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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정훈 칼럼] 내가 만난 작가들의 공통점 – 마지막 회

<월간 채널예스> 2020년 12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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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으로 하나 더 생각해보면, 자신감이다. 겉으로는 겸손해 보이는 작가도 속으로는 자기 글에 대한 자신감이나 자부심이 강하다. (2020.12.02)


직장에서 보고서나 기획서를 쓴다. 상품이나 서비스 홍보를 위한 글도 쓰고 업무를 위한 이메일도 쓴다. 블로그나 SNS에 올리는 글도 쓴다. 메모나 일기를 적기도 한다. 작정하고 단행본 원고를 써보고도 싶다. 큰맘 먹고 소설 쓰기에 도전해보고 싶어진다. 이렇게 글쓰기는 무척이나 다양하다. 모든 글쓰기에 공통으로 적용할 수 있는 글쓰기 방법이 과연 있을까? 아마 없을 것 같다. 그럼에도 비교적 널리 적용할 수 있는 방법은 있지 않을까?

있을 것도 같지만 솔직히 나는 잘 모르겠다. 다만 글 잘 쓰는 작가들이 보여주는 공통적인 자세, 태도는 어느 정도 안다. 주의할 점이 있다. 작가란 글을 써서 대가를 받는 프로페셔널이다. 프로페셔널과 그렇지 않은 사람의 글쓰기가 반드시 같아야 하는 건 아니라 생각한다. 아마추어를 낮추어 보기 때문이 아니다. 모든 일상을 야구 잘하는 데 바치는, 바쳐야 하는 프로야구 선수와 동호인 야구 선수가 같아야 하는 건 아니라는 차원이다.

적어도 내가 만나본 글 잘 쓰는 작가들은 첫째, 호기심이 아주 많다. 평소 관심 가진 주제나 익숙한 분야가 아니라, 잘 모르는 것과 마주할 때 호기심이 발동된다. 호기심의 뜻 자체가 ‘새롭거나 신기한 것에 끌리는 마음이다.’ 호기심 많다는 것은 글쓰기와 관련하여 무엇을 뜻하는가? 여행이든 독서든 사람과의 만남이든 그 어떤 경험, 현상, 사물이든 글쓰기 위한 자양분으로 삼을 수 있다는 뜻이다. 요컨대 만사(萬事)가 글이다.

작가들 가운데 어떤 주제에 관해 자료를 많이 모으고 정리하는 사람들이 제법 있다. 그 주제를 연구하기 위해 그러는 게 아니다. 연구는 학자의 일이다. 작가가 자료를 모으는 것은 꼬리를 무는 호기심에 응답하려는 행위다. 무작정 많이 모으는 게 아니라 자신의 호기심을 푸는 데 도움이 되는 자료를 취사선택한다. 한 작품을 마치고 새로운 작품에 착수하기 전까지 작가는 무엇을 하는가? 새로운 호기심을 품고 풀기 위해 애쓴다.

둘째, 관찰을 잘한다. 호기심과 관찰은 서로 떼어 놓을 수 없다. 호기심이 많으니 호기심의 대상을 주의 깊게 관찰하는 것이다. 호기심과 관찰은 ‘작가의 본능’이다. 혹시 작가와 친분을 쌓게 된다면 조심해야 한다. 나의 외모, 습관, 언행이 그 작가의 작품에 등장할지 모르기 때문이다. 20년 넘는 관찰 아니 동거의 결과이긴 하지만, 동화작가인 내 아내의 동화 한 편에 사실상 내가 등장한다. 기분이 묘했다. ‘내가 저런 사람이었구나!’

이러한 호기심과 관찰에 대해 “나는 그렇지 않다”라고 말하는 작가도 만나 본적 있지만, 자기 자신이 그렇다는 걸 못 느끼는 경우였을 뿐이다. 관찰한다고 해서 뭐 대단한 걸 관찰하는 것도 아니다. 일상에서 마주치는 것들을 예사로 보지 않을 뿐이다. 익숙한 것을 범상치 않은 것으로 본다. 상상력이라는 것도 별다른 게 아니라 바로 그렇게 보는 것, 익숙하고 일상적인 것을 새롭게 보는 것이 아닐까 한다. 상상은 공상이 아니다.

 


셋째, 어떤 일을 오래하거나 버티는 힘, 지구력이다. 노동을 육체노동과 정신노동으로 나누는 건 무의미하다. 심신(心身)의 노고가 모두 투입되지 않는 노동은 없다. 글쓰기도 그렇다. 글쓰기에서 지구력은 체력을 포함한다. 무라카미 하루키의 글쓰기 지구력은 좀처럼 거르지 않는다는 달리기가 바탕일 것이다. 스포츠 과학에서 지구력은 피로에 저항하는 유기체의 능력이라고 한다. ‘글쓰기 과학’이 있다면 이와 마찬가지일 것이다.

넷째, 루틴을 지키고 루틴을 빠르게 회복한다. 루틴은 반복하는 일상의 습관 또는 스스로 정한 일과(日課)이자 규칙이다. 루틴은 생산성과 능률에 도움이 되는 습관이며, 그렇지 않은 습관은 그냥 악습일 뿐 루틴이 아니다. 지금 내가 처한 상황에서 글쓰기 생산성과 능률을 가장 높일 수 있는 루틴은 무엇일까? 이걸 찾아 습관을 들이는 게 중요하다. 좋은 글을 쓰는 작가들은 어떤 이유에서든 루틴이 무너졌을 때 그것을 빨리 회복한다.

마지막으로 하나 더 생각해보면, 자신감이다. 겉으로는 겸손해 보이는 작가도 속으로는 자기 글에 대한 자신감이나 자부심이 강하다. 작가에 따라서는 그게 태도로도 나타나서 도도하고 때론 오만해보일 때도 있지만, 정도가 심하지 않다면 괜찮다고 생각한다. 문학평론가 K 선생님이 생전에 이런 말씀을 해주셨다. “하늘 아래 고개 숙일 곳은 하늘과 부모님 밖에 없다.” 남의 조언에 귀를 열면서도 자신감을 잃지 않아야 좋은 글을 쓸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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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표정훈(출판 칼럼니스트)

출판 칼럼니스트, 번역가, 작가로 다양한 활동을 하고 있다. 최근 쓴 책으로는 『혼자 남은 밤, 당신 곁의 책 』, 『탐서주의자의 책』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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