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색

바다처럼 깊은 사랑에서 음악적 영감을 얻은 숀 멘데스

숀 멘데스(Shawn Mendes) <Wonder>

  • 페이스북
  • 트위터
  • 복사

현존 가장 잘나가는 젊은 팝스타 숀 멘데스의 네 번째 정규 음반은 바다처럼 깊은 사랑을 노래한다. (2021.01.20)


남자가 파도 속에 허우적댄다. 물속으로 가라앉지만 그의 얼굴에는 웃음기가 가득하다. 현존 가장 잘나가는 젊은 팝스타 숀 멘데스의 네 번째 정규 음반은 바다처럼 깊은 사랑을 노래한다. 상대에 대한 직접적인 언급은 없어도 그 근원을 예측하는 건 어렵지 않다. 지난 1년간 뜨거운 공개 연애의 주인공이자 여러 인터뷰에서 밝힌 대로 아티스트에게 가장 큰 음악적 영감이 되어준 연인 카밀라 카베요가 작품의 원천이다. 최근 넷플릭스를 통해 개봉한 다큐멘터리 <숀 멘데스 스토리>에서 이야기했듯, 하늘에 떠 있는 달처럼 미처 다 담지 못할 그녀에 대한 감정을 음반은 싣고자 한다.

일종의 콘셉트 앨범이다. 사랑의 균일한 주제 아래 다양한 일화를 엮어낸다. 그렇기에 그의 이전 곡들과 내용에 근본적인 차이는 없지만, 대상이 명확한 덕에 표현은 보다 입체적이다. 상대에게 빠진 순간을 전작의 'Nervous'식 상황 묘사로 그려낸 'Higher', 진지한 감정을 고백하는 프러포즈 송 '24 Hours', 복고적인 디스코로 섹스를 노골적으로 묘사한 'Teach me how to love' 등의 서사는 이전보다 유기적이고 대범하다. <Illuminate>의 시원한 고음과 <Shawn Mendes>의 간드러진 팔세토를 포용하고 기타맨의 이미지를 살린 'Can't imagine'으로 부드럽고 나른한 중저음을 소화하며 더욱 발전한 보컬 연기를 내비치는 것도 음반의 특기점이다.

감정의 크기를 대변하듯 프로덕션의 활동반경도 이전보다 넓다. 그의 오랜 동료이자 프로듀서인 스콧 해리스(Scott Harris)와 해리 스타일스(Harry Styles)의 <Fine Line>을 총괄한 작곡가 키드 하푼(Kid Harpoon)이 매만진 사운드는 그간 그 음악의 주축이었던 날렵한 기타의 경량화된 팝 작법 대신 한껏 덩치를 키운 외양을 그린다. 타이틀 'Wonder'는 대표적인 예다. 공간감 있는 백 보컬과 드럼을 가득 메워 교회 성가대 음악처럼 우람한 이 노래는 확실한 멜로디와 후렴에서 카랑하게 뻗는 하이톤이 더해져 안정적인 짜임새를 확보하고, 화사한 보컬을 겹겹이 쌓아 올린 'Dream'과 언뜻 퀸의 타격감이 겹쳐가는 'Look up at the stars'도 벅찬 사랑에 압도된 듯 웅장한 부피의 음향으로 행진한다.

이렇듯 한층 고풍스러워진 분위기가 음반의 콘셉트, 그리고 성인이 된 아티스트의 성장궤도와 잘 어울리지만, 한편으로는 덜 팝스럽게 들린다는 단점도 새긴다. 전체적으로 멜로디 감도가 높음에도 그의 입지를 공고히 했던 'If I can't have you'나 국내에서 잘 알려진 'There's nothing holdin' me back'만큼의 맵시 있는 킬링 트랙이 없다. 또한, 깊은 감정을 전달해야 할 노랫말이 중간중간 '현자가 말했어 / 어리석은 사람만이 서두른다고'나 '네가 없으면 새들도 노래를 멈춰'처럼 밋밋하고 어디서 많이 들어본 듯한 문장으로 채워질 때는 진한 인상 전달을 방해하기도 한다. 그 때문에 오랜 친구에 대한 그리움을 담은 'Call my friends'나 우상 저스틴 비버와 팝스타의 어두운 이면을 자기 고백적으로 풀어낸 'Monster'처럼 로맨스의 영역을 벗어나 개인의 고뇌를 털어놓은 노래가 오히려 흥미롭게 다가오며 작품의 신선도를 유지한다.

<Wonder>가 빌보드 앨범 차트에서 1위를 차지하며 숀은 네 장의 정규 음반을 정상에 올린 팝 음악 역사상 가장 젊은 남자 뮤지션이 됐다. 트위터의 바인(Vine) 속 노래 잘하는 소년에서 지금의 슈퍼스타에 이르기까지 숨 가쁘게 달려온 그는 본작에서 잠시 멈춰서 감정을 응시하고, 담담하게 낭만의 언어를 쌓아 올렸다. 뮤지션과 그의 뮤즈가 함께 호흡하는 음반. 서툰 면도 있지만, 숀 멘데스는 사랑의 힘을 등에 업고 성장하는 중이다.





추천기사





‘대한민국 No.1 문화웹진’ 예스24 채널예스  

이 기사가 마음에 드셨다면 아래 SNS 버튼을 눌러 추천해주세요.

독자 리뷰

(0개)

  • 독자 의견 이벤트

채널예스 독자 리뷰 혜택 안내

닫기

부분 인원 혜택 (YES포인트)
댓글왕 1 30,000원
우수 댓글상 11 10,000원
노력상 12 5,000원
 등록
더보기

글 | 이즘

이즘(www.izm.co.kr)은 음악 평론가 임진모를 주축으로 운영되는 대중음악 웹진이다. 2001년 8월에 오픈한 이래로 매주 가요, 팝, 영화음악에 대한 리뷰를 게재해 오고 있다. 초기에는 한국의 ‘올뮤직가이드’를 목표로 데이터베이스 구축에 힘썼으나 지금은 인터뷰와 리뷰 중심의 웹진에 비중을 두고 있다. 풍부한 자료가 구비된 음악 라이브러리와 필자 개개인의 관점이 살아 있는 비평 사이트를 동시에 추구하고 있다.

오늘의 책

수많은 사랑의 사건들에 관하여

청춘이란 단어와 가장 가까운 시인 이병률의 일곱번째 시집. 이번 신작은 ‘생의 암호’를 풀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인 사랑에 관한 단상이다. 언어화되기 전, 시제조차 결정할 수 없는 사랑의 사건을 감각적으로 풀어냈다. 아름답고 처연한 봄, 시인의 고백에 기대어 소란한 나의 마음을 살펴보시기를.

청춘의 거울, 정영욱의 단단한 위로

70만 독자의 마음을 해석해준 에세이스트 정영욱의 신작. 관계와 자존감에 대한 불안을 짚어내며 자신을 믿고 나아가는 것이 결국 현명한 선택임을 일깨운다. 청춘앓이를 겪고 있는 모든 이에게, 결국 해내면 그만이라는 마음을 전하는 작가의 문장들을 마주해보자.

내 마음을 좀먹는 질투를 날려 버려!

어린이가 지닌 마음의 힘을 믿는 유설화 작가의 <장갑 초등학교> 시리즈 신작! 장갑 초등학교에 새로 전학 온 발가락 양말! 야구 장갑은 운동을 좋아하는 발가락 양말에게 호감을 느끼지만, 호감은 곧 질투로 바뀌게 된다. 과연 야구 장갑은 질투심을 떨쳐 버리고, 발가락 양말과 친구가 될 수 있을까?

위기는 최고의 기회다!

『내일의 부』, 『부의 체인저』로 남다른 통찰과 새로운 투자 매뉴얼을 전한 조던 김장섭의 신간이다. 상승과 하락이 반복되며 찾아오는 위기와 기회를 중심으로 저자만의 새로운 투자 해법을 담았다. 위기를 극복하고 기회 삼아 부의 길로 들어서는 조던식 매뉴얼을 만나보자.


문화지원프로젝트
PYCHYESWEB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