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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머니는 변하지 않을 것입니다

『딸은 엄마의 감정을 먹고 자란다』 박우란 작가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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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의 상태와 감정을 살펴보면서 그것이 어디서 왔는지, 어떤 현상을 일으키는지 관찰하는 것도 애도입니다. 나 자신을 소외시키고 있던 상태나 감정을 알아차려 주는 것은 건강한 애도에 해당합니다. (2020.09.24)

박우란


왜 엄마는 속상하거나 힘들 때, 아들이 아니라 딸에게 하소연할까? 왜 엄마는 결혼한 딸의 행복한 모습을 보며, 한편으로 흐뭇하면서도 한편으로는 질투를 느낄까? 왜 딸은 그런 엄마를 생각하면 미안하면서도 억울하고, 미우면서도 고마운 마음이 들까?

『딸은 엄마의 감정을 먹고 자란다』는 이처럼 성장한 딸과 엄마 사이에 흐르는 미묘한 감정선의 정체를 밝힌다. 엄마가 딸을 받아들이는 감정적 시선, 엄마의 어릴 적 상처와 결핍이 딸에게 투사되는 과정, 남편에 대한 태도가 딸의 남성관 형성에 미치는 영향 등을 설명하고, 더 나아가 엄마에서 여자로, 여자에서 한 인간으로 온전히 살기 위한 솔루션을 제시한다. 정신 분석 전문 심리 상담사로 활동하면서 지금까지 1만 여 회 이상 진행한 꿈 분석과 심리 상담 경험을 이 책 한 권에 고스란히 녹였다.




책 제목에 공감하는 독자가 많습니다. 독자에게 어떤 말을 해 주고 싶었나요? 

사실 중요한 것은 감정이 아니라는 역설적인 이야기를 해 드리고 싶습니다. 어떤 감정을 붙들고 유지하며 고통을 반복하는 우리의 무의식적인 충동과 욕구, 요구와 욕망을 알아가는 작업이 중요합니다. 요즈음 우리는 지나치리만큼 감정의 위로에 목말라 하고, 심지어 전문가의 솔루션이나 다독거림에 중독되어 있다는 생각마저 듭니다. 물론 그 자체가 상처를 애도하는 한 가지 방편이기는 하지만, 저는 애도의 방법을 밖에서 찾기보다는 오히려 자신을 명료하게 들여다보고 직면하기를 권합니다. 시선을 내 안으로 돌려서 나의 진짜 모습을 알아차리기를 시도해 보시기 바랍니다.

지금의 딸들도 커서 언젠간 엄마가 될 수도 있겠지요. 만약 그렇게 된다면, 어떤 엄마가 되었으면 하나요?

‘엄마’라는 고정된 이미지에 묶이지 않으면 좋겠습니다. 우리 사회의 ‘엄마’는 부성적 질서로부터 파생된 역할과 이미지로 왜곡되어 있습니다. 아내의 역할과 어머니의 역할을 강조하며 모성을 강요하니까요. 남편이 없어도 엄마는 될 수 있고, 가족이 없어도 자신만의 엄마의 상을 만들어 갈 수 있습니다. 헌신이나 희생, 배려 등 모성의 아이콘보다는 좀 더 이기적이고 개인적인 자신이 되어 보세요. 물론 내 것, 내 아이만 중요하고 다른 것은 무시하는 이기성을 말하는 것은 아닙니다. 자신의 개별성과 고유성에 충분히 관심을 갖고 들여다보시라는 말씀입니다.

책에서 ‘엄마는 엄마면 되고, 남편은 남편이면 되고, 딸은 딸이면 된다’고 하셨어요. 엄마의 그런 모습에 딸 아이가 오히려 서운해하지는 않을까요? 반대로 엄마는 딸에게 거리감을 느껴 서운함을 느끼지는 않을까요?

그렇게 느끼실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비단 부모 자식 관계만이 아니라 연인, 부부, 친구조차도 우리가 아무리 많이 쏟아 부어도 결핍은 발생하기 마련입니다. 아이에게 지나치게 퍼부으면 오히려 정서가 짓눌릴 수도 합니다. 서운함을 느끼게 하지 않으려고 끝없이 쏟아 붓거나 밀착을 유지하기보다는 결핍이 일어나는 관계, 서운함이 일어나는 일정 거리를 잘 견디고 받아들이도록 소통하는 것이 더 건강한 일입니다. 이처럼 의도적 거리 띄우기를 통해 성숙해지고 단단해집니다. 서운함이나 결핍을 느껴도 엄마가, 아빠가, 딸이, 아들이 서로에 대한 기본적인 애정과 신뢰만 있다면 문제가 없습니다.

책에서 엄마가 자신의 삶을 살기 위해 마음 속 상처를 애도해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는데요. 구체적으로 어떻게 하는 것이 애도하는 것일까요? 

네, 애도가 무엇인지, 어떻게 해야 하는지 모호하게 느낄 수 있습니다. 우리가 무의식적으로 반복하는 관계의 패턴이나 증상은 과거의 흔적으로부터 기인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 반복 자체가 하나의 애도라고 볼 수 있습니다. 다만 무엇을 애도하느라 이것을 반복하는지 모를 뿐이지요. 자신의 상태와 감정을 살펴보면서 그것이 어디서 왔는지, 어떤 현상을 일으키는지 관찰하는 것도 애도입니다. 나 자신을 소외시키고 있던 상태나 감정을 알아차려 주는 것은 건강한 애도에 해당합니다. 한마디로 진정한 애도는 타인이 아닌 나 자신에게 말을 거는 행위입니다. 책을 꾸준히 읽거나 내면 공부를 하면서 스스로를 살펴보는 것도 좀 더 소모적이지 않은 방법으로 애도 행위를 하는 것이겠습니다.

이 책은 자신의 엄마가 읽어야 하는데 정작 읽어야 할 엄마는 읽지 않을 거라며 절망하는 독자가 꽤 있습니다. 그만큼 엄마에게 상처받은 여성 독자가 많다는 증거일 듯합니다. 그런 독자들에게 어떻게 조언해 줄 수 있을까요?

이렇게 생각해 보면 어떨까요? ‘나는 왜 우리 엄마가 이 책을 읽기를 그토록 바랄까?’ 그것은 엄마가 변화해서 내가 원하는 엄마가 되어 주기를 바라는 강력한 소망이 아직 있다는 것이겠지요. 어린 딸이 가장 원하는 것이기도 합니다. 냉정한 말이지만, 어머니는 변하지 않을 것입니다. 그리고 지금 변화된 어머니를 만나더라도 내가 온전히 회복되지는 않습니다. 어머니를 변화시키기보다는, 이 책을 통해 딸로서 겪은 나의 소외와 상처를 돌아보고 어머니가 왜 그런 사랑 혹은 상처를 주었는지, 그래서 나는 지금 어떤 상태에 있는지를 조금 더 알게 되기를 바랍니다. 그것이 하나의 애도이니까요. 그리고 진정으로 어머니에게서 놓여나 감정적 집착을 내려놓고 온전히 자신의 삶으로 돌아가기를 바랍니다. 내가 자각하기 전까지는 무의식적 과거가 나 삶을 지배하지만, 자각이 일어나면서부터는 더 이상 과거가 내게 할 수 있는 일이 없다는 것을 경험하면 좋겠습니다. 역설적이게도 내가 그것을 고집하는 동안 내 딸아이가 또다시 소외되기 때문입니다.

여성들의 요즘 비혼, 미혼이 늘고 있습니다. 결혼하더라도 나이가 점점 늦어지고 있고요. 심리학자로서 결혼을 회피하는 젊은 여성들에게 해 주고 싶은 말씀은 무엇일까요?

사회나 어른은 좋아하지 않겠지만, 혼자서도 얼마든지 만족스러운 삶을 살 수 있습니다. 오히려 여성이 본가에서의 탈출 수단으로 결혼을 선택하면 더 복잡한 미로 속으로 들어가게 되는 문제가 발생하지요. ‘결혼 아니면 비혼’이 아니라 모든 가능성을 열어 놓고 다양한 삶의 형태를 고민해 보면 좋겠습니다. 가장 나답게 사는 것이 어떤 것인지를 찾는 것이 중요합니다. 수도원에선 흔히 하는 말이 있습니다. “결혼생활을 잘할 사람이 수도생활도 잘할 수 있다”입니다. 다르게 말해 보면 “혼자서 잘 살 수 있는 사람은 결혼을 해서도 잘 살 수 있다”가 됩니다. 결혼이냐 비혼이냐보다도 얼마나 만족스러운 삶을 살 수 있느냐가 중요합니다.

딸은 엄마의 감정을 먹고 자란다고 한마디로 정리해 주셨는데요, 그러면 아들은 어떨까요? 아들과 엄마, 아들과 아빠의 관계에서 아들에게 가장 큰 영향을 주는 것은 무엇일까요?

음... 어찌 보면 아들은 딸보다 더 비극적(?)인지도 모르겠습니다. 많은 어머니에게 아들은 영원한 사랑의 대상이고 소유와 집착의 대상이니까요. 아들을 통해 여성으로서의 사랑과 욕망까지 실현하고자 하지만, 좌절과 갈등이 끝없는 고통을 만들어 냅니다. 아들에게도 엄마는 복잡한 존재이지요. 엄마에게서 아내로 혹은 연인으로 넘어가는 과정, 그것도 아니라면 스스로의 삶을 세우는 과정이 딸의 그것 못지 않게 녹록하지 않습니다. 어떤 면에선 덜 표면적이어서 더 고립적인 존재가 아들이 아닌가 싶습니다. 아들과 아버지는 ‘가깝고도 먼 이웃’이라고 표현하고 싶습니다. 아빠의 위치는 엄마의 직간접적 메시지와 태도로 결정된다고 해도 과언은 아닌데요, 한국의 많은 아들 중에는 자신의 어머니의 남편인 아버지를 사랑하거나 아버지의 위치를 충분히 내면화하지 못한 상태에서 본인이 아버지가 되어야 하는 갈등을 겪습니다. 그러면서도 딸처럼 그것을 민감하게 체감하지 못하지요. 그래서 딸과는 다른 방식으로 내적 갈등을 해소하려고 시도합니다.



딸은 엄마의 감정을 먹고 자란다
딸은 엄마의 감정을 먹고 자란다
박우란 저
유노라이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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