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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읽아웃] 추리소설, 가장 원초적인 재미를 주는 (G. 김용언 <미스테리아> 편집장)

책읽아웃 - 오은의 옹기종기 (158회) ‘2020 서울국제도서전’ 특별기획 - ‘한국의 가정스릴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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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히 ‘2020 서울국제도서전’에서 ‘한국의 가정스릴러’라는 제목으로 진행되는 대담에서 진행을 맡은 김용언 편집장님을 모셨습니다. (2020.10.22)



불현듯(오은): 오늘 방송은 책 소개 코너 <어떤,책임>이 나가는 날인데요. 청취자 분들도 아시겠지만 가을은 독서 축제의 계절이죠. <책읽아웃>을 제작하고 있는 ‘예스24’가 10월 16일부터 25일까지 진행되는 ‘2020 서울국제도서전’을 협찬하면서 특별히 미스터리 전문 격월간 문학 잡지 <미스테리아> 김용언 편집장님을 이 자리에 모셨습니다. 이번 ‘2020 서울국제도서전’에는 특별기획으로 ‘추리/미스터리/스릴러/호러’를 주제로 다양한 프로그램이 진행된다고 하는데요. 여성 작가가 쓰고 여성 주인공이 등장하며 남편, 연인과의 결합에서 터져 나오는 불안과 서스펜스를 다루는 ‘가정스릴러’ 소설의 전시도 온/오프라인에서 진행이 되고요. 한국추리소설 번역가 대담, 추리소설의 현재와 미래 토론 등 다양한 작가 만남 행사도 진행이 된다고 해요. 그리고 그 중 ‘한국의 가정스릴러’라는 제목으로 진행되는 대담에 진행을 맡은 김용언 편집장님을 오늘 만나보겠습니다.  





<인터뷰 – 김용언 편>

오은: 김용언 편집장님, 먼저 저희 <오은의 옹기종기>에 출연하신 소감이 궁금해요. 

김용언: 인기 많은 팟캐스트에 나와도 되나 싶은 마음도 살짝 있었어요. 아무래도 분위기가 달라서요. 여기는 밝고, 아름다운 책을 많이 소개하시는데 제가 만드는 <미스테리아>라는 잡지는 워낙 피 칠갑 잡지이기 때문에(웃음) 어울리지 않지 않나, 라는 생각을 살짝 했어요. 그렇지만 출연하게 돼서 좋아요. 

오은: 저희 방송이 나갈 때면 10월 19일(월)에 하는 대담이 끝났을 테지만 녹음하는 현재는 대담 전이잖아요. 이 대담은 어떤 대담인지, 어떻게 준비하고 계신지 들려주세요. 

김용언: ‘가정스릴러’라는 말이 조금 어색하게 들릴 수 있는데요. 2015년 정도부터 영미권에서 ‘도메스틱 스릴러(Domestic Thriller)’라고 해서 가정 내에서 벌어지는 스릴러를 명명한 서브 장르가 있어요. 거의 대부분 여성 작가가 쓰고요. 여성 주인공이 등장하고, 남편 혹은 연인 같은 파트너와의 관계에서 벌어지는 긴장과 서스펜스를 다루는 장르의 소설들인데요. 이 장르를 소개하면서 그렇다면 한국에서는 가정스릴러가 어떤 식으로 진행될 수 있는지, 어떤 식으로 지금 만들어지고 있는지에 대해 두 작가님을 모시고 이야기 나눌 예정이에요. 『잘 자요 엄마』를 쓴 서미애 작가님, 『마당이 있는 집』을 쓴 김진영 작가님과 심도 깊은 이야기를 해보려고 합니다. 

오은: 먼저 제가 초심자라 여쭤보도록 할게요. 추리, 미스터리, 스릴러, 호러, 이것을 제각각 어떻게 구분하는지 어렵더라고요. ‘미스터리’를 찾아보니 ‘도저히 설명하거나 이해할 수 없는 이상야릇한 일이나 사건’이라고 되어 있던데 그렇다면 이것은 ‘추리’와 비슷하지 않을까 싶기도 했거든요. 각각 어떤 특징들이 있는지 설명 부탁드립니다.

김용언: 현대에 와서는 장르가 칼 같이 구분되기 보다는 서로 많이 융합되어 있기 때문에 각각의 정의를 말씀드리기는 어려운데요. 과거의 예를 들어 굳이 설명을 해보자면 우선 추리는 영미권의 미스터리를 번역한 단어라고 할 수 있겠고요. 미스터리와 스릴러를 과거의 기준으로 말씀을 드리면 이렇습니다. 쉬운 예로 ‘셜록 홈즈’ 같은 사람이 등장해서 이미 벌어진 사건 현장에 도착해 그 사건의 범인이 누군지 추적해가는 구조가 미스터리라고 할 수 있을 거고요. 스릴러는 대개의 경우 주인공이 위험 한복판에 내던져집니다. 눈을 떴는데 갑자기 형사가 들이닥쳐서 “너를 살인죄로 체포한다!”고 하는데 나는 살인을 한 적이 없는 거예요. 그러니까 거기서 주인공이 도망을 치면서 나에게 일어난 일이 무엇인지 찾아가는 형태죠. 탐정이 과거의 일을 추적하는 것을 미스터리라고 한다면 스릴러는 계속 사건이 앞으로 진행이 된다고 이해할 수 있을 것 같아요. 

오은: 미스터리, 스릴러, 호러가 장르라기보다 요소일 수 있다는 말씀을 하신 것 같아요. 흔히 순문학을 말할 때도 그 안에 얼마든지 스릴러나 호러 요소가 들어갈 수 있는 것처럼 말이죠. 편집장님은 영화 전문 잡지를 만들다 장르문학 전문지 <판타스틱>을 만들기도 하셨고, 지금은 미스터리 잡지 <미스테리아>의 편집장이기도 하신데요. 이 분야에 대한 독자의 관심이 점점 늘어나고, 세분화된다는 것을 잘 관찰하고 계실 것 같아요. 실제로는 어떤가요? 

김용언: 어떤 장르 잡지라고 하면 흔히 그 장르 잘 모르니까 봐도 모를 것 같단 생각에 안 볼 확률이 훨씬 높죠. 그래서 <미스테리아>를 만들 때 이것도 읽고 저것도 읽는 독자층을 타깃으로 했어요. 열린 태도를 가진 독자를 찾아내고 싶었던 건데요. 여러 관점에서 이 장르를 설명하려고 시도하고 있기 때문에 미스터리에 좀 더 편하게 진입하는 독자가 늘어나고 있다는 생각이 들고요. 확실히 신인 작가의 수가 증가하는 것을 느끼고 있어요. 

오은: <판타스틱> 하면 떠오르는 작가님이 있죠. 정세랑 작가님이 이 잡지에 「드림, 드림, 드림」을 발표하면서 데뷔를 하셨잖아요. 정세랑 작가님만 생각해봐도 그런데요. 굳이 ‘장르’라고 말하지만 순문학과의 경계도 많이 없어지기도 했고요. 분명한 장르적 문법 차이는 있겠지만 칼로 무 자르듯 장르문학과 순문학을 가르는 것은 장르의 가능성을 제한하기도 한다는 생각이 들어요. 편집장님은 이에 대해 어떤 생각을 하시는지 듣고 싶어요. 

김용언: 방금 말씀에 전적으로 동의하고요. 예전에 김보영 작가님이 소셜미디어에 관련된 이야기를 쓰신 적이 있는데 그 말이 정말 두고 두고 써먹을 수 있는 말이라고 생각했었어요. 이를 테면 영화제에서 심사위원들이 봉준호 감독의 <살인의 추억>을 “이건 미스터리라 우리는 심사를 못 해”라고 하지 않죠.(웃음) 그런데 왜 소설 쪽에만 오면 “SF, 미스터리, 우리랑은 좀 다른 것 같은데”라고 하는지 지금까지도 저는 이해가 안 돼요. 제가 처음부터 문학지에서 일을 한 게 아니기 때문에 더 이해가 안 되는 것 같기도 한데요. 그 부분에 대해서는 <미스테리아> 잡지를 만든 지 5년이 넘었는데도 여전히 수수께끼입니다. 왜 바뀌지가 않는 거지, 싶어서요. 

오은: 제 어린 시절 꿈이 탐정이었어요.(웃음) 당시 저의 우상은 ‘셜록 홈즈’ 시리즈의 코난 도일과 ‘아르센 뤼팽’ 시리즈의 모리스 르블랑이었죠. 그러다 성인이 되면서 자연스럽게 추리물과는 멀어졌는데요. 편집장님도 어릴 때 도서관에서 셜록 홈즈, 괴도 루팡 세트를 읽다가 한동안 미스터리와 멀어졌고, 20대 중반이 돼서야 다시 미스터리를 찾았다고 해요. 멀어졌다가도 돌아오게 하는 이 장르만의 매력이 뭘까요?

김용언: 순수한 재미인 것 같아요. ‘재미’는 종류가 다양할 수 있죠. 발터 벤야민의 『아케이드 프로젝트』도 저는 재미있거든요. 그렇지만 아무리 생각해도 가장 순수한, 원초적인 재미를 주는 것은 추리소설이에요. 첫 장을 넘기면 일단 시체가 하나 던져지잖아요. 이걸 마지막까지 하나도 빼놓지 않고 읽어야만 전모를 알 수 있고요. 다른 책은 읽다가 책갈피를 해두고 3년 뒤에 읽기도 할 텐데 미스터리는 그럴 수가 없어요. 추리소설은 읽기 시작했으면 빨리 끝까지 읽어야만 하는 책이에요. 게다가 추리소설에는 모든 강렬한 감정이 다 담겨 있잖아요. 어떤 강렬한 이유로 누군가를 죽이기까지 하고, 누군가를 크게 상처 입히고, 그것 때문에 누군가는 악마 같은 무언가가 되거나 혹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존엄성을 지키는 인간이 되면서 더 큰 감동을 주기도 해요. 저는 어릴 때부터 어둡고, 격렬한 것을 되게 좋아했는데요. 그런 것들이 추리소설이 구현이 정말 잘 되어 있어서 재미있었어요. 

오은: 이번 ‘2020 서울국제도서전’에서 편집장님이 맡은 대담의 주제이기도 하죠. 특별히 '가정스릴러'로 분류되는 작품들은 다른 작품들에 비해 어떤 특징을 가지고 있는지 궁금해요. 

김용언: 보통 생각하는 미스터리의 주인공은 거의 다 남성들이었죠. 경찰, 형사뿐 아니라 범죄자 등 다양한 남성들이 주인공이었고요. 그들은 밖에서 외부인과 대결해요. 그리고 하루를 마치고 집에 오면 아주 편안하게 눕죠. 소파에 드러누웠다가 “또 자버렸네”(웃음) 하면서 아침에 일어나기도 하고요. 그런데 방향을 바꿔 집 안에서 벌어지는 스릴러라면 무엇일까요. 흔히 가정에 대한 신화가 있죠. 밖에서 힘들게 일하고 집에 오면 따뜻함과 사랑, 평안이 있잖아요. 집은 내 몸이 쉴 수 있는 곳이라는 정의가 있을 텐데요. 알고 보니 집이 가장 위험한 싸움터일 수 있다는 거예요. 내 파트너가, 아버지가, 엄마가 알고 보니 내가 생각한 그 사람이 아닌 거죠. 그런 식으로 아주 가깝고 친밀한 누군가가 아주 낯선 사람일 수 있다는 것을 깨닫고, 거기서 벌어지는 범죄와 서스펜스를 다루는 장르라고 할 수 있어요. 

오은: 남성의 시선으로 바라본 가정, 그 시선으로 바라본 가정 속 여성으로 진행된 서사가 기존에 많았다면 가정스릴러는 이러한 구도가 깨지는 것도 같아요. 

김용언: 과거에도 여성 작가들이 많았지만 21세기 들어서 폭발적으로 늘어났어요. 특히 영미권에서 여성 작가가 늘어났고요. 여성을 주인공을 한 소설이 압도적으로 늘어나고 있습니다. 시발점이라고 할 수 있는 작품이 길리언 플린의 『나를 찾아줘』죠. 이 소설을 읽었거나 데이빗 핀처의 영화로 보신 분들은 아시겠지만 주인공 ‘에이미’를 누군가는 너무 싫어하고요. 또 다른 사람은 저렇게 막 나가는 여성 캐릭터에 쾌감을 느끼기도 하잖아요. 자기 이익에 충실하고, 남을 이용하고, 치밀한 함정을 파서 사람들을 희생시키는, 어떻게 보면 악역이고 어떻게 보면 희생자인 인물인데요. 이 인물이 끝까지 죽지 않죠. 이게 중요하거든요. 그동안 악역 여성은 항상 처벌을 받았잖아요. 그러나 에이미는 승리해요. 그게 너무 좋은데요.(웃음) 이 소설이 가져온 파장이 엄청났고요. 그 이후로 비호감인 여성 주인공, 알코올 중독자, 거짓말쟁이 등이 주인공으로 등장하면서 가정스릴러라는 장르가 미스터리의 폭을 넓혔어요. 

오은: 스릴러는 영상 매체로 접하는 경우가 더 많은 것 같아요. 그에 비해 소설만이 가지는 매력은 뭐라고 생각하세요?

김용언: 좋은 감독, 좋은 배우라면 주인공의 얼굴 근육이 떨리는 것을 보여주는 몇 초 만으로도 복잡한 감정을 다 담아낼 수 있어요. 하지만 안타깝게도 대부분은 그렇게 못 하죠. 사람의 감정이라는 것이 단일한 무언가는 아니잖아요. 무섭기도 한데 속으로는 기뻐하기도 한 복잡함이 있어요. 그런 복잡다단한 심리를 보여주는 데에는 확실히 문자 매체가 유리한 것 같아요. 또 애거서 크리스티의 소설을 예로 들어볼게요. 『애크로이드 살인 사건』을 몇 번이나 다시 읽으면서 감탄하게 되는 건 독자 누구도 눈치 채지 못한 트릭이 중간에 등장하는 거예요. 문을 열었고, 잠깐 뒤를 돌아보았고, 잊어버린 게 있나 생각하다가 다시 나왔다, 는 스쳐가는 문장이 있는데요. 실은 굉장히 문제적인 문장이라는 걸 독자는 결말에 이르러서야 깨닫게 되죠. 그런데 이걸 영화로 만든다고 하면 그 트릭을 보여줘야 해요. 하지만 그러면 안 되잖아요.(웃음) 그래서 미스터리, 특히 예전 작품들이 영상화 되기가 힘든 것 같아요. 

오은: 편집장님은 이전 <채널예스> 인터뷰에서 “최근 몇 년 동안 나왔던 작품들을 저도 같이 읽고 있는 중인데요. 굉장히 달라졌다는 생각을 했어요. <판타스틱>을 만들 때만 해도 작가들이 너무 없다고 생각했거든요.”라고 말씀하신 적이 있어요. 최근 주목하고 있는 작가, 작품이 있나요?

김용언: <미스테리아>를 만드는 엘릭시르 출판사에서 ‘미스터리 대상’을 만들었어요. 3회까지 진행이 되었는데요. 지금까지 신인 작가 3명을 배출했어요. 저는 그 작가들의 작품이 정말 좋아요. 박하루 작가님, 이소민 작가님, 정은수 작가님 작품이 다 좋았고요. 그 외에 최근 나온 이두온 작가님의 『타오르는 마음』도 좋았어요. 이 작가님의 다음 작품을 빨리 읽고 싶어요. 

오은: 미스터리에 입문하는 분들에게 추천하고 싶은 작가나 책이 있는지 들려주세요. 

김용언: 이 질문을 들을 때마다 비슷한 답을 하게 되는데요. 아무래도 입문하시는 분들이니까 얘기가 너무 길면 안 되고, 복잡하면 안 되잖아요. 순수한 재미를 기준으로 했을 때 항상 ‘코넬 울리치’를 얘기합니다. 『환상의 여인』은 읽으신 분들이 계실 거예요. 세계 3대 미스터리라고들 하는 작품인데요.(웃음) 코넬 울리치의 소설은 어떤 것을 보셔도 정말 재미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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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신연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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