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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몽을 스스로 종식시키다, 드림캐쳐의 미니 6집

드림캐쳐(Dreamcatcher) <Dystophia : Road to Utopi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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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들의 꼬리를 따라다니던 악몽을, 결국 스스로의 손으로 종식시킨 셈이다. 남은 것은 유토피아로 향하는 것뿐. (2021.02.17)


<Raid of Dream>(2019) 이후 새로운 방향 설정이 유효했음을 보여주는 작품이다. 흥미로운 스토리텔링과 록/메탈 장르 간의 과감한 결합. 이들은 현 시류 간 타협거부에 대한 대가를 콘텐츠의 완성도로 메워 놀라운 성과를 일구어냈다. 그럼에도 마냥 기뻐할 여유는 없었을 테다. 이런 비주류 행보에 어색해하는 이들을 새 지지층으로 포섭해야만 하는 시점이 다가오고 있었기 때문.

앞서 선보인 두 장의 디스토피아 시리즈는 어느 정도 해답을 제시한 결과물이었다. 타이틀인 ‘ Scream’ 과 ‘Boca’ 는 EDM 사운드를 적극 도입한 크로스오버로 트렌드와의 거리감을 좁혔으며, 기존의 강한 디스토션 넘버는 수록곡으로 배치해 밸런싱 조절의 나선 것. 새로운 무언가를 도입하는 대신, 본래 그룹의 음악에 있던 요소를 재배열해 구축한 명민함은 점수를 주기에 충분했다.

이번 미니앨범은 그러한 기조를 이어가되, ‘그것이 옳았다’ 는 자신감을 동반한다. 초반부터 강하게 치고 나가는 ‘Intro’ 가 그 예시로, 타이트하고 하드한 일렉트로니카 사운드가 자신들의 음악이 ‘ 구성요소/장르'보다는 ‘느낌/이미지’ 로 정착했음을 이르게도 알려주고 있는 것. 이어지는 타이틀 ‘ Odd eye’ 는 그간의 노하우를 통한 수준급의 융합을 보여준다. 전체적인 구성은 EDM을 따르되, 트랩 비트의 버스(verse)와 디스토션 기타 중심의 후렴이 무리 없이 조화되고 있다는 점. 공격적인 사운드를 무리 없이 맞받아치는 멤버들의 가창까지 더해지면 어디서도 비교 불가한 드림캐쳐 음악이 완성되는 셈이다.

바람아(Wind blows)’ 는 ‘Odd eye’ 와 유사한 궤적을 그리되, 소절에 따라 바뀌는 장르 구성을 보다 역동적으로 구사하고 있다는 점에 주목할 만하다. 그런가 하면 ‘시간의 틈(New days)’ 은 ‘록’ 이라는 장르에 보다 집중해 긍정적이고 활기차게 러닝타임을 마무리하는 트랙이다. 개인적으로는 초기 타이틀곡인 ‘You and I’ 나 ‘날아올라’ , ‘Chase me’ 과의 접점이 느껴지기도. 이어 중저음 위주의 칠한 일렉트로니카 음악을 표방하는 ‘Poison love’ 와 트로피컬 하우스를 적극 끌어와 아려한 정서를 곡 전반에 투영시키는 ‘4 Memory’ 까지. 다섯 트랙이라는 넓지 않은 바운더리에서 팀의 현재와 미래가 이상적으로 공존하고 있다는 점이 고무적이다.

강조하고 싶은 것은, 앞서 언급했듯 그간 구축해 온 정체성의 균열 없이 방향성의 재정립만으로 더욱 높은 곳으로의 항로를 그려냈다는 점이다. <Dystopia> 시리즈에서 그들이 전하는 음악적 심상은 분명 이전과는 다르지만, 생각해보면 그 요소들은 이전에 모두 경험한 것들이었다. ‘ Sleep-walking’ 이나 ‘ Trap’ 과 같은 곡들은 그 증거로 제시할 수 있는 대표적인 노래들일 터. 결국 전곡에 참여하며 조타수를 잡은 올라운더(Ollounder)와 리즈(LEEZ)에 대부분의 공을 돌릴 수밖에 없다. 장르에 대한 높은 이해도를 등에 업고 팀에게 꼭 들어맞는 독자적인 스타일을 주조해냈다는 점은, 결국 이 성공 서사에서 절대적인 부분일 터이기에.

정형화된 성공의 길만 좇느라 다양성은 도외시 되는 시대. 블루오션을 공략해 균열을 일으키는 그들의 등장과 활약은 참으로 반갑다. 더불어 이를 단순히 운으로 보는 시선은 경계했으면 한다. 성적 위주의 신에 매몰되지 않고 자신들만의 기획과 음악 세계를 끈기 있게 유지해 왔기에 맞이한 ‘ 필연적인 결과’ 이기도 하니 말이다. 이 작품은 그들의 성과를 가시화함과 동시에, ‘마니악함’ 에서 벗어나 ‘새로운 유형의 케이팝 그룹’ 을 정의하는 데에 있어 명확한 근거로 활용될 여지가 다분하다. 성과를 위해 장기적인 안목을 포기해야 하는 요즘. 치밀한 설계도면을 기반으로 유지해 온 고집과 꾸준함은 그 시대상에 반기를 든다. 자신들의 꼬리를 따라다니던 악몽을, 결국 스스로의 손으로 종식시킨 셈이다. 남은 것은 유토피아로 향하는 것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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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이즘

이즘(www.izm.co.kr)은 음악 평론가 임진모를 주축으로 운영되는 대중음악 웹진이다. 2001년 8월에 오픈한 이래로 매주 가요, 팝, 영화음악에 대한 리뷰를 게재해 오고 있다. 초기에는 한국의 ‘올뮤직가이드’를 목표로 데이터베이스 구축에 힘썼으나 지금은 인터뷰와 리뷰 중심의 웹진에 비중을 두고 있다. 풍부한 자료가 구비된 음악 라이브러리와 필자 개개인의 관점이 살아 있는 비평 사이트를 동시에 추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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