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샤이니라는 답: 샤이니 ‘Don’t Call Me’
샤이니 정규 7집 ‘Don’t Call Me’
긴 세월을 돌아, 샤이니는 샤이니라는 답을 찾았다. (2021.02.24)
가요계에는 오랫동안 떠돈 통념이 하나 있다. 이제는 케이팝이라는 그럴싸한 단어로 갈음된 아이돌은 그저 기획사의 힘으로 만들어진 꼭두각시에 불과하다는 말이다. 우선 가수가 변했다. 오랜 연습으로 인간의 한계를 초월한 압도적인 무대를 보여주거나 채워지지 않는 인정욕구에 굳이 스스로 곡을 쓰겠다는 이들마저 꾸준히 늘어났지만 한 번 자리 잡은 고정관념은 좀처럼 움직이지 않았다. 다음은 팬이 변했다. 다양한 국적과 연령대의 팬덤이 생기고, 젊고 아름다운 이의 한 철에 대한 동경을 넘어 그들의 노래와 무대, 복합적인 세계관과 때로는 삶의 방향성까지 꼼꼼하게 둘러보는 이들이 늘어났지만, 세상의 시선은 여전했다. 아이돌은 허수아비야.
2년 반 만에 발표된 샤이니의 일곱 번째 정규 앨범 <Don’t Call Me>는 아직도 단단히 똬리를 틀고 앉은 그 오해의 빗장에 열쇠를 들고 부드럽게 접근한다. ‘물론 그렇게 생각할 수도 있지. 하지만 이런 건 어때?’ 멤버들의 군 복무로 생긴 공백기, 요란스레 나타났다가 소리 없이 사라져버린 수많은 선배와 후배들, 이제는 없는 동료. 세월에 기대 어쩔 수 없었다고 말하기에는 결코 쉽지 않았던 굴곡 끝에 탄생한 앨범은 우리가 흔히 ‘샤이니스럽다’고 이야기하는 소리와 이미지의 원천을 놀랍도록 그 모습 그대로 그려낸다. 올해로 데뷔 14년 차, 중견을 넘어 장수 그룹으로서의 준비를 서서히 시작하는 단계에 선 그룹으로서는 이례적일 정도로 곧은 행보다.
앨범은 그저 샤이니다. SM을 대표하는 프로듀서 켄지의 지휘 아래 강렬한 존재감을 발휘하는 ‘Don’t Call Me’가 다소 낯선 이도 있겠지만, 샤이니는 일찍이 ‘Lucifer’, ‘Ring Ding Dong’, ‘아.미.고 (Amigo)’ 같은 극악한 난이도의 SMP를 여유 있게 극복한 전적이 있는 그룹이다. 단지 힘과 체력으로 이겨내는 게 아닌 연륜으로 다져진 여유가 자연스레 묻어나는 타이틀곡을 지나고 나면 우리가 기억하는 샤이니스러움이 넓게 펴 발린 트랙들이 연이어 등장한다.
다소 심각한 분위기의 ‘Don’t Call Me’로 나도 모르게 찡그려졌던 미간은 곧바로 이어지는 펑키하고 스트레이트한 댄스 넘버 ‘Heart Attack’으로 단번에 펴진다. 네 번째와 다섯 번째 트랙에 자리한 ‘CØDE’와 ‘I Really Want You’는 단연코 지금까지 다양한 색깔의 타이틀곡에 도전하면서도 샤이니다운 묵직하면서도 청량한 민트 빛을 잃지 않게 만들어준 수록곡 명곡들의 뒤를 잇는 연타다. 중독성 있는 기타 리프가 돋보이는 ‘Kiss Kiss’를 지나 천천히 속도를 늦추는 앨범은 깊은 텅 빈 공간감을 극대화한 풍부한 사운드의 팝 발라드 ‘빈칸’으로 마무리된다. 앨범이 진행되는 동안, 샤이니 말고는 도무지 다른 단어가 떠오르지 않는다.
요컨대 <Don’t Call Me>는 샤이니라는 그룹의 정체성을 우리가 알고 있는 케이팝 앨범이라는 형태로 만들어 낸 결과물이다. 이것은 단순히 춤과 노래 등 멤버들의 능력치가 높다거나, 데뷔부터 이어져 온 스트리트 무드의 의상과 헤어 메이크업이 변하지 않았다거나, 또는 요즘 흔히들 이야기하듯 ‘장르가 샤이니’라는 말과는 궤를 달리한다. 관건은 14년의 세월과 그를 충실히 채워온 샤이니라는 세계를 위해 모였던 수많은 이들과 고민과 노력이다. 강렬하지만 끈적하지 않은, 맑지만 가볍지 않은, 패셔너블 하지만 절대 음악을 잊지 않은 시간이 지금의 ‘샤이니스러움’을 완성했다. 누구든 샤이니스러울 수 있지만, 샤이니일 수는 없다. 그 모두를 대중에게 최종적으로 전달해 온 멤버들의 역량이 무엇보다 중요했음은 굳이 여기에서 언급할 필요도 없을 것이다. ‘서둘던 계절을 지나/너라는 답을 찾은 나’ (‘빈칸’) 긴 세월을 돌아, 샤이니는 샤이니라는 답을 찾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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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중음악평론가. 한국대중음악상 선정위원. 케이팝부터 인디까지 다양한 음악에 대해 쓰고 이야기한다. <시사IN>, <씨네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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