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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막례ㆍ김유라 “요리책 낸 이유요? 편들이 원하니까요”

특별한 요리책 『박막례시피』 펴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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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시피북 만들면서 요리하시는 분들에 대한 존경심이 생겼어요. 할머니는 레시피 필요 없이 머릿속으로 계산해서 요리하시거든요. 한 분야에 도가 텄다는 건 이런 거구나 새삼 느꼈죠. (2020.09.22)

박막례 김유라

할머니 박막례는 요리를 했고, 손녀 김유라는 콘텐츠를 만들었다. 해온 일은 다르지만, 두 삶이 만나 특별한 요리책 『박막례시피』가 탄생했다. 시작은 단순했다. 나훈아 콘서트에 다녀와 나란히 먹은 비빔국수가 유튜브에서 화제가 되더니, 할머니의 비빔국수 시리즈가 ‘집콕’ 기간 중 가장 주목받는 영상이 된 것. 복잡한 지시사항 따위 없다. 계량컵 대신 “닐 만치 녀”, “요리는 늭김이야.” 부담은 내려놓고 즐기는 62개의 박막례 표 레시피 이번에도 ‘편’(팬)들의 마음을 사로잡는다. 

유튜브 크리에이터 박막례와 김유라PD는 유튜브 채널 「Korea Grandma」로 국내는 물론, 해외의 주목을 받는 인플루언서가 됐다. 할머니가 치매 위험이라는 진단을 받고 온 직후, 손녀 김유라 PD가 퇴사를 하고 호주로 떠나 찍은 영상이 100만 뷰를 넘기면서, 박막례 할머니의 제2의 인생이 시작됐다. ‘할머니가 즐거울 것’이라는 원칙을 지키며 만든 영상은 올리는 것마다 큰 사랑을 받았고, 유튜브 CEO 수잔 워치스키와 구글 CEO 선다 피차이를 만나며 영향력을 다시금 입증했다. 할머니의 특기인 요리 실력을 발휘하여 집필한 『박막례시피』는 『박막례, 이대로 죽을 순 없다』 이후 박막례 할머니의 또 다른 ‘편’서비스다.




맛의 비법은 대충

베스트셀러가 된 『박막례, 이대로 죽을 순 없다』 이후 두 번째는 요리책이에요. 출간되자마자 반응이 뜨거워요. 

김유라: 솔직히 이렇게 좋아하실 줄은 몰랐어요. 첫 책을 낼 때도 가치가 있는지 확신이 없었거든요. 무엇보다 할머니의 레시피는 영상에서 출발했으니 과연 책이 필요할까 고민했죠. 

박막례: 처음 요리책을 낸다고 했을 때, 과연 ‘편’들이 좋아할까 싶더라고. 나는 전통음식은 잘하지만, 젊은 사람들이 좋아하는 메뉴는 모르니까. 그래도 요즘에는 밥을 사 먹는 사람들이 많은데, 책을 보면서 맛있게 먹었으면 좋겠다는 마음이었어. 

늘 먹던 집밥이 화제의 콘텐츠가 됐어요. 

김유라: 어릴 적 할머니 댁 놀러 가면 매일 먹었던 음식이어서 제게는 특별하지 않은데 맛있게 먹었다는 댓글이 달리니까 신기하더라고요. 혼자 사는 분들한테는 할머니의 레시피가 새로웠나 봐요.

박막례: 전혀 예상 못했지. 나훈아 콘서트 갔다 왔는데 유라 혼자 밥을 안 먹은 거여. 집에 밥이 없어서 간단하게 국수를 만들어서 유라랑 맛있게 먹었어. 그런데 편들이 좋아하더라고. 나는 원래 뭐든지 맛있게 먹어요. 편들도 그럴 거여. 저 할머니는 저렇게 맛있게 먹는데 맨날 말로만 살 뺀다 한다고. (웃음)

이미 요리 콘텐츠가 많으니 어떻게 차별화할지 고민했겠어요.

김유라: 맞아요. 이미 레시피북과 영상이 넘쳐나니까요. 그래서 단순히 요리법만 알려주는 책이 아니라, 할머니 댁에 가서 집밥을 먹는 느낌이 들도록 구성했어요. 할머니의 말투로 요리 팁을 적고, 할머니가 시골에 사셨으니 밭을 배경으로 찍은 화보도 넣었어요. 결과적으로 할머니와의 추억이 담긴 책이 된 것 같아요. 

계량 방식도 다른 요리책과 다르죠. 밥숟가락 하나 들고 “닐 만치 녀”라고요.

박막례: 요리를 오래 한 사람은 눈짐작으로 넣어도 정확해. 화보 촬영할 때도, 자꾸 손으로 집으려 하면 스태프들이 “할머니, 숟가락이요!”해서 혼났어.(웃음) 연습해서 다음에는 더 잘하려고 백화점 가서 커다란 계량컵을 샀지. 

김유라: 주방에서 생전 처음 보는 숫자가 적힌 유리컵을 꺼내시더라고요. 계량하려면 정확히 재야하는데, 할머니는 바가지처럼 “한가득 넣어라” 하세요. 의미가 없는 거죠.(웃음)


박막례 김유라


43년간 식당 문을 연 마음

레시피를 되살리면서 옛날 생각도 났을 것 같아요. 어린 시절 PD님이 본 할머니의 요리하는 모습은 어땠나요?

김유라: 요리가 아니라 불 앞에서 전투하는 모습에 가까웠어요. 식당을 운영하셨으니까 계속 밀려드는 손님을 먹이는 데 집중하셨죠. 지금은 즐기면서 하시지만, 당시에는 전사 같았어요.

주방을 보면 할머니의 깔끔한 성격을 알 수 있다는 댓글이 많았어요. 

박막례: 주방이 깨끗한 건 내 자부심이여. 식당 할 때도, 주방이 항시 깨끗해서, 배달하는 아저씨가 식당 다 돌아봐도 여기만큼 깨끗한 곳은 없다 했어. 손님들이 반찬 가지러 부엌에 들어와도 떳떳한 거야. 자신 있게 보여줄 수 있었어.

애지중지 운영한 식당을 접을 때, 어떤 마음이었나요?

박막례: 무척 서운했지. “나한테는 식당 하나밖에 없다. 이것으로 돈 못 벌면 죽는다” 하고 시작했거든. 77세까지 해야지 했는데, 생각보다 빨리 문을 닫게 된 거여. 

눈 뜨면 매일 어떤 반찬을 할지 고민하셨다고요.

박막례: 백반집이라 반찬을 삼시 세끼 바꿔줘야 했어. 아침에는 된장국, 점심에는 생선찌개, 저녁에는 닭도리탕. 똑같은 반찬이 다음날 나가면 바로 불만이 나와. 그래서 백반 장사가 제일 힘들어. 늘 머리가 아팠으니까, 딸한테는 반찬을 바꿔줄 필요가 없는 쌈밥 장사를 하라고 했지.

식당을 그만둔 다음날부터 반찬 걱정을 안 하게 되셨겠네요.

박막례: 그 걱정은 이제 안 해. 지금은 딸이 장사를 잘 해야 할 텐데 새로운 걱정이 들어.

긴 세월 동안 단골 손님도 많았다고요.

박막례: 매일 같이 식당에 온 손님도 있었어요. 먹다 보면 질릴 때도 있을 텐데, 반찬 투정 안 하고 불평 없이 먹어 주더라고. 나들이 간다고 하면, 밥 잘 챙겨줘서 고맙다고 봉투에 용돈을 넣어서 건네주고. 요즘에도 잠이 안 올 때, 누워 있으면 새록새록 떠오르더라고. 지금 생각해보면 인심을 안 잃고 좋게 끝난 식당이었어.

요리나 집안일을 당연한 것으로 생각하지만, 할머니에게는 평생 해온 직업이었죠. 

김유라: 레시피북 만들면서 요리하시는 분들에 대한 존경심이 생겼어요. 할머니는 레시피 필요 없이 머릿속으로 계산해서 요리하시거든요. 한 분야에 도가 텄다는 건 이런 거구나 새삼 느꼈죠. 할머니뿐만 아니라, 집에서 요리하는 분들도 자기만의 레시피가 있잖아요. 알고 보면 정말 대단하죠. 


박막례


확장하는 박막례의 세계

2017년 유튜브 ‘박막례’ 채널을 시작한 후, 3년이라는 시간이 흘렀어요. 처음에는 재미로 시작했는데 이제는 직업이 됐죠. 

김유라: 취미로 할 때는 누구도 의식 안 하고 편하게 올렸는데, 지금은 많은 분들이 저희 콘텐츠를 기다리고 있어요. 저희 콘텐츠에 대해 사람들이 토론하기도 하고요. 그러다 보니 편집 시간보다 올리기 전에 고민하는 시간이 더 길어진 것 같아요. 어제도 30분간 한 장면을 두고 고민했어요. 사람들이 우리 의도와 다르게 보면 어쩌지 늘 생각하죠.

사람들의 기대치도 높아졌는데 부담도 느끼시나요?

김유라: 아니요.(웃음) 어차피 사람들의 기대에 늘 부응할 수 없다고 생각하거든요. 레시피 영상도 이렇게 좋아해 주실 줄 예측한 것도 아니고요. 모르니까 맞출 수가 없는 거죠. 대신 우리가 할 수 있는 이야기를 하자고 결심했어요. 3년이 넘었고 유튜브 환경도 많이 바뀌었으니 ‘시니어 유튜버’라는 이유만으로 신선하다고 할 단계는 지났잖아요. 한 채널에 국한되지 않고, 다양한 행보를 보여주고 싶어요. 

그간 유튜브 생태계도 많이 바뀌었어요. 어떤 변화를 느끼나요?

김유라: 예전에는 트렌드를 물으면 답이 나왔는데, 지금은 너무 세분화되어서 한 마디로 말할 수 없게 됐어요. 뉴스, 음악, 정치 등 모든 콘텐츠를 유튜브로 보죠. 선택지가 많아졌으니까, 사람들도 이름난 인플루언서뿐만 아니라 자신의 취향에 맞는 유튜버를 찾아 봐요. 마치 넷플릭스처럼요. 

콘텐츠가 넘쳐나는 환경에서 롱런하는 콘텐츠의 비결은 뭘까요?

김유라: 정보성 콘텐츠라는 점이죠. ‘박막례’ 채널도 요리 영상을 시작하지 않았으면 지금쯤 힘들었을 거예요. 물론 예능 콘텐츠도 좋지만, 프로 예능인이 아닌 이상 저희보다 재미있는 영상은 많거든요. 단발성 재미가 아니라 ‘유튜버 박막례’가 매력 있어서 보는 채널을 만들고 싶었어요. 그러려면 시청자가 자발적으로 보도록 유용한 정보를 제공하는 게 필요해요. 콘텐츠의 생명력을 좌우하는 건 결국 정보예요. 

자기 객관화가 잘 되는 타입이라 했는데, 현재 본인의 위치를 판단한다면요?

김유라: 앞으로 유튜브에 뛰어드는 사람들을 위해, 정보를 제공해야겠다는 책임감을 느껴요. 처음PD 타이틀을 달 때는 그저 할머니와 좋은 콘텐츠를 만들겠다는 목표만 있었어요. 지금은 저희 채널을 참고하는 사람들도 많아졌고, 크리에이터를 꿈꾸는 사람들도 늘었죠. 실제로 질문을 정말 많이 받아요. 구체적인 정보를 알고 싶은데 유튜브 PD로 활동하는 사람을 찾기는 어려운 게 현실이니까요. 앞으로는 유튜브 PD를 꿈꾸는 사람들에게 직업인으로서 정보를 알려주는 역할을 하고 싶어요. 

유튜브를 하려고 퇴사를 고민하는 사람들에게 조언해주신다면요? 

김유라: 6개월 정도 채널을 꾸미는 것에 모든 것을 쏟아부을 수 있는지 스스로 물어봐야 해요. 회사는 한 달 지나면 월급이 나오지만, 유튜브는 들인 노력에 비해 아무런 반응이 없을 수도 있어요. 피드백이 오지 않더라도 콘텐츠 만드는 걸 즐길 수 있고 트렌드에 대한 감이 있다면, 저는 무조건 해보라고 말해요. 다만, 초반부터 사람들의 관심을 바라면 힘들 수 있죠.



두 분의 소울 푸드는 무엇인가요?

박막례: 흰 쌀밥! 밥보다 더 좋은 게 어딨어. 배추김치랑 밥 먹으면 제일 행복하지.

김유라: 치킨이요. 돈 쓰고 손 하나 까딱 안 하고 맛있는 게 오잖아요. 이것저것 고민하기 싫을 땐 배달! 

박막례: 그래, 딱 니 스타일이야! 

마지막으로 ‘편’들에게 전하고 싶은 말은요?

김유라: 『박막례시피』를 시작으로 다양한 활동을 이어갈 예정이에요. 할머니의 인생이 영화로도 나올 예정이니 기대해주세요!

박막례: 나는 편들이 항시 건강하고 행복했으면 좋겠어. 첫째는 밥이야. 세 끼 잘 챙겨 먹고 다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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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김윤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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