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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리호> 우주 배경의 오즈의 마법사?

넷플릭스를 달군 화제의 SF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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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영화도 이제 우주를 향해 본격적인 항해에 나섰다. 그중 <승리호>는 우주 배경의 첫 궤도에 오른 작품이다. (2021.02.10)

영화 <승리호>의 한 장면

2021년 한국영화계의 주목할만한 키워드는 ‘우주’다. 곧 촬영에 들어가는 김용화 감독의 <더 문>, 정우성이 제작자로 참여한 넷플릭스 드라마 <고요의 바다>, 시나리오 전면 수정에 들어간 것으로 알려진 윤제균 감독의 <귀환> 등 2~3년 전부터 우주 영화 기획 붐이 일면서 그 결과물이 올해부터 차례로 모습을 드러낸다. 첫 주자가 조성희 감독의 <승리호>다. 

제목의 ‘승리호’는 청소선이다. 우주 쓰레기를 모아 돈을 벌려는 이들이 탑승했다. 위기 상황이 닥쳐도 침착함을 잃지 않는 장 선장(김태리)이 리더격이다. 명령을 따르는 팀원은 없다. 팀원이라는 개념도 없어 보인다. 조종사 태호(김태호)는 돈을 버는 일이면 단독으로 출정하기를, 엔진실의 터줏대감 타이거 박(진선규)은 수틀리면 동료에게 도끼를 들어 위협하기를, 로봇 업동(유해진)은 인간 외피를 얻으려고 동료의 돈을 ‘꿀꺽’하기를 서슴지 않는다.

손발이 안 맞다 보니 쓰레기를 모을수록 돈이 모이기는커녕 벌금만 쌓인다. 건수 없나 하던 중 아이의 형태를 한 수소폭탄 로봇 도로시(박예린)가 손에 들어온다. 테러조직 검은여우단이 훔쳤다 잃어버린 폭탄이라고 뉴스를 접한 승리호 4인방은 큰돈이 될 거라 생각해 협상을 시도한다. 쉽게 끝날 줄 알았는데 오염된 지구 바깥에 선택받은 이들의 낙원을 건설한 우주 대기업 UTS의 수장 제임스 설리번(리처드 아미티지)이 가세하면서 상황이 복잡해진다. 

요약한 줄거리는 인물 소개 및 본격적인 사건 돌입 전까지의 배경 설명에 가깝다. 이후에 펼쳐지는 이야기는 좀 더 복잡한 양상을 띤다. 이를 견인하는 건 태호의 전사(前史)다. 여기에 자세히 서술할 생각은 없고 이 정도는 밝히고 싶다. 태호는 잃어버린 가족을 찾아 ‘무지개 너머 저 높이 어딘가 Somewhere over the rainbow way up high’, 그러니까 광활한 우주를 헤매고 있다. 

‘오버 더 레인보우’를 인용한 이유는 <승리호>가 이 노래를 주제곡으로 채택한 <오즈의 마법사>(1939)를 서브플롯으로 숨겨 두고 조성희의 관심사를 반영해서다. <승리호> 공개 후 <스타워즈> 시리즈의 스페이스 오페라 장르, <블레이드 러너>(1982)의 공간 컨셉, <얼터드 카본>(2018)의 액션 아트, <엘리시움>(2013) 식의 유토피아 설정 등 논의가 볼거리 차원의 비교에 집중되면서 정작 조성희의 주제 의식은 지워진 인상이다. 

조성희의 영화는 시기를 특정하지 않지만, 일관되게 야만과 탐욕의 시대를 배경으로 한다. 개선의 여지가 없는 어른의 세계에서 위험에 노출된 순수의 가치는 조성희의 영화에서 ‘동심을 잃지 않은’ 주인공의 아이 지키기의 형태로 나타난다. <탐정 홍길동: 사라진 마을>(2016)의 홍길동(이제훈)만 하더라도 어머니를 죽인 원수를 찾아 나섰다가 원수가 남긴 두 손녀를 악의 손길에서 지켜내는 데 자신이 가진 능력을 쏟아붓는다. 


영화 <승리호> 공식 포스터

<승리호> 또한 요약하자면 검은 마음의 어른들로부터 도로시를 지켜내는 이야기다. 미소년에 가까운 홍길동 역할은 태호가 이어받았다. 이를 연기한 송중기는 조성희의 <늑대소년>(2012)에서 주인 모시듯 사랑하는 소녀의 ‘기다려’ 한마디에 50년 가까이 그 자리를 지킨, 겉은 늑대여도 속은 순수한 소년인 ‘늑대소년’을 맡은 적이 있다. 조성희의 페르소나라 할 만한 송중기는 <승리호>에서도 우주를 누비는 무시무시한(?) 무법자 타이틀과 다르게 아이를 향한 애정을 곱상한 외모로 갈음하며 자신의 모든 걸 걸고 도로시를 지킨다. 

좀 더 스포일러 하자면, 태호는 생사도 모른 채 우주 어딘가를 헤매는 딸의 모습을 도로시에게 투영한다. 딸의 행방을 알지 못해 어쩌지 못하고 속으로만 애태우는 태호는 <오즈의 마법사>로 치면 ‘허수아비’다. 겉보기와 다르게 순수한 구석이 있는 타이거 박은 ‘겁쟁이 사자’를, 인간의 모습을 원하는 업동이는 심장이 절실한 ‘양철 나무꾼’을 연상하게 하는 <승리호>의 인물 구성은 도로시의 여정에 동참하는 친구들의 면면을 반영한다. 이들이 찾아가는 에메랄드 시의 위대한 마법사 오즈는 UTD 낙원을 건설하고 신적인 존재로 추앙받는 제임스 설리번일 터. 

<오즈의 마법사>에 익숙한 이들에게 제임스 설리번의 정체와 승리호의 인물들과 대립하는 구도, 그 결과로써 주인공들이 새롭게 대체 가족을 꾸리는 결말을 예측하는 건 어렵지 않다. 그 결과로 ‘행복하게 잘 살았대요’ 식으로 제시되는 영화의 에필로그는 환상 동화의 느낌이 물씬하다. 조성희에게 장르는 볼거리이면서 갈수록 도를 더해가는 야만과 탐욕의 규모다. 어린 남매가 괴한에 맞서는 단편 <남매의 집>(2008)의 배경은 반지하 방이었다. <짐승의 끝>(2010) <늑대소년> <탐정 홍길동>의 지상에 이어 이제 우주까지 왔다. 

점점 커지는 스케일 가운데서도 조성희는 갈수록 힘들어지는 아이 보호와 아이와 눈높이를 맞추는 좋은 어른 되기의 덕목을 동화의 가치로 담아 각종 장르와 접목한다. 그렇게 조성희의 필모그래프를 훑다 보면 ‘무지개 너머 저 높이 어딘가’ 감독이 꿈꿔 온 세계로 향하는 영화의 여정인 것만 같다. 한국 영화도 이제 우주를 향해 본격적인 항해에 나섰다. 그중 <승리호>는 우주 배경의 첫 궤도에 오른 작품이다. SNS의 타임라인에 넘쳐나는 호와 불호의 평가에서 이 영화와 해당 장르를 향한 기대치가 그대로 드러난다. 이 정도면 나쁘지 않은 출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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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허남웅(영화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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