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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읽아웃] 제목 없는 것들을 ‘살리는 일’ (G. 박소영 기자, 박정민 배우)

책읽아웃 - 김하나의 측면돌파 (177회) 『살리는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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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꼭지를 써서 정민 씨한테 줬는데 되게 슬프다고, 읽고 눈물이 조금 났다고 이야기를 하더라고요. 그래서 ‘이 친구한테 이렇게 느껴질 정도면 다른 분들이 읽었을 때도 이 마음이 전해질 수 있겠다’는 생각을 했던 것 같아요. (2021.03.04)


<오프닝>

누군가를 사랑하는 일은 ‘살리는 일’이라고 생각한다. 밥을 먹이고, 고통으로부터 보호하고, 마음의 상처를 보듬는 일. 새 힘을 주고 앞으로 나아가게 하는 일. 작은 힘이나마 누군가를 위할 수 있다는 것에 감사하며, 앞으로도 ‘살리는 삶’을 살고 싶다. 동물들을 돌보다 몸과 마음이 지치면 책과 영화 속으로 숨었다. 어떤 책은 꺾인 내 무릎을 펴주었고, 어떤 영화는 조금 더 걸을 수 있게 등 뒤에서 나를 밀어주었다. 그 과정에서 깨달은 것은 예술 역시 누군가를 ‘살리는 일’이라는 것이었다. 좋은 예술 작품은 우리를 살게 하고, 때때로 더 낫게 살게 한다. 

박소영 작가의 동물권 에세이 『살리는 일』 속의 한 구절이었습니다.  




<인터뷰 – 박소영 기자, 박정민 배우 편>

오늘은 특별히 두 분의 게스트를 모셨습니다. 동물권 에세이 『살리는 일』을 쓰신 작가님과 그 책을 편집, 출간하신 출판사 대표님이에요. 한 분은 10년차 기자이자 5년차 캣맘으로, 동물을 통해 다른 눈으로 세상을 보게 되었다고 말하는 박소영 작가님이고요. 또 다른 한 분은 본업인 배우에 이어 동네 책방 ‘책과 밤 낮’의 문을 여시더니, 이제 ‘무제’라는 이름의 출판사까지 차리신 박정민 대표님입니다.

김하나 : 제가 이 책을 접한 게, 출판사 ‘무제’라고 하는 곳에서 아주 곡진한 메일이 왔습니다. 이 책이 어떻게 나오게 되었고, 어떤 좋은 내용을 담고 있고, 이 책을 소개해달라는 말이 아니라 김하나 작가님이 이 책을 아셨으면 좋겠다, 이런 말씀을 보내주셨어요. 출판사 대표는 ‘저는 박정민이라고 합니다’라고만 적혀 있었고, 책의 이미지가 있었는데 띠지에 ‘박정민 배우의 추천사 수록’이라고 되어있는 거예요. 박정민 배우가 설마 출판사까지 내고 나한테 이렇게 곡진한 메일을 직접 썼을까, 이런 생각이 들어서 약간 갸웃했어요. 그러고 나서 저희 <측면돌파>에 섭외가 된 거죠. 그 뒤에야 박정민 배우가 출판사 대표라는 걸 알았고, 그리고 책 안에는 이런 쪽지가 들어있었습니다. 박소영 작가님은 이 쪽지의 존재에 대해서 아시나요? 

박소영 : 아뇨, 전혀요. 지금 처음 봤어요(웃음).

김하나 : 이렇게 메모가 있고요. 밑에 보면 ‘김하나 작가님께’라고 적혀 있고, 열어 보면 너무나 빼곡하게 너무나 진심 가득한... 저는 감동했어요. 

박소영 : 진짜 몰랐어요. 약간 감동적이네요.

김하나 : 이 쪽지가 누구에게나 다 똑같이 쓰는 것도 아니고 ‘댁에 천식을 앓는 고양이가 있다고 하시니 마음이 무겁고 조심스럽습니다’ 이런 말씀도 있고, 그래서 제가 더더욱 ‘출판사 무제의 박정민 대표라는 분이 배우는 아닐 거야’라고 생각했던 거죠. 그런데 알고 보니까 같은 분이었고. 그렇다면 어떻게 배우님이 박소영 기자님의 첫 책을 내게 되었는지, 두 분의 관계가 책 뒤에 실린 박정민 배우님의 글에 나와 있기는 하지만, 청취자 분들은 모르실 테니까 설명을 해주시겠어요?   

박소영 : 제가 지금 회사에 있기 전에 인터뷰 잡지에 있었거든요. 그 잡지에서 인터뷰이로 박정민 씨를 처음 만났고, 한 시간 반 정도 대화했던 걸로 기억하는데 말이 되게 잘 통하는 거예요. 그 인터뷰를 하기 전에 제가 인터뷰이에 대해서 공부하다가 이 친구가 그때 당시에 개봉했던 영화에 관련한 글을 싸이월드에 쓰고 있다는 걸 알게 됐는데, 글을 되게 재밌게 잘 쓰더라고요. 그런 관심도 생기고 해서 인터뷰가 끝난 이후에 고정적으로 그 잡지에 칼럼처럼 글을 게재해보면 어떻겠냐고 제안했었고, 그걸 수락해줬죠. 

김하나 : 그럼 <톱클래스>의 기자님으로 계셨었고, 거기에 (박정민 배우가) 글을 쓰셨고, 그 글이 모여서 『쓸 만한 인간』으로 나왔던 거군요.

박소영 : 맞아요. 

김하나 : 그러면 박정민 배우님이 처음으로 작가로 데뷔할 때는 박소영 기자님이 뭔가 판을 깔아주셨고, 지금은 반대인 경우군요.

박정민 : 그러네요. 

김하나 : 기자로서, 그리고 글을 쓰는 사람으로서 같이 지내는 것보다는 훨씬 더 긴밀한 관계였나 봐요. 이야기가 잘 통하고.

박정민 : 네. 처음에는 기자님, 기자님, 이렇게 연락을 하다가 어느 날부터 굉장히 친구처럼 지내게 됐고. 방송에서는 말하지 못할 사적인 상처들과 이런 것들을 공유하면서 제가 의지를 많이 하는 친구가 됐고. 그래서 제가 되게 믿고 따르는 친구인 거죠. 그런데 어느 날부터, 예전에는 안 그랬는데 어느 날부터 고양이와 강아지들을 구조하는 데 너무 애를 쓰고 있어서, 처음에는 조금 안타까웠어요. 제가 보기에는 예전의 박소영이란 사람의 에너지랑 그 일을 시작한 뒤의 에너지가 많이 달랐어요. 지금 무슨 일을 하고 있는 건지 궁금하기도 했고, 이 사람이 좋은 일을 하고 있기는 한데 자세히는 모르겠고, 그래서 출판사를 하나 만들어 놓기는 했는데 첫 책으로 뭐가 좋을까 하다가 박소영 작가의 글을 모아보는 건 어떨까 생각이 들었고, 그래서 요청을 드렸죠. 

김하나 : 박소영 작가님은 첫 책을 쓰신 건데, 원래 친하게 지내는 배우였던 박정민 대표님이 ‘내가 차린 출판사에서 당신의 첫 책을 내고 싶다’고 해서 협업을 시작한 거잖아요. 그 경험은 어떠셨나요?

박소영 : 처음에 되게 좋았어요. (박정민 배우가) 제안했을 때까지만 해도 ‘그럼 책 한 번 내볼래? 원고 몇 개 써볼래?’ 이런 식으로 얘기를 해서, 그때 이 친구가 출판사를 등록해 놓은 상태였던 걸 제가 정확하게 몰랐던 것 같아요. 

김하나 : 그냥 던지는 말인 줄. 

박소영 : 네, 처음에는 농담 반 진담 반으로 생각을 했었어요. 제 입장에서는 제가 (출판사 ‘무제’에서) 첫 책을 내는 사람이고 책을 알려지기까지 굉장히 지난한 과정을 거친다는 걸 생각했을 때 ‘과연 내가 책을 낸다고 누가 봐주실까?’라는 의문 같은 게 들 수밖에 없는데, 이 친구가 이런 목소리를 내는 데 힘을 보태준다고 생각하면 ‘사람들이 조금이라도 더 동물 문제에 관심을 가질 수 있지 않을까’라는 생각을 했었고요. 그래서 제 입장에서는 되게 고마운 제안이었죠. 그런데 몇 꼭지를 써서 정민 씨한테 줬는데 되게 슬프다고, 읽고 눈물이 조금 났다고 이야기를 하더라고요. 그래서 ‘이 친구한테 이렇게 느껴질 정도면 다른 분들이 읽었을 때도 이 마음이 전해질 수 있겠다’는 생각을 했던 것 같아요. 

김하나 : 보통은 처음으로 작은 출판사를 만들게 되면 그 출판사도 아직 힘이 없잖아요. 처음으로 모든 걸 해보는 때니까. 그리고 홍보를 하기에도 힘이 드니까 작은 출판사가 처음 시작할 경우에는 이미 인지도가 있는 작가를 잡으려고 노력할 테고. 그런데 지금은 그런 구도가 반대인 것 같아요. 박정민 배우가 배우로서의 인지도가 이미 어느 정도 있으니까 이름이 있는 작가를 찾아가기보다는, 박소영 작가님의 글을 세상에 알리고 싶은데 그 부분은 약간 담보돼 있는 부분이 있잖아요. 이것도 재밌는 역학이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박정민 : 그러네요. 

김하나 : 그리고 추천사 라인업이 너무나... 김금희 작가님, 정세랑 작가님, 박정민 배우님의 추천사가 실려 있습니다. 

박정민 : 곡진한 메일을 썼어요(웃음). 

김하나 : 또 곡진한 메일을 쓰셨군요. 

박정민 : 네, 최선을 다해서. 며칠을 썼죠, 메일을. 

김하나 : 그러게요. 제가 받았던 메일도 그렇고, 업무상으로 뭔가를 한 게 아니라 마음이 너무 들어있는 것이었어요. 

김하나 : 배역에 임하는 자세처럼 이번 책을 만들면서 다른 분들께 부탁을 하거나 청탁을 할 때에도 마음씀이 있어서 참 놀라운 지점이었는데, 박소영 작가님의 마음씀도 너무 놀라운 부분이 있습니다. 지금은 챙겨주시는 고양이 밥자리가 몇 군데 정도 되나요?

박소영 : 계절에 따라서 약간 늘렸다 줄였다 하는 게 있고, 지금은 최근에 하나 더 늘려서 딱 열한 군데인 것 같아요. 여름에 애들이 특정한 자리에 많이 몰린다거나 유난히 벌레가 많이 꼬이는 자리면 다른 곳으로 한 군데를 늘렸다가 조금 괜찮아지면 줄이기도 하고, 그런데 보통 열 군데는 넘어요. 

김하나 : 책에는 한창 때라 열다섯 군데였습니다. (웃음) 그런데 지금 기자로서 일을 하고 계시고 매일 출근을 하시는데, 출근을 안 하는 사람도 열한 자리의 밥과 물을 챙겨주는 건 보통 일이 아니잖아요. 시간대도 밤에 가야 될 때도 있고 등등등 신경 써야 될 게 많고, 지금은 2월이라 너무 추울 때란 말입니다. 건강은 괜찮으신가요? 

박소영 : 최근에 눈 많이 왔을 때 너무 힘들었어요. 

김하나 : 눈이 원망스러우셨겠어요.

박소영 : 네. 제 동생이 프리랜서라 시간을 자유롭게 쓰니까 낮에 챙길 수 있는 밥자리들은 동생이 미리 해놓거든요. 그리고 제가 퇴근을 하면 같이 움직이는데. 눈이 너무 많이 오니까... 도로나 사람들이 많이 다니는 곳은 제설을 해주시잖아요. 그런데 제가 관리하는 자리는 보통 공원의 눈에 잘 안 띄는 자리나 산 안에 있는 자리가 많아서 눈이 그대로 다 쌓이는 거죠. 그래서 ‘고양이들이 아침에 밥을 먹으러 오려고 하면 꽝꽝 얼어서 발을 디딜 때 너무 발이 시릴 것 같은데 어떡하지?’ 하다가 동생이랑 직접 제설을 했어요. 급식소까지 가는 길을. 

김하나 : 아, 길 내기.

박소영 : 길을 냈죠. 눈을 옆으로 밀어서 통로를 내주고 이쪽으로 걸어올 수 있게 만들어주고. 그런데 안타까운 건 다음날 가보니까 고양이들이 만들어놓은 길로 거의 안 가고 옆에 발자국을 많이 찍어놨더라고요. (웃음) 어쨌든 매일 밤에 길을 내고 급식소 주변 청소하느라 너무 힘들었어요. 

김하나 : 너무 힘들죠. 자기 집 앞 치우기만 해도 얼마나 힘든데, 고양이들을 위해 길을 내가며 밥자리를 챙기면 당연히 힘들죠. 

박소영 : 폭설이 왔던 첫날은 사실 되게 외로웠던 게, 동생이랑 그렇게 하고 집에 오니까 거의 1시가 다 된 거예요. 한 군데를 챙기는 데 그렇게 오랜 시간이 안 걸리는데 눈을 다 치우고 닦고 정리하고 하다 보니까, 그리고 심지어 그 날은 차를 못 가지고 갔잖아요. 급식소가 거리가 조금 있어서 운전해서 다니는데 그때는 차가 움직일 수 없는 상황이라 걸어서 다녀오느라 집에 오니까 1시 정도가 됐는데, 그 다음날 많은 분들이 눈이 와서 너무 예쁘다고 하니까 ‘이 외로움을 누구랑 공유해야 되는데, 이걸 알아주는 사람이 없구나’ 하고 되게 씁쓸한 마음이 들었었죠. (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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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리는 일
살리는 일
박소영 저
무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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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임나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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