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찬란하고 따뜻했던 순간을 꿈꾸는, 잔나비 소곡집

잔나비 <잔나비 소곡집 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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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박한 음악이 마음에 푹 잠긴다. 잔나비는 다시 한번 찬란하고 따뜻했던 순간들을 꿈꾼다.(2020.12.09)


잔나비의 음악적 영감은 과거다. 복고의 자글자글한 기타 소리, 간결한 코드 진행 등 과거의 문법에 충실하며 원초적 감성을 표출했다. 이렇듯 전작들은 사운드 적으로 과거를 조명했다면 <잔나비 소곡집 I>은 다른 의미로 과거 지향적이다. 바로 앨범 전반을 수놓는 그리움과 회상의 노랫말과 정서다.

'소곡집'이라는 타이틀답게 쉬어가는 단계의 기록으로 어쿠스틱 풍의 간결한 테마가 주를 이룬다. 록킹한 <MONKEY HOTEL>보다 <전설>의 흐름과 가깝다. 자연스레 메시지에 집중하게 된다. 오르간과 플루트로 어린 시절의 향수를 자극하는 '가을밤에 든 생각'이 대표적이다. 단출한 사운드에 '밤이면 오손도손 그리운 것들 모아서 / 노랠 지어 부르겠지'라는 서정적인 노랫말을 얹어 청자를 추억으로 인도한다.

<잔나비 소곡집 I> 안에서 슬픔, 기쁨, 이별 등 삶의 굴곡진 감정들은 '회상'이라는 매개체를 통해 그 무게를 덜어낸다. 통통 튀는 바운스 리듬을 기반으로 한 '한걸음'은 '애만 태우던 곳'의 애달픔 혹은 '그 사랑 머물렀던 곳'의 설렘 등 대조적인 감정을 한 데 담아낸다. 보컬 최정훈이 키우던 강아지에 대한 곡 '늙은 개'는 어쿠스틱 기타와 민요풍 합창단의 소리 위 강아지에게 사람의 음식을 준다는, 불가능하지만 누구나 한 번쯤 떠올려본 유쾌한 발상을 풀어내고 있다.

약동하는 행진가, 청춘을 향한 응원가 '작전명 청-춘!'으로 앨범은 마무리된다. 격동의 시기를 지나 발매한 앨범이지만 그만큼 칼을 갈기보다 지나온 시간을 훑어보며 조심스레 복귀를 알린다. '주저하는 연인들을 위해'나 '뜨거운 여름밤은 가고 남은 건 볼품없지만'처럼 신선한 충격은 없어도 소박한 음악이 마음에 푹 잠긴다. 잔나비는 다시 한번 찬란하고 따뜻했던 순간들을 꿈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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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이즘

이즘(www.izm.co.kr)은 음악 평론가 임진모를 주축으로 운영되는 대중음악 웹진이다. 2001년 8월에 오픈한 이래로 매주 가요, 팝, 영화음악에 대한 리뷰를 게재해 오고 있다. 초기에는 한국의 ‘올뮤직가이드’를 목표로 데이터베이스 구축에 힘썼으나 지금은 인터뷰와 리뷰 중심의 웹진에 비중을 두고 있다. 풍부한 자료가 구비된 음악 라이브러리와 필자 개개인의 관점이 살아 있는 비평 사이트를 동시에 추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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