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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양계의 미국, 아시안 아메리카

이즘 특집: 특별 기획 ‘미국’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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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안 아메리카는 그 존재를 긍정 받기 위한 싸움을 하고 있다. (2020.11.13)


미국에서 흑인들이 겪는 차별에 대한 논의에서 흔히 마주할 수 있는 반응이 '동양인도 차별을 겪는다'는 말이다. 그 자체로는 틀린 말이 아니지만, 타인의 고통에 연대하지 않을 이유가 되지는 않다는 취지로 미국에 사는 동양인들 사이에서는 'Asians For Black Lives' 운동이 전개되기도 했다. 반대로 얘기하면 그런 운동이 벌어져야 할 만큼 흑인들의 입장에 공감하지 않는 동양인들도 많았다는 뜻이다. 이 미묘한 갈등을 이해하는 실마리는 동양계 뮤지션들이 미국에서 차지해온 입지에서 찾을 수 있다.

흑인이나 동양인이나 유색인종으로 미국 사회에서 배제된다는 사실은 같지만 그 방식은 다르다. 동양인은 흑인들처럼 제도적인 폭력으로 목숨을 위협받기보다는 아예 담론에서 제외된다. 그리고 오래도록 만인의 사랑을 받아온 흑인들의 문화와는 다르게 동양 문화는 특이한 것, 타자의 것으로 여겨지는 경향이 더 강하다. 대중문화 속에서 동양인의 얼굴을 찾는 것 자체가 어렵고, 그나마 관심을 받는 경우에도 '모범 소수민족'(Model Minority)의 전형을 기준으로 이루어진다.

명예 백인과 광대의 이분법은 동양인을 옥죈다. 음악으로 예를 들어보자. 요요마(Yo-Yo Ma)와 싸이 모두 미국에서 사랑받는 인물이다. 그러나 전자는 별다른 논란을 일으키지 않고 모범생처럼 묵묵히 노력해 주류사회에 성공적으로 편입한 신화로 소비되고, 후자는 '모범생'을 온몸으로 거부하고 광대의 역할을 자처한 것처럼 비친다. '강남스타일' 속 물질만능주의를 풍자하는 뉘앙스는 지워진 채 '광대'의 이미지만 남아 세계로 퍼져나갔다.



미국에 살고있는 동양인들의 음악은 이분법을 벗어나 온전한 사람으로 인정받기 위한 여정으로 해석할 수 있다. 다만 그 방식은 직설보다는 행동이다. 자신을 받아들여달라고 말로 항의하는 대신, 자신의 모습을 있는 그대로 공론장으로 밀어 넣는다. 대표적으로 2018년 <Be The Cowboy>로 평단의 화제를 받은 미츠키(Mitski)가 있다. 서양에서 그려놓은 순종적인 동양인 여성의 초상을 비웃기라도 하듯, 시니컬한 표정으로 강렬한 록 사운드를 앞세워 일본어로 '가슴이 터질 것 같다'며 노래한다. 그 누구도 이 모습을 보고 모범생이나 광대라고 할 수 없을 것이다.

재패니즈 브렉퍼스트(Japanese Breakfast)로 활동하는 미셸 조너(Michelle Zauner)의 노래 역시 동일 선상에 있다. 그의 음악은 한국인 어머니와 미국인 아버지 아래서 자란 특수한 가족관계에서 비롯되는 감정을 노래한다. 동양인으로서의 정체성을 부정하고 버리는 대신, 다른 문화권 사람들이 알 수 없는 특수한 경험에서 보편성을 얻어내는 과정이다. 한국말을 잘하지 못하는 그가 한국인 어머니와 함께 동양 식료품 마트에 가서 느낀 복잡한 심경은 잡지 뉴요커에 수필 형태로 실리며 수많은 경계인(境界人)들의 공감을 샀다.



여기서 한 발짝 더 나아가 미국 내의 동양인으로서 갖게 되는 타자성을 '특이한 매력'으로 치환해 무기로 삼는 뮤지션들도 있다. 인디밴드 슈퍼올가니즘(Superorganism)이 한국어로 '무엇인가 정신에 집어넣으세요'라고 노래하거나, 뉴욕의 디제이 예지(Yaeji)가 메이크업 튜토리얼 스타일의 뮤직비디오에서 창피했던 기억을 '내후년 옆에 도포'하라고 읊조리는 모습은 한국어를 못하는 사람들은 물론 모국어가 한국어인 사람들이 보기에도 어딘가 조금 어긋나 있다. 이들이 공략하는 것은 공감보다는 참신함이다. 주류사회에게 존재를 긍정 받기 위한, 다양한 전략이다.

미국 내 '동양인'의 입지에 관해서 이야기한다고 했지만, 지금까지 언급된 뮤지션은 모두 동북아시아계 사람들이다. 아시아를 동북아시아로 국한해서 인식하는 기조는 미국 내 '아시안'에 대한 담론에서도 많이 볼 수 있는데, 이에 대한 작은 혁명을 일으킨 것이 88라이징(88Rising)이다. 동양의 것을 당당하게 내세우는 이 크루의 얼굴은 인도네시아 출신의 래퍼 리치 브라이언(Rich Brian)이다. 아시아 문화 전체를 아우르겠다는 포부는 필연적으로 그 실현에 한계가 있다. 그러나 이들이 구현한, 너무 진지하거나 교조적이지 않으면서도 멋진 아시안의 이미지는 폭발적인 반응을 얻으며 '아시안 아메리카'의 새로운 문화적 구심점이 됐다.



아시안 아메리카는 그 존재를 긍정 받기 위한 싸움을 하고 있다. 고향에서는 '교포' 취급을 받고, 미국에서도 타자의 입장인 제3문화의 아이(Third Culture Kid)로 여겨지지만, 있는 그대로 사회의 일원이 되기 위한 투쟁을 진행하고 있다. 한 명이라도 더 목소리를 내고 얼굴을 드러내는 것이 중요하다. 언뜻 부당하게 감옥으로 몰리고 죽임을 당하는 흑인들의 싸움과는 결이 달라 보이고, 이 때문에 동양계 뮤지션의 음악과 흑인 뮤지션의 음악이 다르게 다가오기도 한다. 그러나 '코리아타운의 시장'으로 불리는 래퍼 덤파운데드(Dumbfoundead)가 괜히 앤더슨 팩의 'Lockdown' 뮤직비디오에 출연하며 연대한 게 아니다. 한 소수자 집단이 살아남지 못하는 사회는 다른 소수자 집단들에게도 가혹한 사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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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이즘

이즘(www.izm.co.kr)은 음악 평론가 임진모를 주축으로 운영되는 대중음악 웹진이다. 2001년 8월에 오픈한 이래로 매주 가요, 팝, 영화음악에 대한 리뷰를 게재해 오고 있다. 초기에는 한국의 ‘올뮤직가이드’를 목표로 데이터베이스 구축에 힘썼으나 지금은 인터뷰와 리뷰 중심의 웹진에 비중을 두고 있다. 풍부한 자료가 구비된 음악 라이브러리와 필자 개개인의 관점이 살아 있는 비평 사이트를 동시에 추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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