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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석원 “감사하다는 말을 가장 많이 하는 작가가 되고 싶다”

『2인조』 이석원 작가 서면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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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직하기 위해, 저를 더 위해주고 사랑해주기 위해 매일 노력하고 있습니다. 지난 평생 동안 그러지 않아 왔기 때문에 몸에 배인 습관처럼 저를 사랑할 줄을 잘 모르기 때문에 그렇습니다. (2020.12.31)


누구에게나 평생을 따라붙는 목소리가 있다. 이것은 그만하자고, 저것을 시작해보자고, 무언가 잘못된 것 같다고, 네가 진짜 원하는 게 무엇이냐고, 끊임없이 말을 걸어오는 존재가 있다. ‘내 안의 또다른 나’라 불러도 좋고 ‘진짜 나’라고 이름 붙여도 좋다. 이석원 작가는 ‘2인조’라 말했다. “우리는 누구나 날 때부터 2인조”라고. 

한 팀을 이루었는데 서로 다른 방향으로 가고 있다면? 삐걱거릴 수밖에 없다. 마음이, 몸이, 삶이. 그런 시간이 작가에게도 찾아왔다. “내 안의 무언가가 과열되다 끝내 임계점을 넘어버려서 뭔가 아주 중요한 게 작동을 멈춰버린” 상태였다. 몸과 마음이 무너진 자신을 처음부터 다시 세워 올려야 했다. 25년 만에 다시 마음의 치료를 시작했고 ‘나’에게 계속 말을 걸었다. “그 어떤 순간에도 ‘나’보다 중요한 것은 있을 수 없다는 것”을 받아들이고 ‘나를 살리기 위한 지침’을 세우고 “의심 없이 몰두하고 권태 없이 지속적으로 좋아할 만한 일”을 찾아 나섰다. 그렇게 보낸 1년의 시간이 『2인조』에 담겼다. 

* 이 인터뷰는 서면으로 진행되었습니다. 

살기 위해 애쓴 시기였어요

지난 1년의 이야기가 담긴 책입니다. 작가님 스스로는 어떤 시기를 지나왔다고 생각하시는지, 그 시간들이 어떤 의미가 있었다고 생각하시는지 궁금합니다.

살기 위해 참 무던히도 애쓴 시기가 아니었나 싶습니다. 가까운 형님이 계시는데 그 분이 제게 언젠가 말씀하시길 자기는 석원 씨처럼 삶에 대한 의지가 강한 사람은 본적이 없다고 하신 적이 있는데... 마음속으로 죽고 싶다는 생각을 달고 살았던지라 듣는 저도 의아했고 제 주변 다른 사람들도 별로 공감하지 못한 말이었지만 이제 와서 생각해보면 그 분이 저도 모르는 제 무언가를 본 것 같아요. 한마디로 스스로 저의 생존 의지가 얼마나 강한지 확인했던 시기가 아니었나 합니다. 그만큼 삶에 대한 애착이 강한 사람이었던 것 같아요, 제가.

“우리는 모두 내 안에 또다른 나를 하나씩 갖고 있다”고 쓰셨어요. 『2인조』라는 제목에 담긴 의미를 짐작케 하는데요. 생각해 보면 내 안의 ‘나’가 말을 걸어올 때가 많은 것 같습니다. 그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면서 지난 1년을 보내지 않으셨을까 싶어요. 어떠셨나요?

안 그래도 평소에 혼잣말을 잘하는데, 거의 제가 저한테 말을 거는 식으로 대화를 하거든요. 그런데 지난 일 년은 그 대화를 거의 작정하고 한 느낌이었어요. 절 다그치고... 달래고... 도대체 왜 그러느냐 화도 내보고... 명백하게 스스로를 타자화해서 오가는 대화들이 신기하기도 하고 너무 자연스러워서 놀라기도 하고 그랬습니다.

‘나를 살리기 위한 지침 다섯 가지’를 정하셨는데, 아직까지 잘 지켜지고 있나요? 가장 잘 지키고 있는 것과 그렇지 못한 것은 무엇인지, 새롭게 추가 된 지침이 있는지 궁금합니다.

가장 안 되고 있는 것은 역시 마지막 ‘잘 쉬기-취미 생활을 갖기’입니다. 여전히 취미를 찾지 못했고 쉬는 시간이면 뭘 해야 할지 몰라서 헤매고 있어요. 그렇지만 다른 네 가지는 잘 지키고 있거나 지키도록 많이 노력하고 있습니다. 저에게 선물해주기는 매일 저녁... 몸에 안 좋은 것들을 먹는 것으로 하루를 보상해주려 하고 있고... 어떤 결과가 주어졌을 때 제가 최선을 다 했다는 것을 상기하며 제 탓을 하지 않으려 애쓰고 있고... 여전히 매일 그 날의 할 일을 일일이 적어가며 성실히 하고 있습니다. 새롭게 추가된 지침이라기보다는 이 다섯 가지에 들어가지는 않지만 어찌 보면 가장 중요한 ‘거절하는 연습’도 많이 하려 애쓰고 있습니다. 여전히 저보다 타인의 눈치를 많이 보는 것 같아서요.

“일로써의 글쓰기”에 대해서 오랫동안 깊이 생각해 오신 것 같아요. 결국 어떤 결론에 다다랐다고 생각하세요?

저의 가장 큰 문제는 이것이 일이고 생계 수단이라는 점이 아닌가 합니다. 그래서 완벽하게 제가 쓰고 싶은 것, 완벽하게 세상 눈치 보지 않는 글을 쓰기가 어렵다는 점이겠지요. 그런데 한편으로 생각해보면 이 일이 저와 제 부모님의 생존과 직결되어 있기 때문에 그만큼 절박성을 가지고 매달릴 수 있는 것이어서, 과연 생계로부터 완전히 자유로운 글쓰기가 정말로 저를 해방시켜 줄까, 그때야말로 진짜로 소위 말하는 ‘제 글’이라는 게 나올까, 그건 잘 모르겠습니다. 그래서 결론에 다다랐다기보다는 계속해서 제게 글쓰기가 여전히 살아 있는 일로 오래 함께 할 수 있으려면 어떡해야 하는지에 대해 고민하고 모색하고 있습니다.

예전과 달리 이제는 책이 거두는 성적에 초연해지신 것 같으세요? 독자들의 리뷰는 찾아 읽지 않으세요?

책의 상업적 성과에 대해서는 초연하기가 불가능하겠죠. 저와 제 부모님의 밥줄이 달린 문제니까요. 다만 판매 순위에는 잘 신경 쓰지 않습니다. 즉, 저는 살아남기 위해 책을 팔아야 하지만 그 기준을 다른 작가들과의 경쟁에 두지 않겠다는 제 의지의 반영입니다. 스스로 기준을 정하고 거기에 도달하려 애쓰고, 도달하면 그뿐이라고 생각하는 거죠. 독자들의 리뷰는 여전히 종종 찾아봅니다.



감사하다는 말

“내겐 음악과 글이 서로에게 출구와 도피처가 되어주었었다는 걸” 알게 되었다고 하셨어요. 지금은 ‘글’ 이외의 출구, 도피처를 찾으셨나요? “부질없지 않은 무언가”는 찾으셨어요?

여전히 열심히 찾고 있습니다. 아직은 찾지 못했다는 얘기도 되겠네요.

첫 책 『보통의 존재』가 나온 지 10년이 지났습니다. 그동안 작가로서 이석원의 글, 쓰는 행위도 달라졌을까요? 

글을 쓰는 행위가 제게 더 소중해진 것 같습니다. 저는 저를 하대하는 편이어서, 늘 저를 규정하기를 ‘너는 그냥 뭘 하든 밥이나 벌어먹고 살면 그 뿐이고 따라서 네게 가치 있거나 애정하는 일은 존재할 수 없어’라고 생각하는 편이었는데, 그래서 글쓰기도 예외는 아니었는데, 지금은 좀 의미가 달라져 버린 것 같아요. 이 일을 지키고 싶다, 계속해서 글을 쓰고 싶다, 일로써 소모시키고 싶지 않다 라는 생각을 자주 합니다.

여전히 변하지 않고 있는 것이 있다면 무엇일까요? 작가님을 둘러싼 독자와 사회는 어떻게 달라진 것 같으세요?

여전히 변하지 않는 것은 텍스트를 읽는 일이 여전히 제게 가장 중요하고 즐거운 순간이라는 점이고 그렇게 접한 세상은 십일 년 전과는 무척 많이 달라진 것 같습니다. 출판 생태계도 그렇고요. 경쟁이 너무나 더 치열해졌고 책의 어떤 성적에 대한 결론이 무섭도록 빨리 나 버려서... 이 점은 적응이 되지 않을 정도입니다. 『보통의 존재』는 한번도, 막 일등하고 그런 책이 아니라 십년에 걸쳐 꾸준히 독자의 선택을 받은 책이었는데 이제는 그런 긴 호흡으로 살아남을 수 있는 책들이 존재할 환경 자체가 없어져 버린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에 아쉽기도 합니다.

책의 마지막에서 “나를 사랑해주는 방법”과 “솔직함”에 대해 쓰셨습니다. 지금은 스스로에게 솔직한 편인가요? 그 결과 예전보다 자신을 더 사랑해주고 있다고 생각하세요? 점점 더 솔직해지기 위해서 의도적으로 노력을 하시나요?

정확하세요. 솔직하기 위해, 저를 더 위해주고 사랑해주기 위해 매일 노력하고 있습니다. 왜냐하면 지난 평생 동안 그러지 않아 왔기 때문에 몸에 배인 습관처럼 저를 사랑할 줄을 잘 모르기 때문에 그렇습니다. 계속 노력해야 언젠간 숨 쉬듯 자연스럽게 저를 사랑해줄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하고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독자들에게 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다면요?

저는 세상에서 감사하다는 말을 가장 많이 하는 작가가 되고 싶다는 생각을 자주 합니다. 그리고 그걸 매일 실천하며 살고 있어요. 어제도 서점에 가서 고맙다는 말을 백번 넘게 쓰고 왔는데 단 한번 기계적으로 그 말을 뱉게 되지 않아요. 저를 작가로서 존재 가능하게 해주고 계속해서 글을 쓸 수 있게 해주는 분들에게 여전히 항상 뜨겁게 감사합니다. 제가 할 수 있는 모든 걸 드리고 싶어요. 정말 감사합니다.




*이석원

1971년 서울에서 태어났다. 서른여덟이 되던 해 첫 책을 낸 이후로 지금까지 모두 다섯 권의 책을 냈다. 



2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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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석원 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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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임나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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