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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식 스토리텔러 오후 작가 “우리가 미신에 빠지는 이유”

『믿습니까? 믿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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믿음을 기반으로 이뤄지는 수많은 일이 결국은 인간이 세상을 이해하려는 노력이 아닌가 싶어요. 자신이 이해할 수 있는 방식으로요. (2021.02.04)


‘당신은 어떤 미신을 믿나요?’라는 질문이 어색하다면, ‘나는 미신 따윈 믿지 않는다’고 생각하는 사람이라면 지식 스토리텔러 오후(Ohoo) 작가의 새 책 『믿습니까? 믿습니다!』를 읽어보자. 마지막 장을 덮으면 알게 된다. 세상에는 미신을 믿는 사람과 믿지 않는 사람이 아닌 서로 다른 미신을 믿는 사람만 존재한다는 것을. 

『믿습니까? 믿습니다!』는 별자리, 손금, 사주, 종교, 사상 등 인류와 함께해 온 미신의 역사를 소개하는 책이다. 개인의 호오, 과학적 타당성과 관계없이 미신은 인류와 함께 존재(367쪽)해 왔다. 시대가 변하고 과학이 발전해도 미신이 사라지지 않는 이유는 무엇일까. 오후 작가를 만나 ‘근거 없는 믿음’을 뜻하는 미신을 화두로 이야기를 나눴다. 90분가량 진행한 인터뷰에서 가장 많이 등장한 단어는 솔직함과 재미. ‘같은 이야기도 재미있게 하는 작가’, ‘작가님 진짜 웃겨요’라는 독자들의 평은 과언이 아니었다. 

특정한 행동이나 사물이 어떤 초자연적인 힘과 연결되어 있으며 그것을 지킴으로써 행운이 온다고 믿으면, 우리는 미래를 어느 정도 통제할 수 있다는 느낌을 갖는다. 그래서 미신을 적당히 믿으면 긍정적인 태도가 생기고 고민을 덜 하며 세상을 살아갈 수 있다. (341쪽)



맹목적 믿음을 가진 사람들을 이해해 보려고 쓴 책 

숫자 4가 재수 없다는 미신을 독자들이 박멸해 주길 바라면서 미신 관련 책을 네 번째로 내고 싶었다고요. 

구체적으로 계획을 세운 건 아니고요. 막연하게 그러면 좋겠다 싶었어요. 다행히 시기가 맞아서 네 번째에 나올 수 있었고요. 

미신 이야기를 써야겠다고 생각한 계기가 있나요?

솔직히 특별한 스토리가 있는 건 아니에요. 『우리는 마약을 모른다』를 쓰고 나서 편집자가 다음 책도 같이 쓰자고 해서 어떤 이야기를 쓸지 고민하다가 제가 예전에 사주 관련 ‘썰’을 풀었던 걸 떠올리고 그런 걸 모아서 쓰면 재밌겠다 싶어서 썼어요. 

솔직하시네요. 그대로 써도 되나요? (웃음) 

물론이에요. 출판사에서 괜찮다면… (웃음) 굳이 이야기하면 지난 몇 년 동안 다른 사람들을 이해할 수 없을 때가 많았거든요. 그래서 그들을 이해해 보자는 취지도 있었어요. 

어떤 점을 이해할 수 없었나요? 

사람들의 광적인 믿음 있잖아요. 물론 당사자는 광적이라고 생각하지 않지만요. 이를테면 종교나 사상에 대한 믿음 같은 건데 특히 요즘에는 정치 이슈에도 민감한 사람이 많잖아요. 그게 무엇이든 자기편에 대한 옹호가 심한 사람들을 보면서 합리적이지 않다고 느꼈고, ‘다른 주제로 이야기하면 잘 맞는데 왜 유독 자신이 꽂힌 부분에 대해서는 말이 안 통하지?’라고 생각하는 순간이 있었어요. 그런 사람들을 이해해 보고자 썼고요. 그런데 ‘아, 이건 다른 거구나’라고 그냥 받아들였죠. 

이해할 수 없다는 사실을 받아들이고 끝난 건가요. (웃음) 

맞아요. 이해할 수 없고 우리는 계속 이럴 거라는 사실만요. (웃음) 각자 믿음 체계가 다르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여러 미신 중에서 종교, 사상, 별자리 등을 소개했는데요. 어떤 기준으로 선정했나요?  

재밌다고 생각하는 걸 썼어요. 제가 재미있어야 다른 사람도 재밌게 읽을 수 있다고 생각하거든요. 그런데 맥락이 있어야 하잖아요. 나열하기만 할 수는 없으니까 뒤에는 사람들이 관심 있어 하고,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들을 다뤘죠. 한 마디로 제가 하고 싶은 이야기를 쓴 다음에 하나의 맥락으로 엮기 위해서 중요한 것들을 끼워 넣었어요. 너무 솔직한가요? 

작가님이 괜찮으시다면요. (웃음)

괜찮습니다. (웃음) 별자리 이야기가 재미있을 것 같아서 앞부분에 넣었어요. 그다음으로 미신을 믿는 사람들의 심리, 언제부터 미신을 믿기 시작했는지도 이야기하면 재밌겠더라고요. 과거의 미신이 현대에 어떻게 적용되는지도 궁금했고요. 사실 현재를 말하려고 과거 이야기하는 거잖아요. ‘과거에 만들어진 미신 중에서 지금 적용되는 게 뭘까?’하고 생각하다가 종교나 사상을 포함했죠. 

농경이 인류 최대 미신이라는 이야기가 신선했어요. 만약 우리 조상이 농경이 아닌 다른 미신을 선택했다면 인류는 얼마나 달라졌을까요?

농경을 안 했으면 인류가 사라졌거나, 있다 해도 지금처럼 지배적인 종족이 되기는 어렵지 않았을까요? 농경을 안 하면 집단 생활하기 어려우니까 문명을 만들기 힘들었겠죠. 호모 사피엔스 이전에도 호모 종이 있었다고 하는데 그들도 다 죽었잖아요. 우리도 그랬을 수도 있고요. 농경이 인류 최대의 미신이라는 이야기를 가장 앞에 배치한 이유가 있는데요. 시대순이기도 하지만, 미신이 꼭 나쁜 건 아니라는 말을 하고 싶었어요. 인류와 미신은 떼려야 뗄 수 없기도 하고요. 

다 계획이 있었군요. (웃음) 작가님의 기획력이 엿보이는 것 같아요. 

일단 제가 봤을 때 재밌어야 하니까요. 종종 하는 생각이 있는데요. 새로운 독자들이 제 책을 사주는 것도 좋지만, 저를 예전부터 알고 있던 독자들이 책을 사주는 게 더 좋아요. 그래서 그분들이 실망하지 않을 만한 책을 만들고 싶어요. 아무리 생각해도 사람들이 전체적으로 제 책을 많이 안 사는 것보다 제 책을 좋아하던 독자들이 “오후 작가 책 이제 재미없다”라고 하는 게 더 슬플 것 같아요. 



작가로서 캐릭터를 구축하려고 노력해요

얼굴 없는 작가가 되고 싶으셨다고요.

꼭 그래야겠다는 건 아니었고요. 막연하게 그러면 좋겠다 싶었죠. 개인사와 구분할 수도 있고 좋잖아요. 원래 하는 일마다 이름을 다르게 쓰는 경향이 있거든요. 그래서 새로운 일을 할 때마다 부캐를 만들면 좋겠다 싶었죠. 책만 보고는 작가가 남자인 여자인지 모르게 하고 싶기도 했는데 이제 다 물 건너갔어요. (웃음)

‘오후(Ohoo)’라는 필명의 뜻도 궁금해요. 아무리 찾아도 나오지 않더라고요.

못 찾으신 이유가 있어요. 아무런 뜻이 없거든요. 첫 번째 책 내면서 만들었는데 어감이 좋은데 특별한 의미가 없는 단어를 쓰고 싶었어요. ‘Oho’가 중간에 들어간 단어가 필기체로 쓰여 있는 걸 봤는데 느낌이 좋더라고요. 나른하고 편한 느낌이었어요.

직장인으로 일하면서 어떻게 글을 쓰게 됐나요?

예전에 방송국에서 작가 생활을 짧게 했어요. 영화 연출을 전공하고 영화 제작 현장에 있다가 방송국 작가가 돼서 시사, 교양 프로그램에서 일했는데요. 거의 막내 생활만 하다 관뒀어요. 그러다 서울시에서 하는 인터넷 방송을 만들었고요. 이 과정에서 자료 조사를 많이 했는데 조사한 내용을 버리려니 아깝더라고요. 

조사한 자료를 바탕으로 책을 쓰신 거군요. 

혼자 일하는 게 좋으니까 책을 써야겠다 싶었죠. 그런데 출판사에서 책을 다 내주는 건 아니잖아요. 그래서 무슨 책을 쓰면 출판사에서 내줄까 고민하다 마약에 관한 책을 써야겠다 했죠. 마약  관련 책이라면 내가 누군지 상관없이 내줄 것 같아서 시도했는데 성공했죠.

그렇게 나온 게 첫 책 『우리는 마약을 모른다』죠? 

맞아요. 그 책이 구어체로 쓰였는데요. 실제로 제가 말하려고 쓴 글이어서 그래요. 투고하면서 다시 쓴 게 아니라 써놓은 걸 정리만 해서 드렸거든요. 되면 되는 거고, 아니면 어쩔 수 없지 하는 생각으로요. 원래 돈이 안 되는데 미리 하지 말자는 주의예요. (웃음) 계약하기 전에는 쓰지 않는다는 주의여서 약간 편집만 해서 드렸어요. 지금 보면 약간 오그라드는 부분이 있죠. 구어체로 쓰여서요. 

작가님의 글이 재미있어서 좋다는 후기가 많더라고요. 혹시 원고 쓸 때 재밌게 써야 한다는 강박이나 부담은 없나요?

작가라면 당연히 있지 않을까요? 꼭 그게 웃겨야 한다는 건 아니고요. 재미있다는 게 웃길 때만 쓰는 표현은 아니잖아요. 우리가 “그 영화 재밌어?”라고 물어볼 때 단순히 그 영화가 웃기냐고 물어보는 게 아닌 것처럼요. 누가 제 책을 두고 “그 책 재밌어?”라고 물어보면 “볼만해”라는 말을 할 수 있을 정도로는 써야겠다고 생각해요. 

추천사도 재미있어요. 명리학자와 과학 전문기자의 추천사가 하나씩 있는데 이것도 기획한 건가요? 

그럼요. 책 쓰기 전부터 두 분한테 받고 싶었어요. 강헌 선생님은 음악 평론가인데 명리학을 공부하셨어요. 제가 강헌 선생님께 명리학을 배웠거든요. 그래서 꼭 추천사를 받고 싶었고, 『우리는 마약을 모른다』를 쓰면서 강양구 기자님을 알게 됐는데 과학 전문기자니까 받으면 좋겠다 싶었죠. 추천사를 요청할 때도 고심하는 편인데요. 다음에 나오는 책이 연애에 관한 책인데 추천사를 전 여친한테 받아볼까 생각 중이에요. (웃음)  

재밌네요. 전무후무한 추천사가 아닐까 싶은데…벌써 요청하신 건 아니죠?

네. 아직이요. 출판사에 물어보고 가능하다고 하면요. (웃음)

명리학은 왜 배웠나요?

강헌 선생님이 좋아서 배웠어요. 예전에 ‘전복과 반전의 순간’이라는 온라인 강연을 하셨는데 정말 좋았어요. 그래서 다음에 강헌 선생님 오프라인 강연이 있으면 꼭 가야겠다 싶었는데 그다음 강연 내용이 명리학이었어요. 그래서 배운 거예요. 물론 배워보고 싶은 마음도 조금은 있었겠죠. 그런데 강헌 선생님이 아니었으면 안 배웠을 가능성이 커요. 

그런데 사주는 믿지 않는다고요. 

믿지는 않는데 다른 사람이 사주 봐달라고 하면 진지하게 봐줘요.

강헌 선생님 강의의 무엇이 좋았는지 궁금해요. 

음악사에서 장르가 바뀌는 역사적인 순간, 전환되는 시기를 다룬 강연이었는데 일단 재미있었어요. 지금 생각해 보면 제 글쓰기가 그런 방식을 흉내 내는 것 같기도 하고요. 그리고 사실 강헌 선생님은 무엇을 해도 재밌어요. 원래 발화자가 중요하잖아요. 그래서 저도 글을 쓰면서 주제에 구애받기보다는 캐릭터를 구축하려고 노력해요. ‘내 팬을 만들겠어’라는 건 아니지만, 그래야 보는 사람이 재밌겠다는 생각이 들어서요. 



미신을 없애는 건 불가능해요

모든 미신은 시대적 특성을 가진다고요. 최근에 MBTI가 이른바 ‘핫’했잖아요. 미신으로서의 MBTI는 어떤 시대적 특성을 반영한다고 보세요?

글쎄요. 인터넷이 발달해서 아닐까요. 잘 모르겠어요. (웃음) 다른 미신보다 그럴듯해 보이는 이유를 추측하자면 과학적으로 보여서 아닐까 싶고요. 결과가 16개이고 그래서 개별적 특성을 잘 보여주는 것처럼 느껴지잖아요. 그리고 나쁜 말이 없어요. 이게 중요한데요. 나쁜 소리를 안 하지만 입바른 칭찬 같지도 않은 거죠. MBTI가 그 지점에 있다는 생각이 들어요. 점쟁이들도 다 좋은 말을 해주는데 그걸 어떻게, 얼마나 리얼하게 해주느냐가 관건이잖아요. 

사랑, 연애에 비유한 대목도 꽤 있었어요. 사랑과 연애도 근거 없는 믿음이라는 측면에서 미신이라고 할 수 있지 않나 싶더라고요. 

그렇죠. 저도 연애할 때 몰입하는 편인데 사실 연애는 정말 이상한 거예요. 특히 여성들의 경우는 더 그런데요. 인류 역사상 여성을 가장 많이 죽인 사람은 여성들의 남성 파트너였거든요. 그런데도 많은 여성이 남성과 연애하잖아요. 많은 위험을 무릅쓰고요.  

사랑과 연애까지 미신에 포함한다면 인간은 미신 없이 살 수 없다는 명제가 더욱 사실이 되는 것 같네요. (웃음)  

미신도 그렇지만 책을 쓰는 일도 개별적인 사건을 묶어서 그럴듯한 이야기로 만드는 거잖아요. 이런 것들이 다 인간이 세상을 이해하려는 노력이 아닌가 싶어요. 자신이 이해할 수 있는 방식으로요. 특히 소설이 그런 것 같은데요. 현실에서는 모든 일이 파편적으로 일어나는데 소설에서는 개별 사건이 연결되고, 복선이 되기도 하잖아요. 지나고 나면 과거의 일이 소설처럼 느껴지기도 하고요. 

본능적으로 개연성을 찾고, 부여한다는 말인가요?

네. 그런데 개연성 없거든요. 그렇게 안 했어도 일어날 일일 수도 있는데 이유를 찾아서 연결하는 경향이 다 있는 것 같아요. 그렇게 하면 심리적으로 편해지는 것도 있고 자신의 미래를 어느 정도 예상할 수 있으니까 그렇겠죠. 

그런 이유로 ‘미신’도 만들어지고 현재까지 존재하는 거고요?

맞아요. 그런 의미에서 기본적으로 우리는 미신 믿을 준비가 되어 있다고 생각하는데요. 현실에는 설명할 수 없는 일들이 많잖아요. 정보는 다 공개되지 않고, 정말 우연히 일어나는 일들도 있고요. 그런데 방법이 없는 거죠. 이런 것들을 다 이해할 방법이요. 반대로 음모론을 보면 아주 완벽하죠. ‘이런 이유로 지금의 일이 일어난 거야’라고 모든 걸 설명해요. 현실에 있는 빈틈이 음모론에는 없는 거예요.



책을 읽으면서 인간이 모든 미신에서 완전히 자유로운 건 불가능하겠다 싶었어요. 

미신을 어떻게 정의하느냐에 따라 다르겠지만, 세상에 ‘믿음’이 아닌 게 별로 없는 것 같아요. 돈, 약속 이런 것도 다 믿음이잖아요. 어떻게 보면 믿음이라는 체계가 있어서 인간 사회가 유지된다고 생각하고요. 그래서 사상이든 종교든 믿음 체계가 필요하지 않나 싶은데요. 이런 맥락에서 미신을 이해하면 인간 사회에서 미신을 없애는 건 불가능하다고 생각해요. 적어도 제가 죽을 때까지는 안 없어질 것 같아요. (웃음)


 


*오후 (ohoo)

낮에는 노동을 하고 밤에는 글을 쓴다. 글을 쓰는 것도 노동이므로 결국 하루 종일 일을 하는 셈. 주 40시간 노동이 목표지만 한동안 이뤄질 것 같지 않다. 어떤 권위에도 휘둘리지 않는 삶을 살아가려 노력하지만, 사랑에는 언제나 보호장치 없이 휘청이며 힘겹게 버티고 있다. 뜨거운 욕조에서 차가운 아이스크림 먹기, 와인 코르크 따기, 키스하기 직전의 설렘, 커튼 사이로 스며드는 오후의 햇살, 연인과 함께 맞는 휴일 아침을 좋아한다. 물론 대부분 시간은 골방에서 영화를 보며 지낸다.



믿습니까? 믿습니다!
믿습니까? 믿습니다!
오후 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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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최진영

'이야기하면 견딜 수 있다'는 말을 좋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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