니다. 그런 때에는 집 근처의 카페에 노트북을 들고 가서 쓰기도 합니다. 특히 이야기를 구상할 때에는 자주 카페에서 작업했습니다. 소설의 어떤 부분을 집중적으로 고민할 필요가 있을 때에는 집과 일터를 오갈 때 이용하는 버스에서 머릿속으로 연구를 하기도 합니다. 영감이나 구상이 떠오르면 스마트폰에 기록합니다.         

신간 『인간의 법정』은 ‘SF와 법정이 결합된 이야기라서 흥미진진할 것 같습니다. 어떤 구상을 거쳐 소설을 시작하게 되셨나요?

우선 연애 소설을 한 편 쓰고 싶었는데, 막상 쓰다 보니 연애만으로 이야기를 끌어가는 것은 무리였습니다. 그게 시대의 문제인지, 제 역량이나 취향의 문제인지는 분명하지 않습니다. 그래서 연애 이야기에 어떤 사람의 인생 이야기를 결합한 소설을 썼습니다. 초고를 완성한 상태에서 작년 여름까지는 그것을 고쳐 쓰고 있었습니다. 그러던 중 전부터 쓰고 싶었던 ‘SF와 법정을 결합한 소설’의 줄거리를 가을에 썼습니다. SF를 꾸준히 살펴보는 편입니다. 본격 SF를 쓸 능력은 없지만, 법률과 결합된 이야기라면 써볼 만하다고 판단했고, 제가 적임자일 수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줄거리를 바탕으로 늦가을부터 이 소설을 쓰고 완성하게 되었습니다.          

『인간의 법정』을 쓰시면서 가장 관심을 둔 생명체는 누구인가요?

아무래도 여기서는 안드로이드에게 주된 관심을 둔 것이지요. 안드로이드가 생명체가 맞느냐고 반문할 수 있으나, 인간이 가진 것과 같은 의식이 존재하는 안드로이드라면 단순한 기계가 아니라 생명체로 바라볼 수 있습니다.


 

안드로이드에게 설치하는 ‘의식생성기’라는 소재가 소설에서 주요하게 등장합니다. 인공지능을 탑재한 안드로이드가 의식생성기를 통해 ‘의식’을 갖게 된다는 설정이 새롭고 놀라워요. 이 소재를 어떻게 착안하셨고, 어떻게 활용하시게 되었나요?

인공지능이 지난 몇 년 사이에 화제가 되고 있습니다. 그런데, 대부분의 영화나 소설이 고도의 인공지능에게 인간이 가진 것과 같은 의식이 있다고 당연히 전제하는 것이 의아했습니다. 사실 인간이 가진 의식은 진화의 기적이라고 할 만한 것입니다. 전 우주적인 기적이지요. 그런데, 제 생각에는 아무리 반도체 칩이 전자공학적으로 발전하더라도 ‘인간이 가진 것과 같은 의식’에는 도달할 수 없다고 생각했습니다. 투입이 있으면 산출이 있는 기계일 뿐인 거죠. 그런 생각을 하던 중에, 그런 인공지능에게 의식을 심어주는 어떤 도구를 상상하게 되었습니다. 그것이 설치와 제거가 가능한 작은 장치면 더 좋겠다고 생각하면서 ‘의식생성기‘라는 이름을 붙였습니다. 그러다 보니, 그 의식생성기가 인공지능을 질적으로 변화시킨다, 인간은 그것을 불법화한다, 의식생성기와 관련하여 안드로이드의 범죄가 발생하고 재판을 받게 된다는 등의 여러 상상이 전개되었습니다.    



안드로이드 ‘아오’가 살인사건으로 재판을 받는 과정이 이 소설의 하이라이트처럼 느껴졌는 데요, 재판의 실제 현장감이 생생하게 전달됩니다. 이 재판에 연계된 여러 인물들은 사회의 각기 다른 면들을 상징하는 것 같은데요, 중심 사건이라 할 수 있는 재판 과정을 그리면서 가장 고심한 부분은 무엇인가요?

재판 장면은 100년 후 세계의 실제 상황으로 느껴질 만큼 치밀해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법정의 구조, AI 판사 시스템 등을 고민했습니다. 유구한 역사가 있는 법과 재판의 논리는 큰 변화가 없을 것으로 상정했습니다. 그리고 본격적인 재판에 들어가서 논리적 싸움을 벌일 때 양쪽의 주장이 모두 말이 되어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논쟁의 현실성을 강화시키기 위해 100년 후 헌법에 포함되어 있을 수 있는 조항을 새로 만들기도 했습니다. 전제된 사실들을 받아들이기만 한다면, 재판과정에서 동원되는 논리들은 실제 법정에서도 펼쳐질 만한 것들입니다.

작중에 ‘포스트휴먼 해방전선(Post-Human Liberation Front)’이라는 단체가 나옵니다. 의식을 얻고 “도망친 안드로이드가 수술을 통해 높은 지능을 얻었다가 도주한 동물들과 연대하여” 구성한 이 단체는 동물권에 대한 논의가 활발한 최근 상황에도 많은 시사점을 주는 것 같습니다. 동물권뿐만 아니라 ‘인간이 아닌’ 다른 생명체의 권리까지 생각하는 작중 배경이 우리에게 도래한 미래인 듯도 합니다. 인간과 동물, 인공지능의 경계에 문제 제기를 하고 있다고도 느껴지고요. 작가님의 생각이 궁금합니다.

인간이 다른 동물들을 지배하고 억압하는 현실에 대해서 늘 문제 의식을 가지고 있습니다. 만일, 같은 인간들 사이의 불평등이라면, 인류 역사상 그러했던 것처럼 해방 운동이 출현하여 문제가 해결되는 것이 필연적입니다. 노예해방이 그렇고, 노동자 권리 강화가 바로 그런 것입니다. 그런데, 동물의 경우에는 인지 능력이 떨어지기 때문에 그런 해방운동의 형성과 전개가 불가능합니다. 인간의 시혜만을 기다려야 됩니다. 그래서 두뇌가 인간에 뒤지지 않는 안드로이드들이 자신들과 비슷한 처지인 동물들과 연대해서 해방운동을 한다는 상상을 해보았습니다. 그 해방 운동을 통해 인간과 동물 그리고 인간과 기계 사이의 차별적 경계를 지울 필요가 있다는 주장을 해본 것이지요. 

이번 소설이 독자들에게 어떻게 읽혔으면 하는지 궁금합니다. 앞으로의 계획도 알려 주세요.

독자들이 인간성의 본질에 대해서, 그리고 인간과 다른 종 또는 생명과의 경계에 대해서 고민하는 계기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그런데, 그러한 고민을 무겁지 않고 즐겁게 할 수 있도록 SF라는 형식, 법정이라는 공간을 끌어들인 것입니다. 봄에는 이 책의 출간과 더불어 진행해야 할 일들을 마무리하고, 여름부터는 다시 다음 작품을 구상하려고 합니다. 일단 ‘도시의 은자’라는 제목을 생각해둔 것이 있습니다. 서울이라는 거대 도시에서 눈에 띄지 않게 살아가지만, 우리 사회의 정치, 경제, 사회, 문화에 깊이 관여하는 어느 독특한 은둔자의 이야기를 써볼까 합니다.    

 


*조광희

서울 출생. 변호사, 영화제작자이다. [밤과 낮], [멋진 하루] 등 다수의 영화 제작에 참여했다. 2010년 계간 [창작과비평]에 네 편의 에세이를 차례로 기고하면서 본격적으로 집필 활동 시작하였으며, [한겨레], [경향신문], [씨네21] 등의 칼럼니스트로도 활동 중이다. 변호사, 영화제작자로 활동하며 얻은 경험을 바탕으로 2018년 첫 장편소설 『리셋』을 출간, 이후 『그래봐야 인생, 그래도 인생』, 『인간의 법정』을 펴냈다. 계간 [영화가 있는 문학의오늘] 편집위원이다.


인간의 법정
인간의 법정
조광희 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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