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색

뿌리 깊이 박힌 나그네 정서, 김일두의 새 계절

김일두 < 새 계 절 >

  • 페이스북
  • 트위터
  • 복사

'새 계 절' 이라는 타이틀로 풀밴드 사운드로 편곡되었다. 이번 앨범은 따뜻하고 익숙한 가요의 그리움이다. (2021.02.03)


지금 우리는 '친절한' 음악에 익숙하다. 손가락이 지배하는 스트리밍 서비스에 맞춰 3분을 넘기지 않는 러닝 타임, 사운드 극 초반에 선곡 유무를 결정할 수 있는 디자인과 관련한다. 게다가 주지하듯 코로나 블루에 잠긴 사회를 고려하여 고요한 위로를 속삭이거나 쾌락을 선사하는 콘텐츠가 기하급수적 증가세를 보인다. 다수의 음악은 최대한 대중의 심기를 거스르지 않으려는 착한 심성을 지녔다.

김일두의 음악은 반면 심기를 거스른다. 가사를 음미하자니 휘갈긴 시의 언어가 이해를 거부하고, 쇳가루를 덕지덕지 묻힌 사포 같은 목소리는 고독함을 듣는 이의 몫으로 돌린다. 오직 보컬과 통기타로 추상 표현주의를 악상으로 옮긴 영혼 시리즈 3부작, 의식과 무의식의 경계를 흐리는 <꿈 속 꿈>. 그곳에서 우리는 쉽게 타협을 논하지 않는 김일두를 보았다.

그랬던 그가 몸을 들썩이게 하는 음악을 들고 왔다. 영혼과 꿈이라는 무체에서 벗어나 삶과 직접적으로 맞닿아 있는 열두 달을 주제로 잡았기 때문일까. 좀 다르다. 여태껏 보여준 음악 중 멜로디가 가장 명징하다. '가깝고도 머언', '마음에 쓰는 편지'와 이어지는 '투명한 너'는 그에게서 보기 드문 풀밴드를 선보이며 복고 흐름을 적극 수용한다. 특히 '가깝고도 머언'의 브라스 사운드를 타고 연신 흐르는 '괜찮아'가 낭만으로 풀어지는 것이 쾌감으로 귀결된다.

아날로그 신시사이저가 영롱하게 일렁이는 '마음에 쓰는 편지'와 '투명한 너'를 지나면 나머지는 모두 일전에 발매한 곡을 다시금 매만진 것들이다. 여전히 매끈하다고 할 수 없는, 독하게 우려낸 원시성은 남아있으나 일종의 '거리 좁히기'를 선택한 모양이다. 기타 스트로크만이 배경이 되었던 '머무르는 별빛'과 '사랑의 환영'에 무드를 더해 부피를 채운 것, 그로 인해 유영하는 메시지와 깊은 울림이 부담 없이 가슴에 내려앉게 되었다는 점에서 새로운 시도는 성공이다.

대표곡 '문제 없어요'의 감흥이 덜 하다는 아쉬움만 있을 뿐, 앨범에 흠이란 없다. 이전에는 아티스트의 세계를 들여다볼 수 있는 문의 두께가 두터웠다면, <새 계 절>은 그가 주조한 일 년 속으로 우리를 인도하여 명확한 전달을 꾀한다. 이 와중에 특유의 나그네 정서가 뿌리 깊이 박혀 있어 대중을 의식하여 친화를 택한 것보다는 장르의 변화를 통해 다각화된 면모를 선보이려는 노력으로 보인다. 그 때문에 역설적으로 김일두의 음악이 더없이 반갑게 다가온다.



추천기사





‘대한민국 No.1 문화웹진’ 예스24 채널예스  

이 기사가 마음에 드셨다면 아래 SNS 버튼을 눌러 추천해주세요.

독자 리뷰

(0개)

  • 독자 의견 이벤트

채널예스 독자 리뷰 혜택 안내

닫기

부분 인원 혜택 (YES포인트)
댓글왕 1 30,000원
우수 댓글상 11 10,000원
노력상 12 5,000원
 등록
더보기

글 | 이즘

이즘(www.izm.co.kr)은 음악 평론가 임진모를 주축으로 운영되는 대중음악 웹진이다. 2001년 8월에 오픈한 이래로 매주 가요, 팝, 영화음악에 대한 리뷰를 게재해 오고 있다. 초기에는 한국의 ‘올뮤직가이드’를 목표로 데이터베이스 구축에 힘썼으나 지금은 인터뷰와 리뷰 중심의 웹진에 비중을 두고 있다. 풍부한 자료가 구비된 음악 라이브러리와 필자 개개인의 관점이 살아 있는 비평 사이트를 동시에 추구하고 있다.

오늘의 책

예전에 하던 대로, 그냥 하면 안 된다

데이터 분석가 송길영은 “일상의 모든 행위에 의미와 욕망이 있다”고 전한다. 우리가 소셜 빅데이터를 주목해야 하는 이유다. 이 시기를 살아가는 사람들의 마음을 읽어봄으로써 이 다음 시기의 변화를 예측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 책은 지난 10년 간의 과거를 톺아보고, 미래를 그려본다.

소설가 황정은의 첫 에세이

소설가 황정은의 첫 에세이가 출간되었다. 『일기 日記』라는 제목처럼 작가의 어떤 날들의 기록을 담아냈다. 코로나19로 달라진 하루와 조카의 낙서에 대한 일상의 에피소드부터 차별과 혐오, 아동 학대, 그리고 세월호에 대한 마음까지. 반짝이는 문장들로 사랑과 위로를 건넨다.

철학자와 함께 현명하게 살기

이 책은 간결하고 명쾌하며 깊다. 우리가 일상에서 부딪칠 수 있는 관계, 심리, 정치, 경제 등 130여 개 문제에 관해 사상가들의 사유가 어떻게 도움이 될 수 있는지 설명했다. 끊어 읽어도, 한 번에 몰아서 읽어도 좋다. 철학은 삶에 강력한 무기가 될 수 있다.

뉴욕 할렘 배경의 매력적인 범죄극

『언더그라운드 레일로드』, 『니클의 소년들』로 퓰리처상을 두 번 수상한 작가 콜슨 화이트헤드의 장편소설. 『할렘 셔플』은 뉴욕 할렘을 배경으로, 평범한 가구 판매상이 강도 사건에 휘말리면서 범죄의 세계에 빠지는 과정을 그린다. 할렘에 거주했던 작가의 경험을 바탕으로 써낸 강력한 이야기

.

주목! 투데이 포커스


문화지원프로젝트
PYCHYESWEB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